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셀프 트래블 -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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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은 모두 모아놓은 듯 다채로운 테마가 가득한 미국 서부 즐기기!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 LA 특집 편 재방송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을 한 적이 있다. 한창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 창문도 못 열고 갑갑해하던 중이라 LA 하늘을 쭉 비춰주는 화면을 보며 ‘그래, 하늘은 저래야지~’ 하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LA 도시가 그림 같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며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LA를 연호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여행지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마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요즘 우리의 류현진 선수가 대활약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서 스타디움에도 한 번 가줘야 하는 건데 말이다.

 

 

 

어렵고 복잡한 여행은 그만! 미국 서부에서 즐기는 특별한 경험

 

 

   <미국 서부 셀프트러블>은 LA를 비롯하여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 및 각각의 근교 도시를 다루고 있는 최신판 미국 서부 여행가이드북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 서부에서는 지구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 대자연을 품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걷다가 다음 날에는 요시미티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가 언제나 강렬한 태양이 있어 주는 덕분에 그 어디에서나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고기 등을 맛보는 식도락 여행 또한 가능한 곳으로, 단언컨대 이런 완벽한 여행은 미국 서부에서만 가능하다’며 적극 추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천사의 도시라 불리고 우리나라와 가장 친숙한 도시이기도 한 로스앤젤레스(LA),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평화의 도시 샌디에이고, 카지노와 쇼, 대자연의 신비를 품은 라스베이거스, 도시 곳곳이 낭만으로 가득 찬 샌프란시스코,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어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지만 조금만 근교로 나가면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져있는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도시 시애틀,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 도시 포틀랜드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 바로 서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은 미국 서부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을 테마별로 구성해 필요한 것만 쏙쏙 골라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이를 태면 서부에서 꼭 해보면 좋을 대표 경험들, 음식, 대자연, 건축, 박물관, 힐링 여행지,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데이트 명소, 슈퍼마켓, 할인 몰, 쇼핑 아이템, 테마파크, 영화&드라마 촬영지 등이다. 여기에 미국 서부의 지역별 주요 명소와 주소, 가는 법, 요금, 홈페이지, 유용한 Tip, 꼭 필요한 여행 정보 등 초보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도록 중요한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 Las Vegas

이곳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세계 최고의 카지노인 건 맞지만 그것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980~1990년대에 걸쳐 휴양지로 손색이 없는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점, 도시와 주변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와 쇼, 전시회 등이 대거 개발되어 언제 가도 지루할 틈이 없는 관광 도시로서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보다는 밤이 훨씬 아름다운 이 멋진 도시에서 미국 서부의 광활함을 체험해보자! / 190p

 

 

 

   미국 서부 편을 보면서 나의 시선을 끈 곳은 다름 아닌 라스베이거스다. 그간 LA를 위주로 하는 여행을 많이 생각해왔지만 유독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사실 라스베이거스 하면 <C.S.I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본 어둡고, 퇴폐적이며 화려한 카지노와 클럽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부정적인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가 포함되어 있는 네바다 주 외에도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의 다양한 국립공원과 캐니언, 호수와 강 등으로 둘러싸여 그야말로 미국 서부의 웅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된 순간, 이 도시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일단 라스베이거스하면 생각나는 것은 어마어마한 장관을 연출하는 호텔들이다. 아서 왕이 살던 중세 시대를 테마로 한 엑스칼리버 호텔&카지노, 입구의 황금색 사자상으로 유명하며 <CSI>의 세트장 체험관이 있는 MGM 그랜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등장했던 벨라지오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는 분수 쇼는 가희 압권이라 하니 놓칠 수 없다. 로마의 대궁전에 머무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들며 웅장한 야외 수영장이 최고 인기 포인트인 시저스 팰리스, 이태리의 베네치아를 완벽히 축소해놓아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곤돌라를 타고 호텔을 구경할 수 있는 베네시안, 화려한 생화 장식과 회전목마를 보면 누구라도 감탄을 터트릴 만큼 아름다운 윈 라스베이거스는 그 어떤 이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유난히 맛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모두 모여 있다 하니 사진만 봐도 황홀해질 지경이다. 특히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의 스테이크, 펍, 버거 등을 맛볼 수 있고 호텔별로 저마다 개성 있는 뷔페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사로잡힌다. 만약 라스베이거스의 뷔페를 완벽하게 체험해보고 싶다면 ‘뷔페 오브 뷔페 패스’를 구매해 시저스 그룹 호텔의 뷔페 6곳을 24시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이용해보자. 뿐만 아니라 뉴욕 뉴욕 호텔&카지노에서 즐길 수 있는 롤러코스터, 헬리콥터 투어, 슬롯질라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재미와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멋진 클럽들, 쇼, 카지노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도전을 좋아하는 모험가들에게 트레킹이나 암벽 타기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레드 록 캐니언, 호버 댐,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과 같이 근교에서 멋진 자연 경관을 누릴 수도 있으니 그간 라스베이거스의 매력을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을 꼭 읽어보고 떠나보시길 추천한다.

