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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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나를 소비했던 일상이 아닌 이제는 여유를 주어도 좋을 때!

오리여인만의 따뜻한 글과 그림을 읽다보면 어느 새 내 마음에도 휴식이 쌓여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두 아이들과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 어차피 외출하기도 어려운데 그냥 두자. 일단은 방전된 상태로 두자, 하고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이번 일요일에는 집에 있을 거라는 남편의 말에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노라 선언하고 외출을 감행했다. 아뿔싸, 차가 방전되어 있었지.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방전된 차량 배터리를 충전해줄 기사님을 불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배터리가 완전 방전 상태 직전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한참 방전이 되었던 배터리가 다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목적지도 두지 않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겨우 서너 시간에 불과했지만,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난 이후 가장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오직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딱히 한 건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에게 시간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이 되면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나 역시 그간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려줄 힘이 필요했었나 보다. 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완전히 방전되어버리기 직전의 상태였음을 그때서야 깨닫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끔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땅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나팔꽃이 새싹을 삐죽 틔운 것처럼,

아보카도가 쑤욱 싹을 올린 것처럼,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결국은 싹을 틔워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시간을 주는 것.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식물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 / 26p 

 

 

 

   그 날. 나는 차창을 툭툭, 무심히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의 한 대목을 읽고 있었다. 그간 혹시나 기관지가 약한 어린 두 아들이 전염이 될까 늘 조심스럽고,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세상 떠나라 울어대는 둘째 아이 때문에 낮잠만 자길 기다리며 부랴부랴 밖으로 뛰어나가 필요한 물건만 사고 오느라 마음 졸이고, 장기간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첫째 아이를 위해 매일 이것 해줘야지 저것 해줘야지 고민하고 준비하느라 바빴던 그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잠시 나 혼자만의 외출을 하는 동안에도 집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고 있었던 나에게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지, 책 속의 문장으로 차오르는 생각을 다독였다. 참 감사한 일이다. 때마침 손에 들고 나온 책 한 권이 이렇게나 나를 쓰다듬어 줄 줄이야.

 

 

 

 

 

 

딱딱해진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15만 팔로워로부터 큰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오리여인의 신작 에세이다. 5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며 소진했던 몸과 마음에 시간을 주기로 마음먹은 뒤, 그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작지만 나만의 보폭으로 사는 소중함을 경험한 일상이 소복이 담겨 있다. 서두르지 않다보면 보이는 것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삶, 우리의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딱딱해져 있던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한 번씩 쓰고 버리는 주방 수세미를 사보았고, 공기 청정기가 있다는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았다. 이렇게 매일 어떤 ‘처음’을 맞이할 때면 호기심과 설렘이 마음에 가득 찬다. 사소하지만 모든 처음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 그렇게 계속 나이 들고 싶다. / 56p

 

 

 

 

 

 

   그녀는 물방울과 달, 밤과 돌멩이, 머루와 꽃잎,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 동그란 이유는 둥글게 둥글게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추위에 강한 식물,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 물을 자주 주거나 혹은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 등 다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인 식물들에게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운다. 시간을 오래 들이는 요리를 하며 내일 아침에 온다던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레어하고, 팝송을 알게 되고 민트 초코칩과 비오는 날이 좋아진 건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깨달음에 감사해한다. 그렇게 사소해보이지만 내 눈과 마음에 머무르는 것들에 감사해하는 그녀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마음이 훌쩍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 말걸.’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후회. 예전에 면접 전날에 살짝 튀어나온 여드름을 짜냈더니 더 큰 여드름이 되었던 일이 생각났다. 늘 가던 미용실을 놔두고 더 예쁘게 해준다는 곳에 소개로 갔다가 결국 머리를 왕창 잘라내야 했던 순간도, 짝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친구에게 화장을 받고는 망했던 경험, 유튜브를 보며 고데기로 머리를 하다가 결국 다시 머리를 감아버렸던 기억도 모두 떠올랐다.

