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왕 GO 7 급식왕 GO 7
급식왕 지음, 서후 외 그림, 최재연 글, 박병규 감수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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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매력을 만화책 속으로 쏘~!

더 유쾌하고더 엉뚱발랄한 매력으로 돌아온 급식왕 GO!

 

 

 

  <급식왕 GO> 7권이 출간되었다. 6권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택배 봉투를 뜯기가 무섭게 후다닥빛의 속도로 달려온 아들!

 

 

 

급식왕은 참을 수 없지!”

 

 

 




 

 

 

 

  오늘도 구수한 발가락 냄새를 마구마구 풍기는 발가락쌤교복도 반반 기도할 때도 반반 뭐든지 반반인 반희유쾌 발랄 겜돌이 얌생이항상 싱글생글 웃지만 화나면 진~짜 무서운 생글이패셔니스타를 사수하기 위한 교복의 변신은 무죄방실이 그리고 초아보건쌤구구쌤까지하루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어쩐지 억울한 매력만점 급식왕 캐릭터들이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7권은 보다 더 강력한 에피소드로 돌아왔다전편 6권에서 학교 화장실마다 똥 테러를 한 범인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 해결단 GSI의 활약이 기대되었던 가운데, 7권에서는 드디어 범인이 밝혀진다과연 예상치 못한 뜻밖의 범인은 누구?!

 

 

 



 

 

 

 

  비가 오는 으스스한 날아이들에게 오싹한 학교 괴담을 들려주는 라바쌤아니나 다를까라바쌤이 말한 전교 1등 귀신이 초아와 반희라이 앞에 나타나고!

  하지만 귀신에 겁만 먹고 있을 급식왕들이 아니지기가 막힌 방법으로 귀신을 퇴치하는 급식왕들의 웃픈 활약이 펼쳐진다.

 

 

 

  보기에는 즐겁지만 먹기에는 힘든 터키 아이스크림 전쟁여름 물놀이에 신난 급식왕들이 알려주는 계곡에서 재밌게 노는 꿀팁과 물놀이 안전 수칙급식왕들의 저마다 다른 일기 쓰기법여기에 우리 아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치과 에피소드까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공감하고급식왕들의 엉뚱발랄함에 재미를 느끼다보면 어느 새 유익함까지 쏙챙겨갈 수 있는 부록도 있으니우리 아이가 왜 유독 급식왕 시리즈를 즐겨 읽는지 알 것 같다.

 

 

 

  다음 8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매 시리즈가 기대되는 어린이 코믹 만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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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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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보드라운 언어 하나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문장 하나가 필요할 때!

고단한 일과 속에서 작은 여백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근방학과 감기로 어린이집 등원 일수가 적었던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눈물을 흘렸다양말을 신기겠다는 엄마와 신지 않겠다는 아이의 실랑이에 어느 새 한껏 늘어나 다시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된 양말을 보자나는 그만 화가 나서 양말을 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여차저차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허물어질 것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바닥에 널브러진 양말이 눈에 밟혔다흐물흐물 늘어날 대로 늘어나버린 양말 한 짝그게 꼭 그날의 내 마음 같았다분명 상처는 내가 준 것 같은데 되레 내가 상처받은 기분으로 한없이 울적해지는 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그때마다 번번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건 내가 아직 덜 여물어서인가보다아무래도 이럴 때는 내 마음에 보드라운 언어 하나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문장 하나가 필요하다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은 바로 그 날 아침달빛처럼 은은하게 나에게 스며들 듯 찾아온 책이다.

