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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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그 생생한 육성들!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무려 십년 전의 일이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 하나가 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술기운에 얼굴이 불콰해진 한 아저씨가 올라타 빈자리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게 불안해보였다. 마침 버스 가장 뒷자리에서 앉아 있던 나는 처음부터 그가 한 여중생의 뒷자리에 앉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는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 있는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이에게 여자를 만져봤냐, 안을 때는 남자가 박력 있게 이렇게 안아야 한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면서 앞에 앉아 있는 여중생의 목을 팔로 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자를 꼬드기는 방법에 대해 청년에게 설명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여중생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저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있었다. 나를 더 어이없게 만들었던 것은 백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버스를 멈추거나 제지하지 않는 기사와 맞은편에서 그저 피식 웃고 말아버리는 청년의 태도였다.

 

 

 

   사실 꽤 정의로운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중생에게 다가가 "그러게 언니가 여기 앉지 말랬잖아." 하고는 내가 앉았던 자리로 이끌고 갔다. 그 아저씨는 나를 힐끔힐끔 불쾌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뒤로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여중생을 따라서 내릴까봐 나는 그녀와 함께 내려 버스가 떠나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실 평소의 내 성격에 비하면 이 날의 일은 꽤 용감하게 행동한 일이었으나, 아직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아 있다. 그때 여중생의 언니인 척 하려 꺼낸 말이 도리어 왜 여기에 앉아서 이런 일을 당했느냐고 오히려 여중생을 나무라는 듯했던 것은 아닌지, 잘못을 꾸짖어야 했다면 술 취해 여중생을 추행한 그에게로 향했어야 옳았고,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던 주위 사람들과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은 기사에게 향해야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십년 후인 오늘에 이러한 일을 다시 겪게 된다면 나와, 버스 안의 사람들은 좀 더 다르게 행동했을까? 그때의 그 여중생도 이렇다 할 대꾸 한번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까? 이렇듯 누군가의 폭력에, 사회의 시스템이 휘두르는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조남주의 소설 <그녀 이름은>은 가정과 학교, 회사, 사회 곳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그들이 받은 상처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녀의 용기들을 28편의 단편으로 엮은 소설집이다. 나의 이야기이자 나의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 모를 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특별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담은 의미 있는 기록들이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 

 

 

   <그녀 이름은>은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작가 조남주의 최신작이다. 아홉 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덤덤하게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소설로 재탄생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수많은 그녀들의 고백은 하나같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엄마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그간 별 것 아니라고 삼켰던 말들이 어느 하나 의미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나 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 같은 딸로 키워진 거야, 엄마에 의해서. / 51p

 

 

"형부가 눈치가 좀 없네."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95p

 

 

 

 

 

 

   소설은 사내에서 상사로부터 불미스러운 접촉과 만남의 요구받게 되자, 이를 회사에 문제 제기했다 도리어 자신이 악의적인 소문을 뒤집어쓰게 되고 부당한 피해를 겪게 된 소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마치 재고품처럼 자신을 시집보내지 못해서 안달인 식구들, 버거운 일상, 불안한 미래, 하지만 계속 두근거릴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은순의 이야기, 우유부단한 남편과 꼿꼿한 시부모님 사이에서 답답해하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정은, 서른여덟로 임신 구 개월 차에 이른 지선이 밝히는 임신부들의 고민들,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대한 부당함을 밝히려한 KTX 해고 여승무원,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던 진숙의 이야기 등 오늘도 가사와 육아, 직장 생활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을 엿본다.

 

 

 

학교 행정은 비합리적인 부분도 있고 여전히 학부모들의 무료 봉사를 필요로 한다.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 키우는 직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당연히 육아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극성'이라고 매도한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다니지 않건 서로 도우며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과 학교와 회사와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118p

 

 

지금은 아니다. 내 복직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비용과 효율로 계산하지 않고, 여성의 일을 임시와 보조 업무로 제한하지 않으려는 싸움.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153p

 

 

 

 

 

 

