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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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역 상생과 공유를 실천하는 청년 사업가의 성공 스토리!

타인의 상상에 기대지 않고 내가 꿈꾸는 세상을 열어 보일 수 있는 삶, 그 안에 성공이 있다!

 

 

 

 

  이게 감자야, 빵이야? 백화점의 한 팝업스토어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빵 모양이나 포장이 영락없이 감자와 흡사해서 나는 이게 빵이라고?” 하고 되묻기까지 했다. 다양한 식재료와 독특한 콘셉트를 활용한 음식 상품이 워낙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요즘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춘천 감자빵은 단숨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니다 다를까, 팝업 스토어 매대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줄지어 서 있었다.

 

 

 

골칫덩이 감자를 성공의 기회로, 문제를 기회로 바꾼 청년 농업인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는 바로 이 감자빵을 춘천의 명소와 명물로 만들기까지 감자빵 성공 스토리의 모든 것을 담은 이미소 대표의 책이다. 무려 20대에 감자 농사에 매진해 춘천의 명소인 카페 감자밭을 세우고, 여기에 이색적인 감자빵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 명물로 만들어낸 그녀의 성공 노하우가 궁금해진다.

 

 

 

  감자빵 성공의 탄생 스토리는 감자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수확한 감자를 전부 묻어야 할 것 같아. 네가 와서 한번 팔아보면 어떨까?” 강남의 한 IT회사에 어렵게 입사한 지 겨우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그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오셨다. 적어도 3년은 꾹 참고 다니면서 배운 만큼 도움을 드리고 나오라던 아버지가 갑자기 아쉬운 소리를 하다니, 오죽하면 그랬을까 아버지의 고단함이 눈에 밟혀 결국 그녀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26살의 나이에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춘천으로 내려온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돈으로 따지면 1억이 웃도는 금액으로, 팔지도 못하고 묻어야 하게 생긴 감자가 무려 30톤에 이르렀던 것이다.

 

 

 

  평소 식량 주권, 감자의 보존과 존중을 위해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녀의 아버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감자 종자인 수미 감자의 아성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그해 감자 값은 20킬로그램 한 상자에 27,000원이었지만 아버지의 감자는 한 상자에 13,000원에 낙찰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4만 평에 달하는 땅을 임대해서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로서는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하지 못했을 때 몇 억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이 되지 않는 골칫덩어리 감자라니. 왜 온 가족이 고생하며 이 일에 매달려야 하는 것인가. 그녀로서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돈보다는 자국의 종자 다양성 확보라는 대의와 신념을 굽히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꿈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닫혀 있었던 마음을 활짝 열고 감자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청양에서 고추 농사를 짓지만, 수십억 원의 종자 사용료를 몬샌토에 내고 있다. 또한 시금치 종자 사용료는 덴마크에, 대파 종자 사용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키위 종자 사용료는 뉴질랜드에 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는 우리 땅에서 나지만, 종자 양육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IMF 시절, 국내 대형 종자회사들은 해외에 매각되었고, 현재 우리나라 종자 시장의 반 이상은 외국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 32p

 

 

미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짐 콜린스는 말했다.

유능한 경영인은 결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절대 미루지 않는다. 실패한 결정 열 개 중 여덟 개는 판단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때 결정을 못 했기 때문이다.”

내가 20대에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회사를 성장시키고,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좀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47p

 

 

 



 

 

 

 

  감자하면 수미감자가 마치 화폐처럼 절대적 가치를 갖게 된 지금, 이미소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수확량과 편의성을 추구하다 사장된 다양한 품종들을 다시 가지고 오는 것을 제1 목표로 삼았다. 무늬만 유기농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생 농업을 실천하고, 나아가 농작물이 자라는 공간인 밭처럼 농촌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렇게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단한 과정을 겪어 내면서 더 크게 깨달은 사실은, 감자를 생산하고 원물을 보급하면서 농사를 지어서 가락시장에 내놓는 것이 21세기 농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객들과 소통하고, 플랫폼을 구축하고, 농산물을 가공해서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농업을 구현하는 길이었다. 그러려면 감자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감자밭의 시발점이 된 핑크세레스였다. 이때 그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래를 함께할 팀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 매출 100억이라는 감자빵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큰돈을 버는 것보다 긍정적 순환구조를 만들어 사업을 지속하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우수한 품종을 널리 보급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일어나야 했다. 수확한 작물에 대한 소비가 있어야 농민들이 안심하고 작물을 심을 수 있고, 안정적인 시장이 구축되며, 농업이 유지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농사만 짓고 가락시장에 물건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힘들지만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비투시(Business to Consumer, B to C)로 차별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56p