그리 눈에 띄는 흉터도 아니었는데 욕심으로 쿡쿡 찌르고 만지다 괴로움만 더해졌다. 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게 해주시면 정말 저를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사랑할게요! / 155p

 

 

 

 

 

 

   아이들 밥 삼시세끼 챙기느라 바쁜 요즘, 내 몸 챙겨주려 차려준 엄마의 밥상이 유독 그립다. 약간의 소음이 뒤섞인 카페 안 구석에 앉아 서걱서걱 책장 넘기는 촉감을 자주 상상한다. 오늘은 나가볼까, 고민해보지 않고 그냥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걸음도 간절한 요즘이다. 때문에 평소보다 뭔가 더 야속하고 미워지고 우울한 마음만 커져가고 있다. 아, 정말이지 이대로라면 나 폭주할 것 같아! 하고 소리 지르려던 순간에 만난 책이여서일까. 어떤 특별한 감상보다는 그저 지친 내 마음을 매만져주고 위로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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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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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한계가 되었던 시절, 말과 글로 쓰고 싸우고 살아남은 여성들!

우리는 글쓰기로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기억해야만 한다

 

 

   어쩌면 그녀들은 개인의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읽다보면, 그녀들이 기꺼이 쓰고 싸우고 살아남음으로써 새롭게 펼쳐 보인 세상 속에서 내가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계가 되었던 시절, 평생에 걸쳐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던 그녀들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것은 ‘말과 글이 지닌 힘’이었다. 제각기 다른 시대에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지만 모두들 한결같이 읽고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한낱 취미가 아닌 생존이었고, 본능이었으며 삶 그 자체였다. 때문에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글쓰기로 자신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이어지고 있으며, 미래의 ‘그녀들’에게 우리 또한 전해주어야 할 것들이 있기에.

 

 

 

 

 

 

글 쓰는 여자는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202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 온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들의 말과 글을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출간된 책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에밀리 디킨슨,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수전 손택, 박경리, 제인 구달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25인의 여성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나이도 시대도, 성격도 모두 제각기 다르지만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글을 씀으로써 억압과 편견에 저항한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던 이들, 병들어 가는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문학의 역할의 중요성을 믿었던 이들, 무엇보다 내가 되고 싶은 여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랐던 이들의 삶과 철학은 짧지만 강렬해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식민지의 백인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열두 살짜리 백인 소녀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딸을 좋아하는 남자에게 무엇을 받아 낼 수 있을지 그것만을 따졌다. 뒤라스는 그런 머니가 야속하고 부끄러웠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게다가 베트남에서는 수시로 전염병이 돌아 멀쩡한 사람들이 갑자기 죽어 나가곤 했다. 뒤라스는 질병과 죽음, 가난과 고독에 몸서리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그 공포는 잠시 사라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며 뒤라스는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편 중에서 17p

 

 

1925년에 『댈러웨이 부인』, 1927년에는 『등대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는 드디어 작가로서 자신감을 획득한다. “내 마음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무엇인가 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나자 일종의 해방감도 느꼈다. “매일같이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등대로』를 쓰고 난 다음에, 나는 그들을 내 마음속에 묻어 버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나는 이제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선언했다. / 버지니아 울프 편 중에서 40p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 쓰는 여자가 얼마나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보였고, 도리스 레싱은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94세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시도니 사브리엘 콜레트는 여성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멋진 이야기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고, 제이디 스미스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지금 쓰고 읽는 것에 구원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 중 글쓰기가 삶의 전부였기에 글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과 타협하지 않고 끝내 생과 이별한 실비아 플라스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을 두드린다. 그녀는 문학에 심취한 전도유망한 우등생이었다. 그러다 인류학을 전공한 시인 지망생 테드 휴즈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가는데, 정작 자신은 두 아이를 키우며 읽고, 쓰고 일하는 삶에서 이탈해가고 있는 상황에 괴로워했다. 더욱이 지속적인 생활고로 “우리는 지금도 그렇거니와 앞으로도 결코 글을 써서 먹고살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하는 유일한 직업이 그것인데도. 에너지와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글 쓰는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려면 뭘 해야 할까?” 던 그녀의 고뇌야말로 글 쓰는 일이 먹고사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오늘날의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기에 뼈아프다.

 

 

 

   무엇보다 실비아 플라스는 돈이 없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 즉 “최악의 상황은, 이 모든 상황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삶”이라며 아파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종교적인 행위”와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 세상과 인간에게, 또 세상과 인간이 품고 있는 가능성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들을 개선하고, 다시 배우고 다시 사랑하는 일”을 포기한 채로 살고 싶지 않았기에 가스오븐에 머리를 박은 채 생을 마감한 그녀의 선택은 비극적이라기보다는 숭고하다. 한때 글만 쓰며 사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에 타협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일까,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마다 나를 버티게 하는 것이 책과 글쓰기이기 때문일까. 글을 쓰지 못할 바에야 죽음을 택했던 실비아 플라스의 삶은 유독 나를 공감하게 하고 슬프게 한다.