 

 

 

그랜드 서클 Grand Circle

“미국 여행이 뭐가 좋아?”라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장 먼저 그랜드 서클에 대핸 일장 연설을 시작하곤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 대자연이 주는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그 도로가 끝나면 만나게 되는 웅장한 자연의 풍경 앞에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던 그 느낌! 그래서 모처럼 겸손해지던 마음! 단언컨대 오직 그랜드 서클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 396p

 

 

 

 

 

 

   여행가이드북 하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 대한 주요 정보, 항공권 구입법, 숙소 구하는 법,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들, 미국의 단위와 화폐, 비자와 입국 심사 및 시내 이동 방법, 대중교통이나 렌터카 등과 같은 이동 수단 활용법, 편리한 여행을 돕는 시티 패스 활용법 등처럼 꼭 알아두어야 할 필수 정보들일 것이다.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에서는 이렇듯 쉽고 빠르게 미국 서부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주요 정보들로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한국으로 사가기 좋은 선물 아이템과 같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팁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기를 권한다. 부록으로 맵북과 트래블 노트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작은 가방 속에 꼭 넣어서 다녀보자.

 

 

 

   사실 미국은 나처럼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여행을 하기가 그리 쉬운 곳이 아니지만 언젠가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곳으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다. 그 때를 위해 하나하나 가보고 싶은 곳을 선별하는 마음으로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을 읽어보았다. 미국 여행을 계획하거나 곧 떠날 이들이라면 꼭 이 책의 도움을 얻어 보시길 추천 드린다. 더 멋지고, 재미있고, 알찬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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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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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애플을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새로운 리더십과 경영 철학으로 애플의 새 미래를 연 팀 쿡을 주목하라!

 

 

 

   나는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가 출간된 날이다. 당시 대형서점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나는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막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직원 모두가 고무되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책이 포장된 박스를 연 순간, 새하얀 양장에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흑백으로 찍힌 표지를 보자마자 와, 하고 경탄했던 그 순간을 말이다. 정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답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은 꼭 가져야만 한다, 정말 그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이 지닌 가치는 애플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가치와 맞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당시 누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가 없으니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머지않아 애플이 퇴보하거나 시장에서 곤두박질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 몰락을 점쳐왔던 사람들의 우려와 수많은 경쟁 기업의 강세에도 애플은 변함없이 건재하다. 애플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특유의 감각적인 광고는 이번에는 또 어떤 변화를 이루어냈을까 기대감으로 설레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애플은 연못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하나의 자갈이 되어야 한다

 

 

   애플의 아이콘이자 CEO인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잡스는 갑작스레 쿡을 불러 앉혀놓고 애플의 CEO 자리를 맡아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비상근으로 물러나 애플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겠다고 밝히면서 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잡스의 병세가 위중했으나 점점 호전되어가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가 앞으로 더 일정 기간 이상 애플과 함께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잡스의 후계자 선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적잖은 시간 동안 배후에 CEO 직무를 대행해오던 팀 쿡은 잡스의 자연스러운 후계자였다. 하지만 잡스가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그는 모두가 애플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온 유형의 리더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을 ‘디자인이 주도하는 조직’으로 이끈 조너선 아이브나 ‘미니 스티브’라고 알려진 스콧 포스톨을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팀 쿡이 CEO가 되었을 때는 ‘종말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잡스가 병으로 자리를 비운 두 차례 모두 팀 쿡은 잡스를 대신해 애플을 진두지휘했고,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CEO가 될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쿡이 CEO직을 넘겨받은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한 기사 중 2011년 5월 《허핑턴포스트》의 사설 제목 「왜 애플은 비운에 처할 운명인가?」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해당 사설에서 타이 후지무라는 ‘잡스가 사망하면 애플이 그 여파를 극복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낸 그 탁월한 취향과 감각만큼은 결코 차기 지도부가 재현하지도, 필적할 만한 수준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월등하게 우월한 제품이 없다면 누가 그들의 오만한 마케팅에 귀를 기울이겠느냐고 말이다. 잡스가 워낙 독보적인 리더였기에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쿡은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조스위악은 쿡은 임기 초기에 부당한 비판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세상 사람들은 그를 스티브에 비유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 스티브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실제 쿡은 잡스의 유산을 보전하며 ‘내 안의 모든 것,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쏟아붓고자’ 노력하겠지만 결코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던 그의 이러한 태도야말로 잡스 사후에 애플이 흔들리지 않고 지금껏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가 결코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또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합니다.” MIT 슬로안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한 말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잡스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조직은 전보다 덜 대립적이며 온화한 문화를 창출하면서 결집하고 있습니다. 팀 쿡의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요.” / 328p

 

 

 

