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 대한민국 1등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노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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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혁신의 마케팅으로 나를 브랜딩하라!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가 전하는 성공적인 브랜딩 법칙!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노희영’이라는 이름 석 자는 잘 몰라도 그녀가 개발했거나 리노베이션한 브랜드의 이름은 대부분 알 것이다. 비비고, 마켓오, 계절밥상, 백설, CGV, 올리브영, 갤러리아 백화점,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햇반, CJ오쇼핑 그리고 영화 <광해>와 <명량>, <설국열차> 등등.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거나 한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공간들, 이 모두가 노희영의 손을 거쳐 간 브랜드다.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오리온 롸이즈온 콘셉트 개발담당 이사, 오리온그룹 부사장, CJ그룹 브랜드 전략고문, YG푸즈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비앤어스, 식음연구소, 넥스트에이드 대표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어떤 특별한 비밀이 있어서 이 많은 브랜드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일까.

 

 

 

가능한 만큼의 성공이 아닌

꿈꾸는 만큼의 성공을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있다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은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컨설턴트 노희영의 3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마케팅 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방법에서부터 트렌드를 주도하는 방법, 위기가 닥쳤을 때 해야 할 일을 찾음으로써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방법, 나아가 성공하는 브랜딩 법칙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하면서도 미시적인 관점에서 치밀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남다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브랜딩에 관한 현장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퍼스널 브랜딩, 즉 우리는 ‘나를 표현하는 것’부터 이미 브랜딩의 연속인 시대에서 살고 있는 만큼 단순히 개발, 기획, 마케팅이라는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관심을 두고 읽어볼 필요가 있다.

 

 

 

   노희영이 제안하는 성공하는 브랜딩의 법칙 중 하나는 브랜드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자세다. 즉, 브랜드는 자라고, 다치고, 죽기도 하는 유기체적인 생명체로 여기며 마치 아이처럼 끊임없이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의 패스트푸드화를 목적으로 만든 비비고가 바로 그 예다. 비비고를 만들 당시 CJ는 ‘K-소스’를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려는 취지로 고추장을 내세우려 하고 있었는데, 노희영은 이에 반대하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비빔밥과 만두를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전국의 만둣집들을 다니며 표본을 모으고, 샘플 만두를 100접시나 먹을 만큼 끈질기게 리서치 과정을 거쳤으며,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한 공정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맛있는 만두에 대한 집요한 고집과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간편조리식에 대한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 기르듯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피고 계획함으로써 키우고 관리했던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희영은 브랜드 기획자라면,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여기고 시야를 넓혀 360도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를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360도로 시선을 넓혀 A부터 Z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기획하고 경영하는 일은 완전히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능한 만큼의 성공, 즉 눈앞의 성공만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거기까지의 과정만 머릿속에 그린다. 하지만 브랜드의 미래는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그려야 한다. / 18p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상품을 어필하고 상품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회사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상품을 준비하는 것에서 끝나선 결코 안 된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상품을 팔고 싶게 해줘야 한다. 상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48p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진정한 브랜딩이다

 

 

 

   그녀가 가진 브랜딩 철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는 ‘시작할 때 정한 기준에 충실해야지 타협하는 순간 존재 가치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자신이 가진 철학과 고집을 집요하게 밀고 나갈 줄 안다.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기호를 세심하게 파고드는 디테일로부터 나온다는 그녀의 철학은 ‘음식은 일단 재료가 건강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마켓오 콘셉트가 그렇고, 비비고, 계절밥상, 삼거리푸줏간, 평양일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게 신선하고 건강한 그리고 제대로 된 재료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셰프라 할지라도 결국 그가 사용하는 재료가 그의 실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요즘, 브랜드를 기획할 때 여기에 어떤 철학을 쏟아 부을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 메시지는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본질을 외면한 채 만들어진 브랜드는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한들 결국 소비자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 192p

 

제품의 콘셉트를 지킨다는 건 자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과 같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설정할 때, 브랜드의 철학이 만들어진다. 비비고는 비비고다워야 한다. 여기서 ‘답다’라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 그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담은 말이기에 그렇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면서 ‘나다움’을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 언제든 내 주변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만큼은 변함없이 간직해야 한다. 결국 나다움이 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겨야 한다. / 195p 

 

 

 

   이 외에도 책에는 노희영의 브랜드가 아닌 ‘우리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리더로서의 자세, 승산이 있는 게임이 아닐 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그 시장을 선점할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비록 주변에서 그녀를 ‘마녀’라 부를 정도로 누군가의 시기를 받기도 하고, 정치적 혹은 기업의 논리에 철저히 공격을 당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러 브랜드를 탄생시킨 그녀의 성공 뒤에는 지독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실함, 집요한 추진력과 미시적 감각을 갖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그런 가운데서도 잃지 않아야 하는 연민의 마음. 그것이 이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략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밀이 아닐까.