 

 

 

콜레트는 낙천적이었다.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새 출발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승부사 기질도 강했다. 결단력도 뛰어났다. 한때 자신의 책이 남편의 이름을 달고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쓸쓸하게 지켜보기도 했지만, 어리석고 뼈아픈 경험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는 않았다. 콜레트는 자기만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항상 명쾌한 답을 찾았다. 활동적이었던 콜레트가 지병으로 칩거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콜레트를 염려하고 동정했지만, 콜레트는 방 안에서 파리 사람들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작가인 자신에게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응수하며 4년 동안 더욱 날카로운 글들을 써내려갔다.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편 중에서 49p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시절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이자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 연방 대법원 대법관을 지명하려 했을 때, 이를 문제 삼는 여론을 향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의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 대법원 대법관인 긴스버그는 평소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길 바라느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홉 명 전원”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녀가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540명 가운데 여성은 9명뿐이었고, 여성 혐오와 차별이 공기처럼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긴스버그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녀는 여성들이 불평등과 적극적으로 맞서고, 젠더 평등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일관되게 고수하며 소수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성이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삶의 원칙을 수호했다. 결국 그녀는 차기 대법관인 소토마요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함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고 신장시켰다. 이처럼 여성의 자리가 커지는 것을 여성이 두려워할 때, 뛰어난 여성을 여성이 모른 척할 때, 핍박받는 여성을 여성이 지켜 주지 않을 때 여성 운동은 뒷걸음치게 된다는 경고를 보여준 그녀의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왜 인간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가. 왜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 계속해서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가? 오래된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발견해 낸 볼프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볼프 자신이야말로 분단과 통일 시대의 갈등 상황에서 여러 차례 “희생양”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새로운 질문을 계속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몸을 끌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에게 어울리는 세계, 나에게 어울리는 시간은 과연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코린토스의 희생양 메데이아는 마지막까지 묻고 또 물었다. / 크리스타 볼프 편 중에서 122p

 

 

한평생 많이 슬프고 크게 아팠던 박경리는 그 고통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글을 써 내려가며 그 무엇에도 “눌리지는 않으리라는 독한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2008년 4월 박경리는 마지막 시를 남긴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모진 세월은 그냥 물러가지 않았다. 억울하고 혹독했던 시간들과 싸우기 위해서 무엇보다 살기 위해서 박경리는 소설을 썼다. “소설이란 삶과 생명의 문제이며, 삶이 지속되는 한 추구해야 할 무엇이지요.” 글 쓰는 여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 박경리 편 중에서 194p

 

 

“성공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자크 디네센에게 이야기는 생명이자 구원이었다. 그의 신념은 한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한나 아렌트는 이자크 디네센의 작품에서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참을 수 있다.”는 통찰을 얻었고, 실제로 그와 같은 믿음이 고통을 직시하며 현실을 분석하고 윤리적 판단의 기준을 내린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을 관통하고 있다. / 221p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글 쓰는 여성,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했던 25인의 여성들을 통해 억압과 차별의 여성서사를 들여다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문학이 우리 시대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두 아이를 키우며 오로지 책과 글쓰기를 통해 위안을 얻고 있는 요즘, ‘그녀들’이 그러하였듯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자 내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는 절실한 도구로 나는 무엇을 쓰고 남길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봐야겠다.

 

 

 

  추신, 책에 의하면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기에, 서평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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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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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발맞춘 입시 맞춤형 준비 노하우!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한 개념 이해, 팩트 체크, 입시 설계 로드맵을 제시하다!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수시와 수능 위주의 입시 제도를 거쳐 온 나로서는 이런 말들이 다 뭔가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설마 이 개념들을 전부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어차피 교육 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제 겨우 6살과 2살일 뿐인데, 하고 손을 놓고 있는 나는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부모인 걸까.