 

 

우리 배에 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에 관해 탐구하는 자세다. 지금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찾을 사람, 나만이 디자인할 수 있는 삶을 탐구할 계획이 있고, 자신이 타려고 하는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그 배에 타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현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 101p

 

 

 

  이처럼 책 속에는 20대 청년이었던 이미소 대표가 100억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완성시키기까지 온갖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그럴 듯한 이상과 막연한 기대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점검과 반성이 녹아 있다. 때문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일해야 할지 하나씩 원칙을 세워나가며 자신들만의 비전과 목표, 회사의 꿈과 룰을 세워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철저하고 소름끼치게 공부하자. 성장이 곧 힘이다’ ‘6개월 전의 정답이 지금은 아닐 수 있다. 시간, 환경 등의 조건이 변함에 따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려하는 자세를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특히 타인의 상상 속에서 살지 말고, 나 자신의 상상 속에서 살자며 우리의 상상 속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기를 꿈꾸고, 늘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나가려는 모습은 젊은 경영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자기만의 성공을 정의해야 한다. 추상적으로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성공을 정의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야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어떤 것을 통해 내가 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 내가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상을 가진 사람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 166p

 

 

막연히 원하는 걸 실제로 해보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건 네가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야. 경험하다 보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돼. 가짜 긍정이 아니라 진짜 긍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 매장을 운영하고 싶다면 오퍼레이션부터 운영, 기획까지 전방위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해. 기본적인 것부터 경험해보는 게 좋을 거야.” / 184p

 

 

 




 

 

 

 

  그녀는 용감한 선택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힘들더라도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분명한 의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왜 그럴까?’를 늘 생각하고, 모든 문제를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판단하며 과감하기를 선택했다고. 그 선택이 옳든 그르든, 책임지는 삶을 살다보면 그 과정에서 분명히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해 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인드를 나 역시 배우고 응원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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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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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is 뭔들은 아무래도 계속 될 것 같다!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가 교차하는 순간에 발화하는 그 모든 에너지를 민감하게 품어보는 것. 그건 아주 중요한 거야!

 

 

 

  하늘을 나는 자동차,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컴퓨터, 우주 정거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고속 레일초등학생 시절, 이따금 상상하곤 했던 미래의 모습 속에는 분명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도 있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심지어 인간과는 너무도 다른 외형을 가진 그들이지만 그림 속에서 나는 그들과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웃고 있었다. 거기엔 우리가 철저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종이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했을 거라는 생각 따윈 없었다. 그래, 이 넓고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고 있었던 건 아닌 거야. 이 단 하나의 믿음 앞에서 나는 우리의 우주가 보다 넓어지는 상상을 했다. 아마도 김초엽이 보여준 세계 역시 이런 그림을 상상했던 게 아닐까. ‘안녕, 하고 여기서 손을 흔들 때 저쪽에서 안녕, 인사가 되돌아오는 몇 안 되는 순간들. 그럼으로써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교차점들. 그 짧은 접촉의 순간들을 그려내는 일이, 나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일이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완전히 하나로 포개어질 수는 없어도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가 교차하는 순간에 발화하는 그 모든 에너지를 민감하게 품어보는 것. 그러함으로써 불가능해 보이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어떤 힘을 믿었던 게 아닐까.