 

 

 

트렌드는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작은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 방향이 바뀐다. 그래서 기획자는 멀리서 그 배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트렌드라는 배에 올라 파도를 타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읽는 게 아니라 트렌드 안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85p

 

 

감각에는 항상 성실성이 뒤따라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사하고 확인하는 성실성이 뒷받침된 아이디어만이 재창조를 낳는다. 감각과 성실성이 정비례된 아이디어만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법이다.

성실하게 보고 성실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이것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이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 278p

 

 

 

 

 

 

   그간 ‘브랜딩’ 하면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각종 이벤트나 상품 개발, 멋진 광고 문구나 네이밍 따위로 생각했던 나로서는 브랜딩이라는 의미 안에 얼마나 많은 세상이 들어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개인 역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한다. 이 책이 기획, 개발, 마케팅, 컨설팅, 경영까지 다양한 노하우 습득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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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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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타임 슬립이라는 판타지와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우울한 현실을 절묘하게 엮은 소설!

 

 

 

   ‘이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과거야 현재와 미래 중 한 곳을 선택해 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어느 날 갑자기,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 중 한 곳을 선택해 시간을 건널 수 있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간을 건너는 세 개의 문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 운명의 날, 선택의 시간, 문을 열어젖히면 내가 선택한 다른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은 바로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시간의 집’에 의해 선택된 네 명의 아이들이 하얀 운동화를 신을 때만 보인다는 파란 대문의 집으로 초대된다. 췌장암 말기인 엄마를 둔 선미,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자영, 부모의 방임 아래 자라나 친구들로부터 일명 ‘싸패’라 불리는 이수, 항상 밝고 어디 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지만 뭔가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강민이까지.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를 안은 채 낯설고도 신비한 시간의 집 안으로 들어선다. 시간의 집을 지키는 집사와 할머니는 이들에게 올해의 마지막 날, 자신의 소망을 노트에 적은 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중 원하는 시간대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할머니 누구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네가 네 명의 아이들 중 하나라고 말했잖니. 넌 선택받은 아이란다. 이 집은 그 운동화를 신은 아이에게만 보여.” / 29p

 

 

이 집은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에게만 보이고, 당연히 그 운동화를 신은 아이만 들어올 수 있다. 너희가 신고 온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운동화 말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 오후 다섯 시, 너희는 한 명씩 2층으로 올라가서 세 개의 문 앞에 선다. 하나는 과거의 문, 하나는 미래의 문, 하나는 현재의 문이야. 문을 선택하면 그 시간대로 갈 수 있다. 너희의 선택을 말하면 내가 어느 문으로 들어가면 되는지 가르쳐 줄 거야. / 43p

 

 

 

 

 

 

 

   대신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기회는 상실된다. 첫째, 그 누구에게도 이 집과 하얀 운동화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 이야기를 타인에게 발설하는 순간, 이 집은 사라진다. 둘째,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 집에 나와야 한다. 이 집에 일 분을 머무르든 한 시간을 머무르든 그것은 자유이며 멤버 넷이 모두 모이면 이 집의 시간은 물론 바깥세상의 시간도 정지한다. 셋째, 어떤 문을 선택하든 ‘죽음’에 관한 일은 바꿀 수 없다. 넷째, 문을 선택해 들어가는 순간 이 집과 함께 한 멤버들과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다. 아이들은 시간의 집사인 아저씨가 하는 말이 과연 사실일지 어리둥절하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얻기 위해 규칙에 따르기로 한다.

