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최혜미 지음 / 푸른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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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이제는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관심을 보여야 할 때!

월경전증후군에서 부종, 자궁근종에서 난임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생각지도 못했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와 달리 간호사 선생님이 추가 요금을 내면 더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며 팜플렛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꼭 해야 하는 거예요?”하고 물으니 “산모님 나이가 이제 고령임신에 해당되셔서 필요하시면 더 정밀하게 검사를 해드리는 거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뜨악했다. 내 나이 서른다섯 살, 의료상으로 벌써 고령이니 노산이니 하는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후 나는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있지도 않았던 임신성 당뇨까지 진단을 받아 출산하기 전까지 매일 혈당검사를 하며 관리대상(?)이 되었고, 이게 다 노산의 비애가 아니겠냐는 씁쓸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서른다섯에서 하나를 더해 어느 덧 서른여섯이 된 나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체력의 한계와 더딘 다이어트, 고관절 통증까지 얻은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내 몸 관리과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튼튼한 내 몸 하나가 큰 자산이라고 믿었던 나를 배신하듯 삐걱대는 소리가 몸 곳곳에서 들려오는 까닭이다. “이제 너 예전 같지 않다. 신경 써야 해.”라던 엄마의 말이 결코 잔소리가 아님을 내 몸이 스스로 아우성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는 나에게 있어 가장 적절한 순간에 꼭 필요한 책이 되어주었다. 30대 중반을 지난 여성들의 몸과 마음의 문제에 이토록 귀 기울인 책이 있었던가. 나이를 떠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고자 하는 여성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내 몸을 알아야 하는 나이는 따로 없다

 

 

   왜 서른다섯인가. 앞서 산부인과에서 나의 나이가 서른다섯이라는 이유로 고령임신에 속한다는 말을 들었듯, 미국의 <부인과 및 부인과 국제위원회>와 한의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황제내경』에서도 모두 서른다섯을 기점으로 여성의 건강이 쇠락하기 시작한다고 보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는 여성의 건강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일 테다. 때문에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에서는 첫 장에서부터 서른다섯 이후의 여성이 의학적으로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여러 위험요인과 대처 방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는 난소의 기능 저하, 여성의 몸에서 일생을 거쳐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기관인 자궁 질환, 유방암, 임신과 출산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갑상선 기능 이상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수면과 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우리 몸이 스스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게 함으로써 노화를 막고, 혈이 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활한 혈액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단순한 아기집이 아니라 여자의 혈맥이 모이는 결정체로 봅니다. 맥이란 기와 혈이 흐르는 인체의 가상경로로, 인체가 생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의 흐름을 말합니다. 결국 여자의 맥은 자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지요. 《동의보감》에서는 자궁을 포궁 혹은 포문이라 하여 “태아가 들어 있는 곳”이라는 해부학 인식을 포함해 여자 몸에서 여러 맥이 모이는 곳이자 인체의 안팎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정의합니다. 자궁은 설명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 건강의 핵심이자 중요한 지표인 셈이지요. / 23p

 

 

조직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않으면 부분 노화가 일어납니다. 장기의 세포 기능을 정상화하는 가장 빠른 길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고,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대부터 이어져온 “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충고에는 사실 깊은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 51p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소하게서부터 고통스럽기까지 다양한 월경전증후군을 겪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월경전증후군을 앓기 시작했는데, 한의원에서 약도 지어먹고 심지어 결혼 후에는 임신인 줄 착각도 여러 달에 걸쳐서 할 정도였다. 책에 의하면 월경전증후군이란 월경 시작 전 황체기 동안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신체와 정신, 행동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즉, 가임기 여성이 대략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는데 출혈이 있기도 전에 몸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고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정신과 신체 증상을 포함해 개별 증상이 200가지가 넘고, 가임기 여성의 75퍼센트가 이 가운데 한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국제질병분류에서는 여러 증상 가운데 대표되는 일곱 가지를 선별하여 주요 증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크게 ‘경미한 심리적 불안’, ‘더부룩함’, ‘체중 증가’, ‘유방 압통’, ‘근육통’, ‘집중력 저하’, ‘식욕 변화’로 간추려진다. 극도의 더부룩함과 메스꺼움, 체중 증가, 유방 압통은 나 역시 자주 겪는 월경전증후군 중에 하나다. 책은 각각의 대표 증상에 따라 그에 걸맞은 맨투맨 해법을 제시한다. 이를 테면 경미한 심리적 불안과 집중력 저하 시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의 중요성을, 더부룩한 증상에 대해서는 변비를 해소하는 법을, 체중 증가와 식욕 변화의 증상에서는 붓기를 막는 식습관을, 유방 압통과 근육통의 경우에서는 생활 습관을 바꾸는 법을 살펴본다. 이 외에도 흔히 여성들이 겪는 불규칙한 월경주기와 수족냉증, 그리고 열증과 부종 등의 증세에 대한 해법도 함께 소개한다.

