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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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견지해나가야 하는지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

 

 

 

  공포정치의 상징인 러시아의 황제 이반 4(1530-1584)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시회가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마네지 전시관에서 열린 적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나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걸쳐 진행된 또 다른 전시에서는 차르와 소련 지도자들, 12세기 공후들과 21세기 외교관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공공연하게 특정 관점을 주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의 저자인 마크 갈레오티의 해석에 따르면 그 관점이란, 러시아는 합치면 강해지고 분열되면 먹잇감이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도 아니면 모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를 손아귀에 단단히 거머쥐지 않으면 전부 산산이 흩어지고 말 거라고요.” 은퇴한 어느 KGB 직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중앙 통치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러시아의 특성상 국가의 권위에 복종시키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사고관이 분명히 드러난다. 또 러시아는 침략자가 아니라 강력한 수호자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무자비한 영토확장, 수많은 분쟁, ‘프라하의 봄자유운동 진압 등은 모두 조국과 자연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가 아니며 유럽 국가, 그것도 참된 유럽 국가라는 관점이다.

 

 

 

  이처럼 현재 러시아 역사는 그늘을 감추고 영광만을 강조하겠다는 접근법으로 하여금 다시 쓰여지고있다. 우려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현 정부의 민족주의 행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푸틴은 공공연하게 이 새로운 공식 역사를 두고 내부 모순이나 이중 해석의 여지를 없애야한다고 요구한다. 이렇게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말끔히 지워내고 재편집하려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지금의 러시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국정교과서 편찬 문제, 일본의 끊임없는 역사 왜곡과 중국의 동북 공정 및 문화 공정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의 이러한 작업 아래에서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이 천 년에 걸친 러시아의 역사를 개관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에서 역사 바로보기를 시도하는 이 책의 목표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이유다.

 

 

 

류리크와 몽골, 차르와 혁명 그리고 푸틴까지

 

 

  러시아를 떠올리자면 유독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 딱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시아인 듯 유럽인 듯 지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나 꽤나 복잡 미묘한 위치에 놓여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의 저자 역시 러시아는 자연적 경계도, 단일한 민족도, 중심이 되는 분명한 정체성도 없는 나라고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의 요새 지역 칼리닌그라드에서부터 알래스카와 불과 82킬로미터 떨어진 베링 해협에 이르기까지, 무려 11개 시간대에 걸친 영토를 가지고 있는 데다 접근 불가능한 지역도 많고 흩어져 살기 좋아하는 거주민들의 특성으로 인해 중앙 통치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바이킹과 몽골, 십자군 독일 기사단과 폴란드인들, 나폴레옹의 프랑스, 히틀러의 독일 등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으며 물리적인 공격이 없을 때에도 외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문화 자본에서 기술 혁신까지 모든 것을 국경 밖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영토 경계가 없는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결국 끊임없는 확장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민족, 문화, 종교 정체성이 덧붙여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다층적인 성격을 지닌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역시 한 권의 책으로 방대한 러시아의 역사를 아우르기는 쉽지 않는 일이다. 때문에 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는 오늘의 러시아를 만든 주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그 시작은 고대 러시아 루시를 통치한 류리크로부터 출발한다. 빅토르 바스네초프의 그림을 보면 용 머리가 특징적인 바이킹 배를 타고 온 류리크가 형제와 수행원들을 이끌고 라도가 호숫가에 내려선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저희 땅은 드넓고 비옥합니다만 질서가 없습니다. 와서 우리를 통치해주십시오.” 법과 서열, 영토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전쟁을 일으키기 일쑤였던 수많은 토착 부족들이 바이킹에게 가서 통치자를 청했음을 시사 하는 그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명백한 거짓임을 지적하며 류리크가 노브고로드에 정착하게 된 과정, 또 다른 바이킹들이 남서쪽 슬라브 도시인 키예프를 점령하게 된 과정 등을 통해 바이킹 정복자들을 가리키는 루시의 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바로 설명하고자 한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놀라운 점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외부 영향을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적용시키는 현상이 대단히 깊고 다양하게 일어난다는 것이고 둘째, 그 겹겹이 쌓인 층들이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어느 나라나 복합적 존재라고는 해도 구성 요소나 혼합 방식은 무척 다르기 마련이지 않은가. 세 번째로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이다.

