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유구한 역사를 들여다보다!
인류와 바다의 관계 속에서 과거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놀라운 바다 세계사!
1972년에 지구 전체를 찍은 최초의 사진은 보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고 한다. 아서 C. 클라크가 “이 땅을 지구라 부르다니
참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지구는 아무리 봐도 바다인데.” 라고 말했을 만큼, 바다가 육지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은 의외의 신선한 충격을 준
듯하다. 알다시피 지구라는 행성의 대표적 특징은 드넓은 바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지구의 특징으로 새롭게 부각되어 바다에 대한 문화적
관념까지 영향을 끼치는 데는 많은 세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역사를 기록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거의 모든 과거 이야기 속에 육지 편향적인
선입견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의 저자 헬렌 M. 로즈와도스키는 바다 자체의 고유한 역사를 더할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과거를 보는 시각이 풍성해질 뿐 아니라, 바다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현대 세계 역시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모든 바다의 이야기는
진실이다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는 지구 전체를 이어주는 단일한 바다의 출현에서부터 지구 생애사에 맞추어 함께 변화를 겪는 바다의
지질학적 역사를 거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류 공동체들이 경험한 바다와 연안 해역의 다양한 역사를 개괄한 역사서다. 익숙해있던 육지 중심의
관점이 아닌 바다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역사에 새롭고 풍성한 관점을 추가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에서 전하는 바다
이야기는 총 세 갈래로 나뉘는데, 첫째는 얼핏 몰역사적인 공간처럼 보이는 바다의 장구한 시간대를 거슬러 올라가 수천 년 전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순차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산업화 및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간과 밀접해진 바다와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셋째는 인류가 바다의
해양자원을 이용하고, 통제하고, 제국의 국력을 확대하고, 다양한 활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무대로 바다를 개조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고, 또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해 고민해보는 것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조수의 썰물과 밀물의 신비한 흐름을,
우리는 예술로 생각하게 되리라.
바다 위로 길이 지나가는 만큼,
바닷길도 육지의 길만큼 알게 되리라. - 존드라이든 <기적의 해> /
111p
1장에서는 지구가 형성되어 진화하는 동안 바다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약 40억 년 전, 냉각과 비, 소행성의
폭발로 인한 밀도 높은 수중기의 형성, 그리고 냉각으로 인한 비가 여러 차례 되풀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다가 나타났다. 무생물에서 생물로의
진화는 과학의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고대의 바다가 이 태고의 드라마에서 주요 지원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심해 환경은 우주 물질의 폭격으로부터 피하게 해 줄 은신처를 제공했을 것이다. 또 생명체가 뜨거운 물과 기체를 방출하는
심해 열수구 근처에서 진화했다는 가설도 나온다. 일부 박테리아가 광합성 능력을 발전시키고 나서야 지구의 대기 중에 산소가 생겨났고, 이것이 바다
전체를 순환하면서 마침내 캄브리아 대폭발 시기에 생명체가 급증했다. 오늘날의 분류집단 중 많은 것들의 첫 대표주자가 이때 태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다의 풍부한 식량은 인류가 도구와 물건, 공동체 구조를 만들거나 식물을 재배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집단들과의 소통과 교역이 촉진되었을 테고 종국에 가서 이러한 변화는 연안지대와 전 세계로 인류가 퍼져
나가는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후 인간은 잡을 수 있는 어류의 규모, 해양 포유류의 지리적 분포, 심지어 특정 지역의 해양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기까지 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왔다. 책은 이렇게 바다의 탄생에서부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어져 수렴진화, 멸종 등 다양한 조건에 고유한 방식으로 진화했고 현재도 진화 중인 바다의 연대를 추적해간다.
해양생명체는 극한지대를 비롯하여 가능한 한 모든 틈새에 살 수 있도록 진화했을 뿐 아니라 해양 환경의
정기적 변화를 활용하는 행동을 발전시켰다. 가령 동물성 플랑크톤은 수직 이동을 통해 낮에는 어둠을 따라 포식자를 피하고 밤에 먹이를 섭취한다.
