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토리텔링 버스 ㅣ 특서 청소년문학 2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평점 :

자신과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책!
이야기가 가진 힘으로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모이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만 해도 이성 친구를 사귀는 일이 흔해졌는데, 이른 나이에 성충동을 못 이겨 관계를 가졌다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성 친구를 사귀지 마라고 막을 수는 없으니 건전하게 사귈 수 있도록 일러주는 것만이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친구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자칫 간섭이나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이성 교제와 책임의 중요성에 관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지도해줄 수 있을까. 나는 책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 소설이나 고전 읽기는 아이가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 버스』는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을 주제로 하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한 청소년 소설이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의 신작답게 재미와 한층 깊어진 메시지로 독자들을 이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
주인공인 지강과 은지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엄마가 집을 떠나고 아빠와 함께 살고 있어서 그런지 가족으로부터 받는 상처와 외로운 마음을 공유하며 본능적으로 서로를 위하게 된다. 내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던 은지는 성남의 어느 김밥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엄마의 소식을 듣게 된다. 지강은 은지의 부탁에 따라 함께 은지의 엄마가 일한다는 김밥집에 함께 다녀오면서 자신 역시 엄마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엄마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해 주변 지인들을 탐색한 끝에 제니퍼 리 하트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열리는 합창대회에서 수상하면 전국 합창 대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데다 해외 공연을 갈 수 있는 조건까지 생겨 엄마를 볼 수도 있으리란 희망을 품지만 아쉽게도 자신의 실수로 좌절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캐나다에 있는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는 사실을 아빠가 알게 되면서 다투는 일까지 벌어진다. 부모님의 헤어진 것도 모자라 다시 만나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자 더 큰 상처를 입게 된 지강과 은지는 충동적인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은지가 어쩐 일로 아버지와 사는지 지강은 알지 못했다. 똑같이 은지도 지강이 아빠와 살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두 아이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둘 다 외롭고 상처받은 짐승처럼 고독하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니 마음에 위안은 되었다. / 17p
한 번도 이런 여행을 가보지 않은 지강이었다. 아니, 여행이라는 걸 별로 가본 적이 없었다. 가정이 해체된 뒤 여행은 온전한 가정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지강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것은 은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심리 저변에는 온전한 가정을 지켜내지 못한 엄마와 아빠에 대한 반항심도 있었다. / 66p


그렇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지강과 은지는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올라탄다. 하지만 비가 내린다던 일기예보는 폭우로 돌변해 산사태가 일어나고 결국 버스는 고속도로 위에서 멈추고 만다. 해가 져서 사방은 깜깜하고, 서서히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마침 서로 가지고 있던 것들을 나누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 보는데, 가만히 시간을 죽이고 있느니 재미있는 이야기나 해보자며 한 사람씩 운을 뗀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건설 노동자로 간 김상복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되면서 현지법에 따라 피해자의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던 이야기,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삼촌이 장교로 근무하다가 한 여성과 살림을 차리게 되면서 가족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지만 꿋꿋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던 이야기, 자신의 말과 글의 무게를 실감하고 책임을 다하려 한 광고 카피라이터의 이야기 등으로 버스 안의 분위기는 훈훈해진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은지와 여행을 가는 행동은 과연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가슴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은지와 함께 있고 싶어 무작정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 99p
“그래서 저는 알았습니다. 말과 글의 힘이 있다는 것을요. 마법보다 더 무섭습니다. 조심해서 말하고 조심해서 글을 써야 하지요. 그리고 조심해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21p
두 아이는 그렇게 서로 기대어 젖은 몸을 말리며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누군가를 지켜주는 감정, 그것은 책임감이었다. 스토리텔링 버스의 모든 이야기는 책임감에 대한 것들이었음을 지강은 문득 깨달았다. / 159p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아이는 말과 글의 힘을, 자신의 행동에 가져야 할 책임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단단해져야 할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지강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한 반항심에 무작정 은지와 여행을 떠나온 행동은 과연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책임감, 그것은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덕목 가운데 하나가 책임감입니다. 저 역시 장애가 있지만 책임감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 버스 안에 자신의 경험과 느낌, 그리고 생각을 넣어주세요. 그것이 스토리가 되어 여러분을 지탱하고 책임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던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에 대한 책임 앞에서 결코 가벼워질 수 없음을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자칫 잘못해서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여자들에게는 열 배, 스무 배 무거운 삶의 고통이 지워집니다. 정말 조심해야 하고요. 남학생들에게도 부탁할게요. 진정으로 여학생들을 아낀다면 지켜줄 줄 알아야 됩니다. 지나친 충동을 못 이겨 여학생을 임신시키면 그다음 일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동의와 책임이 중요해요. 건전하게 사귀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여러분들은 아직 여러분의 삶과 타인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 9p
책임이라는 말은 아직 청소년들에게 요구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덕목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버스 안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통해 지강과 은지가 느꼈듯, 어른들이 먼저 말과 글 그리고 이야기의 힘을 아이들에게 전해준다면 연약한 마음이 서서히 단단해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과 배려할 수 있는 지혜를 저절로 익히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줄 수 있는 책으로 『스토리텔링 버스』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