 

 

 

변함없이 차오르고 기우는 더 달처럼

 

 

  분위기상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더 하게 될 때가 있다그렇게 수다스러운 사람도 아닌데 상대방의 말에 말을 맞추느라 잘 생각도 나지 않는 저편의 기억을 끄집어와 맞아요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애써 공감하기도 한다하지만 가끔은 이게 빌미가 되어 너 그런 적 있다 했잖아아휴얘에 비하면 나는 뭐 별 일도 아닌 거지.” 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위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내가 그렇게까지 과장되게 말했던가나는 그저 공감하고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 건데그저 내가 당신의 위안거리가 되었던 건가이해받겠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구차한 변명처럼 보이거나 또 다른 오해를 낳겠지때문에 나는 어디까지 나의 말과 마음을 아껴야 할지 고민이 든다.

 

 

 

  저자 역시 이렇게 말한다. ‘인류애가 샘솟다가도 사람의 모순에 절망에 빠진다어쩌면 말을 아끼는 편이 마음을 지키는 길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이제는 내가 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연연하기보다 침묵하면 적어도 해는 입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미움 받지 않으려고 애쓰고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느라 아등바등 하느니 적당히무던히 관계를 유지하며 오히려 그 힘을 나를 위한 에너지에 쓰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물론 관계의 모순이 때로 나의 맷집을 키우기도 하지만그렇게 몸집만 부풀리고 있다 한들 그 안에 곪은 상처들은 나조차도 온전히 돌볼 자신이 없다하여부러 나를 괴롭히지 않기요즘 내가 나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수고했다.’, ‘축하한다.’, ‘응원한다.’, ‘자랑스럽다.’ 어떠한 설명이나 수식어구 없이 그냥 이 담백한 문장 한마디면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라니제대로 축하할 수도 없고제대로 축하받을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누군가는 진실한 축하를 건네지 못하고다른 누군가는 거짓된 축하로부터 도망치며 살고 있다. / 26p

 

 

나도 한때는 나를 알리기 위해 눈에 띄는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기도 했고당차 보이기 위해 애써 힘을 주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해보기도 했다조금이라도 눈에 띄어야 내가 목표한 바를 거머쥘 수 있었고그렇게 선택되기도 했으니 말이다그러나 그때뿐이었다그 후 어딘가에 소속되면 자기 PR로 내보인 개성은 온데간데없이 적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회사에선 종종 튀는 사람보단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을 원했다어차피 조직 속 획일화된 인물을 원했다면 왜 우리에게 자기 PR을 요구했는지 알 수 없다. / 34p

 

 

 



 

 

 

 

  ‘오늘내가 인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책 속의 이 글귀가 내 마음을 퍽하고 두드린다내 감정을 인정하기사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분명 괜찮지 않다고 얘기해도 될 텐데 난 괜찮아.”, 분명 속이 상하고 아플 텐데 이 정도야 뭐.” 힘들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스스로가 채 느끼기도 전에 이미 나는 괜찮다고 꾹꾹 눌러버리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거다저자는 묻는다오늘 내가 인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그냥 일단 인정부터 하는 것나는 지금 화가 난다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나는 지금 속상하다고 그냥 인정부터 해버리고 나면 의외로 금세 회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찾아온다고그래서 나는 다짐해보기로 했다. ‘인정이라는 말에 더 이상 인색해지 않기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오이가 길쭉한 모양이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듯이 이해라는 개념보다는 보이는 그대로를 보고 내 욕심대로 기대하지 말자고그리고 타인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른 사람이며 절대로 그 사람은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상처 줄 수 없다고물론언제나 내가 또 우리가 옳다고 할 수는 없다나 역시도 남에게는 오이 같은 타인일 테니까모난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 87p

 

 

한 발짝 물러서서 본 세상은 아름다웠는데 한 발짝 들어가서 본 세상은 아픔이다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멀리 보아야 한다지쳐있을 때는 한 발짝을 움직일 힘도 없으니 시선을 멀리하는 것이다힘이 빠졌지만 이상하게 힘이 나는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 95p

 

 

안으로 나쁜 감정을 들고 들어오지 말라는 건 무작정 참으며 해소하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기분 좋은 상상으로 행복하게 잠을 청하라는 것은 얼렁뚱땅 하루를 넘겨버리라는 뜻이 아니다충분히 비우는 연습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을 괴롭히지 말라는 뜻이다. / 103p