뒤섞인 정체성을 인식한 (종종 과도하게 인식한) 러시아인들은 이를 부정하거나 과시하는 국가적 신화를 만들어내곤 했다. 오늘날 우리가 러시아라고 부르는 나라의 토대를 닦은 것도 그렇게 꾸며낸 이야기다. 바이킹 침략자들에게 정복당하고 나서는 스스로 침략자를 불러들여 정복하게끔 했다고 바꿔버리는 식이다. / 11p

 

 

 

  몽골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키예프는 파괴되고 노브고로드는 몰락하면서 모스크바가 번성기를 맞이하는 시대가 찾아온다. 당시 모스크바는 도시라 부르기도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이후 모스크바는 루시 전체의 주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전통, 몽골 관행, 모스크바 특유의 실용주의가 결합된 정치 문화의 본산지가 된다. 다만, 몽골인들의 등장은 루시인들에게 치명적이었던 게 분명하다. 노브고로드 연대기에 따르면 우리 죄가 많아 알 수 없는 이들이 몰려왔다. 어디서 왔는지, 종교나 언어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러시아 전사 열 명 중 한 명만이 그 전투에서 살아남았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몽골의 거침없는 정복은 이들 역사에 몽골 멍에라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른바 러시아가 두 세기 이상 아시아의 압제를 받게 되어 유럽 다른 지역과 차단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몽골의 압제가 러시아를 유럽과 단절시켜 당시 진행되던 르네상스와 초기 종교개혁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이며, 당대의 문화·사회·경제·종교적 변화를 경험하는 대신 불쌍한 러시아인들은 몽골의 노예라는 피투성이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몽골 침략이 분명 러시아의 도시화나 도시 중심의 장인 경제를 후퇴시킨 것은 분명하나 당시 러시아의 환경이나 사회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유럽과 같은 르네상스를 기대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견을 드러낸다.

 

 

 

  이후 국가 제도로부터 남쪽과 서쪽으로의 팽창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너무도 많은 모습은 뇌제(두려운, 무시무시한)라 불린 이반 4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폭군’, ‘광기의 리더십’, ‘러시아 최초의 차르로 통하는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리야 레핀의 그림 <15811116일 금요일의 이반 뇌제와 그 아들 이반>에는 분노에 사로잡힌 이반 4세가 아들의 머리를 내리쳐 죽인 순간이 묘사되어 있는데,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충격과 공포, 광기와 회환에 사로잡힌 그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들을 무한대의 공포로 몰아넣고 심지어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청혼을 하기까지 했던 여러모로 기이한 인물이지만, 러시아라는 국가가 부상해 북유럽에서 군사 대결을 벌이게 되고, 상대적으로 무시할만한 변방의 존재를 벗어난 주역 국가이자 당대의 유럽 패권국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변모하게 된 것은 이반 4세의 제국 건설이 낳은 결과다.

 

 

 




 

 

 

 

  이 외에도 책은 귀족들에게 유럽을 배우도록 하고 서구 전역에서 새로운 사상과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아시아 특유의 전체 정치를 법규화하고 국가에 대한 봉사를 지위의 유일한 토대로 삼은 표트르 대제,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상상력이나 두통, 둘 중 하나를 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계몽 전제군주 여제, 러시아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든 혁명가 레닌, 러시아인들을 공포정치로 몰아넣은 스탈린, 현대판 차르라 불리는 푸틴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들을 통해 러시아의 서사를 관통한다. 핵심은 단순히 러시아의 역사를 열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러시아가 시도하는 역사 다시쓰기의 흔적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역사 바로보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천 년이라는 방대한 러시아 역사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라는 다층적인 국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현재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신화화하는 작업을 해내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계몽 전제군주예카테리나는 계몽보다 전제군주 쪽에 가까웠다. ‘나카스법령에 등장하는 구절만 봐도 이는 명확하다. “통치권은 절대적이다. 군주 한 개인에게 집중된 힘, 광대한 영토와 비례하여 커지는 이 힘 외에 다른 권력은 없다. 대안적 통치체제는 무엇이든 러시아에 해로울 뿐 아니라 결국 러시아를 폐허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여제는 현명한 전제군주였고, 러시아의 전통적 통치 방식이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리하여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상상력이나 두통, 둘 중 하나를 줄 것이다라는 계속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예카테리나는 러시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주지 못했지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 138p

 

 

19세기는 서로 경쟁하는 신화들의 시대였다. 어느 신화든 러시아를 유럽과 직접 연결시켰다. 개혁가들은 러시아가 더욱 서구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보수주의자들은 서구를 거부함으로써 혼란을 막자고 했다. 다른 한편 혁명가들은 유럽에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가 마법적 해결책이 되어 러시아를 사회적 경제적 선진국으로 도약시켜줄 것이라 믿었다. 유럽을 바꿔놓고 있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도, 유럽에서 배제되는 길을 갈 수도 없는 러시아는 자신에 대해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속 모순으로 인해 분열되는 중이었다. / 148p

 

 

레닌 지도 하에 1917년 권력을 잡은 혁명 세력은 냉정함과 이상주의로 무장했지만 미래를 위한 현실적 청사진이 없었다. 1918-1922년의 힘겨운 내전을 거친 결과, 국가는 차지했지만 영혼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상주의는 기회주의에 자리를 내주었고 덕분에 스탈린이 부상하게 되었다.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는 개인의 권력욕뿐 아니라 소련의 취약성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까지도 반영한 것이었다. 그는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새로운 국가 신화를 작동시키면서 산업화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대고국전쟁의 승리는 오래 이어져온 러시아 메시아주의의 절정이었다. 러시아에는 무언가 고유하고 특별한 것이 있다는, 위대한 운명을 타고 났다는 믿음 말이다. / 201p

