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두면 시리즈 2
디아나 헬프리히 지음, 이지윤 옮김, 황완균 감수 / 지식너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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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관한 가장 유용한 정보만을 한 데 모아놓은 의약 상식서!

이 책은 상비약처럼 두고두고 책장에 꽂아두고 찾아볼 필요가 있다!

 

 

 

   머리가 묵직하고 지끈거리는 것이 두통이 시작될 기세였다. 상비약을 담아두는 서랍을 열어보니 두통약이 한 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설명서에는 두 알을 먹으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아직 두통이 심한 것도 아니고 예방차원에서 먹는 거니 한 알 정도만 먹어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확실히 한 알로는 효과가 부족했나보다. 그날 밤새 나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처럼 약을 대할 때면 우리는 여러 가지 고민이 생긴다. 꼭 설명서에 적힌 개수대로 먹어야 하는지, 식전과 식후 중 어느 때에 먹어야 좋을지, 사용설명서를 버리는 바람에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 없는데 먹어도 되는 건지, 설명서에 적힌 유사 증상이 보이면 그냥 먹어도 되는 건지. 때마다 약국에 가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또 새로운 약을 구매하자니 어쩐지 아까운 마음도 들어서 몇 번이고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런저런 통증으로 인해 여러 개의 약봉지를 한꺼번에 달고 사시는 어른들이 있는데, 병원이나 약국에서 주의사항을 제대로 주었는지도 의심스럽다. 몸에 좋다고 먹는 약, 아파서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 각종 영양제들을 달고 사는 우리들. 정말 괜찮은 걸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약에 관한 상식들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는 의학 기자이자 약사인 저자가 잘못된 상식과 부족한 정보가 넘치는 의약 분야에서 사람들이 건강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쓴 책이다. 통증, 감기, 소화 불량, 변비, 불면증, 피부 트러블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필요한 의약 정보들을 비롯해 여러 의약품들에 대한 지식과 자가 치료의 팁을 전수한다. 다만, 책을 읽기에 앞서 모든 통증과 질병에 딱 맞는 처방이 있지 않다는 점과 이 책의 정보를 함부로 적용하지 않기를 강조하는 만큼 아프거나 의심이 생길 때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의 상담을 우선시 할 것을 당부한다.

 

 

 

   평소 꽤 건강한 편이라 자부하지만 그런 나도 유독 두통만큼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집 비상약 서랍장에는 두통약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두통약을 워낙 자주 먹다 보니 이에 대한 부작용은 없는지 항상 먹기 전에는 망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약품은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는데 어떤 약품은 두 알을 복용하라고 하고, 두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증에 두루 사용되는 약품이다 보니 이에 대한 문제점이 없는지 늘 의심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책에서도 ‘통증에 관한 약 상식’을 가장 우선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부프로펜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심근 경색과 뇌졸중 등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심정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클로페낙은 이부프로펜보다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진통제가 또 다른 두통을 낳는 부작용도 있다. 규칙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언젠가부터 통증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서 작은 통증에도 고통스럽게 반응한다. 이로 인해 진통제를 더 많이 복용하여 악순환이 발생하고, 이 악순환은 만성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가끔 한 알씩 먹는 사람이라면 이와 무관하지만, 나흘이 넘도록 통증이나 열이 있다면 꼭 병원에 가기를 당부한다. 한 달에 열흘 이상 진통제를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예방 차원에서 혹은 운동할 때 통증을 참기 위해 진통제를 먹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이에 주의해야겠다.