   책 <팀 쿡>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소박한 남부 시골 도시에서 자란 쿡이 어떠한 성장 과정을 통해 지금의 애플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IBM에 이어 컴팩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쿡이 잡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애플에 오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당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쿡이 컴팩을 떠나 애플에 들어간다면 바보 중에서도 상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에 가라고 권한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쿡은 잡스를 만난 자리에서 그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관점에 빠져들었고, 잡스가 꿈꾸던 애플에 대한 전략과 비전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도 그의 사명에 동참해 가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잡스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전설과 함께 일하게 되는 것이 ‘일생일대의 특권’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쿡은 제조와 유통을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가 애플에 입사했을 때, 회사는 비용관리도 안 되고 재고관리도 엉망이고 고객 계정관리도 제때 이뤄지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쿡은 오자마자 생산 공정의 모든 세부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짧은 시간에 사업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정비했다. 조립 공장과 공급 업체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하여 애플의 부품 조달 속도와 빈도가 늘어 JIT프로세스를 훨씬 더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게도 했다. 또 외부의 파트너 기업에 생산을 위탁함으로써 재고 누적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애플의 사업 운영 개선뿐만 아니라 기술 업계 전반의 생산 프로세스 관리와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까지도 바꿔놓았다. 이렇듯 쿡이 사업 운영 방식에 단행한 개혁과 모든 비즈니스 측면을 향한 깊은 이해는 애플이 극적으로 회생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그도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CEO 재임 첫 해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의 압박감, 갤럭시의 성공에 힘입어 상당수 시장에 애플을 앞서 나가고 있는 삼성과의 경쟁, 실망스러운 아이폰 판매 실적 부진, 2명의 고위 임원 해고, 애플맵의 실패, 폭스콘 노동자들의 자살 사건, 탈세 혐의와 주가 하락까지 그가 해결해야 할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이전에 잡스가 이끌던 시절에 보여주지 못했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잘못된 것은 기꺼이 사과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자선 활동을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재생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제조 분야에 막대한 수준의 투자를 감행했으며,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플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스스로 급여는 회사의 성과와 연계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자진 삭감하는 행동력까지 보여주었다. 심지어 기업 최초로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하여 소수자들의 인권과 입장에 앞장서기까지 하는 모습은 놀라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나는 내가 현실세계에 살며 내 스스로 얻은 것에만 의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나는 노동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한다.

나는 교육의 가치를 믿는다. 교육은 내게 현명하게 일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능숙하게 일하도록 나의 정신과 손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정직과 진실을 믿는다. 그것이 없으면 내가 동료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71p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것은 우리가 함께 정립하는 가치관입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기 원하고 정직함과 솔직함을 추구합니다. 우리는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용기를 중시합니다. 그리고 사내 정치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치 행위를 경멸합니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그런 게 들어설 여지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런 것까지 다룰 수 있을 만큼 저의 삶이 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료주의도 용인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사내 정치나 사적인 어젠다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러면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될 수 없습니다.” / 174p

 

 

“쿡이 지닌 원대한 비전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이 큰 기업을 선한 힘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가진 규모와 영향력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쿡은 궁극적으로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노력에 동참하고, 친환경 재료를 제품에 사용하며, 지구의 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그 세 가지다. / 258p

 

 

 

 

 

 

   아이폰 시리즈,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세계에서 최초로 1조 달러짜리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애플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잘하면서 동시에 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격언을 스스로 입증하면서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열어나가려 한다. 여전히 혹자들은 팀 쿡의 애플을 불안해하고 미래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애플의 미래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대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과 정신이 여전히 강력하게 뿌리박혀 있는 애플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윤리관과 가치관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팀 쿡의 모습은 경영에 몸담고 공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머지않아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팀 쿡을 기억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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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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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침없고 치명적인 독과 약의 환상적 리얼리티!

환상과 진실을 떠돌며 난해함과 치밀함을 정교하게 문장에 녹아내는 황홀한 소설!  

 

 

 

   이것은 ‘독과 약’에 관한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독을 몸에 지니게 되고,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그 독을 더욱 키우고, 그 독을 약으로 사용하고, 그러다가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게 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에 내던져진 것처럼 무의식과 망각 혹은 이성이 뒤틀려버린 공간 속을 끊임없이 떠돌다가 마침내 질식할 것 같은 악마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금기와 호기심, 두려움과 매혹, 도취와 환멸, 쾌감과 파멸을 오가는 이 거침없고 치명적인 위태로움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너무나 섬뜩해서 오히려 슬퍼지는 그런 이야기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독과 약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연상시키는 최수철의 <독의 꽃>은 ‘독’에 대한 관념들이 넝쿨처럼 뻗어나가 마침내 모든 것을 잠식해버릴 것만 같은 소설이다. “독으로 시작되어 독으로 끝나는 소설”이라 불러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던 평론가의 말 그대로 소설은 온통 빽빽하게 독으로 가득 차있다. 10년 전부터 ‘독’에 대한 작품을 구상해왔다던 저자의 말처럼 독은 어디에서 기인하며 어떤 성향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관물인 ‘약’과 함께 집요하게 고찰하여 마치 ‘독의 세계관’을 완성해낸 느낌이다.