 

 

 

   내가 입시를 치를 때를 돌이켜보면 나의 부모님은 입시 제도는커녕 ‘공부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저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 생각해주셨던 그 믿음에는 지금도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정도의 가이드를 해주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든다. 즉, 부모의 주도하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이의 교육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부모가 아이의 자유의지를 위해서 그저 믿고만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아이에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적정선의 정보와 가이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잘 몰라. 네가 알아서 잘 해야지’ 하고 방관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복잡한 입시제도 속에서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슬슬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의 공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오늘도 입시를 앞둔 자녀의 부모들은 고민한다. 수능이 유리한지, 학종이 유리한지, 수능은 어떻게 대비할 것이며, 학종은 정말 비교과가 중요한지,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독서기록이 대학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건지 등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쉽게 판단되지 않는 정보에 머리가 아프다.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에듀버라이어티 <공부가 머니?>에 출현하여 익히 알려진 진동섭 교육 전문가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 쓰앵님의 실존 모델이라 하니 더 눈길이 간다.

 

 

 

   책은 입시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공부 역량 키우기에서부터 달라지는 입시 제도와 이에 따른 준비법, 입학사정관만이 알고 있는 평가방식, 입시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점검할 수 있는 팩트 체크와 각종 공부법에 관한 노하우를 다루고 있다. 본격적인 입시 제도에 대한 이해에 들어 가기 앞서, 그 어떤 복잡한 교육 제도의 변화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아이의 공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강조한다. 바로 독서 습관 들이기, 스스로 챙기는 습관 들이기, 경청하는 습관 들이기, 공책 정리 방법, 적절한 보상을 통한 동기 부여, 적절한 성취 압력 주기 등이다.

 

 

 

 

  수리력을 기르는 수학공부법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에 띤다. OECD가 ‘OECD 교육 2030’에서 미래 학습자가 가져야 할 4가지 역량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바로 문해력, 수리력, 데이터 이해력, 디지털 이해력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문해력의 중요성이야 그동안 꾸준히 강조되어 왔던 바이지만,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역량이 ‘수리력’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수학은 중요한 과목이라는 반증이다. 이에 저자는 수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앞서 나가는 것보다 지나온 단계에 대한 학습 ‘결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전 학기에 배운 내용 중 학습 결손이 있으면 반드시 채우고 넘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 학년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학습 결손을 메우기에 적기라고 말한다. 예습보다 중요한 것이 복습으로 학습 결손을 점검하는 일이다. 중학교에 들어오는 과정에서도 초등학교 단계의 학습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또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해야 할 공부는 중학교 과정의 학습 결손을 찾아 보완하는 일이라고 한다. 즉, 중학교 단계의 학습 결손이 다 메워졌을 때에야 다음 학기 진도를 예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예습을 할 때도 진도를 너무 많이 나가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학교에서 해당 진도를 나갈 때 개념을 더 확실히 익히고 복습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예습하는 과정, 학교 수업에서 진도를 나갈 때 생각하는 과정, 복습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고 내면화하는 과정, 시험 준비를 하면서 다시 복습하는 과정을 거쳐서 공부가 심화된다고 말한다.

 

 

 

독서와 관련해 실천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 공부방이 있으면 책장을 놓고 책을 가까이 두자. 공부방이 따로 없다면 책상 위 책꽂이에 문제집, 자습서만 두지 말고 좋은 책을 꽂아 두자. 즉, 책을 가까이 두고 습관처럼 책을 읽자.

둘째, 책꽂이에 둘 내 책은 딱 세권으로 제한하자. 사서 보는 세 권의 책은 자신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면 좋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 새 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년이 올라가지 전에 사 둔 책은 모두 읽어야 한다. 학기 중간에 이미 다 읽었다면, 새 책으로 바꾸는 것도 좋다.

