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글배우 지음 / 강한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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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살펴주기 위한 아주 다정한 말들!

오늘도 묵묵히 성실하게 그날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나를 응원해주는 책!

 

 

 

  돌이켜 보면 온통 괜찮은 척하느라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미움 받기 싫어서 아무래도 괜찮은 척,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무엇이든 잘 해내는 척,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착한 척,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여유 있는 척. 그렇게 나를 포장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느라 내 마음이 갉아 먹히는 줄도 모르고 있을 때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착한 척 하고, 그만큼 괜찮은 척 했으면 정말로 넌 착한 거고 괜찮은 사람인 거야.” 내가 부단히 애써왔던 것들이 진짜 의 모습이 되어버렸다면 이제 그만 인정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 게 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이제는 당신의 많은 순간을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다면 정말 많이 애쓰셨습니다.’ 하고 괜찮지 않은 데 괜찮은 척했다속의 어느 글귀처럼 나를 알아주고, 쓰다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신 같은 사람 없다.

당신 같이 배려가 많거나

당신 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처받을까

걱정해주거나

당신 같이 잘하지 못했던 날을

많이 고민 하거나

당신 같은 사람 없다.

당신은 마음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 182p

 

 

 

힘을 빼고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SNS를 하다 보면 주로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공감 어린 글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글배우 님이 그 중 대표적인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의 여섯 번째 책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했다는 주어진 삶을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다 느껴지지 않고, 마음이 길을 잃은 듯 공허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직장생활, 연애, 결혼, 인간 관계, 자존감 등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지니고 있는 삶의 다양한 무게들을 들여다보고 부러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정히 도닥여준다.

 

 

 

사랑의 크기와 노력의 크기는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기죽이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하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옆에 있는 사람은 기죽는다고,

마음이 죽는다고.

내가 별로일까 내가 문제일까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걸까.

내가 매력이 없는 걸까 라는 생각에. / ‘장거리 커플이 있었다중에서 39p

 

 

나에게 하는

나쁜 말들을 모두 들을 필요 없다

왜냐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니까

진심

당신의 진심을 누군가는 안다 / 41p

 

 

 



 

 

 

 

  유독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있다. 이렇다 할 변화라고는 없이 늘 제자리걸음인 듯한 기분,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 말이다. 얼마 전의 내가 딱 그랬다. 두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는 일상 안에서 그냥 그저 그렇게 안주하고만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고. 그런데 저자는 한 엄마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기니까 오늘 하루쯤은 무기력해져도 괜찮아. 내일도 무기력하고 모레도 무기력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내가 지금 무기력한 이유는 지금의 상황과 미래의 상황이 같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금 재미없는 인생이 미래에도 재미없게 똑같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의 어느 날도 똑같지 않기에 오늘은 무기력해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지금 무기력하다고 네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멋지게 쓰여 질 날을 준비하고 있는 거라 그렇다고. 그러니 너무 조급한 마음에, 잘해야 된다는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거나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한다. 목표를 줄이고 너무 잘 하려는 마음에 힘을 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거라고, 조금함을 빼다 보면 내가 편안한 속도가 보일 거라고. 나만의 속도대로, 조급해지지 말고, 나를 나무라기만 하지 말고. 별 것 아닌 듯한 말이지만 참 위로가 된다.

 

 

 

너는 뭐든지 잘 할 거야.

처음에는 어색하고 미숙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무슨 일이든 잘 해낼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네가 너를 많이 보살펴줘.

 

 

어른이 되면서 깨닫는단다. 완전히 내 사람 같아도

내 사람 같지 않게 느껴질 때도 있고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거나 이유 없이 모함을 당해 마음이 상하거나

너는 가만히 있는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힘듦이 닥칠 수도 있어.

그래서 네가 너를 잘 보살펴 줘야해.

 

 

앞으로 삶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 네가 원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 ‘너는 뭐든지 잘 할 거야중에서 87p

 

 

 

그래서 저는 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요.