 

 

 

살아간다는 건, 저마다의 우주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

 

 

  인류의 이기로 인해 초래된 지구 위기, 낯설지 않은 미래의 현실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후에 만난 김초엽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아주 작아 보이는 것들이 일으키는 파동을, 여린 온기가 불어넣은 생명의 힘을 희망으로 엮어낸 전작의 전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서 만난 작품이라 더 특별하고 반갑다. 방금 떠나온 세계에는 <최후의 라이오니>를 비롯해 총 일곱 편의 단편작이 수록되어 있다. 전작이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기와 극복의 희망 연대기를 그려냈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우주 밖으로까지 외연을 확장시켜 거대하고 초월된 시공간적 세계관을 완성해나간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 다른 신체 능력을 지닌 이들, 다시 말해 어울릴 수 없는 이질적인 것들이 빚어내는 마찰음에 촉각을 드리우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서로로 하여금 각자의 세계를 보다 넓혀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한 편 한 편에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유능한 유품정리사이자 멸망의 단서를 탐색하는 1급 수사관 로몬’(<최후의 라이오니>),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마리의 춤>), 신체를 변형하고 개조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인 트랜스휴먼’(<로라>), 음성 언어를 이용하지 않고 호흡 즉,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입자를 통해 의미를 인식하는 숨그림자 사람들’(<숨그림자>), 거대한 격자 구조의 인지 공간에 자신의 기억과 정보를 저장하고 공동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인지 공간>),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아주 느린 시간대를 살아가는 언니(<캐빈 방정식>) 등이 그러하다.

 

 

 

그날 사건 현장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모그들이 언제부터 그 일을 기획했는지. 마리는 어떻게 그 일의 주축이 되었는지. 사람들은 사라진 마리가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지, 다음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2의 마리’ ‘3의 마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아니, 우려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마리가 돌아오기를, 또 다른 마리가 등장하기를 마음 깊은 곳에서 기대하는 듯하다. / <마리의 춤> 중에서 59p

 

 

인간은 고유의 신체 지도를 가진다. 팔과 다리를 의식하지 않을 때도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긋난 고유수용 감각을 가진다. 다시 말해, ‘잘못된 지도를 가진다. / <로라> 중에서 106p

 

 

조안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단희는 이제 조안의 음성 언어 일부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희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개 조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 발성기관이 퇴화한 사람들에게 목소리는 낯설고 당혹스러운 진동일 뿐이었다. 반대로 조안이 입자 언어를 배우는 것도 불가능했다. 조안은 외형이 유사할 뿐, 후각 수용체와 언어 회로는 숨그림자 사람들과 공통점이 전혀 없었다. 다른 종이나 마찬가지였다. / <숨그림자> 중에서 170p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 <숨그림자> 중에서 182p

 

 

 

  그들은 우리가 흔히 정상인이라고 간주하는 일반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모그들은 자신들이 결핍된 존재들이 아니라 변화이자 진보일 수 있음을 피력하며 정상인들에게 테러를 일으키고(<마리의 춤>), 진의 만류에도 로라는 기존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더 나은 신체 기능을 얻기 위해 세 번째 팔을 갖는다(<로라>). 이브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는 공동체 사람들의 공간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인지 공간>), 뇌에서 시간을 인지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긴 언니는 자신의 감각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매달리기를 요구하는 동생으로부터 떠나기도 한다(<캐빈 방정식>).

 

 

 




 

 

 

 

  때문에 이들의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배제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그들을 껴안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돌아오겠다는 인간 라이오니의 약속을 기다리며 멸망이 지연시키고 있던 기계 문명의 리더 셀의 곁에서 라이오니인 척하며 떠나지 않는 가 있고(<최후의 라이오니)>, 몸 정체성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쫓으며 그들과의 이해를 시도하는 진이 있다(<로라>). 또 과거로부터 온 조안이 숨그림자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돕는 단희가 있으며(<숨그림자>), 언니를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나 관람차에 올라타 보기도 하는 동생이 있다(<캐빈 방정식>).

 

 

 

  이렇듯 각각의 소설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일으키는 갈등과 간극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가능성을 모색하며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소설 <인지공간>에서 저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인지 공간은 저 별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저 별들을 나누어 담는다면 총체적인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 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곳을 향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던 문장처럼, 각자의 소우주를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더 큰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라이오니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라이오니는 우리의 두려움에 공감하는 유일한 복제였죠. 기계들에게도 소멸의 공포가 있다는 것을, 다른 복제들은 이해하지 못했지요. 라이오니는 남아서 기계들을 터널 밖으로 안전하게 데려갈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요. 불멸인들의 기술 라이브러리에 복제의 권한으로 접근해 보호 설계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요.” / <최후의 라이오니> 중에서 43p

