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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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를 받아야 하는 남자, 집을 구해야 하는 여자. 이 기묘한 동거, 괜찮은 걸까?

이 겨울, 단단했던 마음을 두드려줄 따뜻하고 유쾌한 로맨스 소설!

 

 

 

   티피의 페이스북으로 충격적인 메시지가 한 통 날아든다.

   ‘나는 널 내 집에 살게 해주고 있잖아? 네가 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어. 우리가 헤어진 게 너한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네가 아직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안다고. 하지만 네가 계속 이 집에 있을 생각이라면, 규칙을 좀 세워보자. 이제 지난 몇 달간의 집세를 내줘야겠어. 앞으로의 집세도 전액 지불해주기를 바라. 패트리샤가 그러는데, 네가 나를 이용해먹고 있대. 공짜나 다름없이 내 집에서 살고 있지 않느냐고.’

 

 

 

   연인이었던 저스틴이 어느 날 갑자기 패트리샤라는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더니 지난 몇 달간의 집세와 함께 집을 나가던지, 계속 있을 생각이라면 앞으로는 집세를 전액 지불하라며 결정을 내리라고 한다. 그간 싸우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기는 했어도 저스틴의 아파트에 계속 있는 한, 관계가 끝나는 일은 없었기에 티피로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결국 그녀는 친구인 거티와 모와 함께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해주는 집을 돌아다녀보지만, 런던에서 월 400파운드 이하의 조건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한 셰어하우스 광고가 그녀의 눈길을 끈다.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라고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야간과 주말에는 집에 없으니 그 사이에 살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 달에 350파운드라니! 친구들은 L. 투메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남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반대하지만 그녀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이 근사한 조건에 이미 끌리고 만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리언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리치를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자 여자 친구인 케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셰어하우스 광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케이는 티피가 여자라는 사실에 결코 탐탁지 않았지만, 리언을 대신해 그녀를 만난 후 마지못해 남자 친구와 이 낯선 여자가 한 침대를 공유하는 것을 수락한다. 이때부터 서로 얼굴도 모르는 리언과 티피의 특별한 시간차 동거가 시작된다. 라바 램프에 총천연색의 담요며 무시무시한 잡동사니 더미로 가득한 티피의 물건들이 리언으로서는 영 못마땅하긴 하지만 항상 맛좋은 요리를 해놓고, 다소 수다스럽긴 해도 그녀가 곳곳에 남겨놓은 포스트 잇 메모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는 일도 썩 나쁘지만은 않다. 비록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그렇게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하나의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공유한다.

 

 

 

그가 계란을 어떤 식으로 부쳐 먹는 걸 좋아하는지 나는 정확히 안다. 비록 먹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노른자가 흥건히 남아 있는 접시를 늘 본다. 거실의 빨래 건조대에 걸린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옷 입는 취향을 퍽 정확하게 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점은 그의 냄새를 안다는 것이었다. / 109p

 

 

 

 

 

  그러던 어느 날, 티피가 리언의 동생 리치로부터 걸려온 집 전화를 우연히 받으면서 그가 감옥에 가게 된 억울한 사연을 듣게 되고, 이를 친구이자 변호사인 거티에게 소개해줌으로써 티피와 리언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또 출판사의 책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는 티피가 출간 예정작인 캐서린의 코 바늘뜨기 행사를 리언의 병원에서 하게 되면서 마침내 두 사람은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리언을 만나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티피와 달리, 리언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은 크지만 어쩐지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아 숨어 다니기만 한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만난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은 기분,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고 원래 우리가 살던 방식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기분이 든 것이다. 이렇듯 만날 듯 만나지지 않고 엇갈리기만 하는 두 사람,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이렇듯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월세를 받아야만 하는 남자와 당장 집을 구해야만 하는 여자가 한 침대를 셰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타인과의 관계 앞에서 늘 절제하고 수동적인 성격을 보이지만 주말까지 반납할 정도로 죽어가고 있는 프라이어 씨의 옛 남자 친구를 찾아주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리언과 183센티미터라는 장신의 키가 콤플렉스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밀 줄 알고, 적극적으로 타인을 돕고 배려할 줄 아는 티피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이다. 비록 옛 연인인 저스틴이 이들 사이에서 훼방을 놓으면서 오해와 상처를 얻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으면서 이를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내 말 믿어요?”

“난 당신을 알지도 못하는걸요. 내가 믿고 말고가 왜 중요해요?”

“모르겠어요. 그냥…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을 믿을 수 있으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도 모르고 믿는다고 말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 114p

 

 

프라이어 씨_ 조언 하나 해도 될까, 리언?

고개를 끄덕인다.

프라이어 씨_ 타고난 자네의 성격… 그 절제하는 성격 때문에 망설여서는 안 돼. 그녀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어쨌거나 자네는 닫힌 책이잖나.

나_ 닫힌 책이요?

침대 시트를 매만지는 프라이어 씨의 손이 떨리고 있다. 차트에 적힌 예후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프라이어 씨_ 조용하고, 침울하지. 그녀는 분명 자네의 그런 점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자네의 그런 점이 두 사람 사이의 벽이 되게 해서는 안 돼. 나는 말하는 걸 너무 오래 미뤄- 이런저런 걸 너무 늦게까지 방치했지. 이제는 할 수 있었을 때 내가 원하는 걸 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젊을 때는 시간을 말도 안 되게 많이 낭비해버리곤 하니까. / 378p

 

 

 

 

 

 

   여기까지 보면 자칫 가벼운 로맨스라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은 일상을 마음대로 침범하고 연인을 향한 통제권을 잃지 않으려는 저스틴의 행동을 통해 ‘가스라이팅’ 즉 일종의 심리 조종자로서 정신적 학대의 그늘을 들여다본다. 가스라이팅이란, 가해자가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무력화시킨 후, 지배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를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 수법이다. 이는 티피가 새로운 남자와 친밀한 관계에 놓일 때마다 번번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로막히는 행동을 통해서 드러난다. 티피는 뒤늦게야 자신이 저스틴으로부터 데이트 폭력 즉, 각종 통제를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소설은 이를 심리 상담과 주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독자로서 이 대목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관계인데 그것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의심해보지 않음으로써 계속해서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항상 나쁜 남자에게 이끌려 구제불능의 상황에 놓였던 리언의 엄마처럼 말이다.

