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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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책이라면 좋다!

이 책은 삼각형을 향한 애정을 담은 유쾌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록이다!





  언어가 진화하기 훨씬 전인 약 30만 년 전, 인류는 동굴 벽을 긁어 낙서 수준의 여러 그림을 남겼다. 그 중 특유의 패턴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삼각형이었다고 한다. 즉, 인류가 남긴 최초의 낙서가 삼각형이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대의 수학 교과서로 알려진 아메스 파피루스에도 삼각형을 토대로 한 기하학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한다.




  수학을 대중문화로 확장하는 유쾌한 수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맷 파커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들은 그 사회를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하며, 삼각형이 인류 역사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주장한다(하긴, 당장 우리만 하더라도 초등 1학년 수학 교과서에 도형 문제가 덧셈에 이어 두 번째 단원에 들어있다). 인류가 더 큰 세계를 만나는 데 기여한, 다재다능한 삼각형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 17p




  단순한 도형 하나가 우리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니.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움의 연속으로 가득한 책이다. 삼각형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가장 실용적인 수학 도구로써 일상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삼각형의 매력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를 테면 삼각형을 이용해 도쿄 타워의 높이를 재는 방법,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법, 공룡 멸종의 주된 원인으로 밝혀진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의 각도 시뮬레이션, 삼각형으로 UFO 모양의 돔 설계하기, 디제잉 파티에서 천장에 달 특별한 수학적 미러볼 만들기, 도로 위 애너모픽 아트의 착시 효과 등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질서와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낸 삼각형의 신비에 다가가다 보면 어느 새 수학과의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구의 크기를 최초로 현대적 방법으로 계산한 사람은 18세기의 두 프랑스 수학자였다. 장-바티스트 들랑브르와 피에르 메셍은 프랑스 됭케르크에서 에스파냐 바르셀로나까지 1500km에 이르는 구간에 115개의 거대한 삼각형을 배치하느라 거의 10년을 보냈다. 그 작업은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들랑브르와 메셍은 세 꼭짓점이 각각의 산 꼭대기에 위치한 거대한 삼각형을 그리면서 측정을 시작했는데, 그래야 다른 꼭짓점들을 볼 수 있고 각도를 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한 변을 첫 번째 삼각형과 공유하는 두 번째 삼각형을 그려나갔고, 그런 식으로 앞선 삼각형과 이어진 삼각형들을 계속 그려나갔다. / 51p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물질의 양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2019년에 일부 과학자가 그 각도를 파악하는 연구에 나섰다. 컴퓨터 모형을 사용해 지상에 도시만 한 크기의 소행성이 30°(비교적 작은 각도), 40°, 60°, 90°(머리 위에서 곧장 내리 꽂히는 각도)로 충돌하는 경우를 각각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이 모형들을 통해 소행성 충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불운을 맞이한 모든 암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3차원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는 얼마나 많은 물질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지뿐만 아니라, 충돌 구덩이가 어떤 모양으로 생기는지까지도 알려주었다. / 80p



이것이 내가 삼각형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삼각형은 단순히 3개의 변만으로 이루어진 도형치고는 놀랍도록 복잡한 형태이다.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천한 삼각형은 아름답게 단순한 것부터 헤론의 공식 같은 것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다양한 규칙과 성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항상 유용하다. / 125p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내딛은 1m의 걸음이 지구 둘레 길이의 40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각도는 거리와 비슷하게 주변 세계의 작용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데, 헤엄치는 오리 뒤에 생겨나는 물결의 각도는 항상 39°를 이루고, 개미귀신이 모래 함정을 팔 때 그 벽의 기울기는 항상 34°이며 무지개의 화각(렌지를 통해 사진기가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각도) 역시 항상 84°라는 것 또한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를 볼 때면 평면 이미지가 툭 튀어나와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애너모픽 아트도 삼각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삼각형의 세계는 놀랍기만 하다.




  사실 나는 피타고라스, 사인, 코사인, 탄젠트(물론 이 책에도 당연히 이를 포함하고 있지만)와 같은 계산법을 떠올리면 여전히 골치부터 아파지는 전형적인 수포자다. 그럼에도 수학에 대한 어떠한 동경 때문에 종종 관련 교양서를 읽곤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는 다양한 삼각형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삼각형의 기본 성질까지 살펴보고 나니, 높기만 했던 수학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제법 낮아진 기분이다. 평소 수학에 관심이 많거나 삼각형에 관한 재미있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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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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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 잠재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비평의 힘!