 

 

그러나 이제 단희에게도 입자들은 의미라기보다는 냄새에 가까워졌다. 둔감해진 후각기관은 한때 조안이 했던 것처럼, 공기 중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을 읽었다. 입자들이 단희를 그 시절로 데려갔다. 의미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게로,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장면으로, 조안이 말했던 그 공간들로. / <숨그림자> 중에서 188p

 

 

먼 우주에서 온 탐사선이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오브들은 탐사선에서 내린 작은 생물들을 면밀히 관찰했어요. 그리고 오브들은 곧 알아차렸습니다. 이 개체들은 다른 환경에 취약하고 지극히 생태 의존적인 생물이며, 심지어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모두 자아를 가지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존재들이라고요. 오브들에게 우리는 불청객이었지요. 그들은 우리가 단지 죽어가도록, 절망하도록, 흔적도 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연민할 줄 아는 존재였으니까요. / <오래된 협약> 중에서 222p

 

 

 




 

 

 

 

  이제 김초엽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확실히 한국 문단 내에서 김초엽은 점점 확고부동한 자신의 위치를 찾아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창작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가 있다는 것이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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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 오리여인의 365일 만년 달력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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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빡빡했던 내 하루에 다정함이 차오른다!

연말연시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만년 달력!

 

 

 

  지난 해 오리여인 님의 에세이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를 읽고 얻은 따뜻한 에너지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데, 이번에는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볼 수 있는 고운 수채화 만년 달력이 나왔다. 오리여인 님 특유의 따뜻한 그림체와 다정한 글귀가 정성스럽게 채워져있다.

 

 

 
 
 


 
 

 

 

소나무는 불안이 없는 푸름을 우리에게 보여줘요.

 

 

노을이 져야 해가 가라앉고 열매가 져야 다시 싹을 피워요.

 

 

 



 

 

 

 

작은 것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작은 것일 뿐이에요. 더 크고 많은 것을 보세요.

 

 

나도 남도 잘 챙기는 마음. 전 이 마음이 있어서 좋은 걸요.

 

 

 



 

 

 

 

  책상에 두고 오래오래 볼 수 있는 달력이라 좋고, 우리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는 마음으로 함께 볼 수 있어 더 좋다. 덕분에 2022년은 내게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연말연시에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전할 선물로도 딱인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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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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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체면과 가식이 아닌 삶의 유희와 욕망에 얼마나 순순히 몰입할 수 있을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쫓아다닐 이유를 충분히 얻은 것 같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나는 여러 대상에게서 공격을 받았다.’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 서머싯 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술회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작가 에드워드 드리필드를 실제 토머스 하디를 모델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토머스 하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다 싶더라니 소설 테스의 작가였다. 서머싯 몸은 토머스 하디를 염두에 둔 적이 없고, 그를 딱 한 번 만났을 뿐 그의 생애에 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작품해설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또 실력보다는 처세술에 능한 작가 앨로이 키어라는 인물 역시 서머싯 몸의 이십 년 지기인 소설가 휴 월폴로 추정되는 바, 실제 월폴이 이 소설의 출판을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사뭇 궁금해진다. 이처럼 실제 인물을 원형으로 삼음으로써 발생되는 각종 논란과 적의를 무릅써가며 당대 문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 서머싯 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월폴을 달래기 위해 서머싯 몸이 보낸 편지에 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의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결국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라고 쓰인 글귀에서 알 수 있듯, 그 자신에게조차 냉소적일 수 있었기에 이처럼 과감하고 도발적이며 솔직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덕분에 나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쫓아다닐 이유를 충분히 얻은 것 같아 어쩐지 기쁘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른 독자 분들도 이런 기분을 느껴보셨음 하는 마음에서 서둘러 밝혀두고자 한다.

 

 

 

성공은 어쩌면 잘 만들어진자의 것이 아닐까

 

 

  작중 화자이자 작가인 어셴든은 동료 작가 앨로이 키어로부터 거장으로 칭송받다가 작고한 소설가 에드워드 드리필드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드리필드의 전기를 집필하게 된 앨로이 키어로서는 과거 드리필드가 무명 시절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어셴든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셴든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드리필드와 앨로이 키어가 칭송해마지 않는 드리필드와의 간극 사이에서 마음이 겉도는 것을 느끼며 자리를 뜬다. 그럼에도 이 날의 만남은 어셴든을 열다섯 살이었던 시절, 고향 블랙스터블에서 처음 드리필드와 그의 아내 조지를 만났던 거리로 그를 데려간다.