 

 

 

복용량이 많을수록 효과가 세다는 원칙은 진통제에도 적용될까? 그렇다.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복용한 약성분은 체내에서 결합할 수 있는 모든 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후 복용하는 양은 부작용의 여지만 늘릴 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회 최대 용량 이상을 복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권장 용량보다 적게 복용해도 안 된다. 특정 용량 미만에서는 효과가 전혀 없거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스피린을 1외 용량(300mg) 미만으로 복용하면 혈액 응고에만 작용하고 통증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 28p

 

 

나는 두통이 생기면 큰 컵으로 물을 한 잔 마신다. 수분 부족으로, 단순히 탈수 때문에 두통이 생길 때가 있다. 그리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 따뜻한 음식이면 제일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단것을 먹는다. 당이 떨어져서 머리가 멍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10분 정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혈중 산소가 늘어나면 두개골이 깨질 듯 아픈 증상이 줄어든다. / 34p

 

 

 

 

 

  환절기에 본격적으로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다 보니 ‘감기에 관한 약 상식’ 편에 특히 관심이 간다. 책에서는 감기를 완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 중에서 비강 스프레이 사용법이 눈에 띈다. 사실 비강 스프레이는 코의 점막을 상하게 하여 오히려 해롭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저자 역시 콧물감기용 비강 스프레이를 며칠간 연속해서 뿌리면 코 점막이 망가지고 약품에 내성이 생길 위험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강 스프레이는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감기를 수월하게 견디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스프레이 성분이 점액을 쉽게 흐르게 하고 코 전체의 공기 흐름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비강염이나 중이염에 잘 걸리는 사람들이라면 사용 시 주의점에 유의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해보시기를 권장한다. 이 외에도 코감기가 걸렸을 때에는 증기 들이마시기를 추천한다. 끓인 물이 담긴 볼이나 냄비 위에 얼굴을 들이대고 10분 동안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방법이다. 이때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머리에 수건을 덮으면 좋다. 또 기침 때문에 한숨도 못 자서 괴로운 밤에 적당한 약이 없다면, 꿀을 한 숟갈 먹거나 건조한 공기가 기침 발작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방에 젖은 수건을 널어놓을 것을 제안한다.

 

 

 

어떤 사람들은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미지근한 물 한 컵이 장을 깨운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 시간과 온도는 장 활동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보다 배변이 힘들 뿐이다. 물을 안 마시면 쓸데없이 소화 작용을 방해한다. 그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만으로도 하루 동안 먹은 식물성 섬유 혹은 식이 섬유가 팽창하여 대변의 부피가 커진다. 식이 섬유가 가장 많은 과일은 말린 자두나 무화과다. / 96p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산 분비가 많아진다. 그래서 속쓰림은 자율 긴장 이완 훈련, 야콥슨식 근육 이완 훈련 혹은 마음 챙김 명상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급한 경우에는 아몬드 한두 개를 꼭꼭 씹어 삼키거나 저지방 우유 한 잔을 여러 번에 나누어 마시는 게 최고다. 둘 다 위산의 공격을 약화시킨다. 아몬드도 우유도 구할 수 없을 때는 물 한 잔을 마신다. / 137p

 

비판텐의 텍스판테놀 성분이 상처 치료를 돕는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텍스판테놀은 재상피화, 즉 피부 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인위적으로 상처를 낸 피부 샘플과 비교한 연구에서 텍스판테놀 성분이 작용할 때 상처가 더 빨리 봉합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169p

 

 

 

   이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생리통이 심한 사람의 경우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고,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소파에 눕거나 ‘온 파스’를 속옷이나 티셔츠에 붙여 누워 있기를 추천한다. 볼 안쪽에 상처가 났다면 먼저 홍차로 입을 헹궈보기를 바란다. 홍차에 함유된 탄닌의 수축 작용이 점막 외피층을 오그라들게 만들어 상처를 빨리 낫게 돕는 것인데, 간편한 티백을 이용해 끓는 물에 몇 시간 동안 진하게 우린 차로 입을 헹궈보자. 이 외에도 책에서는 삼키기 어려운 캡슐을 수월하게 먹는 법, 약국에서 의약품과 의약품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법, 약 사용 설명서 읽는 법, 약차 마시는 방법 등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들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약 복용법, 주의해야 할 약의 유효기간, 의약품 폐기법 등은 우리가 의약품을 다룰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중요한 정보인 만큼 이 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시기를 추천한다.

