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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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체면과 가식이 아닌 삶의 유희와 욕망에 얼마나 순순히 몰입할 수 있을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쫓아다닐 이유를 충분히 얻은 것 같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나는 여러 대상에게서 공격을 받았다.’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 서머싯 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술회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작가 에드워드 드리필드를 실제 토머스 하디를 모델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토머스 하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다 싶더라니 소설 테스의 작가였다. 서머싯 몸은 토머스 하디를 염두에 둔 적이 없고, 그를 딱 한 번 만났을 뿐 그의 생애에 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작품해설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또 실력보다는 처세술에 능한 작가 앨로이 키어라는 인물 역시 서머싯 몸의 이십 년 지기인 소설가 휴 월폴로 추정되는 바, 실제 월폴이 이 소설의 출판을 막으려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사뭇 궁금해진다. 이처럼 실제 인물을 원형으로 삼음으로써 발생되는 각종 논란과 적의를 무릅써가며 당대 문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 서머싯 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월폴을 달래기 위해 서머싯 몸이 보낸 편지에 만약 자네가 이 작품에서 자네의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가 대동소이할 뿐 결국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일세.”라고 쓰인 글귀에서 알 수 있듯, 그 자신에게조차 냉소적일 수 있었기에 이처럼 과감하고 도발적이며 솔직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덕분에 나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쫓아다닐 이유를 충분히 얻은 것 같아 어쩐지 기쁘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른 독자 분들도 이런 기분을 느껴보셨음 하는 마음에서 서둘러 밝혀두고자 한다.

 

 

 

성공은 어쩌면 잘 만들어진자의 것이 아닐까

 

 

  작중 화자이자 작가인 어셴든은 동료 작가 앨로이 키어로부터 거장으로 칭송받다가 작고한 소설가 에드워드 드리필드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드리필드의 전기를 집필하게 된 앨로이 키어로서는 과거 드리필드가 무명 시절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어셴든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셴든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드리필드와 앨로이 키어가 칭송해마지 않는 드리필드와의 간극 사이에서 마음이 겉도는 것을 느끼며 자리를 뜬다. 그럼에도 이 날의 만남은 어셴든을 열다섯 살이었던 시절, 고향 블랙스터블에서 처음 드리필드와 그의 아내 조지를 만났던 거리로 그를 데려간다.

 

 

 

  목사인 숙부와 숙모는 드리필드 부부를 가리켜 평판이 형편없는 사람들이라 비난하며 어셴든에게 그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단속한다. 집안일을 돌보는 메리앤조차 로지가 한때 술집에서 일한 데다 누구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이 남자 저 남자 갈아치우며 만났다고 이죽거린다. 또 마을 사람들은 그들 부부와 어울려 다니는 이 고장 석탄 상인인 조지 경조차 천박하다며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늘 체면이라는 가면을 둘러쓰고, 실제보다 더 부유하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꾸미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았던 어셴든은 드리필드 부부의 격의 없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줄 아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때문에 어셴든은 그들과의 만남을 비밀에 부치고, 이들이 외상값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한 뒤에도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한다.

 

 

 

그랬더니 그 사람 말이 뉴캐슬로 올라가는 석탄선의 사내들과 어부들, 농장 일꾼들은 신사나 숙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니 굳이 왜 그런 인물들에 대해 쓰냐고?” 숙부가 말했다.

내 말이 그거예요.” 헤이포스 부인이 말했다. “세상에 저속하고 사악하고 악랄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서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 123p

 

 

사람들은 문장에서만 아니라 가자미, , 하루, 사진, 행동, 복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전도유망하고 훌륭한 소설을 써 온 젊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암시를 하든 열변을 토하든 강렬한 어조나 매력적인 어조로 아름다움에 대해 뇌까리고, 근래 옥스퍼드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그곳의 찬란한 기운을 간직한 젊은 남자들은 예술과 인생, 우주를 논하는 주간지의 빽빽한 지면에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무심코 던져 넣는다. 그 말은 딱할 만큼 너덜너덜해졌다. , 그들이 얼마나 조몰락거렸으면! / 140p