   현재 우리 사회는 엄마 혹은 그 이전의 세대들로부터 이어져온 부당한 관습과 쉬쉬했던 고민들로부터 더 이상 스스로의 삶이 평가절하 되는 관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저자 역시 '다시 만난 세계' 편에서 정연이 '작은 승리의 경험이 더 큰 질문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시도들이,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더 많이 드러나고 언급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조남주 작가라는 정체성이 '페미니즘'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주제가 나열되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 <현남 오빠에게>, <그녀 이름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하여금 세상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이에 많은 대중들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의 우리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 부합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꽤 유의미한 시도의 일환임은 틀림없다. 비록 '여성'의 시선이기는 하나, 사회의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시도들을 반드시 '페미니즘'이란 틀에 가둬서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시스템의 부조리에 짓눌린 채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삼키고 있는 말을,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말을 들어주고 드러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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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붙이는 시간 - 엄지와 검지로 즐기는 감성 스티커 아트북
동글동글 연이 지음 / 다산라이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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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 스티커 놀이 하란 법 있나요?

답답하고 지친 하루의 끝에 가만히 내 마음을 붙여보는 치유의 시간!

 

 

 

   고단하고 답답한 하루의 끝, 책을 읽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텔레비전 채널만 하릴 없이 돌리는 것도 무료하고 잠도 오지 않는 밤이라 문득 책장에 꽂혀 있던 스티커북 하나가 떠올랐다. <마음을 붙이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감성 스티커 아트북이다.

 

 

 

   컬러링북을 사서 열심히 이런저런 색감을 덧붙여보는 취미도 시들해지려는 찰나에 간단한 스티커로 미완성의 공간을 채우는 재미라니. 거기다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스티커 하나하나에 실어 그곳에 붙박여놓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듯도 하달까.

 

 

 

하루 10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

 

 

 

 

 

 

   <마음을 붙이는 시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인 사계절을 주제로 하여 일상의 단면들을 따뜻한 일러스트로 구성한 아트북이다. 여기에 스티커와 나만의 그림을 더하면 손쉽게 완성된다. 잠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차 안에서 한 번 쓱, 아이가 하원하기 전에 재미로 쓱, 엎드린 채 누워서 편하게 쓱, 하고 싶을 때 내 마음대로 페이지를 가리지 않고 붙이면 되니 뭔가 흥미롭다. 그간 어린 아들이 스티커북을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이게 뭐가 재미있다고 사달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이런 재미가 있구나, 싶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심할 때, 휴식이 필요할 때,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을 때, 이불 밖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찾아 마음 붙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한다. 아직 붙여보지 않은 페이지들은 아이와 함께 붙여보는 재미도 있을 테니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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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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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치유의 문장들!

엄마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신현림 시인의 따스한 어루만짐!

 

 

 

   이제는 나도 내 이름이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 불릴 때가 더 많아졌다. 일상의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보다는 아이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많이 다른 삶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기 이전에는 내 안에 이토록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는 법이 없던 내가 아이의 감정에 따라 나의 감정 역시 하늘을 치솟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었다. 신현림 시인도 여자일 땐 안 울었던 내가 엄마가 되고선 눈물이 많아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쩔 때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이 적힌 육아서보다 내게 더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 글귀 하나, 다정한 문장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시와 문장들

 

 

   시인 신현림은 홀로 딸을 키우며 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노라 고백하면서, <시 읽는 엄마>를 통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시 38편을 선물한다. 샬럿 브론테, 헤르만 헤세, 칼릴 지브란, 윤후명, 백석에 이르기까지 엄마라는 삶의 무게가 시가 되고, 또 시가 가르침이 되었던 순간들을 기록한다. 아울러 온몸으로 딸의 체온을 느끼며 가슴 뭉클한 기쁨을 누렸던 순간들, 늘 딸의 안녕을 염려하면서도 매 순간 함께 해주지 못했을 때의 미안함,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순간에 마음을 적시는 감동의 눈물들을 매우 섬세한 언어로 담아낸다.

 

 

 

포대기를 두르고 한 몸이 된다는 것,

몸속에 딸의 체온을 느끼며

혼자가 아니라는 가슴 뭉클한 기쁨을 누리는 것.

이것이 인생 모든 것의 시작이다.