셋째, 책을 읽고 내용 파악이 되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정리해 두어야 한다. 즉, ‘독서록’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더 중요한 일은 책을 다 읽은 뒤 저자가 중점적으로 개진한 의견에 대해 두 개의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같이 책을 읽은 친구나 부모님이 있다면 서로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독서를 바탕으로 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 33p

 

 

엄마 혼자 단호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안에 있는 어른들이 모두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엄마보다 긴 도형 학생의 할머니도 단호하게 손자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 때까지, 주어진 공부를 다 했는지 점검해주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아이의 공부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 47p

 

 

 

 

 

 

   입시를 준비할 때 흔히 ‘수시냐, 정시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에 내신 공부의 특징과 수능 공부의 특징을 나눠서 소개하며 이에 맞는 공부법을 소개하는데, 그러면서도 두 전형의 대비가 근본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때 수험생은 반드시 세 가지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첫째는 개념 이해다. 수시든 정시든 개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는 자기주도학습 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할 마음이 있어야 공부가 된다는 뜻이다. 셋째는 독서와 토론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해력이 있어야 수능 문제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시냐, 정시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영준 씨의 공부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빨간 펜으로 표시해가며 진행한 15회독이 핵심이다. 그 시작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는 모든 공부의 기본은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 문제를 풀지 않았어요.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 시기는 개념을 알고 난 뒤부터였는데요. 그래서 수능 당일에도 개념서만 들고 갔습니다.” / 107p

 

 

 

 

 

 

   사실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를 읽기 전에는 우리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엔 학생 수가 줄어드니 대학 가기 쉽지 않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대학 가기 쉬워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한 번 시험을 망치면 수시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학생부종합전형은 ‘맥락’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후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망친 시험을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는 조언 역시 새겨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외에도 책은 수능, 학종,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내신 등 각 영역에 따른 입체적인 분석과 각종 의문점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고로 삼을 만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교과서도 이런 점이 강조되어 ‘생각 열기, 핵심 개념, 기본 활동, 확장 활동’의 순서로 기술되어 있다. 과거에 비하여 설명은 획기적으로 짧아졌고 활동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 결과가 학생부에 기록되면 이것을 대학에서 받아서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그러므로 개념을 잘 이해하고 학습 활동을 충실히 한다면 당연히 교과 성적도 좋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학생이 성장한 모습이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이라면 학생부 종합전형에 당당히 합격할 것이다. / 232p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의 공부에는 오답노트가 필요 없다. 문제풀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지를 준비해서 자신이 배운 과목의 목차를 적고, 각 목차의 단원마다 학습 목표(이것을 성취기준이라고 하지만, 교과서에는 학습 목표라고 되어 있다.)를 적은 다음, 학습 목표에 해당하는 핵심 개념을 적어보는 것이 학종 스타일 공부다. 그런 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남 앞에서 발표하고 설명하거나, 글로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요즘은 녹음과 동시 문자로 바꿔주는 스마트폰 앱이 있으므로 스마트폰에게 설명하면서 문자로 변환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러한 공부의 의미는 소소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보다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 257p

 

 

 

 

 

 

   미래는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기술로 다 잡아가니 스스로 잡는 법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교육이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발맞춰 ‘물고기 잡는 법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계발할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기 잡는 방법을 말해주지 말고 바다와 낚시를 보여주어 스스로 고기를 잡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설계라는 말은 분명 내겐 이른 감이 있지만, 자녀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조언인 듯하다. 내게 있어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 고교학점제 등과 같은 교육 제도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입시가 머지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교육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 살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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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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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닐까,

마지막까지 엄청난 몰입감과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본격심리스릴러!

 

 

 

   영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맨사(이하 샘)는 경찰이 놓친 실마리들을 포착해 사라진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홀리 마이클스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피해자인 이 어린 소녀는 집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플로리다주 레드 리버 카운티의 강 상류에 버려졌다. 시신의 손끝은 펜치로 잘려 있고, 사망 직후 시신이 이동된 것으로 보이며, 허리 아래로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았다. 이 용의주도한 사건은 여러모로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 사건 전에 등장한 수상쩍은 남자까지. 하지만 별다른 실마리나 목격담은 들려오지 않았고, 각종 음모론과 온갖 끔찍한 상상들이 확대 재생산되며 점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운데, 한 소년이 법정에 섰다.

 

 

 

   데니스 댄슨. 열여덟 살이 될까 말까 한 나이에 어색한 정장을 차려입고 법정에 선 소년의 겁에 질린 얼굴과 파란 눈을 보며 사람들은 동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경에 빠진 열 여덟 살 소년이 감옥의 남자로 변하기까지, 데니스는 오랜 세월 복역 중에 있으면서도 수도승과 그리스도의 대속을 연상시킬 만큼 성스러운 구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끝끝내 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시종일관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그의 다큐멘터리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의 무죄 시위를 주도하고 유명인들이 지지 트윗을 올렸으며,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데니스 앞으로 온 편지가 하도 많아서 다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인 마크를 떠나보낼 정도로 이 사건과 데니스에게 푹 빠진 그녀는 마치 연애편지를 쓰듯이 그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순수하게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어 보이는 샘의 편지를 읽고 데니스 역시 응답했다. 그렇게 여러 편의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악랄한 살인마라기에는 섬세하고 자상하며 자신을 응원해주는 데니스에게 흠뻑 빠진 샘은 이윽고 그를 만나기 위해 미국 앨투나 교도소로 날아간다.