 

 

 



 

 

 

 

  좀 더 솔직하게 말해 어셴든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쾌락과 유희를 대변하며 이른바 케이크와 맥주로 상징되는 그녀, 로지였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유부남인 조지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며 결혼한 후에도 여러 남자들과 자유롭게 잠자리를 가진다. 외상값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하고서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다이아몬드 상인으로부터 260파운드에 달하는 망토를 선물 받고 즐거워하던 그녀가 상처받은 얼굴로 분개해하는 어셴든에게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고 어르는 모습은 천진난만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지배계층이 지닌 구시대적인 관점의 반대편에 서있는 인물로, 체면과 가식이 아닌 삶의 유희와 욕망에 순순히 몰입할 줄 아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도리어 되묻는다. 너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진짜 네 모습은 무엇이냐고. 그래서 어셴든에게 속삭이는 그녀의 대사가 그 어떤 장면보다도 내 마음을 붙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

 

 

 

  훗날 로지가 오랫동안 내연관계에 있었던 조지와 달아나면서 드리필드는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드리필드가 부정한 아내의 도주로 인해 난파되었을 때, 그의 성공 가능성을 일찍이 점찍어 둔 바턴 트래퍼드 부인의 도움으로 그의 작가적 위상은 나날이 높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래퍼드 부인은 이곳저곳 다니면서 편집자들은 물론이고 영향력 있는 기관의 소유주들을 만나고, 만찬 자리를 마련해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을 모두 초대해 드리필드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의 사진이 주간지에 실리도록 손을 쓰고 인터뷰를 직접 수정하기까지 하면서 대중 앞에 끊임없이 그를 내세운다.

 

 

 

  무릇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타고난 기량만큼이나 외부의 여러 요인에 의해 얼마나 잘 만들어질 수 있는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작가는 자신의 재능이 발굴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다한들 세상 밖으로 자신의 작품을 내세울 수 없다. 한 때 잠시 이름이 났다한들 평단과 여론으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지 못하면 과거의 무수한 작가들이 그러했듯 반짝, 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작가 스스로 문단의 시류에 적절하게 올라탈 줄 알고 그럴 듯한 이미지와 처세술 그리고 후원과 같은 외부의 작용 역시 동반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렇듯 서머싯 몸은 거장이라는 명성 역시 잘 만들어진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트래퍼드 부인을 통해 여실이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처세술을 이용해 스스로 성공한 작가의 이미지를 만들 줄 알았던 앨로이 키어 등의 인물을 통해 문단의 현실과 내막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드리워진 허울을 경계하고자 한다.

 

 

 

성가시게 굴고 싶지 않지만 평론가께서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용무가 없으시다면 사보이 호텔에서 같이 점심을 들며 제 책의 정확히 어느 부분이 좋지 않은지 말씀해 주실 수 없겠는지요? 로이보다 점심을 더 맛있게 주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평론가는 생굴을 대여섯 개 삼키고 어린 양고기의 등심을 한 조각 먹고 나면 대개 본인이 뱉은 말까지 같이 삼키게 된다. 이후 로이의 다음 소설이 나왔을 때 그 평론가가 로이의 차기작에서 커다란 진전을 발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적 정의라 하겠다. / 22p

 

 

평론가는 형편없는 작가에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세상은 전혀 가치 없는 자에게 열광할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오래가지는 못한다. 세상의 어떤 작가도 상당한 재능없이 에드워드 드리필드처럼 오랫동안 대중을 사로잡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선택된 자들은 대중성을 비웃는다. 그들은 대중성을 평범함의 증거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후대 사람들의 선택이 한 시대의 무명작가들이 아니라 유명한 작가들 중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불후의 명작이 언론의 외면 속에 사장되는 일이 계속되어 왔을지 몰라도 후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 길이 없다. 또한 후대 사람들이 지금의 베스트셀러를 모조리 폐기 처분하더라도 결국 무엇을 고른다면 지금의 베스트셀러 속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하튼 에드워드 드리필드는 당선권 안에 있다. / 138p