 

 

 

좋다. 흔치 않은 일이고, 좋은 일이다. 엄마에게는 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생기면 늘 같이 살았다. 누구를 만나든. 엄마는 꼭 리치가 경멸하고 나도 꼴 보기 싫어하는 부류하고만 엮였다. 엄마의 남자 취향은 구제불능이었다. 항상 나쁜 남자에게 이끌려 안 좋은 길로 샜다. 백 번도 넘게 한결같이. / 184p

 

 

 

 

 

  이렇게 『셰어하우스』는 낯선 남자와 같은 침대를 공유해야 하는 독특한 설정을 비롯하여 잘못된 관계의 상처를 극복하고 마침내 두 남녀가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셰어하우스라는 소재와 간결하고도 통통 튀는 대사,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은 지금 당장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마주 안아주고 싶게 만들 만큼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 자칫 예민할 수 있는 가스라이팅이라는 이슈를 적절하게 로맨스 속에 녹여냄으로써 읽는 재미와 생각할 거리까지 마련한 꽤 괜찮은 로맨스 소설인 듯하다. 다가올 겨울에 이불 속에 들어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읽기에 더 없이 좋아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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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과학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학 여행 여행도 교육이다
이정모 외 지음 / 상상아카데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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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과학의 원리를 놀면서, 경험해보면서 익힐 수 있는 즐거운 과학관 여행!

 

 

   소설 『아쿠아리움』에는 방과 후면 아쿠아리움으로 향하는 열두 살 소녀 케이틀린이 등장한다. 어류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소녀는 엄마가 일을 마치고 데리러 오기 전까지 아쿠아리움 속의 물고기를 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 소녀는 매일 밤, 잠이 들 때면 수천 피트 아래 저 밑바닥을 상상하곤 한다. 저 수압을 모두 견디며, 그러나 마치 쥐가오리처럼 미끄러지듯, 소리도 없이 한없이 가볍게 저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 솟아올랐다가, 저 깊고 어두운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소용돌이를 그리며 새로운 고원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멕시코나 괌, 북극이나 아프리카 어디라도, 물이라는 한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모든 곳이 소녀에게는 집이다. 이렇게 소녀는 매일 아쿠아리움 속에서 해양생물을 만나며 언젠가 따뜻하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성장한다. 아쿠아리움은 그런 곳이었다. 소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을 키워줬던, 바로 그런 곳 말이다.

 

 

 

   소설 속의 소녀처럼 우리가 사는 아주 가까운 곳에, 마치 도서관처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아쿠아리움이나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껏 눈으로 보고, 내일이면 또 볼 수 있는 그런 가까움 속에서 아이는 얼마나 많은 꿈을 키워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척에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나마 위안이 되면서 한편으로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에 무려 136개에 달하는 과학관이 있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몇 군데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서울시립과학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학 여행』을 읽고 우리나라 곳곳에 가볼 만한 양질의 과학관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과학이라는 커다란 틀 아래 다양한 영역의 전시관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과학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울시립과학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학 여행』은 바로 그런 기회를 널리 알려주고자 쓰인 좋은 과학책이다.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아주 멋진 과학관 여행

 

 

   『서울시립과학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과학 여행』은 서울시립과학관의 관장을 주축으로 다섯 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만든 청소년 과학책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과학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전국에 있는 다양한 과학관들을 특징별로 선별해 소개해놓은 책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시립과학관의 관장님이 우리 아이와 즐겨 봤던 <EBS 점박이 공룡대백과>에서 아이들에게 공룡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던 분이라 어쩐지 친근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주요 과학관을 소개함과 동시에 미리 익혀볼 수 있는 과학 정보, 과학관을 100배로 즐길 수 있는 방법, 과학관을 다녀와서 생각해볼 점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한 곳을 가더라도 풍성하게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 주위를 떠돌던 작은 먼지들이 뭉쳐져 탄생한 지구는 태양계에서 생명체를 품은 유일한 행성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생명체의 탄생과 멸종 등을 겪어온 지구의 발자취를 담은 1장에서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고성공룡박물관, 한탄강지질공원센터를 만날 수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는 5억 7천만 년 전의 바닷 속 생태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화석을 통해 지질 시대를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책에서는 고생대에 가장 번성한 생물인 삼엽충의 화석을 통해 당시 바닷 속 환경과 삼엽충과 같은 생물이 번창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어 우리 아이가 무척 좋아할 듯한 고성공룡박물관에서는 초기 시대부터 백악기 멸종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룡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실물 크기의 모형과 각종 다양한 화석, 공룡 발자국, 체험 행사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곳이라 조만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또 한탄강의 지질과 역사를 살펴보는 지질관, 그 속에서 피어난 삶과 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져 있는 지질 문화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질공원의 명소를 소개하는 지질 공원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탄강지질공원센터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지질과 지형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에 <바다탐험대 옥토넛>을 좋아하는 아이가 바닷 속에서 용암이 분출되는 광경을 보고 신기한지 나에게 “엄마, 이것 봐요. 용암이예요.”하고 영상이 나올 때마다 소리치곤 했는데, 한탄강지질공원센터에 가면 용암이 분출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하니 꼭 데리고 가봐야겠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우리나라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이에요. 중생대 백악기에 경상남도 고성은 거대한 호수였어요. 그리고 이곳에 거대한 파충류인 공룡들이 살았다고 해요. 고성군은 전역에 걸쳐 약 5,000여 점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알려져 있어요. 지금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공룡을 볼 수 없지만, 공룡은 화석이 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고성군은 국내 최초의 공룡전문 박물관을 시작으로 하여 다양한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는 상족암군립공원, 2006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에는 공룡과 관련된 체험과 즐길 것들이 풍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 ‘고성공룡박물관’ 중에서 46p