 

 

매일 다시 태어나 시작한다는 기쁨은 온전히 딸아이를 통해 느끼는 마음이다. 어차피 엄마로 산다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안다. 아이를 통해 배우는 놀라운 사랑의 능력, 그것이 내 몸과 감각에 따뜻한 안개처럼 젖어든다. / 48p

 

 

 

 

 

 

   <시 읽는 엄마>를 읽다보면 감히 엄마가 되어보기 전에는 몰랐던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사시사철 새롭게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나무와 풀을 보며 삶은 매번 다시 태어나는 시간들임을 깨닫듯, 뱃속에 아이가 들어섰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커다란 감동과 기쁨으로 나의 온몸이 발화되는 것을 느꼈던 그날,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직은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이해 가능하고 이성적인 것을 요구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고 금세 후회할 때가 있다. 내가 어쩌자고 이 어린 것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아이가 곱게 잠든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책망하던 그 숱한 밤들.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읊조림처럼 엄마이기에, 엄마가 아니고서야 느낄 수 없는 이 감정과 깨달음에 감사하자고 다독여본다.

 

 

아이가 친밀한 타인임을 받아들이면, 인생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몹시 낯설게 느껴진다. 여드름이 난 이마에서 매끈하고 보들보들했던 유치원 시절을 떠올릴 때가 온다. 그리고 아이를 친밀한 타인으로 생각하면 애착도 집착이 되지 않는다. 이것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 85p

 

 

어린 날 딸이 아칫거리며 걷거나 재롱부리던 모습이 이토록 생생한데, 어느새 딸은 혼자서도 무엇이든 다 잘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모르는 딸의 시간들이 점점 늘어갈수록 홀가분한 마음만큼 걱정도 커진다.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울고 있으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 134p

 

 

 

 

 

 

   엄마가 되고 나니 새삼 엄마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시집가면 다 하게 될 텐데 뭐 하러 벌써 손에 물 묻히느냐고 그 흔한 부엌일조차 하지 않게 했던 엄마, 두 번의 암을 얻었던 와중에도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시던 엄마, 아직까지도 작은 용돈조차 마다하며 우리 살림에 쓰라고 하시는 엄마. 엄마도 엄마의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신경 한 번 써주지 않았던 무심함을 나는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자식이 먼저 던지는 사랑의 인사는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된다'는 저자의 말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지금껏 표현하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지. 그게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황종권 시인의 시 <부엌은 힘이 세고>가 가슴에 몹시 와닿는 저녁이다. 부엌에서 부엌을 꺼낸다는 시인의 훌륭한 상상력은 매일 되풀이되는 엄마의 일상 속 고단함과 무료함을 의미한다. 평생 부엌 한구석에 사는 쌀독처럼, 무겁고 슬픈 엄마의 모습이 비치는 시다. 부엌을 오가는 엄마의 운명, 다시 말해 여성의 운명을 함께하고 싶은 아들의 연민이 구구절절 배어 있다. / 98p

 

 

자식이 먼저 던지는 사랑의 인사는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된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혹은 이웃에게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전하는 일.

 

특히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소소하지만 신비롭고 황홀한 기적이다.

새로운 활기와 새로운 기쁨이 환한 날개를 달고,

엄마와 당신의 삶을 가뿐히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 167p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 읽는 엄마> 속에 수록된 시들은 어떤 시적 기교나 함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정서적으로 느끼게 하는 바가 있어 참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날 서는 마음을 차분히 다독이고 오늘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에 감사해하며 엄마라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던 것도 시가 주는 또 다른 감동이리라. 덕분에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생의 감동적인 순간에, 그것을 오롯이 기억할 수 있는 시 한 편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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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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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자기주도 선택법!

여성과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요되었던 역할에서 벗어나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

 

 

   며칠 전에 아이와 산책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폴짝폴짝 도로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며 마침 지나가던 서너 명의 아주머니들이 귀엽다며 한 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김없이 꼭 불편한 질문 하나가 뒷덜미를 잡아챈다. "애는 얘 하나인가 봐? 왜, 하나 더 낳지 않고. 혼자는 외로운데." 어 딜가나 아이가 하나라고 하면 둘째는 안 낳을 거냐는 질문은 빠지지 않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해보지만, 사실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말을 하시나요?'라고 되묻고 싶은 것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고 그 아이를 키우는 것도 결국엔 나인데 왜들 그렇게 훈수를 두지 못해서 안달인 것인지 그때마다 괜히 상처를 입는 기분이 든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 때는 "집에서 놀면 뭐해? 요즘엔 맞벌이 안하고는 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제가 집에서 놀고 있는 것 같나요?)", 일을 하기 시작하니 "애 어린이집에 오래 두면 좋지 않아.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지.(제가 아이 엄마인데 아이를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잖아요?)"라는 말을 듣는다. 아이 옷을 좀 얇게 입힌 날에는 "애 감기 들라. 옷을 그렇게 얇게 입히면 어쩌나."란 말을, 아이 옷을 제법 두껍게 입힌 날에는 "남자 아이는 시원하게 입혀야 몸에 열이 안돌지."라는 말을 꼭 듣곤 한다. 세상에나. 나보고 어찌하란 말인지. 그것도 생전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 좀 키워보셨다는 분들이 더 성화다.