 

 

 



 

 

 

 

  책을 읽으면서 어째서 러시아는 푸틴의 장기집권을 용인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에 해답을 얻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 유독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이면서도 뭐라 딱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의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국가 정체성을 구축해 피비린내 나는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의 갈 길을 찾아보려는 그들의 역사 다시쓰기를 견제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시각은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단순히 러시아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했지만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견지해나가야 하는지 통찰할 수 있어 특별한 독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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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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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여성주의가 남녀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사랑을 반대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은 틀렸다. 나는 여성주의야말로 사랑을 향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던 최은영 소설가의 말을 기억한다. 여성주의 혹은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 자신들의 권리와 주체성을 옹호하고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적극적인 자기 인식을 통해 남녀 서로가, 그리고 각자가 온전히 삶을 사랑할 수 있기 위한 진지한 고민에의 의지다. 여성의 오랜 서사 속에서 그들은 이제 막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을 뿐이다. 여전히 투쟁에 가까울 만큼 진정성을 의심받고 때로는 전투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만,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던 것들로부터 혹은 이미 드러나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상처의 근원으로부터 서로를 해방시키기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 쓰고’, ‘써야 할이유다.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여성의 서사

 

 

  페미니즘 소설이 하나의 장르라면 본인의 뜻이든 아니든 조남주 작가는 그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을 기점으로 잇따라 발표한 소설집 그녀 이름은, 현남 오빠에게그리고 다수의 작품들이 우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 우리가 쓴 것에 수록된 작품들 역시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품고 있는 삶과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는 10대 소녀들, 가스라이팅, 가부장제, 돌봄 갈등, 페미니즘 소설가로서의 고뇌, 여성 노년의 삶 등 우리 사회에 주요 화두로 떠올랐던 여성 문제들을 관통하고 있다.

 

 

 

  첫 번째 수록작 매화나무 아래에서는 오랜 세월 여성, 딸이라는 사회적 관습 아래에서 살아온 80대 여성이 등장한다. 어려서는 가난한 부모 대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고, 결혼하고는 무능한 남편 몫까지 성실하게 일하며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충분히 먹이고 가르친 억척같은 큰언니가 이제는 치매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노년의 시선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질문을 던져보는 작품이다. 반면 가출에서는 평생 가장의 역할에 최선이었던 아버지가 이제 나를 찾지 말라는 편지만 남기고 가출해버린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비록 아버지란 자리는 현재 부재중이지만 이로 인해 평소보다 더 자주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 광경을 지켜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미스 김은 알고 있다에서는 병원 홍보대행사에서 누구보다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자신의 자리를 얻지 못한 채 쫓겨난 미스 김이 등장한다. 뒤늦게 회사는 그녀의 부재로 인해 업무상 대혼란을 겪지만 또 그런대로 흘러가고 마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보여준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현남 오빠에게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일명 가스라이팅으로 통하는 연인 사이의 권력과 폭력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여자아이는 자라서30여 년 전 가정폭력상담소를 열었던 엄마 아래서 자라온 여성이 이제는 남학생들의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는 딸을 바라보며 집요하고도 불편한 여성 문제의 현실과 여성운동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남편은 노인네들 병원에서 아니면 이름 불릴 일이 어디 있다고 다 늙어 개명을 하느냐고 비웃었다. 반대도 아닌 무시. 딱 한 번 말을 꺼내고 이후로 일절 이름 얘기는 입에 올리지 않고 살았다. 남편 장례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개명 신청이었다. 누가 알았으면 기다린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 ‘매화나무 아래중에서 19p

 

 

미스 김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있었다. 대리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고 실장도 아니고, 경력은 길지만 직급은 제일 낮고, 연봉도 제일 낮은 미스 김이 회사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고 조율하고 진행했다. 그렇다고 미스 김을 승진시키거나 연봉을 올려 줄 수는 없었다. 미스 김은 미스 김이니까. / ‘미스 김은 알고 있다중에서 132p

 

 

그 일 이후로 저는 남자 지인들이 부담스러워졌습니다. 혹시 나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내 말이나 행동을 오해하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그들이 보내는 성적인 메시지를 내가 제대로 못 읽고 남자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뭐랄까, 이런 표현 별로지만, 헤픈 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나를 더 단속하게 되었습니다. / ‘현남 오빠에게중에서 163p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들에게 맞고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출동하지 않던 경찰은 아내가 감금되었다는 남편의 신고가 있다며 한 번씩 사무실과 쉼터와 우리 집까지 헤집어 놓았다. 엄마의 일을 곱게 봐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분란을 일으킨다고 거북해하는 사람이 절반쯤, 저런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회의적인 사람들 절반쯤, 대놓고 그만두라고는 안 하셨지만 할머니도 가시 돋친 말을 툭툭 내뱉고는 했다. / ‘여자아이는 자라서중에서 274p

 

 

 




 

 

 

 