 

 

 



 

 

 

 

  책 속 글귀 중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날씨에 예쁘고 아름답게 꽃피우면 된다.” 이게 행복이지하는 순간을 습관처럼 마주해보는 것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별 거 아닌 이야기아주 잠깐의 달콤한 낮잠커피 한 잔 들고 나무 그늘 아래서 천천히 걷기창문으로 기어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책 한 권 읽기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날씨에내 자리에서 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에 집중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예쁘고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을 거라 믿어보는 거다.

 

 

 

  근래에 들어 가장 마음이 심란했던 날에 따뜻한 온도를 머금은 여러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고단한 일과 속에서 작은 여백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이 다정한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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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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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투쟁의 역사를 담은 고전!

이 책 이후에 쓰일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1856켄터키 주의 노예였던 흑인 여성 마거릿 가너는 임신한 몸으로 네 명의 자식을 데리고 오하이오 강을 건너 신시내티로 도망치고 있었다하지만 추격에 나선 노예 사냥꾼과 보완관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가너는 자식을 노예로 살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하고그 자리에서 두 살배기 딸을 칼로 베어버렸다이때 다른 자식들도 죽이려고 했으나 실패한 뒤그녀는 살인죄로 기소되었다당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가너를 사람으로 인정하여 딸을 죽인 살인죄로 기소할 것인가아니면 도망노예법에 따라 단순히 잃어버린 재산으로 취급하여 무죄방면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딸의 죽음을 크게 기뻐했고-“이제 그 애는 여자가 노예로서 겪게 되는 고초를 절대 알지 못하겠구나.”-살인으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노예제로 돌아가느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수대로 향하겠어요!” / 309p

 

 

 

  역설적이게도 사람으로서살인죄로 기소되기를 원했던 가너의 바람과 달리 끝내 온전히 재판을 받지 못하고 노예로 생을 마쳤다고 한다끝내 세상은 마지막까지 그녀를 노예로 살기를 강제한 것이다이는 가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당시 흑인 노예 여성들은 어머니가 아닌 번식용 동물로 분류되었고이들의 아기도 마치 암소가 낳은 송아지처럼 빼앗아 판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아프리카인들의 수입이 중단되고 나서 1년 뒤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법원은 여성 노예에게는 자기 자녀에 대한 어떤 권한도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이 판결에 따르면 노예의 자식은 다른 동물들과 동일한’ 발판 위에 서 있으며 언제든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판매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당시 흑인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걸리 플린은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삼중으로 착취당한다니그로(아프리카계 미국인)로서노동자로서그리고 여성으로서.”

 

 

 

흑인여성공산주의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 인권의 역사

 

 

  『여성인종계급의 저자인 앤절라 이본 데이비스는 미국의 정치활동가이자 흑인 여성 혁명가로 20세기 인권 투쟁의 상징이었다당대 시민들에게 그녀는 마틴 루터 킹말콤 엑스와 더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권운동가였다현재까지도 성차별 철폐 운동퀴어 인권운동반전운동 등 소외되고 주변화된 이들을 옹호하며 인권 투쟁의 살아있는 전설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그녀의 저서 여성인종계급』 역시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여성 인권 투쟁의 고전이라 불릴 만한 책으로 여전히 큰 울림을 전한다.

 

 

 

  1장에서는 여성 노예의 관점에서 노예제를 분석하거나 연구가 부족한 실태를 지적하며 흑인 여성 노예의 현실과 입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2장부터 10장까지는 흑인 여성들뿐만 아니라 산업화 시대의 여공들중간계급과 신흥 부르주아 백인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열렬히 지켜야 한다는 인식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준다노예 해방과 여성의 권익교육권과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해왔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다한편흑인 여성 노예 해방을 주장하면서도 노예제가 폐지되면 흑인들이 미국 사회 내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중간계급 백인 여성에 필적할 지위로 승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여성참정권이 흑인 남성의 참정권보다 덜 시급하다는 주장과 같이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과 모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여성 인권 문제를 조망하기도 한다그러한 과정 속에서 니그로가 자신의 권리를 얻기 전까지 우리는 결코 우리의 권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 한 앤절리나 그림케 같은 운동가들의 역할까지 아울러 살펴본다.