 

 

 

샘은 차를 세우고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는 입구로 걸어갔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돌아갈까 생각했다.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마음을 백만 번은 바꾼 것 같다. 공항 문을 나서 열기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 단 한순간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수한 거야. 끔찍한 실수.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일종의 공유된 광기였다. 그저 뭔가 더 나은 것을 간절히 바란 두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 32p

 

 

 

 

 

  샘은 평소 자존감이 낮고 칭찬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타입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실현해내고야 하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오로지 연애 상대에게만 매달려서 나머지 모든 것은 뒤로 제쳐두는 성향을 반복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데니스와의 만남이 광기이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본 순간, 이 순수한 사랑에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그의 청혼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살인죄를 선고받은 남자를, 어린 시절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어딘지 위험한 장난 같은 것을 서슴지 않은 데다 심지어 아버지조차 옹호하지 않을 정도로 골칫거리 같은 구석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결심할 수 있을까. 비록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지만 이 매력적인 남자의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샘 자신이라는 것, 자신이 그의 보호자가 되어 지켜주고 싶다는 욕망이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의혹을 접어두어도 좋을 만큼 그가 누명을 쓴 게 분명해 보이는 증거들, 오랫동안 그의 다큐와 영화를 찍으며 한사코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캐리와 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또한 결심에 한몫했을 것이다.

 

 

 

데니스는 비록 인기가 많았지만 다른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그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의 다른 부적응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경찰인 에릭 해리스의 아들 하워드 해리스, 린지 더스트와 함께 보냈다. 같은 팀 선수들과 반 친구들은 데니스가 왜 여전히 ‘루저’ 취급을 받는 아이들에게 애착을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피고 측 심리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것은 학대 아동의 고전적 징후였다. “이런 아이들은 또래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약점을 들키는 걸 두려워합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가정 형편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거죠.” 데니스는 자신이 루저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 46p

 

 

“시각 따윈 없어. 이야기는 없어. 이곳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 그냥 진실뿐이야. 외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해. 왜냐하면 여기 없었으니까. 그 사람들은 그 당시의 데니스를 몰라. 당신들이 그 녀석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기 전, 맹수가 아니라 사냥감처럼 보이는 법을 배우기 전의 그 녀석을.” / 112p

 

 

 

 

 

 

   이후 사건은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자신이 홀리 마이클스를 죽인 진범임을 자백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마을에서 사라진 다른 소녀들의 사건은 한사코 부인했지만 그가 홀리 마이클스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마침내 데니스는 극적으로 풀려난다. 그렇게 온갖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데니스는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한편,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가 입증되고 이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도 사라졌으니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샘에게 서서히 기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여지를 주지 않는 데니스의 태도, 그의 고향 레드리버 카운티로 돌아온 뒤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상쩍은 일들, 매일같이 찾아오는 그의 친구 린지와 어딘지 섬뜩한 구석이 있는 친구 하워드, 종종 사라지곤 하는 데니스와 그를 주시하고 있는 해리스 경찰까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샘은 이 결혼에서 기쁨과 만족을 얻기는커녕 공포와 망상에 사로잡히며 하루 빨리 이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과연 샘은 데니스가 끝까지 마을의 소녀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내가 부인이라면 데니스가 왜 여기로 굳이 다시 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데니스는 이제 자유이고 여기에 가족도 없어요.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고요. 심지어 이곳 사람들은 모두 데니스를 미워해요. 그런데도 왜 데니스는 여기를 다시 찾아왔을까요?” / 266p

 

 

냉정을 되찾은 샘은 폭식한 사람의 후회 같은 역겨움을 느꼈다. 이런 식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남편의 소지품을 기웃거리는 정신 나간 아내. 새끼 고양이를 익사시켰다는 둥, 옛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운다는 둥 하는 편집증적 망상들. 이제 그런 생각은 멈췄다. 왜 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파괴하지 못해서 그렇게 안달일 걸까? / 309p