 

 

 

   불쑥불쑥 내 삶을 침범하는 세상의 오지라퍼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해서, 나는 오늘도 그들이 불편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족 사이에서, 때로는 낯선 사람들에게까지 조언을 가장한 훈수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라고 일찍이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극복의지보다 체념부터 가르치려는 사회적인 통념에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기를.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제가 알아서 할게요>는 바로 그러한 희망을 엮은 저자의 자기경험담과 위로의 글을 엮은 에세이다. 나를 위해서는 조금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누가 날 좀 미워해도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괜찮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공감되고 자극이 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선택한 길을 휘청거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됐다. 모두가 걸어간 길이라도 내게는 맞지 않는 방향일지 모른다. 물론 세상엔 타협해야 할 일도,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그 이유를 내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또 가능한 한 책임질 수 있는 선택만을 하며 살고 싶다. / 21p

 

 

욕을 좀 먹을지언정, '남들이 좀 이상하게 보면 어때?'라는 생각이 나를 홀가분하게 한다면 그걸로 됐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굳이 내 삶의 엑스트라들에게까지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 101p

 

 

 

 

 

 

결혼은 현실이라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하는 내내 사랑하며 살겠다는데 '결혼은 현실'이란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사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혹은 엄마를 통해 막연하게 들여다보았던 그 세계가 느닷없이 나에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결혼 전에는 요리를 곧잘 하는 아버지 덕분에 엄마의 부재에도 찌개 한번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었고, 큰집에서 열리는 제사 때도 가장 막내인데다 언니들도 많아서 굳이 나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었던 까닭에 제사 준비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숱하게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 손을 쓰게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의 노고가 새삼 실감되었던 것은 결혼 후 맞아야했던 제사와 각종 집안일, 식사 준비, 독박 육아 같은 것들 덕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이 꼬박꼬박 집에서 식사를 챙겨먹어야 한다거나 제사 준비하는데 쇼파나 차지하고 도와주지 않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남편은 남편대로 가장으로써 아이와 아내를 책임져야 한다는 그 막중한 책임감에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저자는 '결혼은 현실이니까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면 관성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조금 비현실적이더라도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이고 행복한 장면을 '진짜 결혼의 모습'이라는 기준으로 삼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아가 남편이니까, 아내니까 정해진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할 수 있는 방식대로 하는 방향이 옳을 것이다. '원래 결혼하면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무작정 따르는 대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들에게 가장 적절한 생활 양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편한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결혼했다고 즉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되려고 차근차근 노력하는 중이니, 시댁에서의 융합제 역할은 남편이 맡아야 한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그런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처가댁에서는 물론 아내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 259p

 

 

 

 

 

 

 

   언제부턴가 결혼이나 출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내 주변에서만 하더라도 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는 부부들이 꽤 있는 편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저자는 결혼 후 여성은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을 돌봐야 하고, 시댁에 잘해야 하며, 아기를 낳으면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시선에 여성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 지적한다. 요즘 여성들은 결혼하면 좋은 아내, 며느리,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고, 반대로 나 자신으로 살 기회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일을 척척 해치우는 '슈퍼우먼'만이 이상적이고, 이러한 프레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면, 요즘 여자들은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다거나 '페미니즘이니 뭐니 해서 남자를 귀찮게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일이 나 역시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게 여기고, '가정을 돌보는 것'을 얕보는 풍조가 더할 나위 없이 불편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혼은 왜 하나, 혼자 살면 되지 라는 생각을 결국 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은데 결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불편한 속성을 지닌 것이라면,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결혼에 얹어진 부자연스러운 의무는 결국엔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사회가 떠미는 부수적인 역할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기 위한' 감정 소모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혼을 앞두고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이야기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같은 결혼 자체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거리를 재어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을 새기고 볼 일이다. 결혼식이라는 화려한 이벤트보다 부부는 평생을 결혼이라는 제도와 현실을 현명하게 돌파해나가기 위한 동반자라는 점을 유념하고 사전에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현명하게 여러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혼뿐 아니라 삶의 모든 크고 작은 변화에 대처하는 보편적인 방법과 마찬가지로 우린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해지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결혼이라는 큰 변화에서 제도에 나를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이라는 전제에서 나름의 삶의 방식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싶다. 나는 결혼과 자유를 맞바꾸지 않았다. 그게 때로는 사회의 통념과 맞지 않고, 불성실한 아내처럼 보이는 일이라 해도. / 267p