해수의 순환과 계절마다 변화는 수온은 먹이 자원의 분포에 영향을 끼치고, 수중 생명체들은 이를 쫓는 법을 습득했다. 북태평양의 흑등고래는
알래스카 연안의 차갑고 먹이가 풍부한 북쪽 해역에서 하와이 주변의 더 따뜻한 바다로 이동하는 반면, 남쪽의 흑등고래는 남극의 해역과 열대 바다
사이를 이동한다. 남쪽 고래와 북쪽 고래는 섞이는 일이 없다. 두 반구의 계절이 반대기 때문이다. / 41p
고고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와 그 조상이 진화사 대부분의 시기 동안 근본적으로는 육지에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집중적 항해와 어업 사회가 출현한 것은 고작 약 1만 년 전, 또는 인간속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시기 중 1퍼센트 미만의 기간이라 추정했다. 그러나 고고학과 역사생태학의 새로운 연구 결과로 인해 인류가 바다에 의존해 온 기간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변했다. 고고학자들과 다른 학자들은 인간이 깊은 바다와 연안지역을 항해하면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해양자원에 의존했던 시기가 더
오래되었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있다. / 44p

2장에서는 바다가 차지하는 역할을 인류가 습득해가면서 문화, 정치, 경제적으로 다양성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전 세계
문화권은 바다와 고유한 관계를 발전시켰고, 이러한 관계는 이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자원, 이들이 마주했던 지리적 어려움과 기회, 그리고 이들의
역사와 영적 믿음, 집단적 경험 등 무형의 요소까지 반영되었다. 오세아니아는 장거리 항해, 해녀의 잠수, 가마우지 낚시 등을 통해 바다의 생물
및 무생물자원을 활용했고, 페니키아인과 바이킹처럼 해상권을 발휘했던 사회는 표적 지역에서 세력을 행사했으며, 바다에 기반을 둔 문화 정체성을
키워나갔다. 인도양 주변의 육지 기반 사회는 항해와 교역을 육상 제국의 방어벽으로 삼았던 반면, 15세기 초반 중국 명 왕조는 화려한 행해를
통해 인근 국가와 조공관계를 확립하여 압도적인 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은 영락제 이후 바다에 중점을 둔 교역과 탐사가 쇠퇴하면서 항해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고 바다로 나가는 배들은 파괴되었다. 3,000척이 넘는 배를 자랑했던 중국 해군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내륙으로 돌아선 중국은 20세기까지 이 찬란하고 매력적인 항해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렸다. 중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가 나침반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들이 뛰어난 기술을 활용해 유럽 보다 더 빨리 해상을 장악했다면 아마도 역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상상해보게 된다.
바다를 사회 밖의 동떨어진 공간으로 보았던 대서양 및 인도양 주변의 문화권과 달리 미크로네시아인들은
바다를 육지와 유사한 곳으로 인식했고 바다에 대한 통제를 육지 지배의 연장으로 여겼다. 특정 섬 주변의 바다는 다른 섬의 바다와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 무주지대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때 소유권은 추상적 성격의 소유권이 아니었다. 풍부한 어장이건, 원하는 교역이나 사회적 교류를 위한
섬들 간의 연계성이라는 속성이건 이들에게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는 바다는 구체적인 물적 대상이었다. 기존에 이용하던 어장은 더 나은 어장을 찾거나
어장에서 잡을 것이 없을 때 버려졌다. 수송에 대한 접근은 항해 지식의 관리를 통해, 특히 엘리트 선원들의 조직에 의해 통제되었다. / 95p
학자들이 결론을 내린 바에 따르면, 태평양의 항해 장인들은 훈련 동안을 제외하고는 자기 일과 관련된
작업을 구분하거나 체계화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로를 따라 배를 조종하거나’ ‘위치를 고정시키는’ 대신, 별과 파도의 움직임, 해상 동물에게
얻은 정보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 정확한 위치와 궤적을 습득했다. (중략) 항해술은 섬 공동체의 사회구조에 뿌리박고 있었을 뿐
아니라, 투파이아의 지위가 암시하는 바대로 종교적인 신앙과도 관련이 깊었다. 항해는 태평양 종족들과 바다 간의 밀접한 연계성-물리적인 동시에
문화적인 성격의 연계성-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 99p

3장은 일명 ‘위대한 발견의 시대’로, 모든 바다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생성되면서 전 세계에 경제, 기술, 문화 네트워크를
창조했던 유럽 국가들이 세력 확대와 제국주의의 토대를 이루어나간 과정을 살펴본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새로운 무역항로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학문 지식과 지리상의 경험을 모두 이용했다. 바다 이용의 궁극적 기반은 바다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지식이었고, 믿을 만한 지식은 경험에서
온다는 생각이 퍼져 나갔다. 경험 증거를 중시하는 새로운 경향은 경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문화를 촉진시켰다. 탐험 과정에서는 미래 항해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새로운 지리 지식을 축적하고 확산시키는 체계가 편입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도상의 텅 빈 바다는 제국의 이익을 챙기는