 

 

 

 

 

 

   지구는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환경과 생명을 돌보고 보호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데, 2장에서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들에 대해 알아보고 소중함과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관들을 소개한다. 전 세계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국립생태원,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다양한 생물자원을 만날 수 있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바다생물에 관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철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천수만과 서산버드랜드에서 다양한 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지난 해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전시 구성도 훌륭하고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보고 느낄 것이 많았던 곳이라 꼭 다시 가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바다 생물에 푹 빠져 있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여행지 리스트에 담아두고 챙겨 가보고 싶다. 책에서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해초와 해조류의 차이, 신비한 플랑크톤, 무척추동물, 모든 게들은 다리가 10개인데 킹크랩과 왕게만 8개인 이유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미리 읽어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가장 먼저 올리브나무가 눈에 띄네요. 올리브나무도 키가 크지 않고 심지어 잎도 작아요. 올리브나무의 잎은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살짝 코팅된 것 같은 왁스층으로 되어 있어요.

지중해 기후에 잘 적응하여 사는 여러 종류의 허브식물도 만날 수 있어요. 허브식물의 잎에는 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데, 동물들이 털이 난 식물의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방어를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해요. 향긋한 향을 가진 것이 많은데, 향 또한 곤충을 쫓아내려는 방어 수단이에요. 허브식물의 향을 제대로 맡으려면 잎 뒷면에 있는 샘을 살짝 문지르면 돼요. / ‘국립생태원’ 중에서 80p

 

 

생물들이 사는 세계를 생태계라고 하는데, 여기서 ‘계’는 ‘이을 계(系)’로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대부분의 종들이 다른 종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뜻해요.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그 종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그 종과 연관되어 있는 다른 종도 사라질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생태계가 무너지겠죠?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아주 작은 종, 그리고 너무 많아서 줄어들었으면 하는 종들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서는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에요. /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중에서 99p

 

 

 

 

 

 

   3장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과 물질들의 성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을 소개한다. 물의 신비한 도심 속 지하 여행을 살펴볼 수 있는 서울하수도과학관,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 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진천 종박물관, 건강하고 맛있는 김치를 통해 소중하고 알찬 과학 여행이 되어줄 뮤지엄김치간, 최무선과학관을 살펴볼 수 있다. 진천 종박물관에서 직접 타종도 해보고, 뮤지엄김치간을 오르는 계단에서 ‘아삭아삭’ 잘 익은 김치를 맛있게 씹는 소리를 즐기는 재미는 덤! 책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 물질인 물과 하수 시설의 중요성을, 우리나라 종과 서양의 종의 차이점과 종 제작법, 김치에 숨겨진 과학과 역사, 화약 제조와 관련된 정보들을 미리 얻을 수 있다. 이 중 가까이에 있는 편인 최무선과학관은 조만간 가보기로 마음을 먹은 만큼 최무선이 어떻게 왜구를 물리쳤는지 아이에게 책 속의 내용을 먼저 들려주고 떠나야겠다.

 

 

 

   4장에서는 2차 산업시대를 열어준 에너지와 관련된 전시관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은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지만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이라는 문제를 낳기도 했기에, 우리 아이들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와 번개과학관, 참소리측음기&에디슨 과학 박물관이 바로 그것인데, 특히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무료 입장인데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이렇게 환경 공원으로 탈바꿈을 하여 더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소개하는 전시관들은 대부분 처음 알게 된 곳들이기에 이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해 줄 5장에서는 홍대용과학관과 국립대구기상과학관, 화천조경철천문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을 소개한다. 이 중 국립대구기상과학관은 우리 가족이 한 번씩 찾아 가는 공원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엄마의 무지함에 한탄을 하며 당장 다음 주말에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가기 전에 날씨와 기후, 책에서 일러주는 바람에 관한 정보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일기예보가 무엇인지 뉴스를 미리 챙겨보는 것 또한 잊지 않고 말이다.

 

 

호모클리마투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호모클리마투스는 기후 변화와 이상 기후에 대응해서 삶의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인간을 뜻해요. 오존층 파괴를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집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기후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간이예요.

우리 친구들도 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서울에너지드림센터를 찾아 호모클리마투스가 되어 보아요. /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중에서 182p

 

 

자동차에 탑승 후 직접 시뮬레이터를 운전하며 우주 행성들의 표면을 탐방하는 우주 지질 탐험고 인기가 있어요. 낙하기구를 타고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무중력 체험도 해 보세요. 마치 내가 우주인이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또 행성이 공전하는 원리를 자전거를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원심력 자전거 체험도 있고, 날아오는 운석을 시뮬레이션으로 피하는 인터렉티브 게임도 있어요. 신나고 즐거운 체험 덕분에 과학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특히 트릭아트 포토존이라는 곳에서 찍은 사진은 홍대용 과학관 여행을 추억하는 좋은 선물이 될 거예요. / ‘홍대용과학관’ 중에서 228p

 

 

대기 속의 이산화 탄소, 수증기, 오존 등의 기체들은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일부를 저장하여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를 약 15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는데, 이를 온실 효과라고 해요. 그리고 이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 탄소, 수증기 등의 기체를 온실 기체라고 해요. 온실 효과가 없다면 지구 표면의 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해요.