 

 

 

   선택의 시간 전에 엄마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선미, 왕따와 폭력에 점점 지쳐가는 자영, 어느 문을 선택하고 어떤 소망을 적어야 거지같은 집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수, 자신이 왜 이 시간의 집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는지 알 수 없어 고민하는 강민.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며 다가올 선택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는 동안 각자 자신들의 사연을 감춘 채 내내 어울리지 못할 것 같던 아이들은 조금씩 비밀을 털어놓고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의 집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현재 나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 애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학교에 가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자신은 집에 숨어 있는데 왜 그 애들은 아무 벌도 받지 않느냐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아니, 애초에 그런 용기가 있었다면 이렇게 왕따를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은 내 잘못인 걸까. / 124p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는 당연히 미래의 문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되도록 5년 뒤의 미래로 가서 대학생이 되어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편지를 되풀이해 읽는 동안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미래로 가야 하나. 시간의 집은 미래의 문을 선택한 아이에게는 뛰어넘은 시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삶을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그걸 진짜 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를 살아가다 멤버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존재한다면? / 151p

 

 

 

   우리는 종종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갈 수 있는 타임 슬립을 꿈꾸곤 한다. 수능 지옥에서 벗어나 바로 대학생인 미래로 갈 수 있다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건너는 집』은 타임 슬립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통해 주요 독자층인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 가운데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 아동 학대 및 방임과 같이 현재 우리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우울한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무엇보다 어디 한 곳 기댈 데 없이 자신의 상처를 혼자서 감내하고 견뎌내고 있을 아이들의 마음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른다. 세상의 많은 선미가, 자영이가, 이수가, 강민이가 마음에 밟힌다. 때문에 시간의 집사인 아저씨가 자영에게 남긴 편지는 그런 아이들을 어른인 우리가 어떻게 응원하고 위로해 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솔직히 난 우리의 삶이 ‘苦’라고 생각한다(이 정도 한자는 알고 있겠지?). 인생에는 씁쓸하고 괴로운 일이 가득하다는 뜻이야. 인생은 ‘苦’이지만, 그럼에도 ‘Go’ 해야 하는 것이란다. 이런 말을 해봤자 지금은 와닿지 않겠지만, 이 세상은 진성여중 2학년 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단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을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 네가 그런 사람들을 이미 만난 것처럼. / 149p

 

 

 

 

 

 

   아이들은 어떤 문을 선택하게 될까? 과연 시간의 집은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선물하게 될까? 아이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함께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덕분에 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친구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뿐더러 곳곳에 생각해볼 요소도 많은 소설이라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내가 찾는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아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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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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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지구의 역사에 관한 놀랍도록 지적이고 아름다운 책!

나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 근원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장대한 여정!

 

 

 

  아폴로 8호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는 “달을 탐험하러 가서 우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였다”라고 기록한 바 있다.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경이롭게 빛나는 푸른 구슬. 인류는 저 머나먼 우주를 향한 오랜 욕망이 발을 내딛기 시작했을 때 그제야 비로소 거친 우주로부터 모든 생명을 보호해 온 이 아름다운 지구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과 발전은 지구라는 공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우리는 하나의 종으로서 지구에 속한 생명체가 아니라, 놀라운 지능을 소유한 유일한 존재로서 우리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렇게 지구의 자원을 인류의 진화와 안락한 삶의 도구로 마구 소비한 결과, 스스로 지구를 위험에 빠뜨렸고 그 대가로 해수면 상승, 초미세먼지, 초강력 태풍 등의 기후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류의 역사는 오롯이 인류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진 것일까? 지구는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을까? 『오리진』의 저자인 루이스 다트넬 교수는 우리를 향해 다음과 같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구가 우리를 만들었다’고.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리는 모두 유인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호미닌으로 갈라져 나온 유인원이다. 호미닌의 진화에서 중요한 변화를 낳은 사건들은 모두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 우리의 영장류 조상이 나무 위에서 열매와 잎을 먹고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가 탄생한 이 지역에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 때문에 풍요로운 초원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두발 보행 호미닌으로 진화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똑똑하고 적응 능력이 뛰어난 동물이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지구 차원의 원인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하여 우리 계통의 진화 가지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지구를 물려받은 궁극적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구가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리진』의 첫 장에서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일어난 특별한 환경 변화에 주목한다.