 

 

 

 

 

 

   적당히 순응하고 이해하려고만 했던 나로서는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소위 '프로불편러'라고 느낄 만큼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나도 한 번쯤은 머릿속에 떠올렸던 불만들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어떠한 정답 따위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타인의 시선에, 훈수에 적어도 내 선택을 방해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먼저 해보았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조언을 하여 그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가장 먼저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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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0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센트럴 파크에서 윌리엄스버그까지 뉴욕 여행 핵심 코스 완벽 가이드!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뉴욕 자유 여행에 관한 모든 것!

 

 

 

   뉴욕에 사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우리는 '뉴요커'라 부른다. 전 세계 사람들을 뉴욕이란 도시의 판타지에 빠져들게 하는 말로 이보다 더 매력적인 단어가 있을 수 있을까. 화려한 도시와 높다란 빌딩,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센트럴 파크 속을 유유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남다른 패션 철학과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 멋진 도시에 대한 동경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속에서는 고공을 멋지게 날아오르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도시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어거스트 러쉬> 속에서 멋진 엔딩 장면의 무대가 된 센트럴 파크를 비롯하여 워싱턴 광장, 줄리어드 음대를 통해서는 예술의 정취를,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뉴요커들의 요염하고도 센스 넘치는 그네들만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저절로 뉴욕이란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뉴욕으로 가보고 싶은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뉴욕 셀프트래블>의 저자 역시 이렇게 고백한다. 내 가슴속 가장 큰 열정이 향해 있는 곳은 늘 그랬듯이, 언제나 뉴욕이라고. 누군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자 선물이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나는 늘 주저 없이 뉴욕에서 체류했던 1년의 시간이었다 말하곤 한다고.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D.C.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중심부는 뉴욕이라 생각하는 만큼 나 역시 미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단연 뉴욕이 제 1순위이지 않을까.

 

 

 

 

 

 

뉴욕에서 즐겨야 할 수많은 것들

 

 

   <뉴욕 셀프트래블>은 할렘과 모닝사이드 하이츠를 비롯하여 어퍼 이스트 사이드, 미드타운, 이스트 빌리지, 로어 맨해튼, 윌리엄스버그 등에 이르기까지 뉴욕의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주요 명소들을 다룬 가이드북이다. 뿐만 아니라 오이스터 베이, 롱 비치, 예일 대학교와 같은 근교 명소와 워싱턴 D.C.나 필라델피아 등과 같은 근교 도시까지 아우르는 친절한 여행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대한 많이 보고 싶지만 시간은 여유롭지 않고, 뭐 하나 포기할 수는 없는 여행자들을 위해 뉴욕에서 즐겨야 할 수많은 것들 중에서 핵심만을 모아 소개하는 기간별, 테마별 일정들은 초보 여행자들에게 꽤나 유용하다. 특히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루프톱 바 BEST 5', 문화 생활의 별천지 '뉴욕 뮤지엄 BEST 4', 뉴욕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전망대 BEST 3', 다양한 콘셉트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공원 BEST 5', 뉴요커들이 애용하는 '벼룩&주말시장 BEST 4', '비 오는 날 가면 좋은 장소 BEST 4', '사진 찍기 좋은 장소 BEST 4', 키스하기 좋은 '뉴욕 최고의 야경 BEST 4'를 꼽아 뉴욕 여행의 하이라이트만을 엄선하고 있으니 꼭 참고하자.

 

 

놓쳐서는 안 될 뉴욕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

1.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관람하기: 돈 아깝다고 망설이지 마라. 나중에 돈 벌어서 다시 가는 게 더 힘드니까!

2. 뉴요커처럼 브런치 즐기기: 뉴욕은 브런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시끌벅적 떠드는 뉴요커들 틈에서 아침 겸 점심을 즐겨보자. 여유 있게 천천히 그 자리, 그 시간을 즐기면서 말이다.