 

 

 

 

 

 

   소설은 독성 물질에 감염되어 병원으로 실려 온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실로 이동한 나는 창가 쪽에 누워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마치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내 모습, 더 나아가 수의를 덮고 있는 나 자신의 시체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흡사 미꾸라지들이 잔뜩 들어 있는 미지근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 그의 웅얼거리는 소리에 기괴함과 불길함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조몽구. 그 역시 몸 전체가 안팎으로 강한 독성 물질에 감염된 채 입원했고 자신의 일생을 가득 메웠던 독에 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이야기함으로써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그의 이야기에 점점 사로잡히게 되고, 적절한 양의 독이 몸속으로 들어와 심신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약이 되듯 그의 이야기가 자신을 각성시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새벽의 환몽 속에서 괴물 같은 존재를 본 다음 날, 조몽구는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가 떠나고, 그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조몽구의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절실해진 나는 그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다시 말해 그가 들려준 이야기이자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것이 된 이야기를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하면서 듣고 있었고, 듣는 것도 아니고 듣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귀를 열어놓은 채 잠과 꿈의 수면에서 자맥질 쳤다. 그러다가 악몽이라도 꾸듯 그의 이야기가 미지근한 독물처럼 나의 귓속으로 흘러드는 듯한 섬뜩한 느낌에 소스라쳐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러나 이윽고 사위가 다시 조용해지면 그의 입은 슬그머니 다시 열리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날은 점차 밝아져갔고, 나는 깨어서나 잠들어서나 기진맥진한 상태로, 마치 클로로포름에 담긴 개구리처럼 줄곧 기이한 마비 상태에 빠져들어 있었다. / 18p

 

 

 

   조몽구는 정권의 변화에 편승하여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를 지닌 아버지 조영로와 예민하고 병약하여 독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세상의 독을 이용하고 퍼뜨리는 자, 그 자체로 독의 속성을 가진 존재였고 때문에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셈이었지만 두통과 잦은 병치레에 시달리는 몽구에게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말 그대로 몽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몸과 마음에 독이 각인된 상태였다. 늘 피해의식과 외로움으로 마치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괴물과 하나가 되어 홀로 갇힌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던 그는 마침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독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인생이 뭔지 한마디로 말할 수 없겠지만, 이런 말은 할 수 있지. 인생의 매 순간은 독과 약 사이의 망설임이야. 망설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오래 주저하고 머뭇거려서는 안 돼. 어느 순간 약은 독이 되어버리니까.” / 100p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을 만나면 약이 되고 원한을 만나면 독이 돼.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은 우리의 하루하루는 독과 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지.” / 198p

 

 

 

 

 

 

 

 

   삼촌과 동거를 하기 시작하면서 몽구는 자기 몸속의 독에, 그리고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독에 점차 눈을 뜨기 시작한다. 대학교를 가고 군대를 다녀오며 사회인으로 거듭나기까지 몽구는 다양한 형태의 독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테면 이기심, 증오심, 분노, 공포, 탐욕, 술, 성적 충동, 강압, 집착 등이 그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나쁜 이념들이 이른바 ‘독’이라는 형태로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치명상을 입힌다.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고 사회적으로 늘 주목을 받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고 과시하기를 원하는 아버지 조몽구, 병약한 여동생에게 집착한 나머지 그녀의 남자들을 경계하는 정우, 부하들을 한시라도 자기를 망칠지 모를 잠재적 독소라 여기는 소대장, 독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된 광수 등 몽구를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 ‘독’이라는 형태의 욕망에 빠져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독에 대한 온갖 관념들을 경험하고 또 어떻게 사유해야 하며 해독과 정화의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배우게 된다.

 

 

 

그런데 그 낙인은 대체 누가 찍은 것일까. 나 자신이 찍은 건 결코 아니니, 그렇다면 세상이, 어쩌면 우주가 그 낙인을 찍은 것일지도 몰랐어.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낙인을 찍는다는 건 뭔가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해서잖아.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상기시키려 하는 거지? 상기시켜서 뭘 어쩌려는 거지. 어쩌면 나로 하여금 싸우라고 하는 게 아닐까. 버티고 저항해서 마침내 이겨내라는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 그런데 무엇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일까. 나 자신에 대해서? 아니면, 세상의 독에 대해서? 그렇게 내 생각은 내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맴돌고 있었어. / 56p

 

 

“그날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거야. 독은 내게 다정하고 친숙했어. 비로소 나는 내가 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다른 존재에게 독이라는 것도 알았어. 하지만 또한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나의 삶과 세상의 독이 서로 침투하는 음침한 세계를 보았던 거지. 그 두려운 세계에서 내내 살아가야 하는 운명,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서 격하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어.” / 78p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바로 ‘여성들’이다. 몽구는 어린 시절에 이미 자신이 모종의 독성 물질에 감염되어 있음을 분명히 인식했고, 다만 그 독을 해독해줄 존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무의적으로 깨달았다. 바로 그러한 존재들은 주로 몽구가 만난 ‘여성들’이었다. 저체중의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망막증을 앓았던 탓에 누구보다도 몽구의 고통을 교감할 수 있었던 영지, 몽구의 정액과 피가 섞인 붉은 액체를 닦아주다 그것을 삼키기까지 했던 간호사 영지, 삼촌의 살림을 묵묵히 돌봐주던 쌍둥이 노파들 등이 그러했다. 이는 모성 신화를 연상케 하는데, 넓게 생각하면 ‘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나지만 또 그것을 해독시키는 ‘약’ 역시 사람에게서 얻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건 애기똥풀이란다. 바다 건너에서는 이 풀을 제비풀이라고 부르지. 새끼 제비는 막 태어났을 때 눈을 뜨지 못하는데 어미가 이 애기똥풀 즙으로 어린 제비의 눈을 씻어서 눈을 뜨게 해준다는구나. 그래서 제비풀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사람들이 눈병에 걸릴 때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 하지만 많이 바르면 피부가 상하고 먹으면 배탈이 나게 돼. 노랗고 작은 꽃이 피는데, 꽃말이 뭔지 아니? 미래의 기쁨, 몰래 도와주는 사람, 몰래 한 사랑,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란다." / 115p