 

 

 




 

 

 

 

  소설 속에서 서머싯 몸은 성공한 작가가 반드시 위대한 것이 아니며, 성공을 넘어 위대함으로 나아가려면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것을 치열하게 증명하려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이 한 편의 작품을 넘어서 또 다른 작품들은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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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 - 단단한 마음, 지속하는 힘, 끝까지 가는 저력
조지 레너드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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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안의 에너지를 믿어라!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싶거나 늘 새로운 결심을 반복하며 성장의 길목에서 주저앉았던 사람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들!

 

 

 

  “엄마, 엄마는 책만 읽고 왜 공부는 안 해?”

  한 달 전쯤 아이가 공부를 하느라 힘에 부쳤는지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아마도 자기만 공부를 하는 게 뭔가 억울했던 모양이다. 사실 2021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사 후에 내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던 참에 정곡을 찔려버렸다. 그렇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어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았고, 그 후에도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수강등록을 할 수 있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이 참 쉽지 않다.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는, 할 수 없는 온갖 이유가 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아서 늘 발목이 붙들린다.

 

 

 

  이처럼 우리는 굳은 다짐을 가지고 결심하지만 끝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한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에 대해 마스터리의 저자 조지 레너드는 우리의 결심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없거나 게으름뱅이여서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두뇌, 행동 습관은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변화가 발생하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자기조절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항상성은 유익한 변화와 나쁜 변화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20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몸은 앉아서 생활하는 삶을 정상이라고 인식하고, 좋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위협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몸과 정신은 항상성에 의해 안정된 상태에 머무르려 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결심과 변화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를 어떻게 해야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까? 마스터리는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으로써,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싶거나 늘 새로운 결심을 반복하며 성장의 길목에서 주저앉았던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고자 한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진정한 완주자가 되는 법

 

 

  인생의 모든 일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존재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취업이든, 성공이든 뭐든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새가 날아오르기 전에 천 번의 날갯짓을 하듯, 우리 역시 인생과 성공의 길에서 완주자가 되고 싶다면 오늘 하루도 묵묵히 한 발을 내딛어야 한다. 책은 이렇듯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깨우는 과정이자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을 가리켜 마스터리(mastery)라 정의한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정체기와 같은 여러 난관을 마주하곤 한다. 저자는 이때 마음을 단련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스터리의 속성을 이해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체기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그 시간을 배움이 급격하게 향상하는 시기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우리는 왜 항상 한계의 벽에 부딪치고 마는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부에서는 여기저기 손대는 사람’,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과 같은 유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점검해보고, 성공에 대한 판타지와 일시적인 해결책을 좇는 태도와 같이 우리를 방해하는 여러 사회적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왜 배움은 짧은 시간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일까? 왜 정체기 없이 꾸준히 실력이 향상될 수는 없을까? 앞서 테니스의 사례에서 봤듯이 근육 기억이 형성될 때까지, ‘자동 조종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때까지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계속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 38p

 

 

삶의 진정한 묘미는 그것이 달든 쓰든 노력의 대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는 데 있다. 우리는 그간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물, 보상, 절정의 순간을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슈퍼볼에서처럼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패스를 캐치해 경기에서 이기고 난 뒤에도 언제나 내일은 찾아 온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내일이 찾아온다. / 68p

 

 

정체기를 사랑한다는 건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노력에 따른 비약적 향상과 성취의 달콤한 열매를 즐기는 것이며, 또 한 번 맞이할 새로운 정체기를 담담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정체기를 사랑하는 건 당신의 삶에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가장 오래 지속되는 뭔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 83p

 

 

 



 

 

 

 

