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로는 연애를 글로 배워야 할 필요도 있다?

유쾌한 상상력, 현실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리얼하게 풀어낸 본격 로맨스!

 

 

 

“모든 배우자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어떤 시점에선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돼.” / 16p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모든 배우자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어떤 시점에선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된다”던 델의 말처럼,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부부라 하더라도 진실보다는 선의의 거짓으로 이루어지는 평화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괜찮은 척’과 ‘잘 지내고 있다’는 자기 긍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텨지는 부부 혹은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수많은 로맨스 소설이 완성해놓은 해피엔딩 뒤에는 사실 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릴 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완벽한 육아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아내가 실은 꾹꾹 참으며 애써 연기를 해왔던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개빈이 뒤늦게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두 딸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빠에게서 남편을 겹쳐 보며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심하는 세아의 이야기는 유쾌 발랄 섹시 코미디를 지향하는 로맨스 소설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그렇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착하게 사는 데 질릴 대로 질린 여자만큼 세상에 강한 건 없다 / 19p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여섯 번째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치며 선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성공을 거둔 날, 개빈은 아내인 세아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그동안 좋은 부모이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그녀가 오랫동안 참고 견디며 연기를 해왔다는 말과 함께 이혼을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 잠자리에서조차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건 인정할 수 없을 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어서 그는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괴로움에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개빈을 보며 이런저런 충고를 하던 그의 동료들은 위기의 결혼 생활로부터 그를 구제해주기 위해 이내 믿을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한다. 바로 그들의 북클럽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델이 말했다. “인간은 모두 진화 과정에 있지만 전부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지는 않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해서 이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 16p

 

 

 

 

 

 

   프로 운동선수에 사업가, 공무원 등 내슈빌을 쥐락펴락하는 남자 열 명으로 이루어진 북클럽 사람들은 개빈에게 뜻밖의 책을 한 권 던져준다. 《백작부인 사로잡기》. 뭐지, 이 로맨스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제목의 책은? 황당해서 어금니에 힘을 꽉 주고 눈을 치켜뜨는 개빈에게 북클럽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로맨스 소설이야말로 그들의 ‘지침서’라 소개한다. 알고 보니 북클럽 회원들은 모두 부인이나 여자 친구, 약혼 상대를 잃을 뻔했던 적이 있었던 남자들로, 그들은 로맨스 소설을 읽고 단순히 짝을 되찾은 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길 바라는지, 삶과 관계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 알 수 있으며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들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빈으로서는 18세기 영국 백작이 평범한 신분 출신의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담은 이 로맨스 책 한 권이 세아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모두 준비됐지?”

남자들은 입안에 든 걸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북클럽의 첫 번째 규칙은?”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북클럽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대체, 이게. 뭔 소리야.

개빈은 숨겨진 카메라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건 분명 몰래카메라다.

“북클럽이라고? 내 결혼 생활을 구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그거야?” / 48p

 

 

 

   한편, 세아는 집에서 감옥 같이 가로막혀 있던 벽을 망치로 깨부수며 자신의 결혼 생활도 종지부를 찍고, 그간 육아와 결혼 생활을 하느라 내려놓고 있었던 그림과 학업을 되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무던히 애써왔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 많고 유능한 야구선수와 결혼하려고 일부러 임신한 ‘그 여자’로 여기는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에, 이제 유명인의 아내로 사느라 잃어버렸던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간 야구를 하느라 쌍둥이 육아는 물론 남편의 역할에도 소홀했던 개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혹은 개빈에게 원래 이런 면이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변화된 개빈의 행동에 차츰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말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 끊임없이 그의 진심을 의심하던 그녀는 결국 한 달,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그가 집에 있는 것을 허락하게 되고, 그때부터 개빈은 세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과연, 개빈은 세아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남자들은 전부 얼간이야. 우린 도통 여자들 속은 모르겠고, 짜증 난다고, 진짜 원하는 게 대체 뭐냐고 불평이나 늘어놓잖아. 우리가 관계를 망치는 건 그걸 알아내는 게 너무 어려운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서야. 근데 진짜 문제는 바로 우리야. 우린 남자는 감정을 느끼고 울고 속내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남녀 관계에서 그런 감정 노동은 전부 여자들이 해주길 바라지. 그러면서 그녀들이 우릴 포기해버리면 대체 문제가 뭐냐고 혼란스러워해.” / 51p

 

 

“난 지금 자신감 바닥이라고.”

“네 자신감 말고, 등신아. 여자의 자신감! 넌 그녀가 그 공간 안에서 마치 자기가 유일한 여자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거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뺨이 살짝 붉어지게 하는 거지. 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계속 되새길 수 있는 말을 해주는 거라고.” / 80p

 

 

 

 

 

 

   이처럼 『브로맨스 북클럽』은 결혼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개빈이 북클럽 동료들의 조언과 로맨스 소설을 본보기로 삼아 무너진 아내와의 관계를 다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유쾌한 로맨스 소설이다. 북클럽 회원의 남자들이 지침서로 삼은 《백작부인 사로잡기》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여 로맨스 소설책 한 권이 개빈과 세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이를 키우는 현실 부부의 고민에 공감하고, 서로 다른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여러 대목들 역시 인상 깊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아침, 잠에서 깨 그녀의 삶 전체가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그가 읽어 내려갔다.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그녀가 사, 사, 상상하던 것보다 하찮은 존재라는 걸, 자신이 바, 바, 바라던 모습보다 못한 존재라는 걸, 한 남자의 조용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는 걸, 반짝이는 테이블의 반들거리기만 한 표면 같았던 자신의 엄마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 143p

 

“우리 안에는 스스로 잊고 있는 무언가가 있어. 다른 사람 안에서 찾아낼 때까지는 우리 안에 있어도 인정하기 싫은 그것,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그것. 네가 이 문제를 세아와 함께 풀어나가고 싶다면 그녀 안에 잃어버린 게 뭔지 알아내야 돼. 그런 다음 그녀의 상처 입은 그곳을 만져주는 거야,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까지. 그게 세아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방법이야.” / 247p

 

 

 

 

 

 

   흔히들 로맨스 소설이나 연애의 기술을 다룬 책들을 읽는 사람들에게 ‘연애를 글로 배우냐’며 놀리곤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연애를 글로도 ‘반드시’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꾸준히 진실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남자들이 어떻게 연애의 고수로 거듭나게 된 것인지 그 비법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주인공이 결혼을 한 부부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상, 아무래도 육체적 관계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예비 독자 분들이라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