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 - 당신을 위한 퇴근 편지
조유일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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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읽는 에세이!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오늘도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

 

 

  이달 초,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차렸던 동네를 떠나왔다.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내 집 마련을 하게 된다면 꼭 이곳에서 자리 잡자고 약속한 곳으로. 나와 남편이 함께 초등학교를 나고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지냈던 고향 같은 동네에 이제는 두 아이들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최종계약을 마무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쳤던 날 밤, 나는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던 맥주 한 캔을 땄다. 그리고 이 책을 꺼내들었다. 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라니, 책 제목을 읽는 순간 눈가가 찌르르해졌다. 그간 애썼다고, 잘 했다고 토닥여주는 듯한 제목에 마음이 시큰거렸다. 그날 밤, 나는 내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꽤 괜찮게 살았던 하루 그리고 나날들에 건네는 위로

 

 

  오랫동안 사귀었던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내게 있어 꽃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선물 중에 하나였다. 남편이 꽃을 선물해줄까 했던 날에도 뭐 하러? 그 돈으로 고기나 사 먹는 게 낫지.”하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금방 시들어버리고 마는 꽃에 마음 둬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예쁘게 피어나있는 순간은 잠시 뿐, 그 뒤에 찾아올 시든 꽃의 허무함이 유독 서글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결정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몇 번이나 바뀌곤 했다. 차라리 간식을 사다줄 걸 그랬나하고.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온 사진을 보며 꽃을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꽃을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주는 아이의 얼굴에 띤 미소만큼 꽃 선물을 받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님들이 보내온 감사의 인사까지도. 그건 꽃이라는 특유의 생기가 주는 특별함이었다. 부러 시들어버릴 것에 미리 마음을 쓸 필요는 없었던 거다. ‘시들어 버릴 것이기에 시들기 전의 아름다움을 안다. 영원하지 않은 순간이기에 피어난 꽃의 소중함을 안다던 책 속의 글귀처럼 영원하지 않을것에 미련을 두기보다 않기 때문에소중함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꽃도, 우리의 삶도.

 

 

 

어머니가 아파 병실에 누워 계셨을 때 아버지가 꽃을 들고 오셨어. 그 꽃을 들고 계신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셨는데, 그게 너무 예뻐 보이는 거야. 그때 알았어. 꽃은 전해진 순간에 의미가 생긴다는 걸.”

 

 

영원하고 변치 않는 것에만 가치를 매겼다.

언젠가 시들어버릴 나약한 것들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시들어 버릴 것이기에

시들기 전의 아름다움을 안다.

 

 

영원하지 않은 순간이기에

피어난 꽃의 소중함을 안다. / ‘중에서 12p

 

 

 

사진 속 그때의 나를 보며

지금의 내가 말한다.

 

 

고생했겠다, 좀 더 잘해줄 걸.

좀 더 맛있는 거 먹여줄 걸.

좀 더 재미있게 다녀줄 걸.

 

 

지켜보던 미래의 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이나 잘해.” / ‘그때의_중에서 47p

 

 

 



 

 

 

 

  내가 애를 써야했던 건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타인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가장 후회되는 건 나보다는 타인을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해야만했다는 것이었다. 소모적인 관계일지라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아등바등했고, 부당하다 느껴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 목소리보다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쪽이 편했다. 그런데 어느 한 쪽도 마음 상하지 않게, 비어지지 않게 애쓰고 살아왔지만 결국 떠나갈 사람들은 떠나갔고 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는 없었으며, 상처가 되고 잃어야만 했던 것들은 반드시 존재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불편한 건 내 옆에 두지 않을 것. 불편함을 마주한 무의미한 시간에 비싼 값 치르지 말 것. 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눈앞에서 멀리 치워버릴 것.’과 같은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관계적 거리두기가 아닐까. ‘필요한 건 잠깐의 용기와 겨우 한 발자국만으로도 보이지 않을 사사로운 관계 정리. 그 정도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던 책 속의 글귀처럼, 이제껏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애써왔던 것들로부터 미련을 버려도 되지 않을까.

 

 

 

부당해도 받아들였고 타고난 거절꾼들을 부러워했다. 거절은 재능을 갖고 태어났어야 한다고 믿었다.

 

 

대부분 마음 졸여 끓여낸 솔직함으로 상상했던 최악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련은 견딜 만큼만 주신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거절 후 겪게 된 결과는 언제나 맥이 빠질 만큼 허무했고 노심초사한 마음만 머쓱할 뿐이었다.

 

 

상대의 눈치를 살핀다며 모아놓은 피로만 한가득. 거절보다 거절을 두려워한 마음이 낭비였다. 사고의 과정을 줄여야 마땅했다. 비용은 그만 지불하고 미워하는 이에게 쓰는 거짓말조차 아깝다. 관계의 최선은 냉소적인 태도. 소중한 이 사랑하기도 벅찬 세상, 다른 이와 어려운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고민으로 쓰는 시간조차 아깝다. / ‘결국은_솔직하게중에서 239p

 

 

 

어떤 강의에서 근자감, 그러니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근자감이란 소위 허풍을 떠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연사는 근거가 없어야 진짜 자신감이라 말했다. 근거가 있어 낼 수 있는 용기는 당연한 거라고, 자신감이 없을 때 내는 용기야말로 진짜라면서 말이다.

 

 

준비되지 않아 떨리고 긴장된 용기를 좋아했다.

자신은 없어도 진심을 넣은 용기는 빛이 났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작은 용기와 닮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사랑했다. / ‘근거_없는_자신감중에서 78p

 

 

 

당신의 삶을 뱉어본 장소가, 당신을 기억한 어딘가 있을까. 그 자리에 배인 아픔과 담아낸 시간은 당신을 기억한다. 얼마나 아프게 울어내었고 숨죽였는지 누구도 함부로 짐작할 수 없겠지만 쏟아냈고 다시 일어나 살아냈다.

 

 

그러니 괜찮다. 당신은 그때처럼 약하지 않다. 그때처럼 다시 이겨낼 것이고 다시 살아낼 것이다. / ‘우는_의자중에서 189p

 

 

 



 

 

 

 

  마음이 가난하여 서글픈 청춘, 현실이라는 지나친 무게, 강박을 털어내야 한다는 강박, 그럼에도 사랑 앞에서는 진심이고 싶은 마음… 『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는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오늘도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에세이다. 애써 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고, 자기만의 감성에 몰두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온도로 우리 시절의 상흔을 보듬으려는 그의 언어가 좋다. 괜찮다, 아프지 마라 같은 모호한 위로가 아닌 지금까지 쌓아온 당신의 정답으로부터 앞으로 쌓이게 될 인생에 정답이 있다, ‘그저 당신이 밟아냈기에 정답으로 만들면 될 일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이면 된다고 말하는 이 덤덤한 격려가 나는 좋다.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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