내가 가장 행복한 모습이 되기 위해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랑을 하기 위해

너무 의지하지도 너무 혼자 서 있지도 않은

가까우면서 적당한 자신만의 거리가 있는 사랑을 하기 위해. / ‘자존감과 연애중에서 135p

 

 

 

자존감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삶의 시간과 돈을 꾸준히 쓰는 것이다.

실패라 생각하지 말고 경험으로써 받아들이고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 ‘좋아하는 걸 찾는 방법중에서 167p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우주의 존재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이 우주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았다면 우주의 존재 가치는 무의미했듯 당신의 인생에서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젊은 청춘에 더 큰 가능성을 믿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결국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내가 머물러 있는 우주의 너비도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내는지 끝까지 지켜봐주고, 그러기 위해 오늘을 묵묵히 성실하게 그날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나를 응원해주자.

 

 

 

남을 비난하는 건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무엇을 했고 내일은 무엇을 할 계획이고

오늘은 무엇이 좋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며

내일의 기대되는 일들은 무엇인지 생각하는데 시간을 써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여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는 것이 시간이 지나

당신의 삶에 훨씬 좋습니다. / ‘자수성가한 사람중에서 111p

 

 

 




 

 

 

 

  예전에는 괜찮은 척, 아프지 않은 척, 슬프지 않는 척 해야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나약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서 더 평화롭고 따뜻한 사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좀 더 배려하고, 좋은 관계를 이루어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느라 정작 자신을 제대로 돌볼 줄 몰랐을 뿐. 그러니 이제는 나를 돌봐주는 말들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불완전하지만 그런 내 모습조차 사랑해주도록 노력해보자. 행복은 오늘의 내 생각을 닮는다던 저자의 말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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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강사 윤지원과 함께 하는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
윤지원 지음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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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찾다!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들 속에서 삶의 다양한 질문들을 길어 올리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사시오.

계산 없이 사랑하고.

 

  영화 <이프 온리>에서 택시 기사는 남자 주인공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곁에 있지만 늘 일을 우선시했던 남자에게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일러주는 대사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의 연인이 오늘 밤 사고로 죽을 운명이라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겠는가?’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남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기적 같은 하루를 위해 온전히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하게 됐어.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었지.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진정한 사랑을 했다면 인생을 산 거잖아. 5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 받는 법도.” 우리는 자주 잊을 때가 있다. 곁에 있는 사람이 평생 내 곁에 있을 거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가진 것에 감사할 것,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할 것. 영화 <이프 온리>는 익숙하다는 이유로 잊고 있었던 내 곁의 소중한 존재를 향해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이처럼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다. 마냥 유쾌하기만 할 것 같은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서도, 거대한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는 액션 히어로 영화에서조차도 삶의 다양한 질문들을 마주할 수 있다. 만약 나라면? 나에게 있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그렇게 영화 속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에 답을 하다보면 어느 새 란 사람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된다. 또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삶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영화를 통해 근본적으로는 나를 이해하고, 나를 둘러싼 주위를 이해하는 방법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영화가 건져 올린 질문들을 통해 삶의 양분을 얻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영화가 우리에게 걸어오는 질문들

 

 

  영화와 삶을 연결하는 영화인문학 강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에게 감동하고,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좋은 답을 찾아보기를 바라며 특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영화 속 인물의 마음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인물들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오고 어떤 생각거리를 주는지 생각해 볼 것, 각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통해 영화와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발견해 볼 것, 영화를 본 후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질문을 비롯해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 답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질문은 질문 그 자체로 힘이 있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가 담긴 영화의 장면들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나와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 살펴보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모아나>를 비롯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리틀 포레스트>, <안나 카레니나>,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17편의 영화를 수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첫 장에 수록된 <모아나>가 유독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모아나>는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모투누이섬에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으로, 우리를 가로막는 세상의 규칙과 관습을 뛰어넘어 마음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나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통해 진짜 나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할머니가 모아나에게 건네는 대사가 퍽 인상적이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 마음의 소리도 따라야 해. (모아나의 할머니)

 

 

 