  「오기에서 작가는 작중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덕분에 많이 읽히고 팔렸던 것을 사실이다. 다시 더 많은 말들이 만들어졌고 또 팔렸고 또 말이 만들어졌던 일은 선순환이었는지 악순환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작중 화자는 페미니즘 소설로 일약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소설가로, 여성의 경험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데 대한 거센 저항과 집요한 공격을 악플러들로부터 받는다. 그런 와중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공감을 표현하며 소설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지만, 막상 그런 상처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중 심리로 인해 도리어 공격적으로 입장을 전환하는 모습은 페미니즘 논쟁의 딜레마와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오기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꾸준히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조남주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에 가깝게 읽히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선생님, 세상에는 아버지나 남자 형제의 폭력을 경험한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실은 꽤 흔한 일이잖아요.”

  • ? 참 쉽게 말하네. 작가님 작가님 떠받들어 주니까 바닥에서 악다구니하는 여자들이 우습지? 대충 끌어다가 보편이니 평범이니 하면서 납작하게 뭉개도 될 것 같지? 네가, 그리고 네 소설을 읽은 사람이 세상 여자들의 삶이 모두 다르다는 걸, 제각각의 고통을 버티고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 ‘오기중에서 73p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요즘 여자애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되바라졌는지,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요즘 남자애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는지 내게 따져 물었다. 알바하던 카페의 중년 사장이 전화를 해서 여어, 대모님! , 이제 말조심해야 하나?”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다른 여성 작가의 훌륭함을 말하기 위해 내가 비교 대상으로 끌려 나오거나 비평과 논쟁과 담론 안에서 내 소설이 납작한 퍼즐 조각으로 잘려 끼워 넣어진 일은 셀 수도 없다. / ‘오기중에서 74p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단연 오로라의 밤이다.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어머니와 함께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여행을 떠나는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결혼한 후로 항상 2인분 혹은 3인분의 생활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과 피로가 있었다던 고백에서 알 수 있듯,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뒤늦게 자신의 원하는 것을 좇아 마침내 그 앞에서 목 놓아 우는 장면은 나의 엄마와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해서 울컥거렸다. 또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딸 역시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새롭게 쓰일 여성 서사에 대한 긍정성을 제시하고 있어 의미 있게 읽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눈 위에 풀썩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아예 엉엉 울었다. 어른이 된 후로 내가 이렇게 얼굴을 내놓고 울었던 적이 있었나. 소리 내어 울었던 적이 있었나. 억울함과 서운함, 고통과 후회로 사무친 눈물이 아니라 맑고 개운한 눈물. 몸과 마음 속 모든 낡은 것들이 빠져나갔다. 이 순간을 위해 살았구나.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 있구나. / ‘오로라의 밤중에서 246p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준비하는 것,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눈물이 멈췄다. / ‘오로라의 밤중에서 250p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집을 여러 시간대에 속한 각각의 김지영이 누비이불처럼 서로 연결되면서 존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김지영로서 각자의 이야기를 누비이불 기워내듯 말하고, 귀를 기울이고, 쓰고, 읽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각자의 이야기로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을 수도, ‘뒤에 오는 여성과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고, 앞에서 걸어가는 여성의 등에 기댈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 조남주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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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 - 당신을 위한 퇴근 편지
조유일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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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읽는 에세이!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오늘도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

 

 

  이달 초,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차렸던 동네를 떠나왔다.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내 집 마련을 하게 된다면 꼭 이곳에서 자리 잡자고 약속한 곳으로. 나와 남편이 함께 초등학교를 나고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지냈던 고향 같은 동네에 이제는 두 아이들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최종계약을 마무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쳤던 날 밤, 나는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던 맥주 한 캔을 땄다. 그리고 이 책을 꺼내들었다. 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라니, 책 제목을 읽는 순간 눈가가 찌르르해졌다. 그간 애썼다고, 잘 했다고 토닥여주는 듯한 제목에 마음이 시큰거렸다. 그날 밤, 나는 내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꽤 괜찮게 살았던 하루 그리고 나날들에 건네는 위로

 

 

  오랫동안 사귀었던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내게 있어 꽃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선물 중에 하나였다. 남편이 꽃을 선물해줄까 했던 날에도 뭐 하러? 그 돈으로 고기나 사 먹는 게 낫지.”하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금방 시들어버리고 마는 꽃에 마음 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예쁘게 피어나있는 순간은 잠시 뿐, 그 뒤에 찾아올 시든 꽃의 허무함이 유독 서글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결정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몇 번이나 바뀌곤 했다. 차라리 간식을 사다줄 걸 그랬나하고.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온 사진을 보며 꽃을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꽃을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주는 아이의 얼굴에 띤 미소만큼 꽃 선물을 받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님들이 보내온 감사의 인사까지도. 그건 꽃이라는 특유의 생기가 주는 특별함이었다. 부러 시들어버릴 것에 미리 마음을 쓸 필요는 없었던 거다. ‘시들어 버릴 것이기에 시들기 전의 아름다움을 안다. 영원하지 않은 순간이기에 피어난 꽃의 소중함을 안다던 책 속의 글귀처럼 영원하지 않을것에 미련을 두기보다 않기 때문에소중함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꽃도, 우리의 삶도.