  2부와 3부에서는 다섯 가지의 질문을 통해 마스터리를 발현하고 성장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을 소개한다. 마스터리를 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누구에게서 배울 것인가이다. 혼자서 배울 수 있는 기술도 있고 독학을 시도해볼 만한 분야도 있지만 마스터리를 시작할 생각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의 스승을 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좋은 스승을 구하기 위해서는 스승의 자격과 계보를 살펴보고, 스승과 학생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이루며 얼마나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살피는 등 좋은 스승과 나쁜 스승을 분별하는 법을 일러준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연습할 것인가. 마스터의 길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습 그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마스터란 다른 사람들보다 매일 5분 더 매트 위에 머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 마스터리란 연습의 여정을 지속하며 그 길 위에 머무는 것임을 잊지 말자. 세 번째 질문은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의미 있는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초기에는 바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점잔을 빼는 초심자들은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듯 경직되어 배움이 파고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바보와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해서 육체적 균형과 도덕적 신념을 저버려야 한다거나 본인에게 해가 되는 가르침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를 버리고 마스터는 배우는 자일뿐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네 번째 질문은 내가 바라는 모습은 무엇인가. 비전은 열망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끊임없이 비전을 세우다보면 그 이미지대로 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길 것이고 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지막 다섯 번째 질문은 한계 앞에서 피하는가, 맞서 있는가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라.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장작은 패고 물을 길어라는 속담처럼 저자는 검은 띠를 딴 후에도 다음 날 매트에서 서서 검은 띠로서 처음으로 내던져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마스터의 여정에 오르려면 의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결정이 필요하다. ,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고 지향함으로써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거기에 성공이 존재함을 잊지 말자.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재능 있는 학생들은 너무 빨리 배우는 나머지 사소한 단계들을 대충 넘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합기도란 무술이 지닌 신비한 힘이 불투명한 장막 아래로 가려지고 만다. 반면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사범도 하나씩 하나씩 점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 사소한 단계들이야말로 엑스레이처럼 합기도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며 무술이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과정 일체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 102p

 

 

이렇듯 말도 안 되는 비효율성을 자랑하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결과적으로 읽기와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고 이런저런 정보를 대략적으로나마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결국 하지 마’, ‘안 돼’, ‘틀렸어. 배움은 부정적인 것으로 변질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두고 현대의 교수법이 탐구라는 신성한 호기심을 아직 완전히 짓밟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없다. 보고 탐색하는 즐거움을 강제성과 의무감으로 고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큰 실수다라고 꼬집었다. / 177p

 

 

 



 

 

 

 

  이 외에도 자기 안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그것을 에너지로 변화시켜 마스터리의 연료로 활용하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세우는 등 마스터리에 필요한 세부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마스터리란 완벽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스터리는 그 자체로 과정이자 여정이며, 그 여정을 매일같이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 바로 마스터다. 목표를 향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기대감을 내려놓고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오늘 내가 내딛은 한 발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오늘도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며 나를 자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고 있을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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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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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의 기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미스터리!

어떤 거대한 흑막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마지막까지 질주하듯 우리를 쫓아온다.

 

 

 

  이 소설은 한 노인의 기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자인 김영주는 광장의 회전교차로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한 노인이 갑자기 배낭에서 나일론 끈, 청 테이프, 공구 상자, 전동 드릴 따위를 줄줄이 꺼내는 모습을 우연히 포착한다. 교통 신호기에 전동 드릴을 수직으로 세워 뾰족한 부분이 정면을 향할 수 있도록 청테이프로 둘둘 감은 뒤, 다음으로 배낭 속에서 갈색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노인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교통신호 제어기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를 보고 경악한다. 그녀의 비명 소리와 동시에 전동 드릴의 날이 노인의 이마를 뚫고,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이 어마어마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휘청휘청 앞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지며 생각한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인간은 누구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지난 해, 노인 혐오와 배제라는 사회적 문제와 서스펜스를 결합한 작품 죽음이 너희를 갈라 놓을 때까지를 발표한 김희선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이 팔곡마을을 배경으로 갑자기 사라진 노인들의 향방을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도입부 역시 한 노인의 이상한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동료 기자인 최에게서 극동리 마을 사람 세 명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김영주는 마침 그 날 광장에서 죽은 노인이 극동리 마을 사람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들 사이에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일단 병원에 있는 김영주의 부탁으로 대신 취재에 나선 최는 실종되었다던 마을 사람들의 실종 신고가 이장의 전화 하나로 취소되고, 노인의 자실을 굳이 농약 중독 정도로 수습하려는 검시의의 태도에 의문을 가진다. 정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모두가 비밀로 하려는 그 어떤 게 있는 걸까. 최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품고 있을지 모를 극동리로 향한다.