 

 

 

이러한 판들의 활동-히말라야산맥 생성, 인도네시아 해로 봉쇄, 특히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높은 산맥 융기-은 동아프리카 지역의 기후를 건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생성은 기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연 경관까지 변화시켰다. 무성한 열대 숲으로 뒤덮여 있고 균일하게 편평한 지역이던 동아프리카는 고원과 깊은 골짜기가 곳곳에 널려 있는 울퉁불퉁한 산악 지역으로 변모했고, 신생도 운무림에서 사바나와 사막 관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게 되었다. / 26p

 

 

 

   저자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일어나는 판과 화산의 활발한 활동 및 기후 변동이 인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뇌를 더 크게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된 체형과 생활 방식의 발전, 인지 능력의 발달, 나아가 더 복잡한 사회적 상호 작용과 협력, 문화적 학습과 문제 해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언어 발달 역시 이 지역의 특이한 판 구조 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다시 말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지역의 환경 조건은 다재다능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호미닌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따라서 더 큰 뇌와 더 높은 지능의 진화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습한 기후와 건조한 기후가 요동한 세 시기에 호미닌 종수가 정점에 이르렀으며 제각기 다른 도구의 기술 발달과 확산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고 한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전체로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들 판들의 활동은 동아프리카 환경만이 아니라 인류가 초기 문명을 건설한 장소들을 결정한 주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는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환경의 산물이자,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기후 변화와 판들의 활동이 낳은 자식이라 할 수 있다.

 

 

 

현생 인류는 체력 대신에 머리로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고, 그 뒤에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 조상이 기후가 심하게 요동친 동아프리카에서 더 오랫동안 진화의 역사를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덕분에 네안데르탈인보다 다재다능한 능력과 지능이 더 발달하게 되었다. 우리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습한 기후와 건조한 기후가 교대로 반복되는 기후 변동에 더 오랫동안 적응했는데, 그 덕분에 북반구의 빙하 시대 기후를 포함해 나머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마주친 다양한 기후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었다. / 42p

 

 

 

 

 

 

   판과 화산의 활발한 활동이 인류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빙기의 조건은 인류의 확산과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을 만들고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아가시즈호에 갇혔던 물의 방출, 대서양 순환 시스템 중단, 영거 드리아스 사건의 충격과 같은 일련의 사건(마지막 빙기가 끝난)은 농경의 시작을 이끌었다. 농업의 발달은 인구 증가 속도를 높이고 인구 증가는 농업 발달을 더욱 효과적으로 증진시켰다. 그리고 인구 밀도의 증가는 고도로 계층화된 사회 구조를 발달시킴으로써 계층 간의 부와 자유의 격차를 키웠다. 뿐만 아니라 동물의 가축화를 통해 운송과 견인력, 고기, 피, 털, 젖, 뼈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의 탄생시키고 지속하는 결과를 낳았다. 육지의 환경이 이러했다면 바다의 지리학은 대항해시대를 비롯해 현대 세계를 건설하는 밑바탕을 마련하게 했다. 다양한 문화들이 나타나고 발달하고 자원과 사상을 교환했던 지중해의 복잡한 해안선, 해양지리학의 중요성과 좁은 해협을 지나가는 항로의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향신료 거래라는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준 동남아시아의 군도들, 석유를 실어 나르는 전략적 지형인 호르무즈 해협 등은 바다 환경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증명한다. 이제 인류는 더 먼 항해에 필요한 숙련된 기술과 자신감을 얻고, 대양과 대기에 일어나는 대규모 순환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는 지구 환경을 누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권력과 부가 이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인류가 전 세계로 확산해간 사건이 마지막 빙기의 혹독하게 추운 기후 속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랍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얼음 저장고 환경 덕분이었다. 북쪽 대륙 빙하가 성장하면서 바다에서 다량의 물을 흡수한 덕분에 해수면이 낮아져 광대한 대륙붕 지역이 마른 땅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마른 땅을 걸어 인도네시아로 건너가고, 얕은 바다를 건너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고, 베링 육고를 지나 아메리카로 건너갈 수 있었던 건 바로 빙기가 가져다준 조건 덕분이었다. (…) 마지막 빙기는 인류를 지구 전체로 확산하도록 도운 조건을 제공한 것 외에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을 만들고 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 80p 

 

 

 

 

 

  덕분에 지구의 각종 천연 물질들, 이를 테면 각종 암석, 금속, 석유 등을 활용함으로 인류는 현대 문명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지구의 자원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으며 청동기 시대부터 인터넷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살펴본다. 특히 옛 바다의 퇴적물이 현대 미국 남동부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들, 석탄기에 형성된 지층의 위치가 영국인의 투표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지질학적 특징이 현대 도시들이 발달해온 방식에 끼친 영향까지, 이제껏 몰랐던 도시와 지구역학의 매우 흥미로운 관계도 엿볼 수 있다.