 

 

 

150여 명의 실험 참가자 중 열에 아홉이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 심지어 2cm(!)가 넘는 캡슐도 이 방법으로 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크기는 캡슐만 가능했고 알약에는 잘 안 통했다.

방법은 이렇다. 캡슐을 혀 위에 올리고 물을 한 모금 입에 문다. 그런 다음 물을 삼킬 때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입 안에서 물에 둥둥 뜬 캡슐이 목구멍을 단숨에 넘어가서 식도까지 수월하게 통과한다. / 31p

 

 

기존의 평범한 기계적이고 생물학적인 그리고 화학적인 정화 시설에서는 많은 약 성분들이 그대로 살아남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4번의 정화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중 한 단계는 약 성분 분자들을 파괴할 수 있는 오존 시설이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은 비싸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도 끈질긴 인내력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한 한 약을 적게 먹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남은 약을 절대 변기나 하수구에 버려서는 안 된다. 생활 쓰레기로 버려서도 안 된다. 의약품을 폐기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약국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리는 것이다. / 231p

 

 

 

 

 

 

   ‘세상에 오로지 유익만을 가져다주는 햇살 같은 약은 없다.’ 저자는 약을 사기 전에 이 약이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물어보기를 거듭 당부한다. 그리고 아스피린부터 식물성 생약까지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란다. 약의 기능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남용하거나, 주의사항과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오용하는 경우도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약은 제대로, 정확히 쓰일 때 효과를 발휘한다. 잘못된 의약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의심이 간다면 항상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점검하고 각종 증상에 알맞은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이 도서는 ‘지식너머’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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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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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아주 긴박한 호소!

이 책은 이유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

 

 

 

   거친 바람 소리가 휘휘- 휘몰아칠 때마다 창문은 요동을 쳤다. 이따금 바람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듯할 때면 집 전체가 뒤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피며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8호 태풍 바비에 이어 9호 태풍 마이삭까지, 연이은 태풍 소식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쉬 잠재우지 못하고 내내 뒤척였다. 2017년 포항 지진, 2020년 코로나19,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의 경로, 이제는 일과가 된 미세먼지 농도 확인하기.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두 일어난 일이다. 그것은 곧,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이 땅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며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더욱 살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아버지도 낙타를 탔고, 나는 메르세데스를 몰고, 아들은 랜드로버를 굴리고,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굴릴 것이지만, 그다음 세대의 아들은 낙타를 탈 것이다.” 1960년대 말, 석유의 발견으로 아랍에미리트에 퍼진 희열이 훗날 국민을 괴롭힐까 걱정한 셰이크 라시드의 말이 이토록 실감났던 적이 또 있을까. 아니, 낙타를 탈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낙관적이다. 『우리가 날씨다』(부제: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의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말한다. 상실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대멸종의 시대,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라고.

 

 

 

우리가 홍수이고 방주이다

 

 