 

 

 

체중 증가와 식욕 변화는 가장 흔한 월경전증후군 증상 중 하나입니다. 평소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시기가 오면 각종 디저트나 군것질거리 같은 단맛이 당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월경 전 몸이 받는 스트레스에 보상하는 작용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입니다. 몸에 들어온 단당류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일시적으로 돕거든요. 하지만 단당류를 많이 먹을수록 몸은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부종이 심해집니다.

더구나 몸속에 염분과 수분을 저장하는 경향이 있는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세포 사이사이에 수분을 붙잡아두는데 이 때문에 부종이 더 심해집니다. 월경 전에 식욕이 좋아져 실제 살이 찌는 경우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건 몸에서 채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 때문이지요. / 87p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개수의 난자를 차례차례 준비해서 내놓는 것이 난소의 일이니 35년간 긴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지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구나 난소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 요인만큼 후천 요인도 커서 참견하고 훈수를 두는 ‘환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점점 심해지는 스트레스, 일 때문에 흐트러진 생활 리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영향 불균형, 반복된 다이어트와 비만 사이에서 깨져버린 체지방 균형까지 다양하지요. / 109p

 

 

내 나이를 가장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과거의 내 체력을 맹신하지 않는 겁니다. 30대는 30대에 맞게, 40대는 40대에 맞게 하루하루 생활 리듬을 조정해야 합니다.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규칙한 월경은 지금 당신의 생활에 무리가 있다고 경고하는 신호입니다. / 116p

 

 

 

 

 

 

   책에서 언급하길 2015년 <SBS 스페셜> ‘병원의 고백1부: 너무나 친절한 의사들’ 편에서 “자궁은 없어도 그만인 쓸모없는 기관이니 절제해버리자는 권유를 많이 한다”거나 “혹 열 개를 떼는 건 수술이 오래 걸리니 자궁 하나 뚝딱 잘라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고백은 그것이 의료상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문득 나는 엄마가 자궁암을 앓아 자궁적출술을 시행했던 일이 떠올랐는데, 당시에는 자궁이며 암이며 너무나 무지했던 탓에 엄마가 자궁을 몸에서 드러내는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게 이제 와서 많이 죄송스러워진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듯 자궁을 드러내는 일에 쉽게 동조했고, 그 이후에 엄마가 느꼈을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상처들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게 참 후회가 된다. 여성을 상징하는 장기를 잃었다는 심리적 상실감을 엄마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덕분에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내내 남는다. ‘기억해주세요. 자궁은 그저 임신과 출산이 아니면 더 이상 필요 없는 장기가 아니라는 것을요. 치명적이지 않다면 내 장기를 최대한 보존하겠다는 선택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의학적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내 몸에 관한 의학 정보는 누구도 아닌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처럼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을지도 모르는 각종 증상이나 질환에서부터, 서른다섯 이후에 마주하게 될 신체적·정서적 노화의 과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본 건강 서적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 외에도 주변에서 많이들 고민하고 있는 난임 문제와 임신에 관련된 온갖 속설과 진실, 또 건강한 산후조리법과 나아가 완경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한정을 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에게도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진짜 중요한 것은 질환이 아니라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모든 여성들이 자신을 더 사랑해줄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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