온실 효과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다룬 재난 영화들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온실 기체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 큰 재난이 올 수도 잇지만 온실 효과는 마냥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현상이에요. / ‘국립대구기상과학관’ 중에서 242p

 

 

 

   끝으로 6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옛것을 새것으로 재탄생시키거나 혹은 첨단 IT 기술을 만나 미래를 만드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꿈의 공간들을 소개한다. 기술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세운전자박물관이 있는 메이커시티, 세운과 폐기물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는 서울새활용플라자, 우리나라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넥슨이 만든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차례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가치가 없다고 믿었던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과학의 미래를 엿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특별한 장소가 될 듯하다. 이 외에도 책은 서울시립과학관과 광나루안전체험관, 전국의 과학관 리스트와 주제, 주소 및 예약 문의 번호까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내 지역에 어떤 전시관들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먼 지역의 경우라 하더라도 전시관을 중심으로 아이와 함께 과학 여행을 계획해본다면 더없이 좋은 경험과 체험, 기회가 되어 아이는 쑥쑥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번에는 여기를 가봐야지, 다음에는 여기를 가봐야지, 이걸 아이에게 들려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엄마인 내가 더 설레었다. 마침 책상 위에 이 책을 읽다가 올려두었는데, 첫째 아이가 “엄마, 이거 내 책이야? 나 읽어도 돼?”하고 페이지를 넘겨보기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고나 할까. 철저히 문과형으로 자라온 엄마로 아이에게 과학을 접할 기회를 잘 주지 못했는데, 책상에 과학책들을 그냥 올려두기만 해도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기 전 머리맡에 이제는 과학책도 올려두고, 과학관 여행도 다니면서 아이가 즐겁고 자연스럽게 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아들, 우리 당장 다음 주에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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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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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믿어줄 때 아이는 커간다!

사교육 없이 책으로 아이의 공부머리를 키운 하은맘의 산전수전 책유아법!

 

 

 

   해가 바뀌면 큰 아이가 6살이 된다. 그간에는 엄마표 놀이와 공부, 책읽기 중심의 교육으로 사교육을 대신해왔던 터라 앞으로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일부 주변에서는 유명 브랜드 학습지에 맨투맨 스쿨, 주말에는 문화센터와 학원을 병행하며 꽤 많은 시간을 아이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내심 과한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엄마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까닭이다. 글밥이 적당한 책은 혼자서 읽고, 덧셈이나 뺄셈 같은 수와 셈 영역도 좋아해서 관련 학습지도 앉아서 몇 장이나 풀 만큼 집중력도 있는 아이라 이 정도 수준만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지만 가끔씩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인가보다. 문제는 7살이 되면 곧 초등학생이 된다는 이유로 사교육의 유혹은 더 거세질 것이고 나는 또 어김없이 이리저리 나부낄 텐데, 중심을 잃지 않고 내가 지향하는 교육을 아이와 건강하게 실천할 수 있을까.

 

 

 

   여기, 엄마의 불안에 매질이라도 하듯 단호하게 소리치는 엄마가 있다. “아직도 돈 버리고, 삽질하고, 애 잡고 앉았냐? 지성, 감성, 인성까지 다 가진 아이로 키우는 법, 책육아(머리 독서)랑 바깥놀이(몸 독서)가 함께 가야 정답인 거야!” 바로 육아계의 불온서적이라 불릴 정도로 『불량육아』와 『닥치고 군대 육아』를 통해 거침없이 짱똘을 날렸던 ‘지랄발랄 하은맘’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사교육에 휘청거리는 엄마들의 정신줄 붙드는 멱살잡이 협박 에세이와 함께 돌아왔다. 이름마저도 어쩐지 파격적이고 마음을 후려치는 듯한 『십팔년 책육아』다. 학원, 학습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육아와 바깥놀이로 만 16세에 연세대 정시 최초 합격을 이루어낸 하은이의 독서 교육법을 소개한 책이다. 오늘도 아이의 육아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엄마들에게 뼈때리는 한 방,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는 특유의 화법에 얼얼하다가도 어느새 흔들리지 않으려는 단호함이 내 안에 들어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공부머리를 만드는 책육아의 놀라운 힘

 

 

   시중에 나온 여러 자녀교육서를 살펴보면 그 모든 책에서 빼놓지 않는 것은 단연 ‘책읽기’다. 세계사를 불문하고 수많은 구루와 성공의 법칙을 논하는 이들도 모두 한입 모아 책이야말로 가장 명쾌하고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답이라고 말한다. 『십팔년 책육아』의 저자 하은맘 역시 책육아 만큼 탄탄한 커리큘럼, 저렴한 비용, 깊이 있는 몰입을 제공하는 육아법은 지구상에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책육아란, 영유아 시절엔 다른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고 널널한 시간 속에서, 엄마 옆에서, 자연 속에서 실컷 놀면서 책과 함께 커가고, 각종 퍼포먼스와 비싼 교구, 방문 샘마저도 들이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노는 와중에 아이의 인성과 지성, 감성을 책으로 다져가는 것이라 정의한다.

 

 

 

근데 이거 시켜라, 저기 보내랴, 거긴 어떠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빈틈없이 시간표 짜는 사이 순식간에 돈 탈탈 털리고, 힘들다는 아이한테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니?” 잔소리하며 억지로 밀어 넣어 엄마랑 사이 나빠지고, 엄마는 서두르는 사람, 자기 못마땅해하는 사람으로 아이 뇌리에 고스란히 문신으로 박힐 터. 근데도 사교육, 선행 지금 안 하면 남들 앞서가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고, 기초 안 잡혀서 고학년 올라가면 정신없이 헤매다가 그땐 이미 늦어서 따라갈 수 없다고 땅 치고 후회할 것 같다? 딱 그런 공포심을 이용하는 게 바로 이 나라 사교육 시장의 경제 원리다. / 16p

 

 

 

   책의 첫 장에서는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고 책육아를 중심으로 한 특별한 교육관을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책육아를 지도하기 앞서 일단 그녀의 교육 신조부터 퍽 인상적이다. 그녀는 하은이를 키우면서 아날로그로 사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진짜 만남, 진짜 경험, 진짜 대면, 진짜 느낌. 가상현실이나 디지털 창을 통한 허깨비 같은 관계가 아닌 진짜 현실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뭘 더 많이 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짓 ‘안’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었고, 뻑 가는 장난감들에 물들어버리기 전에 책을 친구로 만들어줌으로써 인생의 진짜 멋진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또 고된 육아를 엄마 혼자서 끙끙 싸매느라 아이에게 감정을 소비하기보다 아이도 집안일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아이 스스로 느끼고 해보고 난관에 부딪쳐보고 실수도 해봐야 진정한 자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담으로 일러준다.