 

 

 

  목사인 숙부와 숙모는 드리필드 부부를 가리켜 평판이 형편없는 사람들이라 비난하며 어셴든에게 그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단속한다. 집안일을 돌보는 메리앤조차 로지가 한때 술집에서 일한 데다 누구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이 남자 저 남자 갈아치우며 만났다고 이죽거린다. 또 마을 사람들은 그들 부부와 어울려 다니는 이 고장 석탄 상인인 조지 경조차 천박하다며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늘 체면이라는 가면을 둘러쓰고, 실제보다 더 부유하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았던 어셴든은 드리필드 부부의 격의 없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줄 아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때문에 어셴든은 그들과의 만남을 비밀에 부치고, 이들이 외상값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한 뒤에도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한다.

 

 

 

그랬더니 그 사람 말이 뉴캐슬로 올라가는 석탄선의 사내들과 어부들, 농장 일꾼들은 신사나 숙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니 굳이 왜 그런 인물들에 대해 쓰냐고?” 숙부가 말했다.

내 말이 그거예요.” 헤이포스 부인이 말했다. “세상에 저속하고 사악하고 악랄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서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 123p

 

 

사람들은 문장에서만 아니라 가자미, , 하루, 사진, 행동, 복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전도유망하고 훌륭한 소설을 써 온 젊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암시를 하든 열변을 토하든 강렬한 어조나 매력적인 어조로 아름다움에 대해 뇌까리고, 근래 옥스퍼드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그곳의 찬란한 기운을 간직한 젊은 남자들은 예술과 인생, 우주를 논하는 주간지의 빽빽한 지면에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무심코 던져 넣는다. 그 말은 딱할 만큼 너덜너덜해졌다. , 그들이 얼마나 조몰락거렸으면! / 140p

 

 

 



 

 

 

 

  좀 더 솔직하게 말해 어셴든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쾌락과 유희를 대변하며 이른바 케이크와 맥주로 상징되는 그녀, 로지였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유부남인 조지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며 결혼한 후에도 여러 남자들과 자유롭게 잠자리를 가진다. 외상값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하고서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다이아몬드 상인으로부터 260파운드에 달하는 망토를 선물 받고 즐거워하던 그녀가 상처받은 얼굴로 분개해하는 어셴든에게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고 어르는 모습은 천진난만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지배계층이 지닌 구시대적인 관점의 반대편에 서있는 인물로, 체면과 가식이 아닌 삶의 유희와 욕망에 순순히 몰입할 줄 아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도리어 되묻는다. 너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진짜 네 모습은 무엇이냐고. 그래서 어셴든에게 속삭이는 그녀의 대사가 그 어떤 장면보다도 내 마음을 붙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

 

 

 

  훗날 로지가 오랫동안 내연관계에 있었던 조지와 달아나면서 드리필드는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드리필드가 부정한 아내의 도주로 인해 난파되었을 때, 그의 성공 가능성을 일찍이 점찍어 둔 바턴 트래퍼드 부인의 도움으로 그의 작가적 위상은 나날이 높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래퍼드 부인은 이곳저곳 다니면서 편집자들은 물론이고 영향력 있는 기관의 소유주들을 만나고, 만찬 자리를 마련해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을 모두 초대해 드리필드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의 사진이 주간지에 실리도록 손을 쓰고 인터뷰를 직접 수정하기까지 하면서 대중 앞에 끊임없이 그를 내세운다.

 

 

 

  무릇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타고난 기량만큼이나 외부의 여러 요인에 의해 얼마나 잘 만들어질 수 있는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작가는 자신의 재능이 발굴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다한들 세상 밖으로 자신의 작품을 내세울 수 없다. 한 때 잠시 이름이 났다한들 평단과 여론으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지 못하면 과거의 무수한 작가들이 그러했듯 반짝, 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작가 스스로 문단의 시류에 적절하게 올라탈 줄 알고 그럴 듯한 이미지와 처세술 그리고 후원과 같은 외부의 작용 역시 동반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렇듯 서머싯 몸은 거장이라는 명성 역시 잘 만들어진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트래퍼드 부인을 통해 여실이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처세술을 이용해 스스로 성공한 작가의 이미지를 만들 줄 알았던 앨로이 키어 등의 인물을 통해 문단의 현실과 내막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드리워진 허울을 경계하고자 한다.