  위험한 바다로 나아가려는 모아나를 가로막는 아버지의 모습은 딸의 안전을 위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그만의 사랑 표현이다. 아니,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위험해. 안 돼, 하지 마. 엄마, 아빠 말 들어. 저자는 네가 하려는 것을 나도 해봤어의 가장 큰 실수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너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그때와 지금은 완벽하게 같지 않고, 분명 주체도 환경도 다르다. 그러니 지혜로운 부모라면 자녀의 모든 사고를 원천봉쇄하려고 고군분투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 보는 방법을 가르치고, 항해 중에 인생의 밤을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감자빵 레시피를 원하는 이치코에게 끝까지 알려주지 않고, 자신이 읽을 책은 스스로 찾으라고 말했던 <리틀 포레스트>의 후쿠코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안전한 섬이 아니라 바다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유독 와 닿는 요즘이다.

 

 

 

모아나의 할머니가 세상이 혹독해도, 여행이 고통스러워도, 상처는 아물며 널 가꿔줄 뿐이란다라고 모아나에게 말했듯이, 세상의 경험은 빠짐없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다. 풍파에 이리저리 상처가 나도 우리의 존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지 않아도, 우리는 있는 그대로 온전히 귀하고 소중하다. 스스로를 믿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 시작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은 나다운 삶에서 나온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자. / 영화 <모아나> 편 중에서 25p

 

 

우리의 말이나 글, 그림과 같은 표현은 우리의 무의식을 드러낸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낙서 같은 글, 의도 없이 그린 그림, 무심코 찍은 사진이 나도 모르는 사이 단서를 남긴다.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질문하며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때,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상에서의 예술 활동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중에서 35p

 

 

결국 외면하고 싶은 일상의 구질구질함과 불만을 피해 또 다른 황금시대를 찾아 과거로 가고 싶어질 것이다. 삶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현재를 살아내지 않고서는 빛나기만 하는 황금시대는 없다.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중에서 39p

 

 

 




 

 

 

 

  이 외에도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주는 듯한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우리의 인생은 언뜻 평범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일러주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다>, 남들이 기대하는 내 모습을 진짜 나로 착각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게 하는 <블라인드 사이드> 역시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는 개인적으로 본 몇 편의 영화 관련 책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 꼭 한 번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수면 아래의 기억은 때로는 독약처럼 때로는 진정제처럼 우리 삶에 나타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기억 그 자체가 아닌 기억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과 해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찾아보시길 추천 드린다.

 

 

 

유권자들에게 폴라의 아빠가 여러분들이 장애인이에요! 우린 세상에 열려 있어야 해요. 열린 마음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장면과 연결된다. 마음으로부터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이 이미 장애이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폴라 아빠의 말은 틀리지 않다. 자신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은 타인 역시 그렇게 바라본다. 반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단정 짓는 사람의 시선은 타인에게도 쉽사리 한계를 말한다. / 영화 <미라클 벨리에> 중에서 137p

 

 

 

사람들을 너무 닦달하지 마세요.

올바르게 살면 되는 겁니다.

배 속이 아니라 영혼을 위해 살면 돼요. (소작농) / 영화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187p

 

 

 

귀도가 재치 있게 넘기는 이 장면은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같은 인간인 유대인을 개와 동급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시즘과 나치즘에 힘이 실린 것은 따르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지도자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은 한 팀이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224p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마담 프로스트는 이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던 폴에게 이렇게 말한다. Vis ta vie(너의 인생을 살아라).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단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 역시 너의, 너만의 인생을 살라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이해함으로써 나를 위한 삶을 살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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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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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시도들, 그 불온한 역사 이후의 시간들!