 

 

 

흑인 여성들은 흑인 남성들과 동등한 억압을 받았고노예 공동체 안에서 남성들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존재였다그리고 이들은 남성과 동등한 열정을 품고 노예제에 저항했다이는 노예 시스템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였다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야만적인 착취에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착취에 여자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에서흑인 여성들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평등을 부르짖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이를 저항 행위를 통해 표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노예 소유주들이 여성들에게 특히 더 야만적인 억압을 가함으로써 이 평등의 사슬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아이는 노예 소유주들에게 소름 끼치는 깨달음이었음이 분명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진 처벌은 강도 면에서 남성들이 시달린 처벌을 능가했다여성은 채찍질과 신체 훼손에 더해서 강간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 56p

 

 

나는 쟁기질을 하고 심고 수확해서 헛간에 모아둬요어떤 남자로 나보다 잘하지 못해요그럼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나는 남자만큼이나 많이 일하고 많이 먹을 수 있어요나한테 주기만 한다면 말이에요그리고 똑같이 채찍질도 견딜 수 있죠그럼 나는 여자가 아니냐고요나는 자식을 열셋 낳았고 걔들이 거의 전부 노예로 팔려가는 걸 봤어요내가 어머니로서 비탄으로 울부짖을 때 예수님 말고는 아무도 내 소리를 듣지 못했죠그럼 난 여자가 아닌가요? - 소저너 트루스 / 109p

 

 

 



 

 

 

 

  11장과 12장에서는 자본이 인종과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강간범 신화를 통해 살펴보고임신중지권과 재생산권과 관련된 여성의 권리도 함께 논의해본다여기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강간이 극도로 효과적인 대량 테러리즘의 무기이자조직적으로 강간을 장려하는 것이 미군 사령부의 암묵적인 정책이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이 때문에 당시 미군들에게는 자기가 열등한 인종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주입되어 베트남 여자들을 강간하는 것이 필연적인 군사적 의무에 해당했다더불어 흑인 여성과 남성을 모두 제어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강간을 활용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이는 강간범 흑인 남자라는 가상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백인 남자들에게 흑인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이용해도 된다는 구실을 강화시킨 것이다오늘날까지도 뿌리 깊은 인종주의의 내막이 이토록 정치적인 것이었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공교롭게도 독일은 히틀러 치하에서 나치 유전보건법에 따라 불임수술을 25만 건 진행했다나치가 전체 통치 기간 동안 시행한 불임수술의 건수가 미국 정부가 단 한 해 동안 자금을 지원한 불임수술 건수와 거의 똑같을 수도 있다는 게 진짜로 가능하단 말인가?

(미국 정부의 국내 인구정책에는 부인할 수 없는 인종주의적 색채가 있다미국 선주민멕시코계 미국인푸에르토리코인흑인 여성들은 계속해서 이상할 정도로 너무 많이 불임 수술을 받는다. 1970년 프린스턴대학의 인구통제청에서 실시한 국가 출산율 연구에 따르면 전체 흑인 기혼 여성 가운데 20%가 영구 불임수술을 받았다거의 같은 비중의 멕시코계 여성들도 불임수술을 받았다게다가 연방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의 43%가 흑인이었다. / 327p

 

 

 



 

 

 

 

  끝으로 13장에서는 여성해방의 전략적 목표로 가사노동으로부터 벗어나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기를 제안하는 앤절라 데이비스의 메시지가 담겨있다출판된 지 40년이 지났고이미 우리 세대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기에 현 시점에서는 의미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으나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로 고통 받는 현대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주효한 문제다.

