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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상편 - 공부 욕심이 절로 생기는 기발한 수학 이야기 ㅣ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평점 :

수학에 관한 여러 호기심에 접근하다보면 어느 새 수학이 친근해진다!
수학사를 들여다보면 숫자와 인류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수학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를 키우다보니 나 역시 수학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관심과 재미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철저히 문과형인 나로서는 좀처럼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뿐더러, 아이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 출판된 다양한 수학교양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서 읽었던 『공식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 출발점이었다. 수학과 물리학 등 각종 공식에 숨겨진 뒷이야기와 탄생 배경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마침 같은 출판사인 미디어숲에서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란 책이 새로 나왔다고 하니 이 역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학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조금은 수학이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수학사에서부터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상편)은 50년간 수학을 가르치며 다양한 수학서를 집필한 천융밍의 수학교양서다.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크게 떨어지는 교육의 현실을 반영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접근한다. ‘세계의 종말을 알려주는 방정식’ ‘사랑에도 공식이 있다면?’ ‘도박판에서 항상 딜러가 돈을 딸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같이 일상 속에서 수학적 영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저절로 수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첫 장에서는 QR코드라는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최근 QR코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위챗을 통해 약 10억 명에 이르는 많은 사용자가 매일 QR코드를 생성한다고 한다. 저자는 누구도 QR코드가 바닥날 때를 걱정한 적은 없겠지만, 과연 QR코드가 과연 바닥날 날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이상한 격자무늬가 어떻게 정보를 읽고 담아내는 것인지 그 원리를 알 수 없던 나로서도 궁금한 부분이다.
저자는 QR코드의 정보 저장방식은 2진법으로 0과 1을 흑백으로 구분하여 표시하며, 보통 1개의 QR코드에는 1000개의 격자가 있다고 설명한다. 1000개의 격자무늬를 흑백색으로 임의에 의해 칠하는 방법은 무려 2¹???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 사용되는 게 아니라 표준의 QR코드는 오류를 바로잡는 코드와 소수의 다른 용도 코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 저장 공간이 80%라고 가정하면, 이것은 격자 1000개 중에서 200개만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기에 200개의 격자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이는 충분한 수다. 200개의 격자를 흑백으로 임의로 칠하는 QR코드의 수는 2²??가지로 2²??=1606693804425899027554196209234116260… 차마 다 쓰기도 어려울 만큼 긴 수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평균적으로 매일 1만 개의 QR코드를 생성한다고 하면 이를 다 쓰는 데는 최소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년이 걸릴 정도라고. 저자는 지구 수명도 50억 년밖에 안 되는데 이걸 언제 다 쓰겠냐며, 만일 QR코드를 다 쓴 날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된다면 우리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마무리한다.
원주율, 즉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인 파이(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우리는 흔히 파이를 근사값인 3.14까지 표기하여 계산하지만, 이 무한의 숫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가보다. 그도 그럴 것이 실험 단계, 기하법 단계, 분석법 단계, 컴퓨터 단계, 클라우드 단계를 거쳐 원주율 계산 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13일 중국 수학자 왕홍샹은 그 값을 소수점 아래 53246.56896억 자리까지 계산했고, 2011년 1월 16일 일본 컴퓨터 전문가 곤도 시게루는 소수점 아래 10조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9월 3월 14일 ‘국제 원주율의 날’에 신기록이 발표되었다. 일본의 구글 엔지니어는 구글 클라우드의 계산 데이터를 이용하여 121일 동안 파이의 값을 소수점 아래 31.4만억자리까지 알아낸 것이다.


파이값 외우기를 향한 인류의 노력도 흥미롭다. 1977년 한 영국인이 파이를 소수점 아래 5050자리까지 외웠다. 1987년 3월 9일, 일본의 어느 대학생은 17시가 21분(여기에는 4시간 15분의 휴식시간이 포함되었다) 동안 파이의 소수점 아래 4만 자리까지 외워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그리고 2006년 중국인 뤼차오용은 24시간 4분 동안 소수점 아래 67890자리까지 외워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밥 먹고 할 일 없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를 무의미하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파이값을 계산하는 것은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속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호학적으로 큰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한의 숙제를 향한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우리를 끊임없이 진화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새삼 숫자와 인류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1981년에 이르러 미국 로렌스 리브모어 연구소는 크레이 1호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이 문제의 최소해를 계산하였고 간행물 <취미수학>에 실었다. 자그마치 이 문제의 해는 47페이지에 걸쳐 쓰여 있었다. 이로써 206546자리의 큰 수는 세상 천하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소 나누기 문제’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어렵고 난해하다. 그러나 컴퓨터라는 좋은 도구로 계산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학은 종종 이런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매우 추상적인 수학이론과 수학문제라고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 143p
이 외에도 20세기 수학계의 가장 위대한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페르마 대정리의 증명은, 무려 300년 동안 여기에 자신들의 열정을 바친 많은 우수한 수학자와 수학 애호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알게 해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일반적인 오차방정식(및 그 이상)의 근을 구하는 일반적인 근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밝힌 아벨의 이론은 안타깝게도 정식적인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줄곧 관심을 받지 못하다 그가 폐결핵에 걸려 사망한 바로 직후에야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카르다노는 타르탈리아에게 삼차방정식의 해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하며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깨뜨리고 저서 《산술》에 기록했고 이로써 삼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공식은 ‘카르다노 공식’이 되었음은 씁쓸함을 남긴다. 이처럼 동서양을 넘나드는 수학사 속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일화들은 청소년을 비롯해 그동안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에게는 수학에 대한 경외심을, 누군가에게는 신비함을, 누군가에는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내게 있어 수학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것을 학문이나 이론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도구로 달리 생각해본다면 수학과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이런 교양서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