   점점 강해지는 대형 태풍, 더 심각해지는 해수면 상승, 가뭄과 물 부족, 점점 넓어져 가는 오염 해역, 대규모 해충 발생, 죽어 가는 숲, 매일같이 사라지는 수백 종의 생물. 우리의 실존을 뒤흔드는 비상사태와 전 지구적인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처럼 이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현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여전히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는 이 명제 앞에서 지극히 무관심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믿고 싶지 않은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렇듯 진짜 전 지구적 위기는 ‘고정된 무관심 편향’이며 우리는 ‘탄소 배출을 영(0)으로 줄인다 해도 과거의 행동들이 초래할 죽음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경험할 것이다. 행성은 우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더는 살기 좋고 아름답고 쾌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경험하기 시작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현대 세계와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잘 맞지 않거나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열망, 공포, 무관심에 이끌리곤 한다. 우리는 당장, 바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무언가에 더 끌린다. 지방과 설탕을 좋아한다.(이런 것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일이다.) 정글짐에서 노는 아이들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본다.(정작 아이들 건강을 더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무시하면서.) 그러면서도 치명적이지만 저기 멀리 있는 것에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 30p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일종의 자살로 본다면, 우리의 자살은 그로 인해 죽게 될 사람들이 아마도 우리가 아닐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소름끼친다. 이미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기후변화로 미래에 죽게 될 인구는 아이티나 짐바브웨, 피지,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처럼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을 만들어 내는 지역에 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로 죽었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죽을 것이다. 지략이 아닌, 자원이 부족해서. / 222p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도타기’라고 강조한다. 성희롱에 대한 부적절한 처리에 항의했던 구글 지원들의 국제적 파업 물결처럼,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백신 시험에 자원한 선구자들처럼, 2차 대전 당시 해질녘이면 집안의 모든 불을 소등하고 지지와 연대와 참여를 보여주었던 미국의 해안 도시 시민들처럼, 개인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파도타기라는 감정에 동참했을 때 비로소 해낼 수 있었던 것들에게서 희망을 엿본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파도타기를 시작해야 할까? 책에서는 우리가 기후변화를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우리 행성은 농장’이라는 사실, 다시 말해 축산업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 하지만 기업들은 우리가 쓰는 것들을 만들고, 농부들은 우리네 먹을거리를 재배하잖아.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죄를 짓는 거라고. 게다가 기후변화가 국가와 기업의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국가와 기업들의 정책 변화를 끌어낼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 것 같아. 또 나쁜 놈들을 비난하는 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행동이야.

요즘 너도 나도 입에 올리는 구호가 있더라. 우리 시대의 비공식 구호랄까. “뭔가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뭔가 해야 한다고 되풀이해 말할 뿐 진짜로 뭔가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뭘 해야 할지 모르거나,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거지. / 180p

 

 

“오늘날 수백억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산업혁명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지만, 지구의 광합성 능력은 (……) 숲이 사라지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그들은 가축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온실가스의 21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추정치를 인용한다. 후속편에서 굿랜드와 앤행은 이렇게 덧붙인다. “동물의 호흡과 토양 산화작용에서 대기 중으로 흘러가는 탄소는 연간 광합성으로 흡수되는 양을 1~20억 톤가량 초과한다.” / 279p

 

 

 

   최근 기후 조절에 식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존스 홉킨스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고기와 유제품 섭취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비농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해도 전 세계 평균 온도는 2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월드워치 연구소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축은 연간 325억 6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는 연간 전 세계 배출량의 51퍼센트에 해당하며 차, 비행기, 건물, 발전소, 산업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문제는 농장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평균 농장의 규모는 두 배가 되고 자동화, 공장화 되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행성은 농장화되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거의 매일, 거의 매 끼 동물성 식품을 먹는다.

 

 

 

   하지만 간편하면서 양질의 영양을 제공하는 고단백질 식탁 문화를 단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자신이 목청 높여 반대했던 공장화된 고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곧잘 먹었음을 시인한다. 그만큼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지구를 구하기에 충분치 않겠지만,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책의 말미에 “화석연료의 한도를 정하여 기후변화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재생 에너지 기반 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53조 달러의 비용에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거라는 말은 처절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그나마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서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 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이 될 거라는 조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절박한 실천법이 아닐까.