 

 

 

 

 

 

 

   이 소설의 놀라운 점 중에 하나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제각기 다른 인물이지만 마치 하나의 인물처럼 겹쳐진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 조영로가 그를 비난했던 한종원이었고, 수호 삼촌이 행위예술가인 도부영이었으며 간호사 고영지가 나중에 꿈속에서 수호의 살림을 돌봐주던 쌍둥이 노파 중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삼촌 수호, 정우, 용한, 광수, 몽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 모두는 마치 한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경계를 교란시킨다. 독이 약이 되기도 하고 약이 독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이러한 점은 바로 이 이야기가 결국 ‘몽구의 이야기이나 나의 이야기이도 하며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기막힌 반전에 힘을 싣는다. 이것이 읽는 내내 꿈인 듯 현실인 듯 기이하고 때로는 난해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치밀하고 리얼리티적인 소설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한번은 서양 중세시대 스위스의 화학자 파라켈수스가 한 말, 여러 책에서 인용되는 그 말이 하루 종일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 요컨대 독과 약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차이가 없고, 다만 얼마나, 어디에서, 무엇과 함께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 177p

 

 

“모든 생명체는 살아 있기 위해 매 순간 자기 내부의 독성으로 외부의 독성과 싸우고 있어. 그러나 대부분 자기 내부의 독성을 의식하지 못하지. 하지만 너는 두통 때문에 그 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의식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말 그대로 깨어 있으라는 게 아닐까. 매 순간 긴장하라는 게 아닐까. 일상의 마비에서 벗어나 있으라는 게 아닐까. 고대 인도의 한 철학자가 말했지. 우리가 진실로 깨어 있는 때는 꿈꿀 때의 그 짧은 순간일 뿐이라고. 우리가 깨어 있다고 믿는 시간은 단지 마야, 곧 미망과 환영이라는 거지. 그렇다면 무엇이 미망이고 무엇이 실제인가. 독도 따지고 보면 미망이고 환영이 아닐까.” / 196p

 

 

 

   마치 ‘독의 백과사전’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은 작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독’에 대한 주제를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을 만큼 과감한 양식과 서사, 독과 약에 관한 통찰, 독물을 잔뜩 머금은 뱀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독’이라는 이 강렬한 단어 속에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아낸 작가의 역량에 박수를 전하고 싶다. 책의 말미에 “살아 있는 매순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외부의 적대적인 힘으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다른 생명체를 공격적으로 섭취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하나하나야말로 곧 한 송이 ‘독의 꽃’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에서 이 말 또한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의 모든 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약’”이라는 메시지가 주는 울림까지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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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 119 레시피
문성실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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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로 이토록 다양한 요리법이 가능하다니!

간편하면서 고급스러운 요리까지 가능한 만능 에어프라이어 요리 레시피!

 

 

   요즘 가장 탐나는 가전제품이 있다면 바로 ‘에어프라이어’다. 살까 말까, 홈쇼핑 방송을 하는 날이면 수없이 결제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어느 제품을 사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방송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무엇보다 아이들 요리에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사야겠다고 마음먹다가는 그간 없이도 잘 해먹었는데 있는 조리 기구나 잘 활용하자 싶어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런데 <에어프라이어 119 레시피>라는 제목의 책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에어프라이어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얼마나 다양하면 이런 요리책으로까지 나오는 걸까 싶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저 닭 요리나 생선 굽기 같은 정도의 간단한 요리만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는 순간 에어프라이어 구매 욕구가 확 치솟았다.

