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명쾌한 강의로
육아의 고민을 달래주는 오은영 박사의 부모 심리학!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엄마, 육아에는 무관심해보이는
아빠들을 위한 부모 필독서!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일까?
오늘도 자신의 불만을 고사리 같은 손에 실어 나를 찰싹, 때리고 마는 아이를 보면 또다시 망연자실해진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훈계도 하고, 해줄 수 있는 일은 달래가며 해주고, 혹은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다른 쪽으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하는 등
아이의 불만을 나름 현명하게 대처해보고는 하지만 이것이 하루 이틀 수십 번에 걸쳐 반복되다보니 웬만해선 감정 표현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나로서도 참기 힘들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누군가라도 곁에 있어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면 좋겠는데
독박육아인 처지이다 보니 모든 감당은 오로지 나의 몫이 되고 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의 감정에 따라 감정기복의 변화가 잦아지는 이 불안한
심리상태를 달랠 길이 없고, 이는 고스란히 남편을 향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나도 모르게 훈계를 핑계 삼아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다 후회하기를 반복하기를 내 모습 보며 아이의 심리상태마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토록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 부모로서 자격미달인 것은 아닐까? 정말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걸까, 뭔가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이 된다
각종 다양한 매체에서 '육아 박사', '국민 육아 멘토'로 정평이 난 오은영 박사님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라는 책을 접한 순간,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3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상황에 따른 육아
대처법만큼이나 불안한 나의 심리를 이해하고 담담하게 다스릴 수 있는 부모심리에 관한 책이 보다 절실했던 탓이다. 이 책은 부모라면 반드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자기 안의 감정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우리는 아이 앞에서 매사 흔들리고 불안해지는 것일까?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불안은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기전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기본적인 수단이다.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면
누구나 불안이라는 기전을 동원해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들기 때문에 적당한 불안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불안이야말로 오랜 본능이라고
말한다. 1만 년 전 인류가 수렵채집을 생활하던 시기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해 아이를 키우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걱정에 몰두하며 진화해온 존재이다. 다시 말해 아이에 대한 불안은 생존에
꼭 필요한 본능으로, 불안이 있어야 자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다음의 계획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불안 그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부모의 불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도 아기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학교에 들어가고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 다시
다른 아이의 부모가 될 때까지, 우리는 새롭게 맞닥뜨리는 순간순간 두려움과 불안을 계속 느낄 것이다. 하지만 겁내지 마라. 두려움과 불안은
부모를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은 부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두려움과
불안 안에는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게 하는 열쇠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불안의 실체를 알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다 보면 오히려 양육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내 안에 숨어 있는 놀라운 능력인 모성과 부성을 발견하게 된다. / 13p
이렇듯 불안이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나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상황들은 아이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는 아이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과잉 개입’과 지나치게 무섭고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아이를 통제해 ‘과잉
통제’라는 잘못된 양육 방식을 낳는다. 과잉 개입은 주로 걱정이 많은 엄마들이 많이 하는 양육 방식이고 과잉 통제는 무관심으로 표현하는 아빠들이
주로 보여는 양육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아이가 진취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율성을
발달시키지 못해 자기 의견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아이에게 불안을 전이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만다. 즉,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부모라면, 혹은 부모가 될 것이라면, 자신의 불안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내 안의
불안이 무엇인지 찾는 연습 과정과 좋은 부모, 배우자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다양한 심리 코드를 설명함으로써, 육아 시 발생하는 불안한 감정이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위기를 미리 대비하게 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안한 부모, 충동 상황별
해법을 찾아라
책은 아이의 교육부터 친구 관계, 건강, 안전 문제까지 부모의 불안한 심리가 발생시키는 다양한 문제점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의 교육 문제 앞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저자는 엄마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
아이에 대한 교육적 지원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현상을 먼저 지적한다. 자신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각종 교재와 교구 구입에 열을 올리곤 하는데, 그
안에 나의 지나친 불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만 3세 이전의 아이의 경우에는 부모와의 양자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3세 이후에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본 규칙이나 질서, 배려와 이해, 공감을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가 대가를 바라면서 교육적 지원을 하는 상황은 좋은 교육 환경이라 보기 어렵다. 교육적 지원이란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지, 그 지원으로 아이의 성적이 오를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부모는 조력자일 뿐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 아이의 성적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습 능력을 잘 발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이다.
교육의 기본 개념은 안정되고 건강한 부모 밑에서 부모의 삶을 모델링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부모와 의논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배우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태도’를 배우기 위한 것임을 유념할 것이다.