 

 

 

어머니가 아파 병실에 누워 계셨을 때 아버지가 꽃을 들고 오셨어. 그 꽃을 들고 계신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셨는데, 그게 너무 예뻐 보이는 거야. 그때 알았어. 꽃은 전해진 순간에 의미가 생긴다는 걸.”

 

 

영원하고 변치 않는 것에만 가치를 매겼다.

언젠가 시들어버릴 나약한 것들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시들어 버릴 것이기에

시들기 전의 아름다움을 안다.

 

 

영원하지 않은 순간이기에

피어난 꽃의 소중함을 안다. / ‘중에서 12p

 

 

 

사진 속 그때의 나를 보며

지금의 내가 말한다.

 

 

고생했겠다, 좀 더 잘해줄 걸.

좀 더 맛있는 거 먹여줄 걸.

좀 더 재미있게 다녀줄 걸.

 

 

지켜보던 미래의 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이나 잘해.” / ‘그때의_중에서 47p

 

 

 



 

 

 

 

  내가 애를 써야했던 건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타인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가장 후회되는 건 나보다는 타인을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해야만했다는 것이었다. 소모적인 관계일지라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아등바등했고, 부당하다 느껴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 목소리보다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쪽이 편했다. 그런데 어느 한 쪽도 마음 상하지 않게, 비어지지 않게 애쓰고 살아왔지만 결국 떠나갈 사람들은 떠나갔고 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는 없었으며, 상처가 되고 잃어야만 했던 것들은 반드시 존재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불편한 건 내 옆에 두지 않을 것. 불편함을 마주한 무의미한 시간에 비싼 값 치르지 말 것. 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눈앞에서 멀리 치워버릴 것.’과 같은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관계적 거리두기가 아닐까. ‘필요한 건 잠깐의 용기와 겨우 한 발자국만으로도 보이지 않을 사사로운 관계 정리. 그 정도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던 책 속의 글귀처럼, 이제껏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애써왔던 것들로부터 미련을 버려도 되지 않을까.

 

 

 

부당해도 받아들였고 타고난 거절꾼들을 부러워했다. 거절은 재능을 갖고 태어났어야 한다고 믿었다.

 

 

대부분 마음 졸여 끓여낸 솔직함으로 상상했던 최악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련은 견딜 만큼만 주신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거절 후 겪게 된 결과는 언제나 맥이 빠질 만큼 허무했고 노심초사한 마음만 머쓱할 뿐이었다.

 

 

상대의 눈치를 살핀다며 모아놓은 피로만 한가득. 거절보다 거절을 두려워한 마음이 낭비였다. 사고의 과정을 줄여야 마땅했다. 비용은 그만 지불하고 미워하는 이에게 쓰는 거짓말조차 아깝다. 관계의 최선은 냉소적인 태도. 소중한 이 사랑하기도 벅찬 세상, 다른 이와 어려운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고민으로 쓰는 시간조차 아깝다. / ‘결국은_솔직하게중에서 239p

 

 

 

어떤 강의에서 근자감, 그러니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근자감이란 소위 허풍을 떠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연사는 근거가 없어야 진짜 자신감이라 말했다. 근거가 있어 낼 수 있는 용기는 당연한 거라고, 자신감이 없을 때 내는 용기야말로 진짜라면서 말이다.

 

 

준비되지 않아 떨리고 긴장된 용기를 좋아했다.

자신은 없어도 진심을 넣은 용기는 빛이 났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작은 용기와 닮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사랑했다. / ‘근거_없는_자신감중에서 78p

 

 

 

당신의 삶을 뱉어본 장소가, 당신을 기억한 어딘가 있을까. 그 자리에 배인 아픔과 담아낸 시간은 당신을 기억한다. 얼마나 아프게 울어내었고 숨죽였는지 누구도 함부로 짐작할 수 없겠지만 쏟아냈고 다시 일어나 살아냈다.

 

 

그러니 괜찮다. 당신은 그때처럼 약하지 않다. 그때처럼 다시 이겨낼 것이고 다시 살아낼 것이다. / ‘우는_의자중에서 189p

 

 

 



 

 

 

 

  마음이 가난하여 서글픈 청춘, 현실이라는 지나친 무게, 강박을 털어내야 한다는 강박, 그럼에도 사랑 앞에서는 진심이고 싶은 마음… 『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는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오늘도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에세이다. 애써 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고, 자기만의 감성에 몰두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온도로 우리 시절의 상흔을 보듬으려는 그의 언어가 좋다. 괜찮다, 아프지 마라 같은 모호한 위로가 아닌 지금까지 쌓아온 당신의 정답으로부터 앞으로 쌓이게 될 인생에 정답이 있다, ‘그저 당신이 밟아냈기에 정답으로 만들면 될 일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이면 된다고 말하는 이 덤덤한 격려가 나는 좋다.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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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버스 특서 청소년문학 2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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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책!