 

 

 

  이처럼 젠더인종계급은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다고 주장한 앤절라 데이비스는 우리가 페미니즘을 어떠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게 한다다시 말해 젠더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계급과 인종지역연령성정체성 등 다른 사회적 모순과 결합되고 교직되는 것으로이에 따라 페미니즘 역시 얼마든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성까지 설득만족시킬 수 있는 페미니즘은 불가능하고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을 해방시킬 수 없다는 정희진 여성학 박사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적확한 듯하다다만 공감해보는 것나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내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가늠해보는 것여성으로서 아니 한 사람으로서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정립해보는 것거기에서부터 진짜 여성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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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행성, 아늑한 우주 정거장 - 세 자매가 함께 그리는 동화 같은 매일 쿵 3
밤하느리 지음 / 샌드박스스토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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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행성우주 세 반려강아지와 함께 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

귀여운 강아지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내 마음까지 치유가 되는 책!

 

 

 

 

  유튜브에서 채널 소녀의 행성을 검색하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등장한다상당한 연기파 레트리버 소녀’, 복슬복슬 귀여운 솜뭉탱이 같은 행성’, 순둥순둥 매력적인 엉덩이를 뽐내는 우주’ 그리고 세 강아지들을 돌보는 엄마 밤하느리’. 이들 가족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영상 안에 따뜻하게 녹아 있다책 소녀의 행성아늑한 우주 정거장은 바로 이 유튜브 채널 소녀의 행성의 첫 포토 에세이다.

 

 

 



 

 

 

 

 

  일명 소행우(소녀행성우주)’. 첫째인 소녀는 한때 과 선배의 부탁으로 돌봐줬던 고양이 이름이 굉장히 특이하고 예뻐서 허락을 구하고 같은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역시 이름 따라 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나보다대형견인 래브라도 레트리버에게 소녀란 이름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그래서 오히려 더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니까둘째인 행성은 소형견인 포메라니안이다작고 솜사탕 같은 행성이의 이름은 소녀의 행성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따라 지었다고는 하지만행성이라는 거대한 이름과 상반되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라 이 또한 재미있는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셋째 우주는 중형견인 웰시코기로전봇대에 1m도 안 되는 줄에 묶여 방치되어 있다 구조되었고 마침 새로운 견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였다임시 보호를 통해 인연이 되어 이제는 가족이 된 우주에너지가 넘치는데도 작은 이글루 집만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에게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다양한 것을 해보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주란 이름을 지었다던 저자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원장님으로부터 처음으로 브리더 입양 방식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브리더는 전문적으로 훈련교배하는 직업을 뜻한다네모를 맞이하기 전부터 원장님이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브리더 한 분을 추천받았다당시에는 브리더가 마냥 생소하기만 했다인터넷을 검색하고 공부하면서 브리더를 알아갔다그리고 소개받은 브리더분이 단순 교배를 위한 브리더가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키우는 분이란 걸 알게 되었다직접 아이들이 지내는 환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 33p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귀여움에 이끌려 키우지 말고 아이에게 드는 비용과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가 나와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임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유기견을 데리고 와 일시적으로 보살피면서 강아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적어도 나중에 막상 키워보니 힘들다며 유기하는 것보단 임시 보호라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 70p

 

 

 



 

 

 

 

  책에는 소행우’ 세 강아지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글과 사진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담겨 있어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그러면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과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반려동물을 맞이하는 자세 등도 함께 배울 수 있다사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키울 때만 하더라도 동물병원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것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할 때여서 이 책을 읽으면서 견주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란 게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저 귀여운 마음에 덜컥 데려와 키울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이들을 맞이하고이들을 돌볼 수 있을지 공부하는 자세가 먼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많은 예비 견주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아지는 사람들과 달리 폐경기가 없다그러므로 노령이 된 강아지들이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생리를 하기 때문에 이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수컷의 경우 전립선암암컷의 경우 자궁축농증 등 생식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한 나날들을 보내기 위해선 불가피한 수술이다. / 89p