 

 

 

 

 

 

이곳에는 뭔가 있어 / 325p

 

 

 

   『이노센트 와이프』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살인자가 맞을까, 아닐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마지막까지 엄청난 몰입감과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심리스릴러다. 의심과 믿음을 반복하며 공포와 환각, 현실 같은 망상이 복잡하게 뒤엉킨 관찰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를 마지막까지 꽉 붙들어두는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최근 읽은 심리스릴러 중에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작품으로는 단연 최고인 듯하다. 거기다 <나를 찾아줘> 제작사와 영화화를 확정지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지금처럼 외출이 어려운 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 한 권 읽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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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알렉산더 지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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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고, 은유적이며,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한 남자의 성장 그리고 사랑!

내가 읽은 것보다 읽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그래서 거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마법에 걸려 커다란 당나귀 머리로 변한 바텀에게 마법의 꽃즙이 묻은 티타니아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셰익스피어가 마법의 꽃즙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사랑이란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는 것, 두 눈을 멀게 하고 분별력을 앗아간다는 것. 감정의 원인과 대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정서적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여기서 사랑이 우리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현실의 모든 저항이나 장애를 넘어서게 하는 바로 그 힘 때문이다. ‘나르시스의 전설에서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한 게 아니었다. 결코. 그가 사랑한 대상인 물에 비친 그림자는 그를 움직일 힘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중에 자기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의 사랑은 그 힘 때문에 전설이 된다.’던 『에든버러』 속의 구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항할 틈도 없이 닥쳐오는 폭력 앞에 고통 받던 10대의 소년들이 서로를 사랑했던 것은 어쩌면 그 힘을 믿고 의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레이디 타마모가 영생을 버리고 사랑했던 자신의 남편을 따라 스스로 불에 뛰어들게 한 바로 그 힘을.

 

 

 

 

 

 

차별과 억압, 정체성의 혼란과 폭력으로 얼룩진 10대들의 민낯 

 

 

   『에든버러』는 한국인계 이민자이자 퀴어인 열두 살 소년 ‘피’의 이야기다. 성가대에 들어갈 만큼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피는 처음으로 참석한 파인스테이트 성가대에서 피터를 만난다. 아마빛 머리카락에 체구는 작아 보이지만 성량이 풍부한 피터의 입은 피에게 있어 ‘순수한 음들로 이루어진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문’이다. 널 사랑하고 있어. 그래 맞아, 널 사랑하고 있어. 피는 피터와 함께, 영원히 닿을 수 없을 만큼 아주 높은 곳으로 함께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응시하는 하나의 시선을 불쑥불쑥 느낀다. 합창단의 지휘자, 큰 에릭이다. 그는 나체주의자이자 소아성애자로,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나체주의의 미덕을 늘어놓고 알몸 대화를 나누며, 성가대에서 아이들이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것을 금지시킨다. 그의 눈은 올빼미를 닮아서, 하늘을 날며 밤하늘 어딘가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 나중에 큰 에릭이 구속이 된 이후에야 구체적인 숫자를 알게 되지만, 성가대 대원의 절반이나 되는 아이들이 그로부터 씻을 수 없는 성폭력 트라우마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알고 있었어. 바람이 방향을 바꾸자 바닷바람이 지나간다. 이편이 좀 더 괜찮은 기억이다. 나는 큰 에릭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둘 다 소년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큰 에릭이 나에게서 무엇을 보는지 안다. 우리는 같지 않다. 내가 그걸 알고 있다는 걸 그는 안다. 나는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안다는 사실이, 내 안에 밝혀진 빛 하나가 희미한 어둠을 뚫고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다. / 66p

 

 

잠시 후 큰 에릭이 내 자리로 다가온다. 《천국의 불꽃》을 좋아하니? 그가 나에게 묻는다. 그는 내가 책에서만 읽었을 뿐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양손을 비빈다. 그렇게 손을 비비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가 유일하다.

좋아해요. 나는 말한다. 나는 그 책을 좋아했다. 큰 에릭은 나에게 이 소설을 읽도록 권했고, 나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았다. 책을 가지고 집에 왔을 때, 그가 왜 나에게 이 책을 읽도록 권했는지 알았다. 소설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관한 이야기로, 대왕은 십대 시절에 연상의 남자 교사와 연애를 한다.