 

 

 

아빠는 이 방에서 자랐고 할머니는 이 방에서 돌아가셨어. 이 방은 우리 집이었고, 우리 가족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품고 있지. 하지만 우리를 위해 지어진 것은 아니야. 우리보다 먼저 여기 살았던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떠나면 다른 사람들이 살겠지. 우리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의무가 있단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우리 형과 내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가 하셨던 일들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느끼듯이, 우리가 존재하기 전에 할머니가 우리에게 의무감을 느끼셨듯이 말이야. / 269p

 

 

 

 

 

 

 

  이렇듯 『우리가 날씨다』는 전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긴박한 호소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객관적인 자료수치를 통해 분석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믿지 못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자기 질문과 고민들을 통해 우리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훗날 나의 아이들이, 조금 더 먼 미래의 아이들이 “도대체 왜 당신들은 우리 세대의 희생을 선택했나요?” 하고 묻지 않을 수 있기를. 인류의 대멸종을 가속화할 것인가, 여기서 멈추게 할 것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를.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변화를 일으키는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반드시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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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며 그 세계가 친근한지 적대적인지는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에 달려 있다. /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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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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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고정에서 탈피할 것! 비판하고 또 비판할 것!

성적인 욕망,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 같은 감정들에 대한 지적 사유!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의 주제는 ‘미학’이다. 미학이란 미와 예술이라는 문제를 철학이라는 방법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그 중에서도 분석미학은 ‘우리가 최대한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철학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견해를 가진 철학이다. 이를 테면 미와 예술에 관련된 전통적 주제들(예술의 본질과 정의, 예술작품의 존재론, 표현과 재현, 의미의 해석, 미적·예술적 가치의 문제)에 관해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합리적인 논의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이자 분석미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위작, 포르노그래피, 농담(그중에서도 도덕적 문제가 있는 질 나쁜 농담), 그리고 소위 B급 장르의 대중예술인 공포물을 분석미학에 적용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위작, 포르노그래피, 나쁜 농담, 공포 영화의 미학적 담론들

 

 

 

   판 메이헤런의 <엠마오 집에서의 저녁 식사>는 위작의 논란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은 판 메이헤런이 페르메이르의 뛰어난 작품들을 위조하기 위해 여러 습작을 거친 뒤 만든 위작이다. 그는 나중에 자신이 위작을 제작한 동기에 대해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추상회화에 대한 반감과 이를 높이 평가하는 당대 평론가들의 감식안 부족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댔다. 비록 그 의도를 파악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는 어찌되었건 평론가들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위작이지만 파괴하기에는 아까운, 원작 못지않은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리적이거나 예술사적인 이유 말고도 위작이 원작보다 무조건 열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을 예술적 이유가 있을까?’ 우리 대부분은 이에 대한 답이 ‘그렇다’이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가진 원작에 대한 선호가 예술적인 이유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리 살펴보아도 ‘뭐가 달라도 다른 점’이 없는 복제품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시각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는데, 그림이 가짜라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다면? 1950~60년대 초창기 분석미학의 기초를 일구어놓은 먼로 비어즐리는 맨눈으로 보아 구별할 수 없는 두 대상이 어떻게 서로 다른 미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각적으로 식별할 수 없다면 미적 가치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가 언제 그렸는가가 예술사에서는 중요한 사실이지만, 미적 가치와 형식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오로지 미적인 것만큼 예술의 고유한 가치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예술의 고유한 가치는 단지 미적 가치뿐일까? 레싱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독창성’이야말로 금전적, 교훈적 가치 같은 우연적이고 부수적인 효용과는 구별되는 예술의 예술로서의 가치 중 하나로 인정한다. 단토의 경우 ‘예술철학을 배경으로 위작을 본다면 위작은 작가의 관점이 투사되어 은유적 구조를 드러내는 대상이 아니다. 예술사적으로 거짓된 맥락에 놓여 있는 위작은 마치 어떤 진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진술은 결코 해석을 요청할 수 있는 진정한 진술이 아니다’고 하여 위작은, 위작임이 드러나는 순간 ‘해석될 자격’을 잃게 되고 따라서 동시에 예술의 지위도 잃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도 원작의 가치를 보호받지 못하면 예술 고유의 가치를 전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에도 오류는 있지 않을까? 이처럼 1부 ‘위작, 가짜는 가라! 그런데 왜?’ 편에서는 위작의 딜레마를 통해 우리를 미학 논쟁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한다. 아울러 미학의 핵심 문제 중 하나인 미적인 것과 미적 가치에 대해 고심해보게 한다.

