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치유의 문장들!
엄마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신현림 시인의
따스한 어루만짐!
이제는 나도 내 이름이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 불릴 때가 더 많아졌다. 일상의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나보다는 아이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많이 다른 삶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기 이전에는 내 안에
이토록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는 법이 없던 내가 아이의 감정에 따라 나의 감정 역시 하늘을
치솟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었다. 신현림 시인도 여자일 땐 안 울었던 내가 엄마가 되고선 눈물이
많아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쩔 때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이 적힌 육아서보다 내게
더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 글귀 하나, 다정한 문장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시와
문장들
시인 신현림은 홀로 딸을 키우며 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노라 고백하면서,
<시 읽는 엄마>를 통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시 38편을 선물한다. 샬럿 브론테, 헤르만 헤세, 칼릴
지브란, 윤후명, 백석에 이르기까지 엄마라는 삶의 무게가 시가 되고, 또 시가 가르침이 되었던 순간들을 기록한다. 아울러 온몸으로 딸의 체온을
느끼며 가슴 뭉클한 기쁨을 누렸던 순간들, 늘 딸의 안녕을 염려하면서도 매 순간 함께 해주지 못했을 때의 미안함,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순간에
마음을 적시는 감동의 눈물들을 매우 섬세한 언어로 담아낸다.
포대기를 두르고 한 몸이 된다는 것,
몸속에 딸의 체온을 느끼며
혼자가 아니라는 가슴 뭉클한 기쁨을 누리는 것.
이것이 인생 모든 것의 시작이다.
매일 다시 태어나 시작한다는 기쁨은 온전히 딸아이를 통해 느끼는 마음이다. 어차피
엄마로 산다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안다. 아이를 통해 배우는 놀라운 사랑의 능력, 그것이 내 몸과 감각에 따뜻한 안개처럼 젖어든다. / 48p
<시 읽는 엄마>를 읽다보면 감히 엄마가 되어보기 전에는 몰랐던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사시사철 새롭게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나무와 풀을 보며 삶은 매번 다시 태어나는 시간들임을 깨닫듯, 뱃속에 아이가 들어섰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커다란 감동과 기쁨으로 나의 온몸이 발화되는 것을 느꼈던 그날,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직은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이해 가능하고 이성적인 것을 요구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고 금세 후회할 때가 있다. 내가 어쩌자고
이 어린 것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아이가 곱게 잠든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책망하던 그 숱한 밤들. '실패도 과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읊조림처럼 엄마이기에, 엄마가 아니고서야 느낄 수 없는 이 감정과 깨달음에 감사하자고 다독여본다.
아이가 친밀한 타인임을 받아들이면, 인생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몹시 낯설게 느껴진다. 여드름이 난 이마에서 매끈하고 보들보들했던 유치원 시절을 떠올릴 때가 온다. 그리고 아이를 친밀한
타인으로 생각하면 애착도 집착이 되지 않는다. 이것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 85p
어린 날 딸이 아칫거리며 걷거나 재롱부리던 모습이 이토록 생생한데, 어느새 딸은
혼자서도 무엇이든 다 잘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모르는 딸의 시간들이 점점 늘어갈수록 홀가분한 마음만큼 걱정도 커진다.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울고 있으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 134p
엄마가 되고 나니 새삼 엄마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시집가면 다 하게 될 텐데 뭐 하러 벌써 손에 물
묻히느냐고 그 흔한 부엌일조차 하지 않게 했던 엄마, 두 번의 암을 얻었던 와중에도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시던 엄마, 아직까지도 작은
용돈조차 마다하며 우리 살림에 쓰라고 하시는 엄마. 엄마도 엄마의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신경 한 번 써주지 않았던 무심함을 나는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자식이 먼저 던지는 사랑의 인사는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된다'는 저자의 말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지금껏 표현하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지. 그게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황종권 시인의 시 <부엌은 힘이 세고>가 가슴에 몹시 와닿는 저녁이다.
부엌에서 부엌을 꺼낸다는 시인의 훌륭한 상상력은 매일 되풀이되는 엄마의 일상 속 고단함과 무료함을 의미한다. 평생 부엌 한구석에 사는 쌀독처럼,
무겁고 슬픈 엄마의 모습이 비치는 시다. 부엌을 오가는 엄마의 운명, 다시 말해 여성의 운명을 함께하고 싶은 아들의 연민이 구구절절 배어 있다.
/ 98p
자식이 먼저 던지는 사랑의 인사는 엄마의 인생에 큰 용기가 된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혹은 이웃에게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전하는 일.
특히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소소하지만 신비롭고 황홀한 기적이다.
새로운 활기와 새로운 기쁨이 환한 날개를 달고,
엄마와 당신의 삶을 가뿐히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 167p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 읽는 엄마> 속에 수록된 시들은
어떤 시적 기교나 함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정서적으로 느끼게 하는 바가 있어 참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날 서는 마음을
차분히 다독이고 오늘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에 감사해하며 엄마라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던 것도 시가 주는 또
다른 감동이리라. 덕분에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생의 감동적인 순간에, 그것을 오롯이 기억할 수 있는 시 한 편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