이야기가 가진 힘으로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모이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만 해도 이성 친구를 사귀는 일이 흔해졌는데, 이른 나이에 성충동을 못 이겨 관계를 가졌다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성 친구를 사귀지 마라고 막을 수는 없으니 건전하게 사귈 수 있도록 일러주는 것만이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친구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자칫 간섭이나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이성 교제와 책임의 중요성에 관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지도해줄 수 있을까. 나는 책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 소설이나 고전 읽기는 아이가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 버스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을 주제로 하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한 청소년 소설이다.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의 신작답게 재미와 한층 깊어진 메시지로 독자들을 이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

 

 

  주인공인 지강과 은지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엄마가 집을 떠나고 아빠와 함께 살고 있어서 그런지 가족으로부터 받는 상처와 외로운 마음을 공유하며 본능적으로 서로를 위하게 된다. 내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던 은지는 성남의 어느 김밥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엄마의 소식을 듣게 된다. 지강은 은지의 부탁에 따라 함께 은지의 엄마가 일한다는 김밥집에 함께 다녀오면서 자신 역시 엄마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엄마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해 주변 지인들을 탐색한 끝에 제니퍼 리 하트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열리는 합창대회에서 수상하면 전국 합창 대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데다 해외 공연을 갈 수 있는 조건까지 생겨 엄마를 볼 수도 있으리란 희망을 품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실수로 좌절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캐나다에 있는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는 사실을 아빠가 알게 되면서 다투는 일까지 벌어진다. 부모님의 헤어진 것도 모자라 다시 만나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자 더 큰 상처를 입게 된 지강과 은지는 충동적인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은지가 어쩐 일로 아버지와 사는지 지강은 알지 못했다. 똑같이 은지도 지강이 아빠와 살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두 아이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둘 다 외롭고 상처받은 짐승처럼 고독하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니 마음에 위안은 되었다. / 17p

 

 

한 번도 이런 여행을 가보지 않은 지강이었다. 아니, 여행이라는 걸 별로 가본 적이 없었다. 가정이 해체된 뒤 여행은 온전한 가정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지강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것은 은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심리 저변에는 온전한 가정을 지켜내지 못한 엄마와 아빠에 대한 반항심도 있었다. / 66p

 

 

 



 

 

 

 

  그렇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지강과 은지는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올라탄다. 하지만 비가 내린다던 일기예보는 폭우로 돌변해 산사태가 일어나고 결국 버스는 고속도로 위에서 멈추고 만다. 해가 져서 사방은 깜깜하고, 서서히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마침 서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나누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 보는데, 가만히 시간을 죽이고 있느니 재미있는 이야기나 해보자며 한 사람씩 운을 뗀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건설 노동자로 간 김상복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되면서 현지법에 따라 피해자의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던 이야기,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삼촌이 장교로 근무하다가 한 여성과 살림을 차리게 되면서 가족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지만 꿋꿋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던 이야기, 자신의 말과 글의 무게를 실감하고 책임을 다하려 한 광고 카피라이터의 이야기 등으로 버스 안의 분위기는 훈훈해진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은지와 여행을 가는 행동은 과연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가슴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은지와 함께 있고 싶어 무작정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 99p

 

 

그래서 저는 알았습니다. 말과 글의 힘이 있다는 것을요. 마법보다 더 무섭습니다. 조심해서 말하고 조심해서 글을 써야 하지요. 그리고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21p

 

 

두 아이는 그렇게 서로 기대어 젖은 몸을 말리며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누군가를 지켜주는 감정, 그것은 책임감이었다. 스토리텔링 버스의 모든 이야기는 책임감에 대한 것들이었음을 지강은 문득 깨달았다. / 159p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아이는 말과 글의 힘을, 자신의 행동에 가져야 할 책임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단단해져야 할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지강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한 반항심에 무작정 은지와 여행을 떠나온 행동은 과연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책임감, 그것은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덕목 가운데 하나가 책임감입니다. 저 역시 장애가 있지만 책임감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 버스 안에 자신의 경험과 느낌, 그리고 생각을 넣어주세요. 그것이 스토리가 되어 여러분을 지탱하고 책임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던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 앞에서 결코 가벼워질 수 없음을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자칫 잘못해서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여자들에게는 열 배, 스무 배 무거운 삶의 고통이 지워집니다. 정말 조심해야 하고요. 남학생들에게도 부탁할게요. 진정으로 여학생들을 아낀다면 지켜줄 줄 알아야 됩니다. 지나친 충동을 못 이겨 여학생을 임신시키면 그다음 일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동의와 책임이 중요해요. 건전하게 사귀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여러분들은 아직 여러분의 삶과 타인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 9p

 

 

 

  책임이라는 말은 아직 청소년들에게 요구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덕목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버스 안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통해 지강과 은지가 느꼈듯, 어른들이 먼저 말과 글 그리고 이야기의 힘을 아이들에게 전해준다면 연약한 마음이 서서히 단단해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과 배려할 수 있는 지혜를 저절로 익히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줄 수 있는 책으로 스토리텔링 버스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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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이름 -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피터 워더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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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에게도 재미있는 화학 연대기!