 

 

 

미와 예술도 만만치 않은 검은 고양이들이다. 문화의 힘이 중시되고, 상상력과 창조성, 인간의 감성 능력에 대한 주목이 이루어지자 그동안 삶의 여분이나 장식품, 아니면 그저 도구적 효용성의 영역에 머문다고 보았던 미와 예술은 점차 인간다움의 정수, ‘완성형 인간’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 이해의 핵심으로 그 지위가 옮겨가는 듯하다. 미학은 그것들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 27p

 

 

“두 그림 중 하나가 위작이라는 나의 지식이 결국은 내가 두 작품 간의 차이를 지각적으로 구분하도록 나의 지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굿맨의 설명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은 두 그림에 차이가 있고 그것이 너무 감쪽같이 감춰져 있었는데 훈련을 통한 눈으로 결국 그 차이를 발견해냈다는 것이 아니다. ‘진짜 차이’ 같은 것은 굿맨의 이론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진 지식, 즉 하나가 진품이고 다른 하나가 위작이라는 우리의 앎에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지각은 결국 차이를 ‘구성’하여 그것을 ‘볼’ 것이고, 그러면 거기 차이가 ‘있는’ 게 될 것이다. / 71p

 

 

  2부에서는 포르노그래피도 예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각종 도덕적·미학적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그렇다면 포르노그래피란 무엇일까? 이른바 ‘음란물’ ‘성인물’ ‘야동’으로 언급되며 애매모호한 경계수위를 넘나드는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정의해보고, 포르노그래피는 과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해본다. 한편 검열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가가 포르노그래피의 문제에 개입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탐구도 이어간다. 다음 3부 ‘나쁜 농담, 이따위에 웃는 나도 쓰레기?’ 편에서는 유머의 본질은 무엇이고 작품의 비도덕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농담의 도덕성과 예술적 가치의 문제, 농담의 윤리 문제에 대해 논의해본다. 여기에서는 비도덕성이 예술적 가치를 감소시킨다는 윤리주의의 주장과, 반면 어떤 농담이 감상자들에게 일부러 인종차별적인 관점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그것의 어리석음이나 천박함을 실감하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면 비도덕적 관점을 가진 농담이 곧 비도덕적인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의 대립 등을 통해 우리가 예술의 도덕적 측면에 대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유머가 될 필요충분조건이란 “그것이 저변의 다른 이유 없이 단지 그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적절한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즉 정보의 측면, 태도의 측면, 감정의 측면에서 준비된 사람)에게 특정한 쾌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성향을 가졌다는 것이며, 이때 이 반응의 정체성은 웃음이라는 추후의 현상을 자아내는 경향성에 의해 특징지어진다”고 제안한다. 즉 유머 반응의 특징은 ‘웃음을 웃게 하는 경향성’을 필연적 특성으로 가지고 있는 쾌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81p

 

 

 

 

 

 

   우리는 머리를 풀고 TV에서 기어 나오는 사다코에 공포감을 느끼지만 사실 그러한 존재가 현실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좀비가 나오거나 에이리언이 나오는 각종 괴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한 허구가 우리에게 연민과 공포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실 같아 보인다. 따라서 4부에서는 우리가 왜 굳이 불쾌하고 감내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으키는 공포물을 찾아보는 것인지, 이른바 ‘공포물의 역설’이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가능한 것이 되는지에 대해 모색해본다.

 

 

 

이렇듯 제대로 된 감정에는 우리의 내적 느낌의 상태뿐만 아니라 그것을 외부 상황과 연결하는 다리가 필요하다. 앞 장의 끝에서 소개한 대로 감정의 핵심은 느낌이 아니라 판단이나 믿음 같은 인지적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인지주의자라고 한다. 이들은 바로 누군가 내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내 속에서 느껴지는 ‘화났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 화가 난 감정 상태로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즉 느낌만이 아니라 느낌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275p

 

 

스머츠는 쾌가 아니더라도 다른 식으로 가치 있는 풍부한 경험에 참여함으로써 보상받을 수 있다면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 역설이 아니라는, 역시 어느 정도 상식적인 주장을 제안한다.