 

 

 

 

 

 

   이 중 나를 반성하게 한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뭔가를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것이 보기 싫어서 그렇게 닦이고, 주의를 주었던 일이다. 아이의 몰입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엄마인 내가 나서서 방해했던 것이다. 저자 역시 시간이 지나고서야 딸의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어린 시절의 ‘뻘짓’들이 그야말로 심층 훈련이었고, 몰입 연습이었고, 스킬 향상의 지름길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냥 뻘짓같아 보이는 저 무한 반복의 시간에 아이는 몰입하고 있었고, 절절히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집 더러워진다고, 치우기 힘들다고 그런 사소한 이유로 아이를 절대 막지 마라는 그녀의 충고는 의미 있는 교훈이 되었다.

 

 

‘메타인지’는 본인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히 아는 인지 능력, 학원에서 얼추 들었던 내용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거야. ‘메타인지’가 결국 입시 공부에서 성패를 좌우해. 단시간의 수능 공부로 하은이가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도 바로 이 ‘메타인지’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봐.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빨리 분별해낸 덕에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거야. 고학년 오를수록 지 호기심, 의지로 공부하는 거라는 거 잊지 마. / 35p

 

 

 

  2장과 3장에서는 본격적인 책육아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그녀는 그림에 홀려서 보다 보다, 엉겁결에 옆에 있는 글씨도 보다 보다, 어영부영 한글, 영어까지 깨우치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에 따라 엄마들에게 그림책 육아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특히 아이가 부담 느낄까 봐, 엄마가 두렵다고 영어책 안 읽어주고 밍기적거리다 영어에 대한 편안하고 흥미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영어그림책부터 읽어줄 것을 강조한다. 또 아이가 책을 안읽는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식탁 위, 화장실 안, 잠자리 머리맡, 차 안, 어디든 애 손 닿을 데 책을 놔두고, 여배우 뺨치는 연기력으로 오만 재주 부리고 칭찬해줘 가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는 꼭 읽기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엄마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도서관에 가거나 빌려 보는 책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양질의 동화책, 소설, 단편, 문학, 인문, 과학, 역사책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수시로 읽히고 오랜 시간 습관을 들여서 도서관을 가도 서점을 가도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은맘이 생각하는 엄마표 영어는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열 차게 가르치고, 주입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다. ‘영어책 읽기’를 기반으로 영어 듣기 환경을 조성해야 해. 나 또한 수시로 이리저리 영어 환경 바꿔가며 실패도 해봤다. 그 과정에서 애 안울리고 주눅 들게 안 하고 부담 안주면서 픽처북 읽기→리더스북 읽기→챕터북 집중 듣기→챕터북 집중 읽기→영어 소설 읽기까지 이어져 오는데 험난했다. 휴~ / 106p

 

 

애 끼고 키워본 엄마 눈에는 보일 거다. 내 아이와 오~랜 시간을 같이 붙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다 보면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고 찾아보고 싶어 해. 그 불꽃 같은 호기심, 타오르는 탐구욕! 엄마가 아이 호기심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반응해주고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노출해준 아이 중에 ‘앎’에 대해 열광하지 않는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 꽝꽝꽝! 그러니 책육아 안 할 이유도, 중간에 그만둘 이유도 없지 않소. / 125p

 

 

그 자연과학의 방대한 지식들이 아이의 평생을 이어갈 ‘학문의 불꽃’이 되고, 엄마와 재잘거렸던 애착 대화들은 그 아이 인생의 ‘심리적 배후’가 되어 그 어떤 시련을 만나도 ‘나한텐 엄마가 있는데 뭐 그까이꺼~!’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뚫어내고, 그 난관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딛고 일어서서 쭈~욱 성장해나가는 거다. 몸으로 많이 놀고, 운동 많이 한 애들이 단연 머리도 좋아. 뇌는 생각의 근육이거든. 몸 근육의 발달이 뇌세포 발달로 이어지고,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뉴런이 자라나 점점 더 머리 좋은 아이가 되는 거라고. / 136p

 

 

 

 

 

 

   책을 읽으며 책육아의 노하우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교육에 관한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엄한 곳에 돈으로 충족시키기보다 진짜 아이에게 필요한 곳에 쓰이는 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녀는 돈이 들 것도, 남 신경 쓰며 이것저것 챙겨 입히고, 들러 매게 할 것도 없다며 말하길, “내 아이 자체가 정답이고, 명품이고, 보석이라는 확신만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된다. 돈은 차곡차곡 강제로 모아뒀다가 물건이 아닌 ‘경험’에, 관광 여행이 아닌 ‘봉사 여행’에, 의미 없는 모임이 아닌 ‘진정한 만남’에, 주입식 학원 뺑뺑이가 아닌 ‘학습 탐사’에 쓰자고, 근사하게. 돈은 이렇게 쓰는 거다.”고 단언한다. 학습이든, 봉사든, 여행이든 뭐가 됐든 애가 두 눈을 부라리며 나 꼭 가보고 싶다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오래 꿈꾸고 준비했다고 할 때 “그래, 네 돈 많이 모아놨어. 이것 봐! 뭐든 해! 어디든 가봐!” 하고 훨훨 나는 애 뒤에서 팔짱 끼고 있는 ‘어깨 뽕 음흉 미소 개간지 모친’이 되어보는 것, 참 멋진 엄마 같지 않은가.