‘아이가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것은 아이를 그만큼 완벽하게 잘 뒷바라지하겠다는
부모의 사랑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고 요구이다. 부모가 불안해서 아이를 자기 통제 하에 두고 자신이 원하는 아이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건강할 것 같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것 같고, 사회생활도 잘할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는 ‘아이 자신’이 아니라
부모의 불안이 만들어놓은 꼭두각시 인형일 뿐이다. / 247p
많은 슈퍼맘들은 자신의 슈퍼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에게 슈퍼키드가 되라고
강요하고, 결국 자신이 가진 불안보다 더 큰 슈퍼 불안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서 아이를 죽이는 것이다.
혹여 ‘아이가 공부를 너무 못한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이 아이는 공부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되면, 그 아이 인생에 다른 몫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마라. 그것을 못 견디고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 엄마나
아빠 모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부족하면 그것은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부모는 그저 아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 348p
아이를 훈육할 때는 가르치고자 하는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딱 그 말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훈계라도 여러
번 하면 잔소리가 될 뿐 더 이상 훈계가 아니다. 그저 ‘소음’일 뿐이다. 대부분 생활 습관이나 예절과 관련된 일로 훈계를 하는데, 이때는
부모가 모범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모델링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아이가 너무 몰입하고 있을 때는 그 즉시 혼내지 말 것, 분명한
원칙과 잘못된 이유만 설명할 것, 부모가 감정적인 순간에는 그 순간에 훈계하지 말 것, 혼낼 때는 반드시 사무적으로 단호하게 말할 것, 자기가
편하자고 혼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것, 중립적이고 제안적인 표현을 쓸 것, 상황을 일반화해서 표현할 것을 유념하고 교육이라는 핑계로 훈육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을 것을 권한다. 그간 부모라는 입장을 앞세워 아이에게 ‘엄마니까’, ‘부모니까’ 당연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책은 아이의 친구 관계와 인성, 건강, 안전 문제를 비롯하여 양가 어른들 문제, 맞벌이와 아빠의 육아 참여,
아이 맡기기, 아이의 경제관념,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때와 같이 생활 전반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까지 함께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
무엇보다 부부가 각자의 입장에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대처법을 다각도로 분석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 해법을 동시에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불안을 낮추기 위한 부부의 대화법, 무관심한 듯한 남편을
이해하고 함께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끄는 현명한 방법, 불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상대의 불안을 공유하는 방법 등은 나와 남편이 함께
읽으면 좋은 내용이어서 더욱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아이에게 모델링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지혜롭게 상황을 대처할
것을 다짐해본다.
엄마들은 아빠들이 가사에 서툴고,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또한 자기 마음을 잘
몰라주더라도, 화내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빠들이 잘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고,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어야
하고,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설명해야 한다.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면 절대 안 된다. (중략) 엄마들은 너무 불안해서 자신이 미리 알아서 다
처리해버리고, 아빠들이 그 속도를 못 쫓아온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 아빠들은 자기가 해야 하는 행동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양육을 아빠와 함께 하고 싶다면, 엄마들은 이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 277p
연구기관은 초보 아빠의 62%가 산후우울증의 초기 단계인 베이비 블루스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중략) 아빠들이 베이비 블루스를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아빠들의 경제적인 부담감은 죄의식이 되기도 하고,
분노가 되어 아기를 낳은 아내한테 화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엄마들의 산후우울증은 호르몬 탓이라 1~2개월이면
사라지지만 아빠들의 베이비 블루스는 심리적인 탓이라 가만두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아내의 관심이다. 남편의
부담감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아이와 편안히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육아를 도와주는 시간이 아니라)을 마련해야 한다. / 332p
그러고 보면 유독 요즘 엄마들에게서 불안의 징후가 더욱 두드러지는 듯하다. 저자는 지금 엄마들은 옛날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수많은 책과 정보를 통해 더 나은 육아 기술을 알고 또 사용하고 있지만 자신의 육아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불안이 더
가중된다고 말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들에 의지해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체득해야 할 철학이나 개념이
부족하고, 자신의 생각을 미처 정립하지 못한 채 자아도 찾아야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엄마가 되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수시로 불안해하며 육아와 나 자신을 위한 자아실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왕왕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나의 가장 큰 불안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어느 누구도 한 가지 정체성만 갖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장에 있을 때, 아내로 있을 때, 아이를 보살필 때의 나의 모습을 모두
편안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통합해서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상담, 독서,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며 현실과 본능적인 욕구를 조절하는 자아 기능을 강화시키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짐으로써 아이를 키우는 과정 속에 도태나 상실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성장과 발전이 있다고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확신이 없고 불안한 육아 방식은 생각보다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육아 방식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선택을 믿을 것, 그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