 

 

 

그게 아니라니까. 그 할아버지 죽음엔 분명 뭔가 있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모두가 비밀로 하려는 어떤 게 있다고.” / 26p

 

 

사라진 셋부터 얼른 처리하자고. 마침 노인네가 알아서 죽어 줬으니, 대충 뒤집어씌우면 될 거야. 마을 개발을 둘러싸고 충돌이 있었고, 세 사람을 죽인 노인이 죄책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정도? 그러려면 먼저 시체를 찾는 게 급선무겠지만 말이야.” / 38p

 

 

 

  극동리. 오래전 탄광업이 활황일 때는 마을에 활기가 넘쳤지만 광산이 모두 문을 닫은 뒤 마을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아 있던푸른 숲과 계곡이 사라지면서부터였다. W시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바이오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나무를 베어 산을 깎아 냈는데, 그 덕분에 이 죽은 듯한 마을에 다시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바이오제네시스 회장 노이균의 몫이 컸다. 그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는 신생 영화사 K프로덕션이 대작 SF영화인 배틀 온 마스촬영을 위해 화성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할 만한 장소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극동리에 이를 추진시킨 인물이기도 했다.

 

 

 

  취재를 거듭하던 최는 노이균이 추진하던 일을 반대하고 나선 자가 바로 광장에서 죽은 노인, 이만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극동리가 앞으로 죽음의 땅이 될 거라고, 그게 다 바이오산업단지의 영화 촬영 세트장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반대급부로 내준 폐기물 처리장 건설 때문이라고, ‘신재생 에너지발전소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시설이 완공되면 전국에서 엄청난 양의 산업 폐기물이 몰려올 테고, 모든 주민이 각종 희귀암에 걸려 비참하게 죽어 갈 거라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촬영지를 배경으로 화려한 테마파크가 들어설 테고, 마을은 인파로 크게 활기를 띄게 될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안 그런 척, 전과 같은 척 하지만, 난 알 수 있어요. 할아버지들도, 할머니들도, 다른 아저씨나 아줌마들도 다 똑같아요. 하지만 그건 웃는 게 아니에요. 웃는 표정을 흉내 내는 얼굴? 아니, 원래는 무표정한 얼굴 위에 웃는 덮어쓴 것 같은 그런 괴상한 얼굴……? 그런데 며칠 전 진짜로 이상한 걸 봤어요. 그날은 학교에서 좀 늦게 왔는데, 어둑어둑한 길 공판장 앞에 아저씨들 몇 명이 서 있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 아저씨들 머리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눈을 비벼도, 그건 없어지지 않았어요.” / 65p

 

 

장마철이 지난 뒤 숲길을 걸어 보십시오. 거기 얼마나 많은 독버섯 무리가 돋아나 있는지. 그런 다음 돌아와 당신이 사는 공간을 둘러보십시오. 어떻습니까? 그 둘은 이상하게 닮아 보이지 않습니까?”(출처: 독버섯의 시대, 즈웨데 틸루 저)

한 인류학자는 20세기 이후 지구 곳곳에 생겨난 도시에 대해 위와 같이 묘사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공간을 받아들인다는 사실 아닐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기괴한 거주지를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 사랑에는 뭔가 특이한 것이 있어서, 애정과 증오가 교차하고, 혐오가 광신에 가까운 집착과 공존하지만 말이다. / 71p