 

 

 

   반면,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마주하게 된다. 5500만 년 전,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에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온도가 파국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을 때, 플랑크톤이 어떤 지질학적 과정보다 훨씬 더 빠르게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함으로써 지구의 생명을 구했다는 점, 지구의 철핵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지구를 둘러싸서 지구의 생물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은 지구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숙고하게 한다. 서로 겹치는 밀란코비치 주기들의 리듬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약 5만 년 뒤에 지구의 기후가 빙기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우리가 이미 대기로 쏟아낸 온실가스 때문에 예정된 다음번 빙기는 찾아오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다는 그의 경고는 우리가 반드시 새겨야 할 메시지다.

 

 

 

운송을 담당한 상인들은 삼각 무역의 매 단계마다 실어간 화물을 팔아 이윤을 챙겼고, 이 시스템은 마치 경제적 영구 기관처럼 크랭크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그 주인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유럽 국가들은 처음에는 수차를, 그다음에는 증기 기관을 사용해 방앗간과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원자재를 공급한 해외의 노예 노동력도 산업화 경제를 돌아가게 한 중요한 요소였다. 노예 제도 폐지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전에는 달콤한 차나 럼주의 맛, 등에 닿는 깨끗한 셔츠의 감촉, 기운을 돋우는 파이프 담배에 흠뻑 취한 유럽인은 자신들에게 안락한 생활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희생된 인간의 고통에 눈을 감았다. / 346p  

 

 

 

 

 

 

   이렇듯 『오리진』은 지구라는 생명과 인류라는 생명이 함께 살아온 장대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궁극적인 기원, 즉 지구에 관한 가장 밀도 높은 탐구를 기록한 지식서다. 과학과 역사를 완벽하게 융합한 이 통찰력 넘치는 책은 무엇보다 끊임없이 역동하는 지구 표면의 특징들과 행성 차원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이 인류의 탄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왔는지를 매우 생생하게 풀어나간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책들이 인간중심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반면, 지구중심의 역사와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며 탄탄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인류와 지구의 역사에 관해 이처럼 놀랍도록 지적이고 아름다운 책이 또 있을까. 때문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특히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을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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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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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의 울음이 한발 늦으면 어쩌나 염려하는 것뿐’일지라도

우리는 이 마음을 반드시 전해야만 한다!

 

 

  어제 자 뉴스에서 ‘신생아 변기에 넣어 숨지게 한 20대… 불로 사체 태우려고까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더욱 속상한 것은 검찰이 “피고인들이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다”며 A씨에게 징역 5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B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시체를 의도적으로 유기하려든 이 파렴치한 이들에게 내릴 수 있는 형량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 참으로 관대한 세상이다. 무슨 말로 이 작은 새를 위로할 수 있을까. 제페토 시인의 시 한 편으로 이 가여운 생과의 이별을 애도해볼 뿐이다.

 

 

 

먼 곳에서 날아와

이승에 발끝 적시고 날아간 새.

 

 

다시 오는 날에

세상이 있을지 모르겠다.

 

 

남아나지 않는

인연이 섧다.

 

 

/ <작은 새> 25p

 

 

 

 

소풍 전날 밤 같은 시간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

 

 

 

   『우리는 미화되었다』는 시 형식의 댓글을 통해 세상의 많은 사연과 소통하는 댓글 시인 제페토의 두 번째 시집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산가족 상봉, 끝나지 않은 5.18의 진상 같은 굵직한 이슈들 사이로 백남기 농민의 죽음, 살인적인 업무와 모욕에 치여 세상을 등진 아파트 경비원, 동물 학대 같이 마음이 흔들리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댓글 창을 열어 글을 쓰곤 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댓글의 순기능과 부작용을 오래 지켜봐온 그는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임을 통감하며 조심스럽되 때로는 날카롭게 오늘을 시화한다. 특히 그의 시 속에는 여리고, 힘이 없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시선과 위로가 담겨 있다. ‘이놈의 세상 만날 그대로’라고 한탄하면서 비록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의 울음이 한발 늦으면 어쩌나 염려하는 것뿐’일지라도 ‘산다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넌지시 건넨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지다가도 이내 나를 둘러싼 혹은 내가 감싸 안아야 할 자리들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

 

 

껍질이 있는 것은 내부가 있다.