피부로 스며드는 듯한 언어, 그 예민한 감각의 여운!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 / 317p

 

 

 

  이따금 인간이 벌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유형의 비극을 상당히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나면, 삶이 과연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찰나의 섬광, 날카로운 비명, 이 죽음의 끝에 또 어떤 죽음이 잇따라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자들의 생생한 공포. 저 내밀한 사연들을 하나하나 좇아가며 복기하고 또 복기하여 글로 엮어낸다는 건, 그들의 삶의 무게를 다시 하나하나 내 것으로 짊어지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경하의 삶에 뿌리를 내린 악몽도 그렇게 시작된다.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묘비처럼 심겨져 있는 눈 내리는 벌판. 왜 이런 데다 무덤을 쓴 거야? 밀물이 밀려오고 있는 바다 위에 펼쳐진 이 기이한 광경을 바라보며 경하는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은 옮겨야 한다고,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이 검은 나무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는 사이 어느 새 바닷물은 무릎까지 차올라 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이 많은 무덤들을 다 어떻게 하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황망히 꿈에서 깨어난다.

 

 

 

  사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까지 경하는 이 날의 꿈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는, 소설을 쓰는 내내 몰두해 있었던 도시 광주에서 일어난 학살을 의미하는 건가.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착각은 이후에도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인선에게 그 꿈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경하는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있던 친구 인선에게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인선은 흔쾌히 좋다고 약속했지만, 두 사람의 일정이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또 다시 사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리고 경하는 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바꾼다.

 

 

 

그러나 여전히 깊이 잠들지 못한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여전히 숨을 짧게 쉰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못 견뎌했던 방식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 28p

 

 

 

  12월 하순의 아침, 경하는 인선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급히 병원을 찾은 경하는 인선으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듣는다. 지금 당장 제주로 내려가 혼자 남아 있는 새를 구해달라고. 오늘 안에 물을 줘야 살릴 수 있다고 말이다. 폭설로 인한 기상악화로 인해 겨우 마지막 제주 비행기에 올라탄 경하는 가까스로 인선의 마을로 향하지만, 지독한 두통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으며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에 잠긴다. 하지만 그녀는 어두컴컴한 길을 헤치고 인선의 집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새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게 멈춘 게 언제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건천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그전에 물을 먹일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제대로 길을 택해 내처 걸어왔다면. 아니, 그전에 터미널에서 더 기다려 산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탔다면. / 155p

 

 

 

 

 




 

 

 

 

제주 4·3 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폭설로 전기마저 끊긴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와 당시 제주민들의 증언이 담긴 기록을 마주한다. 언니와 심부름을 간 사이 온 가족이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 학살을 당해 시체의 무덤 속에서 가족의 얼굴을 찾아 헤맸던 열 세 살의 엄마, 이북 사투리를 쓰는 경찰들이 마을마다 들이닥쳐 젊은 남자들을 잡아가 실적을 올린다는 소문에 동굴에 혼자 숨어 지냈던 아버지, 피투성이로 모래밭에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군인들이 바다에 던지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던 어느 노인의 증언, 내 너머로 사십 호 안팎의 집들이 모여 있었지만 1948년 소개령 때 모두 불타고 사람들이 몰살되며 폐촌이 되어버린 마을,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도 학살을 피해 사라졌던 오빠의 행적을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와 또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절멸의 시도들, 그 불온한 역사 이후의 시간들이 생생하게 인선의 육성과 기록을 통해 경하에게로 전해진다.

 

 

 

까무러칠 것같이 아팠는데.

정말 차라리 까무러치고 싶었는데, 왜 그때 네 책 생각이 났는지 몰라.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아니, 그곳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 56p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그 시국 때는 흉년에다가 젖먹이까지 딸려 있으니까, 내가 안 먹어 젖이 안 나오면 새끼가 죽을 형편이니 할 수 없이 닥치는 대로 먹었지요. 하지만 살 만해진 다음부터는 이날까지 한 점도 안 먹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먹었을 거 아닙니까? / 225p

 

 

 