3. 뮤지엄에서 오디오 가이드 체험하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뉴욕 현대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일부는 한국어로 안내가 되니 꼭 한 번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도록 하자. / 34p

 

 

 

 

 

 

   본격적인 지역 정보 소개에 들어 가기 앞서, 저자가 특별히 엄선한 뉴욕에서 꼭 즐겨봐야 할 것들에 주목해보자. 다양한 아웃렛과 백화점, 로컬 숍이 종류별로 펼쳐져 있는 뉴욕에서 독특한 쇼핑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 다양한 인종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맛의 천국에서 꼭 맛봐야 할 먹을거리들, 뉴욕 양키스의 양키 스타디움과 뉴욕 메츠의 시티 필드 스타디움과 같이 꿈의 구장인 메이저리그 야구 관람하기, 특색 있고 저렴한 뉴욕의 할인 몰에서 득템할 수 있는 기회, <나 혼자 산다> 한혜진 편에서 등장한 적 있는 극장식 투어 버스 '더 라이드'를 즐기는 법,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만 개방되는 비밀의 섬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만족스러워 할 만한 생생한 정보가 가득하니 이대로만 하면 뉴욕 여행은 성공적으로 완성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뉴욕의 여러 명소들 중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맨해튼의 중심부이자 뉴욕 관광의 최고 중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미드타운이다. 뮤지컬 극장들이 몰려 있는 시어터 디스트릭트와 타임스 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라이언트 파크, 코리아타운 등을 만나 볼 수 있는 핵심 관광지로, 이곳이야 말로 왜 수많은 사람들이 뉴욕 뉴욕을 외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하니 상상만 해도 온몸이 찌릿찌릿해진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영화인 <어거스트 러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비롯하여 <섹스 앤 더 시티> 캐리네 집,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인 자연사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보는 재미도 쏠쏠할 테고 말이다.

 

 

 

Writer's Story |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1년에 하루 동안 진행되는 뮤지엄 마일 축제가 매우 유명하다. 큰 대로변을 모두 막고 차가 다니지 못하게 경찰들이 관리를 하며, 뮤지엄 마일 안의 뮤지엄들은 이날 대부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부담 없이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거리 공연을 구경하면서 축제를 즐긴다. 누가 나눠주었는지 모를 커다란 분필이 바닥에 한가득인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땅에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며 서로 웃고 즐기는 그 모습… 그들의 축제가 진심으로 부러웠던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이루어질 뮤지엄 마일 축제를 기다려보련다. / 69p

 

 

Step to New York 13 | 뉴욕 브로드웨이는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가의 이름이다. 뉴욕 맨해튼의 42nd~53rd Sts, 그리고 6~10th Ave 사이에 뮤지컬을 상영하는 극장 40여 개가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하루 종일 그 빛을 밝히고 있다. 이 덕분에 브로드웨이가 자리하고 있는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는 언제나 활기차다…(중략)… 인기 많은 뮤지컬일수록 좌석 구하기가 어려워 사전에 미리 예약해 둘 것을 권한다. 불안하게 계속 티켓을 확인하느라 정작 여행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 246p

 

 

 

 

 

 

   이렇듯 <뉴욕 셀프트래블>은 뉴욕에 관한 일반 정보는 물론 여행 준비법,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들, 미국의 단위와 화폐와 같은 사전 정보, 뉴욕 현지의 숙소와 지하철 이용법, 헤매지 않고 길 찾는 법, 화장실 찾는 법에 이르기까지 뉴욕 여행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을 아낌없이 수록하고 있다. 특히 이스트 리버 페리나 워터 택시 등과 같이 강 위에서 맨해튼 뷰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7가지 방법 등과 같이 뉴욕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알려주니 이 책 한 권이면 뉴욕 여행 준비는 거뜬할 듯하다.

 

 

 

   뉴욕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임에 틀림없는 곳인 만큼 복잡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에도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사전에 체계적인 준비가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뉴욕 셀프트래블>을 읽고 나니 겁낼 것도, 어려워 할 것도 없이 당장에라도 뉴욕 행 티켓을 끊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때만큼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캐리어 속에 반짝이는 구두 한 켤레, 예쁜 드레스 하나도 넣고서 마치 뉴요커처럼 찬란한 뉴욕의 밤을 경험해보는 거다. 바로 그때 이 책이 내게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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