 

 

 

성가시게 굴고 싶지 않지만 평론가께서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용무가 없으시다면 사보이 호텔에서 같이 점심을 들며 제 책의 정확히 어느 부분이 좋지 않은지 말씀해 주실 수 없겠는지요? 로이보다 점심을 더 맛있게 주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평론가는 생굴을 대여섯 개 삼키고 어린 양고기의 등심을 한 조각 먹고 나면 대개 본인이 뱉은 말까지 같이 삼키게 된다. 이후 로이의 다음 소설이 나왔을 때 그 평론가가 로이의 차기작에서 커다란 진전을 발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적 정의라 하겠다. / 22p

 

 

평론가는 형편없는 작가에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세상은 전혀 가치 없는 자에게 열광할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오래가지는 못한다. 세상의 어떤 작가도 상당한 재능없이 에드워드 드리필드처럼 오랫동안 대중을 사로잡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선택된 자들은 대중성을 비웃는다. 그들은 대중성을 평범함의 증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후대 사람들의 선택이 한 시대의 무명작가들이 아니라 유명한 작가들 중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불후의 명작이 언론의 외면 속에 사장되는 일이 계속되어 왔을지 몰라도 후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 길이 없다. 또한 후대 사람들이 지금의 베스트셀러를 모조리 폐기 처분하더라도 결국 무엇을 고른다면 지금의 베스트셀러 속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하튼 에드워드 드리필드는 당선권 안에 있다. / 138p

 

 

 




 

 

 

 

  소설 속에서 서머싯 몸은 성공한 작가가 반드시 위대한 것이 아니며, 성공을 넘어 위대함으로 나아가려면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것을 치열하게 증명하려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이 한 편의 작품을 넘어서 또 다른 작품들은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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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 - 단단한 마음, 지속하는 힘, 끝까지 가는 저력
조지 레너드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안의 에너지를 믿어라!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싶거나 늘 새로운 결심을 반복하며 성장의 길목에서 주저앉았던 사람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들!

 

 

 

  “엄마, 엄마는 책만 읽고 왜 공부는 안 해?”

  한 달 전쯤 아이가 공부를 하느라 힘에 부쳤는지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아마도 자기만 공부를 하는 게 뭔가 억울했던 모양이다. 사실 2021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사 후에 내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던 참에 정곡을 찔려버렸다. 그렇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어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았고, 그 후에도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수강등록을 할 수 있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쉽지 않다.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는, 할 수 없는 온갖 이유가 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아서 늘 발목이 붙들린다.

 

 

 

  이처럼 우리는 굳은 다짐을 가지고 결심하지만 끝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한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에 대해 마스터리의 저자 조지 레너드는 우리의 결심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없거나 게으름뱅이여서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두뇌, 행동 습관은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변화가 발생하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자기조절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항상성은 유익한 변화와 나쁜 변화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20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몸은 앉아서 생활하는 삶을 정상이라고 인식하고, 좋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위협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몸과 정신은 항상성에 의해 안정된 상태에 머무르려 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결심과 변화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를 어떻게 해야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까? 마스터리는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으로써,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싶거나 늘 새로운 결심을 반복하며 성장의 길목에서 주저앉았던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고자 한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진정한 완주자가 되는 법

 

 