  인간이 인간에게 어쩌면 이리도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소설이 다루고 있는 제주 4·3 사건을 비롯해 아주 무거운 진실들은 너무 참담해서 때로는 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촛불은 이제 다 타들어 가는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재우치는 인선을 따라가며 몇 번이나 머뭇거리게 되는 경하의 목소리가 꼭 내 것 같다. 돌아가자,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하지만 그렇게 흘려 보낸 시간들이 아쉬워서, 너무나 간절해져서 인선은 혹은 그녀와 꼭 같은 마음이었을 수많은 누군가들은 꽤나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선의 한 마디가 경하는 물론, 내 마음까지 와락 붙든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작별하지 않겠다라는 완곡한 다짐을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는 기껏해야 이 비극의 아픔을 바라보고 그들의 상처를 들어주고 보듬어주는 것 정도 밖에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포기하는 것보다 잘린 손가락의 신경을 죽이지 않기 위해 3분 마다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택했던 인선의 아픔조차 다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외면하지 않고 조금 더 끈질기게 바라보며 언제나 그것들이 던지는 질문 앞에서 마주 앉아 대답해보는 것. 어설픈 다짐이 아닌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작별하지 않고 계속 얘기해보는 것.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지 않을까 믿어보는 거다.

 

 

 

물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순환하지 않나. 그렇다면 인선이 맞으며 자란 눈송이가 지금 내 얼굴에 떨어지는 눈송이가 아니란 법이 없다. 인선의 어머니가 보았다던 학교 운동장의 사람들이 이어 떠올라 나는 무릎을 안고 있는 팔을 푼다. 무딘 콧날과 눈꺼풀에 쌓인 눈을 닦아낸다.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 / 133p

 

 

 

  심심하게 다가오는 듯했던 소설이 갈무리될 때쯤 어느 새 저릿하게 파고든다. 피부로 스며드는 듯한 한강의 언어와 그 예민한 감각의 여운이 상당히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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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리커버 특별판)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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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극복해나가려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 서사시를 발견하다!

전통 신화의 빈틈을 메워나가되 새로운 해석과 가능성을 열어 보인 새로운 신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신화란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인간에 대해 알아가고, 곧 나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세상의 수많은 상징을 잉태한 신화를 알면 세상이 보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인간을 알면 인간이 보이고, 그 속에 있는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오늘날까지도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이자,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로써 여전히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로 쓰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킬레우스의 노래에 이어 키르케까지, 작가 매들린 밀러가 신화에 주목한 것은 크게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니다. 신화를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등의 시도들은 이미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질문을 우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신화인가? 왜 키르케인가?

 

 

 

새로운 여성 서사의 고전, 키르케가 던지는 의미들

 

 

  키르케는 누구일까.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내가 키르케라는 이름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익숙한 듯 낯선 이름에 비교적 최근에 읽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뒤적이며 찾아보았지만 좀처럼 그녀의 이름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나만 못 찾은 것일까). 그나마 오디세이아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발목을 잡아 그의 귀환을 늦추는 아이아이에의 마녀로 등장하여,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성들을 돼지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자 정도로만 묘사되어 있을 뿐이라는데. 수많은 올림포스의 신과 인간들 혹은 그들이 낳은 괴물들의 이야기로 풍성한 신화 속에서 고작해야 이름 몇 번 정도 등장할 법한 아주 작은 배역에 지나지 않는 이 인물에 굳이 주목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수 없었다.

 

 

 

맨 처음 태어났을 때 나에게는 걸맞은 이름이 없었다. / 9p

 

 

 

  태양신인 헬리오스와 샘물과 시냇물의 정령인 님프 페르세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여느 하급 여신들이 그러하듯 키르케 역시 수많은 님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눈이 노란 게 오줌색이야. 목소리는 올빼미처럼 끽끽거리고. 저렇게 못생겼는데 매가 아니라 염소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두 동생과 어머니로부터 늘 조롱을 당해온 그녀는 아무리 하급 여신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얼마쯤은 아버지가 지닌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님프들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가까스로 영생을 유지하며 그나마 뛰어난 미모로 남신과의 결혼을 도모하고 신들의 모임에서 한 자리 꿰차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법이자 운명임을 이내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삼촌 하나가 벌을 받게 됐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는 오래전에 인간들이 동굴 속에서 벌벌 떨며 움츠리고 지내던 시절에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고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다. 저승에 사는 극악무도한 복수의 여신 에리니스 자매 중 하나에게 처벌의 책임이 맡겨지고,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인간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신의 처벌을 자청한 그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키르케는 그의 의연함에서 이제껏 알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낀다.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키르케는 자신이 수천 곱하기 수천의 어린 님프들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지만 그저 그 일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프로메테우스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 나는 그들과 달랐다.