대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쟁과 더불어 과학이 바다를 통제할 도구로 합류했고, 과학을 통해 바다의 풍랑과 해류와
윤곽을 제대로 지배할 수 있는 열강이야말로 바다를 사용할 적임자로 등장한 것이다. 모든 바다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 그리고 얼음으로
뒤덮이지 않은 모든 바다 사이를 이동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 분명 바다의 길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신세계와 구세계가 사람과 동물과 식물과
병균을 교환했으며 이러한 교환이 전 세계를 영원히 뒤바꿔 놓았다는 점은 개발과 발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해 씁쓸함을 남긴다.
바다를 호령하는 자가 전 세계의 교역로를 호령한다.
교역로를 호령하는 자가 교역을 호령한다.
교역을 호령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움직인다.
따라서 교역을 호령하는 자가 세계를 호령한다. / 엘리자베스 1세의 고문이었던 월터 롤리 경의 글
중에서 138p


이어 4장에서는 인간이 이용하지 않았던 멀고 먼 공해까지 이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이제바다가 과학의 영역, 대양을 횡단하는 통신
케이블을 위한 산업 환경, 그리고 바다에 매료된 세대와 호흡을 같이 하는 문화적 대상으로 변모한 모습을 살펴본다. 여기에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이르면서 바다의 새로운 쓰임새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산업화에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프런티어’에 비유되기까지 하면서 개발과
무자비한 포획의 대상이 된 바다의 모습을 5장과 6장에 걸쳐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서 책의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 크게 대두되고 있는
해양 환경 위기에 얽힌 불편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직시해야 할 문제점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대서양을 관통하는 해저전신으로 심해의 발견이 이루어졌지만, 많은 이들은 해안에서 바다를 새롭게
발견했다. 해변에서 보내는 휴가라는 새 유행이 생겨나면서 해양생명체에 대한 과학적 관심이 급성장했다. 전통적으로 해변은 오늘날처럼 매력이 넘치는
장소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해변에서 식량으로 쓸 해초와 파도에 밀려온 쓸 만한 물건들을 찾아냈다. 난파선 약탈자들이 불빛을 밝혀 일부러
배를 좌초시킨 다음 해변으로 쓸려 오는 표류물을 인양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새로운 문화적 의의를 얻기 전의 해변은 식인종과 반란 세력,
난파선의 희생자들을 연상시켰다. / 176p
1968년 개럿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표명했다. 개인의 이익 때문에 목초지 같은
공유자원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경향을 설명하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는 바다의 자유를 간단히 언급하면서 어류와 고래가 공유자원 취급을 받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하자 카멜 핀리는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이 전 세계의 어업과 포경산업을 사적인 행동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사업으로 확립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타당한 주장을 제시했다. 진정한 비극은 하딘의 주장대로 공유재가 통제 불능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논지에
대한 판에 박힌 해석 때문에 해양자원의 과도한 이용을 촉진시키는 정책 및 신념의 기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되었다는 것이었다. /
246p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으며, 아니 바다의 역사를 쭉 살펴보는 내내 나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우리 조상을 형제
살해범이라 주장했던 부분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인류가 바다를 이용하고, 정복하고, 누리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이 담담한 표현 뒤에 잔인한
칼날을 드리우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과정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에 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바다를 보면 마냥 그
황홀한 광경에 가만히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인간과 더불어 함께 발전해갈 우리의 소중한 바다를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두가 고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