큰 에릭은 미소를 짓는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 아니니? 다음엔 《페르시아 소년》을 읽어라. 황제와 거세된 남자 노예의 사랑 이야기란다.

네, 그럴게요. 나는 말한다. / 84p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삶에 저항한다. 피터는 자해를 가하다 결국 제 몸에 불을 지른다. 잭은 스스로 제 몸에 방아쇠를 당긴다. 피는 피터를 큰 에릭으로부터 지키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과 잭의 애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데에 대한 죄의식으로 괴로워한다. 마치 자신이 잭의 총알이 되고, 피터의 불길이 된 것처럼 그들의 죽음에 관한 산만한 생각들이 자신 안에 불을 질러 흉측하고 붉은 흉터를 남기고, 번개에 맞은 나무처럼 완전히 태워버리는 것 같다. 더욱이 그는 그 누구와의 관계 속에서도 완전함을 얻지 못하고 수시로 죽음에 대한 충동을 느낀다. 그렇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피는 훗날 고등학교 수영 강사 코치로 부임하며 피터와 똑같이 생긴 제자 워든을 만난다. 피터의 환영으로부터 벗어나 이제 덤덤하게 삶을 받아들이기로 한 피였지만 끝내 워든을 거부하지 못한다. 하지만 워든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워든은 지난 날 성가대의 지휘자 큰 에릭의 아들, 에드였던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모르겠다. 아무것도 이유가 아닌 동시에 모든 게 이유가 된다. 왜 죽고 싶은 거지?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달리 그만 둘 방법이 없잖아? 죽으면 모든 문제가 끝나니까. 타마모의 모습이 보인다. 자기 손으로 남편의 두 눈을 가리고, 공기를 들이마신 후 입김을 불어 불을 내뿜는 타마모와, 그녀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만하면 됐어. 타마모는 생각했을 것이다. 타마모의 입술 위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 그것은 이제 나를 끝낼 것이다. / 164p

 

 

 

   이처럼 『에든버러』는 수치심과 폭력으로 얼룩진 10대 시절, 아직 자아가 뚜렷이 정립되지 못한 소년들에게 방치된 성폭력의 그늘이 한 개인은 물론 그들 조직 전체에 얼마나 큰 비극을 몰고 오는지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통해 과감하면서 덤덤하게 그려나간다. 그러면서도 거친 듯 섬세하고, 무기력함과 분노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나아가려는 한 남자의 감정선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얼마간 책을 읽기 힘들다가도 기꺼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껴안게 한다. 여기에 한국계 이민자로 겪게 되는 차별과 한국의 구미호 설화가 어우러진 다층적 구성,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문체는 이 소설이 미학적인 요소까지 갖춘 꽤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나는 데스캔트를 맡고 싶다.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목소리도, 내 음역대도 그만하면 괜찮다. 나는 더 열심히 노래를 익힌다. 하지만 그 순간 큰 에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합창석 맨 위에 선 금발 소년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에 감동 받길, 그 음악이 바로 눈앞에서 머무르길 바랄 것이다. / 24p

 

 

나의 옛 목소리에 대한 기억, 그러니까 소년 시절 소프라노 목소리에 대한 기억은 간절한 소망에 대한 기억이다. 목소리에 힘을 빼고 싶은 욕망. 먹이를 잡은 가마우지가 바다를 떠나듯, 성대를 풀어내고 육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재가 되고,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 자체가 되고 싶은 소망. / 118p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기억할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 만큼 정말 순진했던가? 그렇지 않다.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 시절의 순진함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앞만 보고 달리느라 그 시절을 까맣게 잊은 어른일 것이다. 순진함이 악의 능력에 대한 무지라면,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순진함을 운운한다. 그들은 아이를 보고 순진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기억에도 없는 그 시절을 막연히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 296p

 

 

 

 

 

 

   『에든버러』는 환상적이고, 은유적이며,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소설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내가 실제로 읽어낸 것보다 읽지 못한 부분이 혹은 읽어야 할 부분이 더 많은 소설이다. 오직 한 번의 독서만으로는 어쩐지 부족해서, 거듭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내가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은 다른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더욱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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