새로운 시대와 공명하며 다시, 새롭게 읽는 고전 문학!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저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페미니스트 문학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이들 저자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남자 괴물이 실은 위장된 여성”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괴물이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아무리 애써도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모습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십대 후반의 여성이 쓴 호러 작품이 새로운 시대에 따른 재해석을 거쳐 보다 너른 생명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고전의 사계』에서 손정수 평론가가 사용한 Palimpsest(팰림세스트)야말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적확한 단어인 듯하다. ‘남아 있는 여백을 찾아, 혹은 이미 쓰여 있는 글씨를 긁어내고 거기에 새로운 이야기와 해석을 써넣는’ 것. 다시 말해 한 작가의 작품 세계라는 것은 온전히 작가 스스로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어떠한 맥락에 따라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의를 달리하고 또 새롭게 창조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프랑켄슈타인》에서부터 《로드》에 이르기까지, 고전의 사계를 사유하는 시간



  책에 수록된 스물두 편의 고전은 하나의 고전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를 통해 작가 개인의 내적 세계나 삶의 문제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객관화될 계기를 얻고, 또 시대와 조응하여 인류 보편의 문제로 나아가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 중에 하나다. ‘고전 읽기’ 그 이상의 독서 경험을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메리 셸리가 자신의 무의식에 떠오른 어떤 이미지로 한 괴물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작용한 여러 맥락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내부 깊숙한 곳을 바라보도록 가해진,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유래한 어떤 압력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자신을 형성하였음에 틀림없지만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그 힘을 대체로 직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메리 셸리의 글이 발휘하는 가치의 근원을 초자아와 대면하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 <존재와 심연에 다가가는 두 가지 이야기 방식-프랑켄슈타인> 중에서 25p


두 인물이 각각 책으로 상징되는 정치(발렌틴)와 영화로 표상되는 대중문화(몰리나)를 의미한다고 본다면, 이 결합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어떤 사회적인 의미까지 띠게 된다. 이렇듯 그 시대의 상식으로는 좀처럼 넘어서기 어려운 성적, 정치적 관념의 장벽을 이야기 속에서 대담하게 해체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거미여인의 키스》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 <소설과 영화의 길항, 그 혼융의 형식에 담긴 현실과 꿈-거미여인의 키스> 중에서 71p











  비평집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새로운 독서로 연결된다는 점인데, 그 중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는 읽는 자리에서 바로 구입해버린 책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틀비’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있다. 뉴욕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 한 변호사 사무실에 고용된 바틀비는 필경 일 말고는 다른 일은 “안 하는 편을 택”하여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세속적인 유형의 변호사인 서술자와 필경사 바틀비 사이에서 펼쳐지는 단계적인 심리 게임으로 전개되는데, 결국 변호사는 어떤 인간적인 양심과 윤리적인 충동에 매번 갈등을 느끼며 바틀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결정을 내린다.



  19세기 중반 소설의 인물이, 그것도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바틀비라는 인물이 불러일으키는 지극히 예외적이고 아이러니한 감정은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손정수 평론가는 ‘쓰는 사람’으로서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던 허먼 멜빌의 고통,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에 대한 은유가 바로 ‘바틀비’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길로는 안 가는 편을 택했던 바틀비처럼, 비록 세상에 인정은 받지 못했어도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몰두했던 허먼 멜빌에게서 자신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인간의 자세를 엿보는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앞서 호손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저는 다른 식으로는 또 쓸 수가 없습니다”라는 구절에서는 바틀비의 어투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불안하고 어두운 예감이라기보다 자신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것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길로는 안 가는 편을 택하겠다는 ‘수동적인 저항’의 태도로 볼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것이 허먼 멜빌을 《모비 딕》과 《필경사 바틀비》의 작가로 만들었고, 그의 작가로서의 비참과 영광을 낳았던 것이다. / <수동적 저항의 글쓰기가 남긴 비참과 영광-필경사 바틀비> 중에서 94p


아쿠타가와의 원고는 잇대어 붙인 부분, 글자를 고치거나 지우거나 끼워넣은 흔적으로 가득했다. 원고지 위에서 싸움이라도 벌인 것처럼 장렬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붓 가는 대로 술술 써내려가지 못한 탓에 몇 장이나 고쳐 쓴 부분도 있었다. 잘못 쓴 원고는 완성된 원고보다 매수가 훨씬 많았다. 아쿠타가와는 그걸 찢어서 없애지 않고 다시 책상 가장자리에 놓아두었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도 잘못 쓴 원고를 버리지 않고 간직했던 모양이니, 그에게 배웠는지도 모른다.