벗겨지면 아플 수밖에.

 

 

피가 배어나는 몸으로는

천사의 포옹도 두려울 터

 

 

함부로 다가가지 않을 때

비로소 개인의 영토는 보전된다.

 

 

국경선을 넘지 말 것.

경계병을 오판하지 말 것.

 

 

그녀는 지난날 총상을 입은 적 있어

지금껏 잠 못 이룰뿐더러

다쳐본 이의 무기란

전에 없이 사나운 법이니까.

 

 

/ <서리> 53p

 

 

 

 

 

 

   최근 개그맨 박지선 씨가 세상을 떠났다. 화장을 하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피부질환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혹여 이 때문에 악성 댓글에 시달린 것은 아닐까. 그녀를 표적삼아 무자비한 촉수를 드리운 활자 괴물들에 그간 난도질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뒤늦게 염려해본다. 마찬가지로 2019년 10월 14일,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는 사망 8일 전에 SNS 라이브를 통해 “욕하는 건 싫다. 이런 데 문자로 남는다는 게. 그 사람의 감정이 안 보이니까 조금 무섭다.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제페토 시인은 <야수들>을 통해 ‘짐승에게 있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사람을 다치게 한다’며 시를 띄운다. 그리고 그는 의심한다. 저들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을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미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본다.

 

 

 

짐승에게 있는 것이

우리에게도 있어

사람을 다치게 한다.

 

 

그는 달아나는 표적이었다.

옅은 미소만 비쳐도

몰려가 목을 물고

발톱을 찔러 넣지 않았던가.

 

 

우리의 형상은 신뢰할 만한가?

나는 의심한다.

앞발과 주둥이에 피 마를 날 없는 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슬프다.

우리는 미화되었다.

 

 

/ <야수들> 105p

 

 

 

바깥세상은 조련사보다 무섭고

나는 도망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길들여진다는 건 그래서 더러운 거야.

 

 

작은 꽃을 보았지.

이름 모를 나무와 정갈한 잎사귀와

아, 바깥 하늘엔 쇠창살이 없더군.

 

 

사람들이 온다. 불길한 물건을 들고 있다.

꼭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다시 돌아가면 견디어낼 수 있을까.

 

 

곧 알게 되겠지.

 

 

/ <외출> 중에서 141p

 

 

 

 

 

 

   제페토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이 품고 있는 기꺼운 친절에 참 감사하게 된다. ‘봄부터 피어나 대지를 뒤덮는 저 꽃들이 실은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겨울 낙오한 작은 목숨들에게 바치는 조화가 아닐까(<봄의 도리>)’ 지나고 쓰러진 생명들을 도닥이고, ‘사는 맛을 알지 못해 울기만 하는 당신을 위해 당도 높은 기쁨으로 속을 채워두고 싶다’고 고백하는 지리산 산청의 곶감과 백수의 처지를 위로하며 ‘온종일 맞아도 맷집 좋은 나는 너를 떠나지 않겠다(<전봇대>)’고 말하는 저 전봇대에게서도 온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언어가 아닐까. 댓글이라는 공간에 이처럼 다정한 언어를 불어넣는 시인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그렇게 꾹꾹 마음으로 눌러쓴 그의 글귀가 모두에게 따뜻한 기운으로 전해지기를, 부디 세상의 슬픈 사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 도서는 ‘수오서재’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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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 미쳤지, 내가 퇴사를 왜 해서!
장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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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장예원이 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

있는 그대로의 나대로, 진짜 행복을 좇아가는 맑고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

 

 

 

   주말 아침, SBS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을 시청하고 있는데 MC인 장예원 아나운서가 하차 소식을 전해왔다. 오랫동안 <TV 동물농장>을 시청해온 애청자로서 그녀의 눈물에 덩달아 나까지 울컥해졌다. 비록 그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했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나보다. 그런데 얼마 뒤, tvN에서 새롭게 방영하기 시작한 <세 얼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다 시청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라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이 그렇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꿈을 좇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도전이 새삼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한 권의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대로, 진짜 행복을 좇아가는 맑고 아름다운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서.