 

 

 

 

 

 

   <에어프라이어 119 레시피>를 펼쳤더니 낯익은 이름이 반갑다. 저자가 바로 문성실 요리연구가였던 것이다. 결혼 초기에 우리 집 반찬은 <문성실의 요즘 요리>로 거의 다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요리책이란 간편하고 알기 쉬운 조리법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들이 많은 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에어프라이어 119 레시피> 역시 그녀 이름 하나만 보고도 믿고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프라이어는 튀김기가 아니라 오븐입니다”

밥통 모양을 한 오븐이라고 생각하고, 오븐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요리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단순히 튀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븐 요리, 베이킹 등 다양한 요리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저의 요리 레시피는 에어프라이어가 오븐이라 생각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 9p

 

 

 

 

 

 

   에어프라이어란 과연 뭘까? 한마디로 ‘쾌속 미니 오븐’이다. 짧은 시간에 수분을 빼앗아 식재료 자체가 바삭해지고, 기름과 지방은 밖으로 배출하여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조리된다. 조작법이 간단하고, 새우, 생선, 고기, 채소, 빵 등 다양한 음식 조리가 가능하며 조리 도중 생기는 연기와 냄새가 적다. 튀김 후 남은 기름을 따로 처리하지 않아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며 요즘은 특화된 냉동식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다시 조리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통 튀김 조리 방식을 에어프라이어만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며 지방이 적은 식재료의 경우 바닥에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식재료에 기름을 골고루 뿌리거나 바르는 것이 좋다. 에어프라이어의 용도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튀김, 굽기, 토스트, 데어기, 베이킹’ 등이다.

 

 

 

   사실 에어프라이어를 살 때 가장 고민을 하는 것이 대용량을 살까, 말까이다. 저자는 다양하게 사용해본 결과 2인 가구 이상이라면 대용량을 추천한다고 말한다. 베이킹을 하거나 내열 용기가 들어가는 요리들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시간적인 면에서 금방 조리가 되기 때문이다. 책은 에어프라이어를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과 각종 조리팁, 청소와 세척법, 에어프라이어 짝꿍 도구, 계량법과 있으면 좋은 기본양념 정보까지 함께 소개하니 요긴하게 활용가능하다.

 

 

 

   요리 구성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넣기만 하면 되는 땡 요리”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레시피다. 고구마구이, 통감자구이, 가래떡구이, 단호박구이, 어묵구이, 심지어 누룽지나 라면땅 혹은 건빵튀김 같은 별미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뚝딱뚝딱 특별 간식과 야식”이다. 홈메이드 간식과 야식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여기서는 베이컨 달걀구이, 마약 옥수수, 소떡소떡, 고구마맛탕, 새우볶음밥 등을 요리할 수 있다. 특히 냉동 감자튀김을 이용한 오치즈프라이는 늦은 밤 맥주 한 잔과 어울릴 만한 야식이 당길 때 꼭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다.

 

 

 

 

 

 

   세 번째는 “일품요리, 고기와 해물”이다. 에어프라이기를 사길 잘했지, 하는 순간이 바로 이 때가 아닐까. 기름진 고기에서 기름이 쫙 빠져나오는 순간, 비린내가 진동하는 생선이 비린내 없이 요리되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말해 뭐하랴, 통삼겹살구이, 데리야키 등갈비구이, 핫 윙, 닭 다리 카레 양념구이, 감바스 알 아히요, 칠리 새우, 전복 버터구이, 연어찜 구이 등 워너비 요리들이 가득하다. 네 번째는 “일품요리, 채소”다. 건강한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기특한 요리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는 웜 채소 모듬구이, 포테이토 스킨, 아보카도 달걀 구이처럼 생소하지만 고급 요리처럼 느껴지는 레시피에서부터 웨지 감자, 알감자 구이 등의 요리까지 엄선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반찬”이다. 에어프라이어가 반찬도 해준다니 어쩐지 신기하다. 조미김구이에서부터 석쇠 닭갈비 마요덮밥, 고추 베이컨말이, 가자미구이, 프리타타, 애호박구이 무침 등이 가능하다. 여섯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대망의 “홈베이킹”이다. 에어프라이어가 재료를 튀기는 도구라고 생각할 때는 불가능해보이는 요리지만 세상에, 에어프라이어가 베이킹까지 가능하다니. 달걀빵, 초코칩 쿠키, 브라우니, 햄 치즈 스콘 등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레시피가 쏙쏙 실려 있다. 이어 일곱 번째 챕터에서 알려주는 “시판 빵으로 빵빵빵 요리” 역시 눈에 쏙 들어온다. 토르티야 소시지말이, 불고기 식빵 피자, 버섯 베이컨 케사디아, 마늘빵, 프렌치 토스트, 식빵 러스크, 멘보샤 등 너무나 해먹어보고 싶은 빵 요리가 가득하다. 마지막 여덟 번째 챕터는 “넣으면 맛있게 되살아나는 소생 요리”다. 남은 피자나 치킨, 핫도그와 치킨 너깃 같은 냉동식품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데우거나 구우면 생명력이 살아난다고!

 

 

 

 

 

 

   이렇듯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다채로운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는 <에어프라이어 119 레시피>는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요리까지도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온도와 타임 조절에서부터 준비물과 주재료, 소스 재료, 요리법을 비롯한 꿀팁까지. 에어프라이어가 간단한 조리법을 장점으로 내세우듯 레시피 역시 간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레시피들이 많다. 특히 손님을 자주 초대하거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 책이 톡톡하게 쓰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얼른 에어프라이어를 구매해서 요리가 즐거워지는 재미를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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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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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계엄군에 맞선 광주 거리 속 생생한 기록이 펼쳐진다!