 

 

 

믿어줘.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애도 못 믿어. 그럼 이토록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 눈을 보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버린다구. 불안하면 망해. 육아는. 알겠어? 모든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야. 아이는 엄마의 거울일 뿐이고. 엄마의 불안, 긴장, 두려움을 오만 짓거리로 비춰줄 뿐이라고. ‘불안’은 애미의 후진 과거의 흔적에서 오는 거지 애한테서 오는 게 절대 아니다. 못난 놈도, 이상한 놈도, 덜 된 놈도 없어. 애미 불안이 애를 망치지 않게 세상에서 눈 돌려 아이만 봐. 분~명히 어제보다 컸어. 이제 너만 크면 돼. / 269p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직설적이고 단호한 화법에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엔 아이 앞에서 불안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라는 그녀의 확신에 찬 조언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에 따라 아이의 세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그녀가 주장하는 것들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고,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컷 놀면서 엄마의 의지가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살며 책육아로 큰 아이는 인생에서 꼭 통과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입시에서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엄청난 몰입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 그러니까 초·중·고등을 지나 평~~생에 걸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 이것만큼은 꼭 엄마가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독려하고 함께 풀어야 할 절대적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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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최혜미 지음 / 푸른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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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이제는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관심을 보여야 할 때!

월경전증후군에서 부종, 자궁근종에서 난임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생각지도 못했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와 달리 간호사 선생님이 추가 요금을 내면 더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며 팜플렛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꼭 해야 하는 거예요?”하고 물으니 “산모님 나이가 이제 고령임신에 해당되셔서 필요하시면 더 정밀하게 검사를 해드리는 거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뜨악했다. 내 나이 서른다섯 살, 의료상으로 벌써 고령이니 노산이니 하는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후 나는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있지도 않았던 임신성 당뇨까지 진단을 받아 출산하기 전까지 매일 혈당검사를 하며 관리대상(?)이 되었고, 이게 다 노산의 비애가 아니겠냐는 씁쓸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서른다섯에서 하나를 더해 어느 덧 서른여섯이 된 나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체력의 한계와 더딘 다이어트, 고관절 통증까지 얻은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내 몸 관리과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튼튼한 내 몸 하나가 큰 자산이라고 믿었던 나를 배신하듯 삐걱대는 소리가 몸 곳곳에서 들려오는 까닭이다. “이제 너 예전 같지 않다. 신경 써야 해.”라던 엄마의 말이 결코 잔소리가 아님을 내 몸이 스스로 아우성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는 나에게 있어 가장 적절한 순간에 꼭 필요한 책이 되어주었다. 30대 중반을 지난 여성들의 몸과 마음의 문제에 이토록 귀 기울인 책이 있었던가. 나이를 떠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고자 하는 여성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내 몸을 알아야 하는 나이는 따로 없다

 

 

   왜 서른다섯인가. 앞서 산부인과에서 나의 나이가 서른다섯이라는 이유로 고령임신에 속한다는 말을 들었듯, 미국의 <부인과 및 부인과 국제위원회>와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황제내경』에서도 모두 서른다섯을 기점으로 여성의 건강이 쇠락하기 시작한다고 보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는 여성의 건강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일 테다. 때문에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에서는 첫 장에서부터 서른다섯 이후의 여성이 의학적으로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여러 위험요인과 대처 방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는 난소의 기능 저하, 여성의 몸에서 일생을 거쳐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기관인 자궁 질환, 유방암, 임신과 출산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갑상선 기능 이상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수면과 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우리 몸이 스스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노화를 막고, 혈이 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활한 혈액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단순한 아기집이 아니라 여자의 혈맥이 모이는 결정체로 봅니다. 맥이란 기와 혈이 흐르는 인체의 가상경로로, 인체가 생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의 흐름을 말합니다. 결국 여자의 맥은 자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지요. 《동의보감》에서는 자궁을 포궁 혹은 포문이라 하여 “태아가 들어 있는 곳”이라는 해부학 인식을 포함해 여자 몸에서 여러 맥이 모이는 곳이자 인체의 안팎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정의합니다. 자궁은 설명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 건강의 핵심이자 중요한 지표인 셈이지요. / 23p

 

 

조직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않으면 부분 노화가 일어납니다. 장기의 세포 기능을 정상화하는 가장 빠른 길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고,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대부터 이어져온 “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충고에는 사실 깊은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 51p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소하게서부터 고통스럽기까지 다양한 월경전증후군을 겪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월경전증후군을 앓기 시작했는데, 한의원에서 약도 지어먹고 심지어 결혼 후에는 임신인 줄 착각도 여러 달에 걸쳐서 할 정도였다. 책에 의하면 월경전증후군이란 월경 시작 전 황체기 동안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신체와 정신, 행동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즉, 가임기 여성이 대략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는데 출혈이 있기도 전에 몸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고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정신과 신체 증상을 포함해 개별 증상이 200가지가 넘고, 가임기 여성의 75퍼센트가 이 가운데 한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국제질병분류에서는 여러 증상 가운데 대표되는 일곱 가지를 선별하여 주요 증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크게 ‘경미한 심리적 불안’, ‘더부룩함’, ‘체중 증가’, ‘유방 압통’, ‘근육통’, ‘집중력 저하’, ‘식욕 변화’로 간추려진다. 극도의 더부룩함과 메스꺼움, 체중 증가, 유방 압통은 나 역시 자주 겪는 월경전증후군 중에 하나다. 책은 각각의 대표 증상에 따라 그에 걸맞은 맨투맨 해법을 제시한다. 이를 테면 경미한 심리적 불안과 집중력 저하 시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의 중요성을, 더부룩한 증상에 대해서는 변비를 해소하는 법을, 체중 증가와 식욕 변화의 증상에서는 붓기를 막는 식습관을, 유방 압통과 근육통의 경우에서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법을 살펴본다. 이 외에도 흔히 여성들이 겪는 불규칙한 월경주기와 수족냉증, 그리고 열증과 부종 등의 증세에 대한 해법도 함께 소개한다.