 

 

 



 

 

 

 

  이쯤이면 독자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숲이 파괴되어 점차 화성처럼 변해가는 마을의 풍경, 이에 반대하는 한 인물의 극단적 선택. 한 마을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윤리에의 충돌, 배제와 혐오로 얼룩진 이웃 간의 갈등의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하고.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짜 진실을 아직 다 보지 못한 것 같은 찜찜함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어떤 거대한 흑막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마지막까지 질주하듯 우리를 쫓아온다. 때문에 껍데기들, 가짜를 모두 처치해야 해. 안 그러면 다 죽어. 당신들도 나도 끝장이라던 노인의 말이 마지막 장면과 오버랩되며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다 없애야 한다. 모두 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절멸이다. / 234p

 

 

 


 

 

 

 

  미스터리와 SF적 상상력을 결합한 소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일단 한 번 손에 들었다하면 마지막까지 내달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높은 작품이다. 극중작인 영화 배틀 온 마스의 시나리오와 소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하나로 귀결시키고야마는 이야기 구성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극동리라는 이 이분법적인 공간이 주는 기괴한 느낌은 단연 인상적이다. 지상 위에서는 쇠락한 마을의 재건을 꿈꾸는 노인들의 망상이 붉은 먼지처럼 떠돌고, 은폐된 지하 아래에서는 불사를 꿈꾸는 음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곳. 마을 내부에 화성처럼 꾸며놓은 영화 세트장이 들어서있는 이 이질적인 풍경처럼, 작가는 극동리라는 공간을 이용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여긴 대체 뭐지?’ 하는 물음과 함께 독자들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덕분에 손에 손을 잡고 몽환적인 표정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표지 속의 사람들이 극동리의 누군가인가, 최인가, 어쩌면 이 소설을 쭉 바라보고 있던 나는 아닐까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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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착하다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착함이란 표현 안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선하고, 정직하며, 타인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잘 따르거나 두루두루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줄 알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을 모두 착하다라는 말에 포함시킨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 착한 남편, 착한 사위어떤 입장에 놓쳐 있든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착한 일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교육 받아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쭉,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고, 또 그렇게 따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를 착하다는 이 한 마디에 모두 투영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착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흔히 착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바라는 대로, 남들이 덧씌운 착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자신을 희생하다가 내내 상처만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가정의 문화 안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조금만 참으면 돼’, ‘참고 따르면 다 괜찮아 질 거야라는 관습과 요구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인 라이이징은 이처럼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정작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렇게 인내하고 희생해도 상대방은 감동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항상 참고 애쓰기만 하고 불합리한 일에 항의하지 않다보면 오히려 상대방의 못된 욕심만 키우는 꼴이 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기존에 관습처럼 굳어진 착한 사람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착하고 싹싹하고 말 잘 듣는 며느리, 아내, , 친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여성들을 위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법

 

 

  책에는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딸로 살아가느라 정서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 자기 폄하, 각종 신경증 증세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하고 아주 노골적인 태도로 훌륭한 며느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부모님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여성, 남자의 뜻대로 조종당하듯 살아오다 몇 번의 피임과 낙태를 한 끝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여성, 시부모의 도박 자금이 된 여성, 효도라는 명목 하에 엄마로부터 남동생을 뒷바라지 할 것을 강요당해온 여성, 집안의 기둥이자 독재자처럼 굴었던 자신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딸을 잃고 후회하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대만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가정과 사회 주변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연과 매우 유사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는 할 만큼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줘야 마땅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당신을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당신을 마왕의 손아귀에서 구출해줄 한가한 용사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원망하고 있어봐야 무시만 당한다. 차라리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상황을 주도하는 훨씬 낫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자기 입으로 정확하게 말하자. / 40p

 

 

