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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 -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진 마티넷 지음, 김은영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9월
평점 :

불편한 상대와 어울리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할 것!
대화의 기술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 모임에 누구누구 오는데?”
느닷없이 모임 약속이 잡힐 때면 나는 동행자에게 누가 참석하는 모임인지 반드시 확인 하곤 한다. 모임의 목적과 참석자의 성향에 따라 옷과 화장 등의 차림새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참석자 중에 불편하거나 껄끄러운 상대가 없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화하기 편한 상대를 우선으로 찾고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과 어울리는 게 편리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감정이 격해지거나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이롭다는 것도.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끼리끼리’ 어울리고 편한 사람과의 만남에만 치중하다보니 대인관계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의 만남이나 친한 사람만 겨우겨우 만날 수 있는 실정이다 보니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요즘이다.
『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을 쓴 저자 진 마티넷의 말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 대해 이미 남몰래 ‘어울림 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디 미국인들만의 문제일까. 긴장되고 방어적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임에 참석하기를 두려워하고, 모임에 참석해서도 말실수를 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됨으로써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불안증이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멀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인관계를 쌓는 일이 어려워질수록 즐거운 대화와 만남이 더더욱 필요하며,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들끼리만 모이려고 하는 경향이 사회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상처받거나 화내지 않고 불편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 책은 적대적인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망치지 않으면서 선입견 없이 타인과 능숙하게 대화할 수 있을지 대화법에 관한 훌륭한 전략과 기술들을 소개한다.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방아쇠를 찾는 법, 대화가 파멸에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 우아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 유머를 대화의 훌륭한 도구로 삼는 방법을 비롯해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는 법, 정신 건강을 위해 우아하게 대화에서 후퇴하는 법 등 여러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는 기술들을 알려준다. 평소 대화의 주제를 고르기 어려워하거나 지나치게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이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이내 대화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이들에게도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증오의 반대편에는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동등한 상태의 인간으로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아름답고 강력한 현실이 있다. 증오의 반대는 관계맺기다. - 샐리 콘 / 89p
저자는 불편한 상대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기본 원칙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한다. 어떤 상황이든 주요 목적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상 모임이든 이웃사람들과의 모임이든, 그 모임이 사랑하는 관계든 친구사이든 아니면 승진을 목적으로 하든, 일차 목적은 사람과 교류하고 그 교류를 통해 배워나가는 데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임에 나갈 땐 미리 마음을 정해두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미리 정해둔다’는 것은 사고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만들며, 대화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특정 의견을 갖게 되면 그가 실제로 무슨 말을 하건 잘 듣지 않게 될뿐더러 상대방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판단을 내릴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미리 마음을 정해둔다거나 지레 추측을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무언의 교묘한 모욕과 같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사회화에 능숙해지는 동시에 덜 방어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을 터놓고 그동안 익숙했던 맹렬한 비난은 버려야 한다. 가장 값지고 즐거운 대화는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는 대화이다. 따라서 눈앞의 사람들과 대립하지 않으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14p
단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행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뿐 아니라 단어 뒤에 숨어있는 것들도 잘 들어야 한다. 얼굴 표정과 몸짓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화의 어떤 부분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부분에서 웃고 어느 부분에서 고개를 돌리는지, 말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보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저 생각 뒤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있을까? 이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자. 적어도 말하는 만큼 잘 듣자. / 93p


때로는 말로 설득하려 해도 도무지 설득할 수 없는 이들이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무리들을 꼴불견을 볼 때마다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지만 꾹 참아야 할 때도 있다. 저자는 이럴 때 감정의 날을 세우고 흥분하기보다 눈을 감은 뒤 타인을 판단하지 말고 스스로 이렇게 타일러 볼 것을 제안한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모두 ‘세 살 어린아이’라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만약 모임에서 주변 사람들이 순간 너무 추잡해 입에 담기도 싫은 것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면, ‘이 까탈스러운 세 살짜리들 좀 보라지. 다들 잘 시간이 지났나 보군.’ 하고 자신을 속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또 잘난 척하며 가르치려 드는 허풍선이나 고압적인 사람과 마주할 때는 ‘모른 척 호소하기’ 전략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소개한다. 간혹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내가 누구보다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는데 말이야.” 혹은 “그런 것도 모르다니 정말 멍청하네…….”와 같은 말을 뱉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유형의 사람과는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하므로 모른 척 호소하는 것으로 열기구 풍선에 핀을 찔러 넣듯 허풍에 바람을 빼는 게 의외로 효과가 좋을 거라고 말한다. “흠, 저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대응하거나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저는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할 만큼은 잘 모르겠네요. 다른 얘기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응대함으로써 상대의 아는 척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응수하기, 꽤 괜찮은 방법 같다.
예/아니오 질문은 하지 말자. 상대방이 길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을 하자. 가장 좋은 질문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나는 시카고 근방에서 자랐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도시 생활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어디 출신이죠?”와 같은 질문이 좋다. / 95p
때로는 침묵을 통해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조용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표명할 수 있다. 상황이 적절하다면 침묵은 책임회피가 아니다.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도 아니며 실제 정면으로 맞서는 것도 아니니 소란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맞서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완강하게 버티며 자신을 방어한다. 불쾌하게 만든 사람이 침묵을 전혀 신경 쓰지 않거나 술에 취했거나 혹은 돌에 맞지 않은 이상 침묵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 상대방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가끔은 침묵이야말로 가장 시끄러운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 115p

흥미롭게도 저자는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얻거나 바꾸는 데 집중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대신 서로가 상대방이 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목표로 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옳은 것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흥미로운 대화를 선호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자. 옳고 그름의 판단을 포기한다면 여러 이슈에 대해 열심히 갈고닦은 통찰력을 느끼게 될뿐더러 상대방의 입장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그간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오지 않았는지, 그러함으로써 더욱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곧잘 잃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되고, 공격이 대화를 대체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어쩌면 대화의 기술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단절된 대화에 다리를 놓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