특히 풍부한 경험 이론은 공포물을 즐기는 우리의 행태를 해명하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애초에 왜 우리는 부정적 감정이 예상되는 작품을 경험하려 하는가?’라는 동기적 차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어서 더 선호된다는 입장도 있다. / 303p

 

 

 

 

 

 

   이렇듯 『불온한 것들의 미학』은 예술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감성의 저변에 놓인 성적인 욕망,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 같은 감정들에 대한 지적인 사유를 시도해보는 책이다. 그 과정 속에서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관점들에 비판을 가하고, 또다시 그 주장에 비판을 가해보는 이러한 방식은 독자들을 유쾌한 미학 논쟁에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저자 스스로도 ‘미시적 문제들 속에서 가끔 방향을 잃기도 하고 한 방이 없는 전개가 답답한 경우도 있겠지만, 특정 이념에 박제되는 일 없이 언제나 진행형인 것도 분석미학의 특징’이라고 분석하는 만큼 사유하고 통찰해가는 과정이 간단명료하지 않고 다소 더딜 수는 있겠지만 상식과 고정에서 탈피해나가는 과정이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다. 미학에 대해 알고 싶거나 예술 관련 서적 혹은 철학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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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트로트 특서 청소년문학 16
박재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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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와 판소리,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이들의 조화가 만들어낸 이야기!

 

 

 

어린애가 동요나 부르지 무슨 뽕짝이냐.

쪼그만 게 뭘 안다고 트로트야.

앞길이 뻔하다. 밤무대 가수나 되겠지.

슬픈 노래 부르지 마라, 애늙은이 같다. / 35p

 

 

 

   아주 까마득한 옛날부터 환갑잔치 전문 가수인 엄마를 따라다니던 지수다. 엄마 손을 놓칠까 봐, 엄마가 어디로 가버릴까 봐,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엄마의 한복치마 속에 숨어 있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엄마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롱으로, 다음에는 동요로, 어른들이 좋아하는 흘러간 옛날 노래로 자랑거리를 늘려갔다. 그렇게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다 부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트로트 신동이라 불렀다. 현인 선생님이 살아서 돌아오신 것 같다며 천재라고 치켜세워주는 사람들 앞에서 엄마는 입 안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곤 했다. “얘 아빠가 누군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국창 하방울 선생님의 독자, 하 동 자, 국 자. 요절한 천재 명창 하동국! 놀라셨죠? 그러실 줄 알았다니까요, 호호.” 하고 웃어보였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아이가 무슨 뽕짝이냐며, 박수 치고 돈을 주면서도 사람들은 흉을 보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노래 부르는 동안만큼은 행복했다. 튀김 장수 아들도 아니고, 연립주택 아이도 아니고, 온전한 가수 하지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 부르는 동안만큼은.

 

 

 

쪼그만 애가 송아지, 짝짜꿍이나 부르지 무슨 사랑가, 이별가를 부르냐.

어린애가 판소리를 하네. 너무 어려워서 어른도 10년은 공들여야 겨우 소리목을 얻는다는데.

청승맞은 소리 부르다가 앞길 막히면 어쩔래? / 96p

 

 

 

   선재는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소리하는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를 따라, 명창 조은필 선생님을 따라 다녔다.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흥부의 아들 노릇을 하고, 이몽룡을 하고, 16세 처녀를 사러 다니는 뱃사람 노릇을 했다. 선재가 생각하기에 판소리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멋이 있었다. 그건 동요나 트로트와는 차원이 다른 멋이었다. 갓 쓰고 도포 입고 부채를 촤르르 펴며 노래할 때, 노래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의 호흡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의 전율을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쪼그만 아이가 동요나 부르지 않고 사랑가와 이별가를 부른다고 염려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재는 판소리가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고 신비한 게 판소리의 세계였다.