 

 

 

그래도 나 꽤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는 SBS 간판 아나운서라 불리던 아나운서 장예원이 아니라 8년 차 직장인으로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여러 고민들, 그러는 사이에 잊고 있었던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첫 장에서부터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좇아온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루게 되면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방송 일을 시작했지만 대중의 사랑과 관심만큼 비례하는 악플들, 반짝 주목받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 시청자가 기대하는 모습과 실제 성격의 괴리감 사이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듯했다고 고백한다. 그건 방송에 대한 열정과는 다른 문제였다. 때문에 그녀는 매번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인다. 보이는 삶에 젖어들기보다, 나를 위해 살아가기를.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진짜 행복을 좇으려고 노력하기를. 남의 시선에 사로잡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켜내기를. 물론 그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으며 퇴근한 뒤에는 친구와 맥주 한잔으로 고민을 나누는 그 작은 것들이 있기에 ‘그래도 나 꽤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하고 위로해본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소소한 일상에서나마 삶의 행복을 찾아나가던 그녀는 문득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불행한 건 아니지만,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인생은 유한한 여정이기에 현재를 만끽해야 한다는 것, 성공, 명예, 돈보다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미나 작가의 책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에서 읽은 이 구절이 그녀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른이라는 나이, 안정된 직장, 부모님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닌, 때로는 조금 불안정하더라도 거기서 오는 긴장감을 즐겨보는 것.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보자고 말이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나를 자극하는 영감을 찾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려는 도전 정신.

망설이지 마요.

시간이 없으니까. / 148p

 

 

새로운 세상에 가보고 싶다면

지금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려놓아야지.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다니지 않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너는 행복한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행복할 건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사원증이 거치적거린다면 놓으면 될 뿐.

중요한 건,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너를 미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걸 찾는 과정이 인생이야. / 185p

 

 

 

   원하는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재수를 감행하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탁하기 위해 교수님을 수십 번 찾아가고, 뉴스에 나오는 이메일 주소를 보고 같은 학교 출신 아나운서 선배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할 만큼 열심이었던 시간들. 그렇게 원하는 꿈을 얻었지만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회의와 고민들. 어쩌면 그건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을 갉아내는 줄도 몰랐던 우리의 마음을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돌봐주어야 하지 않을까. ‘몸의 한계는 있어도 마음의 한계는 없다고. 너의 가능성은 많아.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지금의 모습이 아닌 세월이 흘러 흘러간 뒤의 모습도 그리면서 살아.’ 그녀가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던 메일의 한 글귀가 내 마음까지 도닥인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는 데도 이렇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빙판에 외롭게 서 있던 그녀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이제는 나도 괜찮은 척을 그만두기로 했다. 튼튼한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나는, 또 우리는 연약한 사람이었다. / 54p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최우식이 말한다. 미술학원 다닐 때 물감이 아까워서 조금씩 썼더니, 중간에 반도 못 쓰고 버렸다고. 마음이란 물감과 같아서, 아끼다간 굳어버린다고. 쓸 수 있을 때 마음껏 써봐야지. 이제는 아끼지 않기로 했다. / 119p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내 앞에 펼쳐진 긴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도록 나만의 속도를 지키며 꾸준히 달려 나가고 싶다. 지금 당장 앞날을 계획하지 않아도 조금도 두렵지 않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나를 믿는다!” 고. 아직도 우리는 쉽게 좌절하고 불안해하며 어른이라는 삶의 무게에 적응하느라 버겁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대로 나를 위해 쓰이는 삶을 살아보기로 하는 거다. 그러다보면 좀 덜 무거워지겠지, 좀 힘들어도 더 좋은 것들이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금세 찾아올 거라고 믿어보는 거다.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는 그런 따뜻한 상상을 하게 한다.

 

 

 

오로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이 동물권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제도가 바뀌고,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고는 스튜디오에서 온 마음을 다해 전달하는 일뿐. 그들과 함께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 일조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 40p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전형의 공통점은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하는 다양한 질문을 하나로 묶어보면 결국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매력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뽑아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 79p

 

 

 

   이 외에도 책에는 방송국에서 겪게 되는 여러 일화들, 동생과 나눈 따뜻하면서 애틋한 시간들, 연애에 대한 관점들 등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 어쩐지 친한 친구나 동생이 하는 얘기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덕분에 이제 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녀를 나도 응원하게 된다. 내가 그녀의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은 만큼, 그녀도 독자들로부터 더 큰 응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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