다르다고? 낮고 우렁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생각을 해야 한다, 키르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지 않겠는지. / 81p

 

 

세상에 그런 능력이 있다 한들 너 같은 애의 눈에 발견될 리 없지 않으냐.”

내 뒤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고, 삼촌들은 대놓고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쓰레기 떨구듯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말투가 가장 충격이었다. 너 같은 애. 다른 날 같았으면 나는 몸을 웅크리고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아버지의 경멸이 마른 장작 위에 떨어진 불똥과도 같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아버지 생각이 틀렸어요.” 내가 말했다. / 84p

 

 

 

  이후 키르케는 인간 남자인 글라우코스를 만나면서 인간의 심연을, 거룩한 힘 대신 손으로 직접 일과를 수행하는 수고로움을, 단순하지만 인간적인 기적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영겁의 시간이 주어진 자신과 인간인 글라우코스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존재였다. 이에 괴로움을 느낀 키르케는 글라우코스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파르마콘을 이용해 그를 신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일을 계기로 키르케는 자신에게도 매우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이내 님프인 스킬라가 글라우코스의 마음을 꿰어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결국 키르케는 신들의 명예를 욕보였다는 이유로 무인도인 아이아이에 섬으로 유배된다. ‘마녀라는 낙인과 함께.

 

 

 

  키르케는 신들로부터 철저히 내쳐지게 되지만, 마냥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약초가 자라는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기에 맞춰서 캐고 흙바닥에서 뽑고 추리고 껍질을 벗기고 씻고 다듬으면서 날마다 끈기 있게 오류를 수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다. 어디에 어떤 능력이 있는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한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아 키르케는 아이아이에를 찾아오는 신들과 인간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늘 비웃었던 여동생 파시파에가 황소 아이 미노타우로스를 낳는 것을 돕고, 다이달로스가 성난 미노타우로스를 가둬둘 미로를 만들기 전에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주술을 쓴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전우들을 돕기도 하고, 훗날 세이렌을 피할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신들은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시시때때로 그녀의 평화를 깨뜨리곤 하지만, 그녀는 신의 방식에 의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운명을 거부하면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비록 거기엔 어떤 거대한 힘이나 극적인 요소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키르케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극복해나가려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 서사시를 발견하게 된다.

 

 

 

이 바보들아.” 내가 말했다. “내가 저 괴물을 만든 자다. 자존심과 허영심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내게 감사한다고? 너희 동료 열두 명이 죽었고 앞으로 몇천 명이 더 목숨을 잃겠느냐? 아까 내가 그녀에게 먹인 약은 가장 강력한 약이었다. 알겠느냐, 인간들아?” / 152p

 

 

이카로스, 다이달로스, 아리아드네. 모두들 손으로는 허공 말고는 아무것도 쥐지 못하고 발로는 더 이상 땅을 딛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세계로 떠났다. 내가 거기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들 달라졌을까? 헤르메스가 한 말이 맞았다. 인간들은 시시각각으로 죽었다. 난파당하거나 칼에 맞아서, 사나운 짐승이나 사나운 인간에게, 병이나 부주의나 노령으로. 프로메테우스도 얘기했다시피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었고 그들 모두가 공유하는 사연이었다. 살아생전에는 아무리 활기 넘쳤어도, 아무리 눈이 부셨어도, 아무리 경이로운 업적을 남겼어도 결국은 먼지와 연기 신세였다. 반면에 아무리 하찮고 쓸모없더라도 신은 별빛이 꺼질 때까지 계속 환한 공기를 마실 것이다. / 206p

 

 

나는 후회와 세월이 새겨진 거석처럼 너무 오랫동안 칙칙하고 근엄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건 남들이 나를 억지로 끼워맞춘 틀에 불과했다. 이제 그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 485p

 

 

 