 

 

 

트로트와 판소리의 세계, 지수와 선재 두 소년이 이뤄가는 조화 그리고 우정 

 

 

 

   『어쩌다, 트로트』는 삼대 째 판소리의 명맥을 잇고 있는 선재와 판소리 대신 트로트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지수의 우정과 성장을 담은 청소년 소설이다. 일찍이 요절한 명창 하동국의 아들인 지수는 남들보다 특별한 가수가 되려면 판소리부터 떼라는 엄마의 성화에 하는 수없이 ‘운경 소리공방’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 선재를 만난다. 두 소년은 서로를 통해 비슷한 듯 서로 다른 트로트와 판소리의 세계에 대해 알아간다. 그러는 사이 지수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트로트 무대에 올라서고, 선재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지수를 보며 자신 역시 판소리 대신 트로트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려는 꿈을 갖는다.

 

 

 

“난 트로트 부를 때 기분이 좋아. 경쾌한 노래, 슬픈 노래 다 좋아. 좀 우울할 때, 기분이 엿 같은 때 혼자 코인 노래방 가서 목이 찢어져라 트로트를 불러. 트로트는 혼자 불러도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려 부르는 느낌이 들거든. 노래 부를 때만큼은 나는 왕따가 아니야.” / 63p

 

 

 

 

 

 

   최근 <미스터 트롯>를 포함한 각종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서일까. 『어쩌다, 트로트』는 청소년 소설에서 보기 드문 ‘트로트’라는 소재를 끌어 들여와 매우 흥미롭다. 트로트 신동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어린 트로트 가수들을 모티브로 삼은만큼, 트로트에 얽힌 정서와 고유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면 화려한 무대 이면에 트로트에 대한 불편한 인식 혹은 어린 트로트 가수를 이용하려는 방송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주목한 것 또한 눈길을 끈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인 ‘판소리’ 역시 마찬가지인데, 대중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우리 전통 문화의 현주소와 이에 얽힌 착잡한 심경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황제에게 벼슬을 받은 국창 하승백의 증손자가 술집 젓가락 장단에 놀아나는 뽕짝, 천박한 트로트를 부르다니. 박 선생님, 어떻게 외아들을 이렇게 키우셨습니까? 동국이가 살아 있다면……. 정말 기가 막히네요. 섭섭합니다.” / 50p

 

 

일단 뜨자. 주변 돈을 다 쓸어다 부어도 일단 뜨기만 하면 로또, 대박이다. 뜨면 갚는 건 순식간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출연자뿐이 아니었다. 반말 반, 욕 반인 PD와 AD, 외주 카메라 팀, 음향 팀, 소품 팀, 조명 팀도 동조하는 것 같았다. 시청률 뜨면 모두 같이 몸값이 뜨고, 그러면…….

‘그러면? 계약 조건이 달라지겠지. 그런데 나는 왜 이 아사리판에 있을까? / 81p

 

 

“가벼운 것도 수준이 있지, 이건 소리판이 아니라 시장 바닥…….”

“쌤 말씀 아랑요. 무슨 마음인지도 알아요. 그렇지만 소리꾼은 추임새 넣어줄 구경꾼을 잃으면 소리를 놓아야 해요. 하동국 쌤을 잊으셨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무대가 더 없어요. 완창 네 시간, 앉아 있을 사람도 없어요. 판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다들 가버릴걸요? 아줌마, 아저씨, 노인들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은 더더욱 안 앉아 있어요.” / 102p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는 트로트에 대한 인식, 전통문화는 전통 그대로 고수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인가. 『어쩌다, 트로트』는 이러한 괴리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우리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지수와 새로운 꿈을 향해 발을 내딛으려는 선재를 통해 내가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인지, 청소년 독자들이 꼭 확인해보기를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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