평범한 시민의 힘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했던 그 위대한 시간들!

 

 

   지난 3월 11일, 전두환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하는 장면이 그날 하루 내내 뉴스를 장식했다. 사가에서 나와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중에서 나의 시선을 가장 강하게 붙든 것은 초등학생들이 학교 복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전두환은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전두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차치하고라도 광주의 미래가 1980년 5월 18일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았음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왜 하필 광주였을까?’, ‘그날 발포 명령은 누가 내렸나?’ 우리는 여전히 5.18과 관련된 질문들 중에서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최근 39년 만에 주한미군 501여단 소속 정보요원 출신의 증언 역시 사실이다, 엉터리 주장이다 양측 의견 대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진상 규명의 길은 멀기만 한 것 같다. 그런 가운데 5.18이란 이 항쟁의 역사를 특정 광주 지역 혹은 유공자의 문제로만 국한시키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1984년생에 대구에서 태어난 나만 하더라도 5.18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일에 불과한데,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채 이대로 시간만 흘러간다면 내 아이와 또 그 다음 세대 때에는 그들만의 역사와 상처로 남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다 더 생생한 육성들이, 보다 더 진실한 기록들을 남기려는 노력들이 매우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1980년 오월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담긴 책 <녹두서점의 오월>은 이제서라도 출간되어서 다행이고, 잊히고 지워져서는 안 될 소중한 기록들이다. 그날의 항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강렬한 외침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

 

 

우리 가족은 일종의 의무감으로 2012년부터 마음에 담아 둔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5.18항쟁에 대한 폄훼가 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상황이 두 가지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1980년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들을 현재까지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박정희 군부독재부터 이어져 온 지역 모순과 차별을 끈질기게 부추기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이 기록을 쓰게 만든 이유다. / 6p

 

 

 

   1980년의 대한민국은 모든 정보를 국가가 틀어쥐고 있었던 유신체제 하에서 모두가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대에 녹두서점은 정보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새로운 정보와 시대정신으로 목말라있던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전남 운동권 정보의 통로 역할을 한 곳이었다. <녹두서점의 오월>은 바로 1980년 오월의 거리, 항쟁의 중심에서 서점을 운영했던 가족이 쓴 기록이다. 전남대 학생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제적을 당한 뒤 당시 금서로 지정된 인문사회과학서를 학생과 시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서점을 연 김상윤을 중심으로 그의 아내 정현애, 남동생 김상집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구현하고, 5.18민주항쟁을 온몸으로 겪었던 이들의 사투를 위로하는 헌사이다.

 

 

 

   <녹두서점의 오월>은 제각기 다른 이 세 사람의 시선에서 5.18민중항쟁의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5월, 전국 대학들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대학 밖으로 시위를 확장해 갈 즈음 전남대 역시 5월 14일부터 가두시위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거센 시위가 3일간 계속되었고, 횃불 시위에 이어 5.16화형식까지 거행하며 박정희 독재정권의 잔당들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기에 신군부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결국 5월 17일 자정이 다 된 시간, 서점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대공과 형사들에 의해 녹두서점의 주인인 김상윤은 505보안부대로 끌려가고 만다. 아내인 정현애는 ‘사람 하나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니!’ 하고 막막했던 당시의 순간을 회고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조작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다음 날인 1980년 5월 15일 낮, 특전사 출신 군인들이 전남대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무지막지하게 구타하고,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끌려가거나 병원에 실려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학생들이 조금만 모이면 군인들이 마구 때리거나 잡아가고 항의하는 시민들도 때리는 것은 물론, 여학생들도 옷을 벗기고 때려서 잡아가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계엄군은 시민과 학생들을 완전히 적으로 여기는 것 같다. 무자비한 진압은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더욱 자극하기 위한 도발 같다.

시민과 학생들은 혼란과 공포 속에서도 상황에 맞는 대책을 제시하고 적절히 잘 대응하고 있다. 젊은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동참해야 하고, 반드시 학생지도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현재 유언비어가 지나치게 난무하고 있고, 이 상태로 가면 분노한 시민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학생지도부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평상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도 나와서 일반 시민을 대표하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전남대 총학생회는 일부 연행되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피신했다. 게다가 운동권 일선에 있던 사람들도 예비검속되었거나 피신한 상태에서 어떻게 지도부를 만들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 혼란의 책임을 결국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모두 뒤집어씌울 것이 뻔하지 않은가? / 69p

 

 

어제부터 시외전화선이 끊겨서 우리는 외부와 더 이상 연락할 수가 없었다. 이런 조치는 광주시민들에게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 나 역시 더 이상 전화로 광주 상황을 다른 곳에 알릴 수 없었고, 다른 지역의 소식도 알 수 없었다. 자식들을 광주의 학교로 보냈던 부모들은 광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전화도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분은 자식의 목숨이라도 살려야겠다며 광주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그야말로 군인들은 광주를 고립시켜 자중지란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서울은 그냥 조용히 있는가? 국민연합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을까?’ 모든 소식이 단절되니 고립감과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 113p

 

 

 

 

  남편이 대공과 형사들에게 붙잡혀 갔지만 아내인 정현애는 정신을 가다듬고 녹두서점을 지키며 이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학생과 시민, 부인들, 광주 내 민주인사들에게 당시 상황을 공유하고 상황일지를 기록하는 등 최대한 의연히 상황을 대처해간다. 대공과에서 광주사태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폭도들의 짓’이고 ‘그 지령을 받은 곳이 녹두서점’이라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이 항쟁을 지도할 인사들이 대부분 검거되거나 도피한 상황에서 그녀는 녹두서점에 모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어떻게 해서든 항쟁을 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한다.