오랜 시간 동안 가족들은 그녀가 여유 있게 산다고 여겨왔을 것이다. 갈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졌고, 그녀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지쳤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을 배려한답시고 좋은 일만 말하고 힘든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을 이기적인 괴물로 만들었다. 힘든 일을 숨겨와서 가족 구성원인 자신들이 은연중에 가해자가 되는 것을 누가 원할까? 기쁜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가족끼리는 솔직하게 공유하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 / 76p

 

 

 



 

 

 

 

  그 중 결혼이나 사랑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보호해줄 것이라 착각했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는 여성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그녀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남편과 가족에 의존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했다. 그래서 남편의 외도나 금전적인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또 다시 기댈 누군가를 찾아 쉽게 마음을 주었다 상처를 받는 일을 반복했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반드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혹시 있을 어려움에 대비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좋은 여자가 되면 그것을 상대방이 잘 알아주고 대우해줄 것이라 착각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타인의 망상을 실현해 주기 위해 살지 말고, 비극적인 영웅으로도 살지 말자. 여자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을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착한 여자임을 잊지 말자.

 

 

 

만약 그녀가 자기의 과오를 떨쳐낼 수 없다면, 있었던 일을 딸에게 담담히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서 딸에게 교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나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내 잘못은 이미 저질러졌고 되돌릴 수 없으니 너라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내가 지켜보겠다.’ 이런 식의 말은 겉으로는 널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가 이상하다.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훈계를 하는 셈이니 당연히 그 딸은 반감만 생겨서 엄마를 더 비난할 것이다. / 162p

 

 

남자와 여자의 그런 정해진 역할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여자 스스로 강해지자. 또한, 남자를 향한 강요와 억압도 이제는 그만하자. / 250p

 

 

 




 

 

 

 

  자신이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발 여러분의 딸들에게 착하고 순종적으로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키우는 것이 오히려 딸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과 사고 능력을 키워줘야 딸들이 다른 사람에게 억압받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이에게 평소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하고 착하기를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엄마 먼저 스스로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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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클럽 - 주거나 받거나 놓친 것들
박요셉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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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테이블 사이에 놓여진 우리!

주거나 받거나 하는 사이에 혹시나 놓친 게 있지는 않을까?

 

 

 

내 말 들리니?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말들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말아.

있는 힘껏 말해 줘. 어떤 것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야.

내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줘.

너를 위해 포기했던 걸 희생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아.

우리는 어떤 말을 간직하게 될까?

 

 

 

  이따금 우리는 묻고 싶어진다. 그가, 그녀가, 내 말을 잘 듣고 있는가 하고. 그리하여 또 한번 확인받고 싶어진다. 여기, 바로 네 곁에서 언제나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의심한다. 무엇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아 신호를 교란시키는가 하고. 상대가 던진 미숙한 말 한 마디에 때때로 치명상을 입기도 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다 도리어 내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어쩔 때는 한 명이 아니라 수만 명과 홀로 싸우는 듯한 외로운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관계란 그런 것인가 보다. 길쭉한 탁구대를 마주보고 핑퐁 게임을 하듯,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말 사이에서 저울질되곤 하는 감정의 랠리. 한판 경기가 끝나면 또다시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겠지만, 관계 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기란 매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는다.

 

 

 



 

 

 

 

당신의 마음이 언제나 균형을 이룰 수 있기를

 

 

  길쭉한 탁구대를 마주보고 주거나 받거니 핑퐁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 굳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지 않아도 핑퐁 클럽의 표지는 관계라는 테이블 사이에 놓인 우리의 모습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표정이 없는 얼굴, 탁구대와 라켓 그리고 공만 놓여진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복잡한 관계의 역학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담아낼 줄 아는 작가의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말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늘어놓은 많은 말들 중에 어떤 것이 진심이었을까?” “혼자가 아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같이 쉬운 것 같지만 차마 하기 어려웠던 마음의 소리가 관계 사이에서 지친 우리를 위로해준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 아이에게도 권해봐야겠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개인적으로 연말에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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