신화와 전설을 넘어 현재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원소의 이름에 얽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수헬리베 붕탄질산… 이건 또 무슨 줄임말인가 싶겠지만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원소 주기율표를 좀 외워본 이들이라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단번에 알 것이다수은헬륨리튬베릴륨 등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이 원소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는 무작정 앞글자만 따 노랫말처럼 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그건 지금의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그렇게 나를 비롯해 누군가에게는 평생 수헬리베 붕탄질산으로만 남아 있을 뻔했던 원소 이름들에 관한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피터 워더스의 원소의 이름은 전설과 신화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각각의 원소들의 이름에 얽힌 사연들을 찾아 나서는 책이다한때는 연금술사와 마녀의 주술이라 여겨졌던 화학 물질들이 어떻게 근대의 과학으로 바뀌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유의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그 여정을 쫓아나가는 과정은 비전공자가 읽어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118개 원소의 이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서

 

 

 

  숫자 7은 오래전부터 신비적 의미를 지닌 수로 간주되었다일주일은 성경에서 천지창조에 걸린 7일을 반영해 7일로 정했고이슬람교에서도 하늘과 지옥이 각각 일곱 층씩 있다고 했으며로마는 일곱 언덕 위에 세워졌다. 3000년 이전부터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태양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7개의 천체를 관측했고금속 역시 7가지(구리주석수은)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때문에 행성과 금속 사이의 연관성은 떼려야 뗄 수 없게 되었는데 태양은 금달은 은화성은 철수성은 수은토성은 납목성은 주석금성은 구리를 상징하게 되었다이는 각각의 금속에 특정 행성을 배정하고천체의 기운이 각 금속의 발생과 성장을 촉진한다고 상상했던 고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사고관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운 행성의 발견은 금속의 발견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새로 발견된 금속은 이전 금속처럼 행성에서 이름을 얻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날 화학자들이 금을 나타내는 데 사용했던 화학 기호 Au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에서 유래했지만연금술사들은 금과 태양을 나타내는 기호로 원(완벽한 기하학 도형인)을 사용했다그들은 금을 완벽한 금속으로 간주했고나머지 금속은 모두 땅속에서 서서히 성숙해가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완벽한 경지인 금에 이른다고 생각했다웹스터는 메탈로그라피아 혹은 금속의 역사에서 이렇게 썼다. “자연의 궁극적인 출산은 모든 금속을 결국에는 완벽한 금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때 이르게 지구의 배 속에서 금속을 꺼내지만 않는다면자연은 이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연금술,사의 목표 중 하나는 교묘한 조작으로 불완전한 금속이 서서히 금으로 발달해가는 이 자연적 과정을 더 빨리 일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 27p

 

 

태양과 금 사이의 역사적 연관성은 현재 사실상 거의 잊혔지만 새 원소가 그 연관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헬륨heliu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8장에서 보게 되겠지만이 원소에 태양과 연관된 이름이 붙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헬륨은 1868년에 태양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유일하게 지구 밖에서 처음 발견된 원소인 헬륨은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에서 그 이름을 땄다마침내 지구에서 헬륨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을 때헬륨은 금속이 아니라 비활성 기체로 밝혀졌다지금까지 금속이 아닌 원소 중에서 ‘--ium’이란 접미사가 붙은 원소는 헬륨뿐이다이 접미사는 나트륨natrium, 크로뮴chromium, 우라늄uranium과 같은 금속 원소에만 붙여왔다. / 29p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은 원소들도 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코발트다독일어로 코볼트는 악마를 뜻하는데실제 코발트는 광부들이 싫어하는 광물로 여겨졌다고 한다여기에 포함된 비소 입자가 건강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과거 북유럽 사람들의 관습을 기술한 한 책에서는 코발트를 광산 악마에 비유한 목판화가 실려 있으며, “단지 훅 내쉬는 숨만으로 코로나 로사케아라는 동굴에서 광부를 열두 명 이상 죽였다는 관련 글도 찾아볼 수 있다이는 니켈 또한 마찬가지다전설에 따르면 초기의 독일 광부들은 비소를 포함한 광석을 또 하나 발견했는데구리 광석을 닮은 이 광석에서는 어떤 금속도 추출할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광부들은 고블린의 한 종류인 니켈이 광석에서 금속을 훔쳐 갔다고 주장하면서그 광물을 악마의 구리란 뜻으로 쿱퍼니켈kupfernickel’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반응성이 약한 일부 금속예컨대 금과 은뿐 아니라 심지어 구리도 때로는 순수한 상태즉 홑원소 물질로 산출된다하지만 반응성이 강한 원소들(주석아연 등)은 대개 산소나 황 같은 다른 원소와 결합한 광물 형태로 산출된다순수한 금속을 분리하려면결합한 딴 원소를 떼어내야 하는데이것이 바로 제련 과정이다예를 들면초록색 구리 광석인 공작석을 공기 중에서 배소하면공작석이 분해되어 검은색 산화구리가 생긴다(덜 순수한 탄소)과 함께 가열하면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기체가 되어 빠져나가고순수한 구리 금속이 남는다이때 탄소와 일산화탄소 기체가 금속 산화물을 금속으로 환원시켰다고 이야기한다. / 103p