 

 

 

체중 증가와 식욕 변화는 가장 흔한 월경전증후군 증상 중 하나입니다. 평소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시기가 오면 각종 디저트나 군것질거리 같은 단맛이 당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월경 전 몸이 받는 스트레스에 보상하는 작용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입니다. 몸에 들어온 단당류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일시적으로 돕거든요. 하지만 단당류를 많이 먹을수록 몸은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부종이 심해집니다.

더구나 몸속에 염분과 수분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는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세포 사이사이에 수분을 붙잡아두는데 이 때문에 부종이 더 심해집니다. 월경 전에 식욕이 좋아져 실제 살이 찌는 경우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건 몸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 때문이지요. / 87p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개수의 난자를 차례차례 준비해서 내놓는 것이 난소의 일이니 35년간 긴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지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구나 난소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 요인만큼 후천 요인도 커서 참견하고 훈수를 두는 ‘환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점점 심해지는 스트레스, 일 때문에 흐트러진 생활 리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영향 불균형, 반복된 다이어트와 비만 사이에서 깨져버린 체지방 균형까지 다양하지요. / 109p

 

 

내 나이를 가장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과거의 내 체력을 맹신하지 않는 겁니다. 30대는 30대에 맞게, 40대는 40대에 맞게 하루하루 생활 리듬을 조정해야 합니다.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규칙한 월경은 지금 당신의 생활에 무리가 있다고 경고하는 신호입니다. / 116p

 

 

 

 

 

 

   책에서 언급하길 2015년 <SBS 스페셜> ‘병원의 고백1부: 너무나 친절한 의사들’ 편에서 “자궁은 없어도 그만인 쓸모없는 기관이니 절제해버리자는 권유를 많이 한다”거나 “혹 열 개를 떼는 건 수술이 오래 걸리니 자궁 하나 뚝딱 잘라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고백은 그것이 의료상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문득 나는 엄마가 자궁암을 앓아 자궁적출술을 시행했던 일이 떠올랐는데, 당시에는 자궁이며 암이며 너무나 무지했던 탓에 엄마가 자궁을 몸에서 드러내는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게 이제 와서 많이 죄송스러워진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듯 자궁을 드러내는 일에 쉽게 동조했고, 그 이후에 엄마가 느꼈을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상처들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참 후회가 된다. 여성을 상징하는 장기를 잃었다는 심리적 상실감을 엄마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덕분에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내내 남는다. ‘기억해주세요. 자궁은 그저 임신과 출산이 아니면 더 이상 필요 없는 장기가 아니라는 것을요. 치명적이지 않다면 내 장기를 최대한 보존하겠다는 선택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의학적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내 몸에 관한 의학 정보는 누구도 아닌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처럼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을지도 모르는 각종 증상이나 질환에서부터, 서른다섯 이후에 마주하게 될 신체적·정서적 노화의 과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본 건강 서적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 외에도 주변에서 많이들 고민하고 있는 난임 문제와 임신에 관련된 온갖 속설과 진실, 또 건강한 산후조리법과 나아가 완경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한정을 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에게도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진짜 중요한 것은 질환이 아니라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모든 여성들이 자신을 더 사랑해줄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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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연예인 출산 3개월 만에 OOkg 감량!”, “OOO, 두 아이 엄마 몸매 맞아?”

   출산 후 여자 연예인이 연예 뉴스 면에 나올 때면 꼭 이런 헤드라인이 등장한다. 출산한 지 불과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아랫배가 쏙 들어가고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날씬한 몸매를 하고서. 올해 둘째 아이를 출산한 나로서는 이런 기사가 썩 달갑지 않다. 내 몸 관리에 투자를 할 여력이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부족한 나는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처럼 되지 못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출산을 하고서도 날씬해야 하고, 아이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관리된 몸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나만 불편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미련해보이고 싶지 않아서, 관리 안하고 늘어져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먹는 양을 절반씩 줄이고 틈틈이 훌라후프와 세라밴드를 이용하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홈트’ 영상을 따라하면서 그렇게 감량한 지 3개월 만에 나는 딱 임신 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기띠를 하고 석 달 내내 하루에 만 걸음 이상을 걸었던 게 무리였는지 고관절 통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저 내 몸 하나 믿고, 빠지는 몸무게를 보니 즐거워서, 출산 후라는 것도 잊었다가 결국 지금은 운동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다시 몸무게는 오르고, 그렇게 오르는 몸무게를 보며 자괴감과 불안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육아를 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얻고, 출산 후에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었더라면 체중계에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몸무게에 집착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죄책감이라도 느끼듯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면서 운동을 단순히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지금 나의 몸을 어서 벗어나고 바꾸어야 할 수치스러운 ‘나쁜 몸매’로 해석하고, 미용 목적 혹은 나의 몸을 성적 대상의 맥락-남자친구가 싫어한다, 남편이 좋아한다-에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각종 미디어나 SNS를 통해 자기 관리와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내가 생각하는 운동이란 무엇이고 나에게 맞는 운동이란 무엇인지부터 우선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확천근의 꿈, 금메달 따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니까요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 운동 센터의 ‘회원님’으로 살아온 작가 이진송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란 에세이가 이목을 끈다. 스스로를 운동 유목민이라 자처할 만큼 그녀는 ‘체험판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 운동, 저 운동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헬스, 복싱, 수영, 댄스, 요가, 스쿼시, 아쿠아로빅, 승마 등등 줄을 잇는 그녀의 운동 경험담을 보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야말로 ‘운동 센터 기부 천사’라고 할 만하다. 그러다보니 매번 운동의 재미에 푹 빠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여러 운동을 전전하는 가운데 겪게 되는 불편한 현실과 사회적 시선을 기록한 그녀의 글은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정도 체력이라는 말이 있던가. 둘째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그때부터 저녁 준비에 틈틈이 첫째 아이와 놀아주고, 그 사이에 둘째 아이가 울면 달래주고 그러다보면 저녁 식사 시간이고, 설거지와 정리로 마무리를 하고 나면 곧바로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한다. 자장자장, 토닥여주다 내가 까무룩 잠이 들기 일쑤고 얼마 자지 않았던 것 같은데 둘째 아이가 새벽에 자지러지게 운다. 이런 일상이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보니 간혹 너무 지친다 싶으면 아이의 사소한 짜증에도 울컥 화가 치민다. 저자 역시 마법의 단어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갉아 먹히는 기분을 수시로 마주하는 모양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실수에도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퇴근하고 만나는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고 고백한다. 아, 이러다 나는 결국 짓무르고 터지겠구나. 일터가 나를 빨아먹는 대로 내버려뒀다가는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겠구나, 하고 점점 실감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간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체력을 키우고 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니 몸의 변화는 내가 가장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복근과 등근육이 발달하면서 구부정하던 자세가 많이 좋아졌고, 통증이 사라졌다. 예전보다 근육이 더 단단해졌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훨씬 수월했다. 변수가 있는 검사 기기보다 나의 24시간을 운영하는 동력에 집중하자 성과에 대한 집착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도 황의 말처럼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무언가를 조금씩 적립하는 중이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 66p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에 의하면 ‘어린 자녀에 관련된 질문’에서 ‘내 딸이 과체중인가요?’라는 질문이 아들의 과체중을 묻는 질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았다고 한다. 딸의 체중은 전 세계 양육자, 특히 유전자를 나눈 부모,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 여성복의 사이즈는 44, 55, 66으로만 삼분할되고 이 중 어디에 속하는지가 여자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굳게 믿는 세상에서, ‘표준’이라고 제멋대로 설정한 사이즈보다 몸이 크면 별의별 차별과 혐오 발언을 듣는다. 운동에서라고 예외는 없다. 운동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항상 날씬하고 날렵하다. 가늘고 탄탄한 몸은 여성 운동의 궁극적 목적이나 결과로 제시된다. 오히려 건강한 몸이 아니라 마른 몸을 추구하고, 표준 체중이 아니라 근거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를 미용체중에 몸의 무게를 맞춰 그것을 이상적인 몸매라고 부추긴다. 많은 운동이 남자의 몸은 ‘키우고’ 여자의 몸은 ‘줄이는’ 데 치중한다는 사실에서도 성별의 격차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저자는 운동 열풍이 부는 한편으로는 ‘마르고 탄탄’한 몸을 관리 능력, 운동 내공으로 환산하는 기묘한 공기에 우려를 표현하며 자신의 경험담과 이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함께 고민해본다. 그 과정에서 몸매 타령밖에 못 하는 빈약한 상상력은 뭇매나 맞으시라, 이 통쾌한 한 마디가 가슴을 뚫는다.