  인생의 모든 일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존재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취업이든, 성공이든 뭐든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새가 날아오르기 전에 천 번의 날갯짓을 하듯, 우리 역시 인생과 성공의 길에서 완주자가 되고 싶다면 오늘 하루도 묵묵히 한 발을 내딛어야 한다. 책은 이렇듯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깨우는 과정이자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을 가리켜 마스터리(mastery)라 정의한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정체기와 같은 여러 난관을 마주하곤 한다. 저자는 이때 마음을 단련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스터리의 속성을 이해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체기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그 시간을 배움이 급격하게 향상하는 시기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우리는 왜 항상 한계의 벽에 부딪치고 마는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부에서는 여기저기 손대는 사람’,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과 같은 유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점검해보고, 성공에 대한 판타지와 일시적인 해결책을 좇는 태도와 같이 우리를 방해하는 여러 사회적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왜 배움은 짧은 시간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일까? 왜 정체기 없이 꾸준히 실력이 향상될 수는 없을까? 앞서 테니스의 사례에서 봤듯이 근육 기억이 형성될 때까지, ‘자동 조종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때까지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계속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 38p

 

 

삶의 진정한 묘미는 그것이 달든 쓰든 노력의 대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는 데 있다. 우리는 그간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물, 보상, 절정의 순간을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슈퍼볼에서처럼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패스를 캐치해 경기에서 이기고 난 뒤에도 언제나 내일은 찾아 온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내일이 찾아온다. / 68p

 

 

정체기를 사랑한다는 건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노력에 따른 비약적 향상과 성취의 달콤한 열매를 즐기는 것이며, 또 한 번 맞이할 새로운 정체기를 담담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정체기를 사랑하는 건 당신의 삶에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가장 오래 지속되는 뭔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 83p

 

 

 



 

 

 

 

  2부와 3부에서는 다섯 가지의 질문을 통해 마스터리를 발현하고 성장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을 소개한다. 마스터리를 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누구에게서 배울 것인가이다. 혼자서 배울 수 있는 기술도 있고 독학을 시도해볼 만한 분야도 있지만 마스터리를 시작할 생각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의 스승을 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스승을 구하기 위해서는 스승의 자격과 계보를 살펴보고, 스승과 학생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이루며 얼마나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살피는 등 좋은 스승과 나쁜 스승을 분별하는 법을 일러준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연습할 것인가. 마스터의 길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습 그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마스터란 다른 사람들보다 매일 5분 더 매트 위에 머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 마스터리란 연습의 여정을 지속하며 그 길 위에 머무는 것임을 잊지 말자. 세 번째 질문은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의미 있는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초기에는 바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점잔을 빼는 초심자들은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듯 경직되어 배움이 파고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바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해서 육체적 균형과 도덕적 신념을 저버려야 한다거나 본인에게 해가 되는 가르침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를 버리고 마스터는 배우는 자일뿐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네 번째 질문은 내가 바라는 모습은 무엇인가. 비전은 열망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끊임없이 비전을 세우다보면 그 이미지대로 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길 것이고 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지막 다섯 번째 질문은 한계 앞에서 피하는가, 맞서 있는가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라.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장작은 패고 물을 길어라는 속담처럼 저자는 검은 띠를 딴 후에도 다음 날 매트에서 서서 검은 띠로서 처음으로 내던져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마스터의 여정에 오르려면 의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결정이 필요하다. ,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고 지향함으로써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거기에 성공이 존재함을 잊지 말자.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재능 있는 학생들은 너무 빨리 배우는 나머지 사소한 단계들을 대충 넘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합기도란 무술이 지닌 신비한 힘이 불투명한 장막 아래로 가려지고 만다. 반면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사범도 하나씩 하나씩 점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 사소한 단계들이야말로 엑스레이처럼 합기도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며 무술이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과정 일체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 102p

 

 

이렇듯 말도 안 되는 비효율성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결과적으로 읽기와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고 이런저런 정보를 대략적으로나마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결국 하지 마’, ‘안 돼’, ‘틀렸어. 배움은 부정적인 것으로 변질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두고 현대의 교수법이 탐구라는 신성한 호기심을 아직 완전히 짓밟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없다. 보고 탐색하는 즐거움을 강제성과 의무감으로 고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큰 실수다라고 꼬집었다. / 177p

 

 

 



 

 

 

 

  이 외에도 자기 안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그것을 에너지로 변화시켜 마스터리의 연료로 활용하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세우는 등 마스터리에 필요한 세부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마스터리란 완벽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스터리는 그 자체로 과정이자 여정이며, 그 여정을 매일같이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 바로 마스터다. 목표를 향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기대감을 내려놓고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오늘 내가 내딛은 한 발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오늘도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나를 자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고 있을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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