‘싸움이라도 벌인 것처럼 장렬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고지’만큼 작가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 <잘못 쓴 원고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쓴 이야기-라쇼몬> 중에서 125p



1942년 10월 23일자의 ‘작가수첩’에서 카뮈는 “《페스트》는 사회적 의미와 동시에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똑같은 것이다. 이런 애매성은 《이방인》의 애매성이기도 하다”고 썼는데, 그러니까 ‘페스트’라는 현상을 ‘나치 점령’이라는 사회적 차원과 ‘삶의 모순’이라는 형이상학적 차원에 동시에 대응되는 이중적 알레고리로 제시하는 것이 그의 의도였던 것이다. / <‘페스트’라는 알레고리의 리얼리티-페스트> 중에서 215p












  한 시대의 삶의 현장 한복판에서 우발적으로 탄생했지만 바로 그 사실로 인해 그 시대적 문제에 맞서는 생생한 현실성과 폭발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유효하게 읽힌다. 당대 사회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현재의 시선으로 재독하고 계속해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인간 보편의 문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의 사계』로 하여금 고전을 즐기고 그 속의 여러 가치들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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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 야구 만화 도감 2 : 심화편 반전 도감 5
익뚜 지음, 김양희 감수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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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맞은 그림체와 이야기로 재미는 물론,

상세한 야구 지식으로 야구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책!





  분명 『아구 만화 도감』 1권이 출간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두 아들이 고작해야 안타와 홈런 정도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건만… 지금은 투수가 던진 공의 구종이나 타순 예측까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확실히 야구라는 스포츠는 아는 만큼 보는 재미가 크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구 만화 도감 2』가 ‘심화편’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야구팬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야구를 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로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야구 용어와 상식은 물론, 점점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현대 야구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일 수 있는 만큼, 야구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야구의 매력이란 이런 것



  한국 야구 우승팀 ‘이겼스’와 미국 야구 우승팀 ‘다졌스’의 빅매치가 펼쳐진다. 1회부터 9회까지, 익뚜 작가의 익살맞은 그림체와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듯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다양한 야구 상식들을 익힐 수 있다. 1권이 야구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에 가깝다면, 2권은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 전략적 타순 운용법, 각 포지션별 수비 역할, 공격과 수비, 야구의 불문율,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변수들에 이르기까지 야구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세이버메트릭스와 같이 승부의 핵심 무기라 할 수 있는 데이터 읽는 법까지 알려주어 매우 유익하다. 현대 야구는 사실 ‘데이터 야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OPS, wRC+, ERA+, WAR과 같이 타자와 투수, 팀과 수비 기여도를 분석한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야구를 보는 시야도 달라진다. 숫자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선수의 진짜 실력과 가치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읽는 눈도 함께 길러보면 어떨까.












  무엇보다 만화로 야구를 익힐 수 있는 책이라 ‘야.잘.알’이 되고 싶은 이들이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멋진 선수들을 소개하는 ‘선수 vs 선수’, 저마다 유별나고 특별한 ‘선수별 징크스’와 같이 본문 외에 이색적인 코너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익뚜 작가가 직접 그린 KBO 선수 띠부씰이 랜덤으로 1장 들어 있으니 이왕이면 좋아하는 선수가 당첨되어 나오는 행운도 누려보시길 바란다(나는 두산의 정수빈 선수! 야구 잘하는 사람은 그냥 다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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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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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세상이 결코 안온하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문학잡지 『Axt』에서 남유하 작가의 작품을 먼저 만난 적이 있다. 고독사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단편작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란 작품이었다. 고독과 죽음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남유하 작가의 매력은 이번 『양재천 기담』에서도 빛을 발한다. 시종 이상야릇하고 기묘하지만, 실제 양재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니까.





이토록 기묘하고 잔혹한 일상의 순간들



  무엇에 홀린 듯한 붉은 눈의 여인과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 『양재천 기담』의 표제작 「살」은 버스 정류장에서 새끼 고양이를 죽이고부터 시작된 기이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생명을 죽이는 기분은 어떨까. 평소 살(殺)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주인공은 그냥 놓아두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을 것 같은 새끼 고양이를 보자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를 실행하고야 만다.



  바로 그때부터, 주인공의 신상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몸에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 주변 사람들이 고양이의 영혼에 씐 듯한 환영을 본다. 이윽고 살의에의 충동이 도로 살이 되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참극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너도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죽이고픈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내 안에 어떤 흉기가 있을지 혹시 너는 아느냐고.



죽이고 싶다.