 

 

 

   김상윤의 동생 김상집 역시 군 제대 후, 형이 합동수사부로 잡혀가자 윤상원의 당부로 녹두서점에서 이곳저곳 연락을 맡으며 항쟁을 지원한다. 시민들에게 알릴 가장 정확한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전남대 스쿨버스를 이용해 공수들의 만행을 알리는 가두방송을 이어나간다. 그 가운데 자신들을 진압하기 위해 서 있는 전경들 사이로 윤상원의 후배가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말리는 아버지를 뿌리쳐야 하는 슬픔을 짓누르기도 하며, 공수들이 보이는 사람마다 조준사격을 하는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에서 끝까지 저항한다.

 

 

갑자기 ‘탕!’ 소리가 나면서 머리 위로 흙가루가 쏟아졌다. 우리는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시민군이 총기를 만지다 오발을 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총구가 위로 향해 있어 총알은 천장에 박혔고, 그 여파로 천정 흙이 부스러져 내린 것이었다. 총을 다룰 줄도 모르는 어린 사람들이 정예 부대 중 정예라는 공수특전단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킨다고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더욱 아팠다. 이런 시민들을 적으로 삼는 군대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인가? / 128p

 

 

계엄군은 총기를 회수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습대책위원회는 협상을 명분으로 100여 정의 총기를 반납한 뒤 시위 도중 연행된 일부 학생들을 석방시켰다고 자랑했다. 24일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반면 텔레비전에서는 ‘간첩이 광주에 침투하여 무장 폭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중 한 명을 잡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협상을 위해서라도 총기 회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총기를 회수하고 시민군의 무장이 해제되면 계엄군들은 또다시 피의 살육을 자행할 것이고,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억울하게 숨진 모든 사람이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수습대책위원회에 기대를 걸지 않기로 했다. 궐기대회를 통해 시민군을 새롭게 조직하여 결사 항전을 결행하기로 했다. / 200p

 

 

 

 

 

 

   책을 읽다보면 5.18민중항쟁의 중심에 누가 있었는지를 우리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항쟁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의 물건을 싼 값에 팔거나 더 챙겨주기도 하는 상인들, 부패하는 시신의 악취 속에서도 죽은 자들을 돌보는 사람들, 최루탄으로 고통 받는 시위대를 위해 대야에 물을 길러오는 유흥업소 여성들, 자신들이 먹을 쌀을 기꺼이 시위대들의 배고픔을 위해 사용한 여성들, 계엄군의 구타에 이빨이 빠지고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도 열심히 싸웠던 이들, 바로 시민들이었다. 빨갱이와 폭도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하고 언제 사형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항쟁을 이어나갔던 이들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던 것이다. ‘역사의 주체가 민중’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민중의 힘을 믿지 않았다던 김상윤이 바로 옆에 있는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했고, 책 줄이나 읽고 운동가라고 여겼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나 역시 울컥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들은 낮에는 고문에 시달렸고, 밤에는 옆 사람의 신음과 울음소리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치장은 점점 수감자가 늘어나 잠잘 때 옆으로 누워서 아침까지 칼잠을 자야 했고, 밤은 꽁보리밥에 노란 물감이 묻어 있는 단무지 두세 조각이 전부였다. 그중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사실 속옷과 생리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생리대는 한 사람에게 하루에 하나씩 제공되었고, 그 이상을 요구하면 모욕적인 언사가 따라왔다. 날마다 수사받으러 상무대로 들락날락하면서 여성들은 무지하게 맞고 돌아왔다. 얼마나 맞았는지 엉덩이 전체가 시퍼렇다 못해 까맣게 변해 있었다. 특히 항쟁 당시 방송했던 여성들은 고문으로 수시로 하혈했고, 하혈을 멈추기 위해 국군통합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신체적 고통보다 간첩 행위자로 조사받는 일이 더 두렵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 264p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항쟁 최후의 날, 그 애절한 방송을 듣고서도 뛰쳐나가지 못했던 많은 광주시민은 여전히 마음에 큰 병을 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글을 읽으며 왜, 어째서 서로가 서로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단지 사람답게 사는 삶, 민주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이들이었는데, 그날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이들에게는 매년 열리는 5.18기념식조차 위로가 되지 않으리라. 그나마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자 쓴 이 책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덕분에 우리 모두가 잊지 않을 수 있기를, 5.18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39년이 지난 지금 모든 국민들에게 국가와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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