  소설 키르케가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신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닌, 빈틈을 메워나가되 새로운 해석과 가능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제기한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파시파에는 희대의 손재주꾼 다이달로스를 이용하여 가짜 소를 만들게 해 자신의 욕정을 채우는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파시파에의 눈에, 포세이돈의 황소가 바로 잃어버린 반쪽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보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황소의 강렬한 짐승스러움과 수컷스러움에 욕정을 느끼는 데까지 이른다로 묘사되어 있다. 파시파에는 왜 가짜 소로 하여금 자신의 욕정을 채운 것일까. 사실 파시파에가 특별히 음란한 여성이었다는 기록도 없고, 언제부터 지아비인 미노스왕이 진정한 자신의 반쪽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없기에 우리로서는 다만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매들린 밀러는 여기에 재미있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파시파에가 미노스와 결혼했을 때 크레테는 가장 부유하고 유명한 왕국이었다. 하지만 이후로 날마다 미케네와 트로이아, 아나톨레와 바빌론에서 새로운 왕국이 부상했다. 그리고 남동생 한 명은 죽은 자를 살리고, 다른 한 명은 용을 길들이고, 언니는 스킬라를 변신시켰다. 이제 아무도 파시파에를 화제로 삼지 않았다. 그런데 희미해져가던 그녀의 별이 단박에 다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온 세상에서 인간을 잡아먹는 거대한 황소를 낳은 크레테의 왕비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매들린 밀러는 파시파에가 일탈적인 변덕으로 황소와 교미한 게 아니라 미노타우르스를 생산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시켜줄 용도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놀라운 상상력을 부여한다. 여기에 다이달로스, 이아손과 메데이아,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에 이르기까지, 매들린 밀러가 쓴 이 새로운 신화는 전통 신화 너머에 존재하는 그들의 숨겨진 서사를 발굴해냄으로써 신화를 다르게보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특별하다.

 

 

 

하늘에서 별자리가 어둑어둑해지고 자리를 바꾼다. 바닷속으로 추락하기 직전의 마지막 햇살처럼 신의 광휘가 내 안에서 빛을 발한다. 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 500p

 

 

 

  물론 키르케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는 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도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새로운 신화가 얼마나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 의문은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에게 이왕이면 관련 책을 미리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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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 -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진 마티넷 지음, 김은영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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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상대와 어울리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할 것!

대화의 기술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 모임에 누구누구 오는데?”

  느닷없이 모임 약속이 잡힐 때면 나는 동행자에게 누가 참석하는 모임인지 반드시 확인 하곤 한다. 모임의 목적과 참석자의 성향에 따라 옷과 화장 등의 차림새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참석자 중에 불편하거나 껄끄러운 상대가 없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화하기 편한 상대를 우선으로 찾고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과 어울리는 게 편리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감정이 격해지거나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이롭다는 것도.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끼리끼리어울리고 편한 사람과의 만남에만 치중하다보니 대인관계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의 만남이나 친한 사람만 겨우겨우 만날 수 있는 실정이다 보니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요즘이다.

 

 

 

  『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을 쓴 저자 진 마티넷의 말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 대해 이미 남몰래 어울림 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디 미국인들만의 문제일까. 긴장되고 방어적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임에 참석하기를 두려워하고, 모임에 참석해서도 말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됨으로써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불안증이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멀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인관계를 쌓는 일이 어려워질수록 즐거운 대화와 만남이 더더욱 필요하며,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들끼리만 모이려고 하는 경향이 사회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상처받거나 화내지 않고 불편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 책은 적대적인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망치지 않으면서 선입견 없이 타인과 능숙하게 대화할 수 있을지 대화법에 관한 훌륭한 전략과 기술들을 소개한다.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방아쇠를 찾는 법, 대화가 파멸에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 우아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 유머를 대화의 훌륭한 도구로 삼는 방법을 비롯해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는 법, 정신 건강을 위해 우아하게 대화에서 후퇴하는 법 등 여러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는 기술들을 알려준다. 평소 대화의 주제를 고르기 어려워하거나 지나치게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이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이내 대화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이들에게도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증오의 반대편에는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동등한 상태의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아름답고 강력한 현실이 있다. 증오의 반대는 관계맺기다. - 샐리 콘 / 89p