 

 

 




 

 

 

 

  어쩌면 서로의 이름을 바꿔서 불렀더라면 더 좋았을 원소도 있다바로 수소와 산소다수소라는 이름이 물을 낳는 것이란 뜻이라면이 이름은 산소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실제 산소의 독특한 성질은 수소와 결합해 물을 만드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과거에는심지어 라부아지에도 산소가 모든 산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필수 성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염산이 염소와 수소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이 생각은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심지어 19세기에 가서 산(적어도 수용액 상태에서는)의 핵심 성분은 수소 이온으로 밝혀졌다따라서 수소가 모든 산의 핵심 성분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수소라는 이름은 산소에 붙였어야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의견은 타당해 보인다.

 

 

 

  오줌을 통해 인을 대량 생산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라이프티츠가 헤니히 브란트에게서 직접 얻은 것이 거의 확실한 이 제법은 한동안 방치한 오줌 약 1톤을 준비하라.”라는 말로 시작한다고 한다브란트는 한때 라이프니츠와 그의 후원자들에게 고용되어 군 주둔지에서 공급한 사람 오줌으로 인을 대량 생산했다고 한다여기에는 오줌 100톤이 쓰였다고 하는데이는 대략 1만 3140리터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16세기에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연금술사인 알레시오 피에몬테세가 쓴 책에는 소금과 오줌으로 염화암모늄을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다고 한다준비된 소금 10파운드 위에 건강하고 와인만 마신 사람의 따뜻한 오줌을 약간 끼얹고소금이 오줌에 녹아 바닥으로 가라앉게 한 뒤 이 액체를 펠츠를 통해 솥에 따른다그리고 나서 솥을 빵 굽는 오븐에 올리고 잘 끓인다이 염이 말라붙으면 그 위에 사람 오줌을 조금 끼얹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데오줌 열 통이 소금 10파운드에 흡수될 때까지 계속하면 염화암모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참으로 미련하다 싶을 만큼 이러한 노력과 열성이 있었기에 인류는 놀라운 발견과 과학이라는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감탄하게 되는 대목이다.

 

 

 

물리학과 화학 소론에서는 황과 인 그리고 여러 가지 금속을 공기 중에서 태우는 실험을 하면서 공기 중 일부가 소비된다는 사실을 다루었다공기를 뽑아낸 용기 속에서 가열한 물질은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연소에 공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소 이전과 이후에 연소 물질 자체뿐만 아니라 공기의 무게까지 잴 수 있는 장비를 고안한 데 있었다라부아지에는 늘어난 물질의 무게만큼 공기의 무게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다른 사람들은 질량 변화를 확인하는 데 그친 반면그는 그런 반응에서는 전체 질량이 보존되며 단지 재분배될 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 195p

 

 

칼라일과 니컬슨은 이 실험을 통해 놀라운 발견을 했다캐번디시와 라부아지에가 보여준 것처럼 정확한 비율로 섞은 원소들로부터 물을 직접 합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전기를 사용해 물을 다시 구성 원소들로 분해할 수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이 발견은 전기 분해라는 새로운 기술 시대를 열었다전기 분해는 전기를 사용해 화합물을 그 구성 성분으로 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 265p

 

 

이제 이름을 붙여야지.” 피에르는 마치 그것이 어린 이랜(첫 번째 딸)의 이름을 고르는 문제처럼 들리는 어조로 어린 아내에게 말했다한 때 마드무아젤 스크워도프스카로 불렸던 마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그러다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진 조국이 떠올랐고막연하게 만약 이 과학적 사건이 러시아와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를 압제한 나라들-에서 발표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그리고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폴로늄polonium’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마리 퀴리는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그 원소의 이름을 정했지만그 당시 폴란드는 독립국으로 존재하지 않았다이 선택은 정치적 성명과 같은 것이었다. / 417p

 

 

 




 

 

 

 

  주기율표의 마지막 원소이자 비활성 기체 가족인 18족의 마지막 118번 원소 오가네손organesson’에 이르기까지책을 읽다 보면 원소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지닌 지식을 최대한 널리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과를 다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그 안에 얽힌 여러 사연과 과정들은 인류의 역사이자 각 시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써이러한 책들이 학자들에게만 공유될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도 반드시 소개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식 공유와 재미까지 고루 갖춘 책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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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l 2021-07-1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중2때 원소기호 나옵니다.

투콤마 2021-07-12 07:46   좋아요 0 | URL
앗!!! 중2 때부터 배운다니, 충격적이네요ㅠ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