그 순간 제 머리에 든 생각입니다. 벼락에 맞은 느낌이 이럴까요? 뭔가 번쩍하면서 회백질에 저 다섯 글자가 새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글자들은 기생충처럼 구불거리며 변형되더니, 어느새 ‘죽여야 한다’로 바뀌었습니다. / 「살」 중에서 8p



애당초 고대이집트에서 전해진 미신일 뿐,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니 얼토당토않은 말이잖아요. 그렇지만, 고양이에게 영혼이 있다면요? 조금 전 제가 들은 게 환청이 아니라 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고양이 영혼의 비웃음이라면요? 고양이의 영혼이 세상을, 다름 아닌 저의 세상을 파괴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하찮은 미물 주제에, 감히 내게 도전하다니. / 「살」 중에서 34p













  실제로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도시의 괴담 같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분명 어제 간 곳인데 다음날이 되자 언제 있었느냐는 듯 사라져버린 건물(「품은 만두」),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사람들(「고강선사유적박물관」), 낯선 사람이 건넨 호의가 뜻밖의 사태를 몰고 오는 비극(「기억의 커피」), 무심코 사유지를 침해한 대가가 나비효과가 되어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사유지」)까지. 무언가를 욕망한 대가로, 누군가에게 적의를 품은 대가로 평온했던 삶이 뒤틀리고 위협받고, 무너지는 광경을 남유하 작가는 거침없이 상상한다.





그 집을 나오기 두어 달 전 주말이었다. 함께 밥을 먹던 A가 멍한 얼굴로 “…돌아가야 해.”라고 한 것이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곧바로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지만, A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뗐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 가라앉은 목소리… 남편과의 첫 만남, 헤어질 때 그가 했던 말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간다는 건지 알아야 했다. / 「고강선사유적박물관」 중에서 90p



어떤 이의 음식 씹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면, 너는 그 사람을 증오하고 있는 거야. / 「시어머니와의 티타임」 중에서 113p



“고작 사유지일까?”

괴물이 내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사소한 잘못이 반복되고, 그 잘못이 누적된다면 결국 큰 죄의 무게와 같아진다. 지난 6년의 세월을 정산하면 고작 사유지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가혹하다. 사유지를 이용한 대가는 핑계일 뿐, 괴물의 권태로 인한 질 나쁜 장난 아닌가. / 「사유지」 중에서 271p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세상이 결코 안온하지 않다는 사실을 내내 의식했던 것 같다. 언젠가 내 일상도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버릴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두려움에 그저 가볍게 읽고 넘길 수만은 없었다. 그만큼 남유하 작가는 도시의 병증을 예리하게 포착해냄과 동시에 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기이하고 환상적인 서사로 엮어나가는 재주가 탁월한 듯하다.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무더운 이 여름에 꼭 어울릴만한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양재천 기담』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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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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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광인 그 사이에서, 가장 깊고 아픈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목소리를 드러낸 위대한 예술가!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사유하는 시간!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헤르만 헤세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독일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독일의 대표 시인이다. 이른바 ‘천재 시인’ ‘시인들의 시인’라 추앙받으며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횔덜린. 하지만 유럽 문학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인이자 광기의 시인이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문득 예술가라면 반드시 갖고 싶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은 치명적인 재능 같은 것이 연상되기도 하고, 우리 문학 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난해한 시인으로 불렸던 이상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무엇이 그로 하여금 천재이자 광인으로 불리게 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집은 신성한 광기이다.” / 40p




  한 사람의 삶을 정확히 반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횔덜린의 삶은 의외로 극명하게 갈린다. 1770년부터 1806년까지 36년간은 정치와 철학 등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살아왔다면, 인생의 후반기인 1807년부터 1843년까지 36년 동안은 이따금 찾아오는 사람은 만나지만 마치 자기와 세계 사이를 단절하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 밖으로 자신을 완전히 밀어버렸다. 유럽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조르조 아감벤이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1806년 이후, 횔덜린이 광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던 시기다.




  이 무렵, 횔덜린은 작품에 있어서도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고, 그것을 명확히 하고, 발전시키고, 유사한 다른 생각들과 연결하고, 외견상 가장 멀리 있는 것들을 일관된 흐름 속에 녹여내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고 한다. 실제로 횔더린과 철학에 대한 깊은 열정을 공유했던 셸링은 ‘섬세하게 조율된 악기가 파괴’된 것 같았다 묘사한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통찰을 지닌 예언가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점에 있어서 평가가 양극단을 오가곤 했는데, 흥미롭게도 조르주 아감벤은 횔덜린의 광기를 정신착란이 아닌 의도된 설계로 해석한다.