 

 

 

  저자는 불편한 상대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기본 원칙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한다. 어떤 상황이든 주요 목적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상 모임이든 이웃사람들과의 모임이든, 그 모임이 사랑하는 관계든 친구사이든 아니면 승진을 목적으로 하든, 일차 목적은 사람과 교류하고 그 교류를 통해 배워나가는 데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임에 나갈 땐 미리 마음을 정해두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미리 정해둔다는 것은 사고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만들며, 대화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특정 의견을 갖게 되면 그가 실제로 무슨 말을 하건 잘 듣지 않게 될뿐더러 상대방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판단을 내릴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리 마음을 정해둔다거나 지레 추측을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무언의 교묘한 모욕과 같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사회화에 능숙해지는 동시에 덜 방어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을 터놓고 그동안 익숙했던 맹렬한 비난은 버려야 한다. 가장 값지고 즐거운 대화는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는 대화이다. 따라서 눈앞의 사람들과 대립하지 않으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14p

 

 

단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행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뿐 아니라 단어 뒤에 숨어있는 것들도 잘 들어야 한다. 얼굴 표정과 몸짓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화의 어떤 부분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부분에서 웃고 어느 부분에서 고개를 돌리는지, 말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보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저 생각 뒤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있을까? 이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자. 적어도 말하는 만큼 잘 듣자. / 93p

 

 

 



 

 

 

 

  때로는 말로 설득하려 해도 도무지 설득할 수 없는 이들이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무리들을 꼴불견을 볼 때마다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지만 꾹 참아야 할 때도 있다. 저자는 이럴 때 감정의 날을 세우고 흥분하기보다 눈을 감은 뒤 타인을 판단하지 말고 스스로 이렇게 타일러 볼 것을 제안한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모두 세 살 어린아이라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만약 모임에서 주변 사람들이 순간 너무 추잡해 입에 담기도 싫은 것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면, ‘이 까탈스러운 세 살짜리들 좀 보라지. 다들 잘 시간이 지났나 보군.’ 하고 자신을 속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또 잘난 척하며 가르치려 드는 허풍선이나 고압적인 사람과 마주할 때는 모른 척 호소하기전략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소개한다. 간혹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내가 누구보다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는데 말이야.” 혹은 그런 것도 모르다니 정말 멍청하네…….”와 같은 말을 뱉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유형의 사람과는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하므로 모른 척 호소하는 것으로 열기구 풍선에 핀을 찔러 넣듯 허풍에 바람을 빼는 게 의외로 효과가 좋을 거라고 말한다. “, 저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대응하거나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저는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할 만큼은 잘 모르겠네요. 다른 얘기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응대함으로써 상대의 아는 척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응수하기, 꽤 괜찮은 방법 같다.

 

 

 

/아니오 질문은 하지 말자. 상대방이 길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을 하자. 가장 좋은 질문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나는 시카고 근방에서 자랐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도시 생활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어디 출신이죠?”와 같은 질문이 좋다. / 95p

 

 

때로는 침묵을 통해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조용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 상황이 적절하다면 침묵은 책임회피가 아니다.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도 아니며 실제 정면으로 맞서는 것도 아니니 소란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맞서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완강하게 버티며 자신을 방어한다. 불쾌하게 만든 사람이 침묵을 전혀 신경 쓰지 않거나 술에 취했거나 혹은 돌에 맞지 않은 이상 침묵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가끔은 침묵이야말로 가장 시끄러운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 115p

 

 

 


 

 

 

 

  흥미롭게도 저자는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얻거나 바꾸는 데 집중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대신 서로가 상대방이 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목표로 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옳은 것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흥미로운 대화를 선호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자. 옳고 그름의 판단을 포기한다면 여러 이슈에 대해 열심히 갈고닦은 통찰력을 느끼게 될뿐더러 상대방의 입장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그간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오지 않았는지, 그러함으로써 더욱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곧잘 잃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되고, 공격이 대화를 대체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어쩌면 대화의 기술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단절된 대화에 다리를 놓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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