 

 

항문낭은 원래 영역 표시를 위해 사용되던 액체 주머니다배변을 하고 활동하면서 나오기도 하지만쌓이게 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기적으로 짜주는 게 좋다발톱 또한 오래 방치하면 걸을 때 불편하고 갈고리 형으로 자라기 때문에 피부가 다치지 않게 잘라줘야 한다강아지 발톱 안에는 혈관이 있어 분홍색으로 보이는 부분을 조심해서 잘라주면 된다치아도 치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안쪽 구석구석 관리를 해주면 건강한 치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 169p

 

 

 



 

 

 

 

  사진 속 소행우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이다무엇보다 이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사진만 보고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웃는 표정이라 내 마음까지 달달해진다이들 가족이 늘 행복하길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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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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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끝내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들의 애환이 입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대서사극이다앞서 1권이 남편인 백이삭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와 가난과 차별압박과 모욕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조선의 여인 선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2권에서는 그녀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와세다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노아와 달리모자수는 번번이 싸움에 휘말린다이를 염려하는 선자의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에 파친코 사장인 조선인 고로는 모자수에게 자기 밑에서 일을 배워보라 제안한다그렇게 모자수는 착실하게 돈을 벌고 고로의 곁에서 장사 수완을 배우면서노아는 수많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배우고 익히는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왜 그러는데네가 조선인이라고 부끄러운 거야?”

  하지만 아무리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익혀도남부럽지 않게 돈을 많이 벌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즉 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었다노아는 이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기를 원했고오히려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거라는 이상을 품고 있었다그런 그에게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백이삭이 아니라 한수라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특히나 배후에 야쿠자를 둔 한수의 돈으로 자신이 대학에 다니고 있었으니도저히 어머니와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연인이었던 아키코 역시 모두가 꺼리를 조선인과 어울리는 자기 자신에게 특별함을 느끼는 타입이라는 것을 안 이상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때문에 노아는 모두와의 인연을 끊고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선인이라는 것조차 철저히 숨긴 채 살아간다.

 

 

 

노아는 와세다에 가야 해요대학에 다닐 자격이 있어요여기서는 아무도 조선인을 고용하지 않지만 학위가 있으면 조선으로 돌아가서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일할 수 있어요아니면 미국으로 갈 수도 있고요노아는 영어를 할 줄 알게 될 테니까요우린 노아의 교육을 투자로 생각해야 해요.” / 35p

 

 

공부만 해라.” 한수가 말했다. “모든 것을 다 배워네 머릿속을 지식으로 채워그건 누구도 너한테 빼앗아 갈 수 없는 유일한 힘이야.” / 55p

 

 

노아가 아키코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아키코는 항상 노아를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했다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상상 속 모습을 덧씌워서 보고 있었다아키코는 모두가 꺼리는 사람과 어울려주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노아라는 존재는 아키코가 좋은 사람이고 배운 사람이며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주었다노아는 아키코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사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신이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그것이 무슨 의미이든노아는 그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 104p

 

 

 



 

 

 

 

  반면 모자수는 파친코에서 일하면서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닮았다고 생각한다다이얼을 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무작위성희망의 여지를 쫓는 사람들의 마음을 점차 이해한다그것은 자신 같은 조선인은 여길 떠날 수 없으리라는 너무도 분명한 사실 때문이었다서울에 간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을 일본 놈이라 부를 것이다일본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다이 변하지 않는 사실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그나마 기대어볼 수 있는 희망이란 시대가 변해서얼마든지 자신과 다른 삶을 살 기회가 있는 아들 솔로몬일지도 모르겠다.