 

 

 

남학생의 운동장과 여학생의 운동장은 신체 활동과 운동의 기회 여부에 따라 다르게 구획되는 ‘장소’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에게 전유되는 현상을 지적했다가 ‘운동장 여교사’로 불리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받아들여야 할 텐데. 운동장의 성별 불균형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한 의제다. 운동장은 여학생을 밀어낸다. 동시에, 학교의 교육과 우리 사회의 규범을 체화한 여학생도 운동장을 밀어낸다. 이는 결국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운동 그 자체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 41p

 

 

여자의 물리적 힘 행사를 괴상하고 기이한 것, 특별한 폭력성의 표출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관습 안에서 복싱과 주짓수는 황에게 자신의 힘을 긍정하고 정확하게 행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도, 황은 운도 따랐다. 좋은 관장님과 선생님을 만나, ‘운동하는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라보는 나’에 구속되지 않고 운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재미가 아니라면 아무리 당위가 충분해도 꾸준히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운동은 몸과 마음이 모두 따라야만 하는 행위다. / 67p

 

 

 

 

 

 

   이렇듯 여성으로서 운동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들을 마주하다보면, 그 속에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운동을 하고 또 중심을 잡아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을 보다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나는 그동안 내 몸을 그저 빼야 할 대상, 가꾸기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왔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날씬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몸에 스트레스만 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덕분에 이제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부상의 위험을 줄이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우선 내 몸에 대해서 샅샅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와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똑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나는 다른 조건과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개인차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토익 학원에 등록한다고 모두가 원하는 토익 점수를 따는 게 아니듯이, 수영을 배우러 가도 모두가 같은 속도로 4주 안에 자유형을 마스터할 수 없듯이, 수치 하나하나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살이 쪘다고 죄송해할 이유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지금의 시행착오를 거쳐 생존 수영 교육이 안정적으로 안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름다운 영법이나 기록, 다이어트의 효과보다 수영의 효용이 더 부각되기를 바란다. 수영뿐만 아니라 수영에 대한 개인의 능력치나 신체 조건, 심리적 부담감이 다르다는 사실도 함께 교육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뻔히 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연예인을 억지로 물에 빠뜨리는 예능을 재미있다고 내보내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감수성 교육이 필수적이다. 개인의 특성까지 고려하는 수영 교육이라니, 일견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더디더라도 꼭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 공교육의 존재 이유다. / 94p

 

 

산을 오를 때 목표만 보는 사람이 있고, 눈앞의 풍경과 꽃과 풀과 흙과 나무의 냄새를 더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운동의 궤적은 퀘스트를 깨듯 쭉쭉 나아가기만 하는 전진형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어진 지점을 찍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나선형에 더 가깝다. 변화하는 몸은 ‘이미 깬 판’과 달리 ‘나’와 단절되거나 지나가지 않고, 매번 똑같은 위기나 다른 변수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니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167p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그간 운동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내 몸에 대해 가졌던 죄책감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런 것 저런 것 다 차치하고 이 작가의 유쾌하고 찰진 입담 때문에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래서 운동의 재미니 건강의 중요성을 떠나 그냥 작가의 입담에 빠지는 재미라도 느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나는 그간 고관절 통증으로 내려놓은 운동이 내내 마음에 쓰였는데, 살을 빼는 게 목적이 아닌 고관절 강화와 체력 키우기에 중점을 둔 운동법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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