시인으로서 그는 시인의 모습을 하나의 통일된 정체성으로 구성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희극적으로 분열된 상태 그대로 드러낸다. 횔덜린은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들 앞에서 끊임없이 시인의 역할 안팎을 넘나들며, 매번 그가 시인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 ‘낭만적 아이러니’는 극단으로 치닫고 동시에 해체된다. / 332p














  즉, 중요한 것은 진짜 미쳤는가 미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이 예술가에게 있어 광기는 거주할 수 있거나 혹은 거주해야 하는 어떤 장소 같은 것으로, 횔덜린 후기 시의 특징으로 보이는 극단적인 병렬 구조와 논리적 인과 관계가 부재하는 형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보다 더 깊은 차원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한다는 것이 아감벤의 설명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옮긴이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밤하늘의 별자리를 연상하면 좋을 것 같다. 별들은 물리적으로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마음속에서 그 선을 이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또는 무한한 연결을 만들어내듯, 횔덜린 역시 연결성의 부재 속에서 보다 무한한 연결을 바라보았던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구성하고 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재고로, 어쩌면 횔덜린의 광기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믿음에 균열을 가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게오르그 헤르베그는 『사라진 사람』이라는 글을 횔덜린에게 헌정한다. “독일은 진정한 젊음의 시인에게 크나큰 빚을 지었다. 독일 때문에 그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통탄할 현실에서, 우리의 수치심이 극에 달하기 전에, 우리보다 앞서 나아가 전투의 노래를 부르도록 부름 받았던 그가 이제 성스러운 광기의 밤으로 스스로를 구원했다…… ‘젊음이 믿는 것은 영원하다’라고 뵈르네는 말했고, 이 말은 횔덜린에게서도 찾을 수 있는 진리이다…… 고대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그는 그 어떤 문헌학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횔덜린은 세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초라해졌는지를 견딜 수 없어 했다.” / 264p



“횔덜린은 모든 것이 리듬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인간의 운명도 하나의 천상의 리듬이고, 모든 예술 작품도 하나의 리듬이며, 모든 것이 신의 시적인 입술에서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이에 순응할 때, 운명은 변형되고 그 안에서 천재성이 드러나며, 시를 쓰는 것은 진리를 향한 투쟁과 같다고 했다. 때로는 조각가처럼, 언어가 육체(시의 형태)를 붙잡는 유연하고 강인한 정신으로, 때로는 영적인 정신으로…… 그의 말은 나에게 마치 신탁과 같다. 그는 신의 제사장처럼 광기에 사로잡혀 신의 뜻을 말하지만, 분명 모든 세속적인 삶이야말로 광기이다. 세상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 266p



횔덜린의 ‘거주하는 삶’은 ‘거주하는 존재로서의 삶’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련의 자발적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습성과 습관들에 의해 매 순간 영향을 받는 일종의 삶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횔덜린은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에게 붙여진 ‘광기’라는 꼬리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과장하기까지 한 듯 보인다. (…) 횔덜린의 ‘거주하는 삶’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대립을 무력화하고, 이 둘을 어떤 합일도 없이 정지된 위치에 중첩시킨다. 아마도 이것이 시인이 자신의 철학에 남기고자 하는 정치적 유산일지도 모른다. 공과 사의 구별이 사라진 우리에게 그의 삶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그의 삶은 그의 시대가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사유할 수 없었던 어떤 것을 향한 예언이다. / 339p














  그러고 보니 캄캄한 밤하늘,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 반짝이는 새를 좇는 표지의 노인에게서 횔덜린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새를 잡으면 자신은 컴컴한 밤하늘 어딘가로 추락하게 되는 아이러니, 하지만 그러한 아이러니를 기꺼이 끌어안으려는 노인의 집념이야말로 이 책에서 내가 느낀 횔덜린에 대한 인상이다.




  어쩌다 작품 하나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이 연대기를 먼저 접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그의 작품 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끝으로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있어 첨부하려 한다. 횔덜린의 『히페리온』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가혹한 말이지만, 진실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일처럼 분열된 민족은 없습니다. 기술 장인은 있지만 사람은 없고, 사상가들은 있지만 사람은 없고, 귀족과 하인, 젊은이와 노인은 있지만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손과 팔, 그리고 온몸의 지체들이 서로 분리되어 흩어져 있고, 생명의 피가 모래 속으로 흘러가는 그런 전장 말입니다.’ 어쩐지 지금의 대한민국, 우리의 시대에도 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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