 

 

 

모자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번거로운 일 없이 재입국 할 수 있는 일본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일본 시민이 돼야 했다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어쨌든 모자수가 아는 누구도 일본 시민이 되려 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민단을 통해 남한 여권을 발급받을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빈곤한 나라를 독재자가 지배하고 있어서였다북한을 선택한 조선인들 일부는 북한으로 여행을 갈 수 있었지만 그 외에 어디도 갈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일본인이 그들을 원치 않는다고 한들그래서 뭐 어떻다는 말인가? / 154p

 

 

왜 에쓰코네 가족은 파친코 사업을 그리 안 좋게 생각할까외판원이었던 에쓰코의 아버지는 형편이 안 되는 외로운 주부들에게 비싼 생명보험을 들게 했고모자수는 성인 남녀들이 돈을 따려고 핀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그들은 모두 가능성과 두려움외로움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매일 아침모자수와 직원들은 당첨 결과를 조작하려고 기계를 살짝 손봐서 돈을 따는 사람은 적고 잃는 사람은 많게 했다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이 행운아일 거라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계속했다어떻게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겠는가. / 254p

 

 

 

  하지만 시간이 흘러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솔로몬의 현실도 모자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조선인이 교사나 경찰간호사는커녕 평범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다아버지인 모자수와 또 그 위의 어른들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파친코 일을 하게 되었듯후지나 소니가 솔로몬에게 채용 기회를 줄 리가 만무하다조선인들은 도쿄에서 집을 빌릴 수도 없다그렇다고 조선인이 일본 시민이 되는 것도 여전히 어렵다결국 미국으로 가지 않고 일본에 남아 아버지의 파친코를 이어받겠다고 선언하는 솔로몬의 모습은 끝내 경계인으로밖에 살 수 없는 일본 내 조선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비는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후에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종종 여러 차례 남북한 중 한쪽을 선택해야 했고 이에 따라 거주 신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솔로몬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조선인이 일본 시민이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고한편으로는 그런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조선인으로서 강제로 식민 통치를 자행했던 나라의 시민이 되려 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피비가 뉴욕의 친구들에게 역사적으로 기이한 상황과 만연한 민족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면친구들은 자신들이 아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일본인들이 피비를 범죄자나 게으르고 더러우며 공격적인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일본에서 조선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이런 것들인데도 말이다. / 299p

 

 

 

  소설 속에 열네 살 생일을 맞은 솔로몬이 지문을 찍으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1952년 이후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들은 열네 살 생일이 되면 일본 거주 허가를 받기 위해 해당 지방 관청에 신고해야 했다솔로몬은 일본을 영원히 떠나지 않는 한, 3년마다 등록증을 갱신해야 했다모자수의 연인으로 함께 동행했던 에쓰코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과 솔로몬은 여기서 태어났잖아요.” 일본에서 태어난 것은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솔로몬이 조선인이라는 것이며 추방되고 싶지 않으면살아남으려면 마치 범죄자처럼 지문을 찍어야 한다.

 

 

 

  열두 살배기 조선인 남자 아이가 집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건도 있다아이는 늘 최고 점수를 받았고차별받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아이의 졸업앨범 표지 안쪽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죽어라추잡한 조선인.” “구린내 나는 가난한 인간들.” “네가 자살하면 내년에 우리 고등학교에 더러운 조선인 한 명이 줄어들 텐데.” 알려지지 않았을 뿐수많은 조선인들이 그렇게 살아갔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 재앙에 맞선 개개인의 이야기이다

  표지에 적힌 글귀처럼파친코』 2권에는 해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끝내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들의 애환이 입체적으로 담겨 있다한 사람한 사람의 목소리를 다 담아내려다보니 1권에 비해 극의 몰입도가 느슨해진 감이 있지만뛰어난 통찰력과 디테일하게 시선으로 역사를 감각하려는 작가의 역량은 여전히 인상적이다그리 멀리 지나온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잊히는 것들은 너무도 많고 빨라져서일까이 작품이 보다 귀하게 여겨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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