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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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수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의문들을 수학적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책!

 

 

 

  “3000만큼 사랑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대사를 알고 있을 것이다토니 스타크의 딸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숫자인 3천만큼 아빠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장면이다이제 우리는 사랑스러운 딸 또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종이를 43번 접은 두께만큼 사랑해.” 종이를 43번 접은 만큼의 두께란놀랍게도 대략 73만 7288킬로미터다이는 우리가 달에도 충분히 이를 수 있는 거리다(42번 접으면 아쉽게도 36만 8644미터로 달에 조금 못 미친다). 실제로 공책만 한 크기의 종이를 접어보면 6번 이상 접는 것조차 힘들다는 걸 알 수 있지만, ‘0.008382(종이 한 장 두께)×2이라는 수학적 논리만 활용할 수 있어도 이처럼 우리는 꽤 흥미롭고 근사한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 모두 수학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다.”

 

 

 

인간 세상에 나를 위로해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면 수학과 별이 나를 위로해준다.”

버트런드 러셀 9p

 

 

 

  수전 다고스티노의 다정한 수학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수학의 속성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수학 교양서다프랙털 구조벤포드 법칙퍼지 논리오일러 이론매듭 이론쌍둥이 소수위상 수학게임 이론 등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수학 이론들이 등장하지만이 책은 이러한 이론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 수학 이야기에 가깝다무엇보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의문들을 수학적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다정하고도 따뜻한 책이다.

 

 

 

  피보나치수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피보나치수열은 덧셈이라는 간단한 수학 알고리듬으로 만들어져 있다피보나치 수열을 생성하는 기본 규칙은 처음 두 항은 1이고세 번째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항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그래서 세 번째 항은 첫 번째 항 1과 두 번째 항 1을 더한 값인 2가 된다그리고 네 번째 항은 두 번째 항 1과 세 번째 항 2를 더한 값인 3이 된다(1 1 2 3 5 8 13 21 34).

 

 

 

  저자는 피보나치수열이 그 자체로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한다우리를 둘러싼 자연계 곳곳에서 무수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테면해바라기 홑꽃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13개의 나선과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21개의 나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13과 21은 피보나치수열에서 나란히 놓이는 두 수이다선인장에서도 시계 방향 나선이 8반시계 방향 나선이 13개인 피보나치수열의 나란한 두 수를 찾아볼 수 있다솔방울도 마찬가지다별 거 아닌 듯 보이는 피보나치수열에서 자연의 이치와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니흥미롭지 않은가.

 

 

 

이중 진자가 흔들리는 경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경로도 사람마다 모두 독특하고 초기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처음 수학을 공부할 때는 당신과 당신 친구의 수학 실력이 비슷했을 수도 있다수학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수학 책의 첫 부분을 공부할 때는 특히 그럴 것이다바로 그것이 초기 조건이다하지만 살아온 인생 경험과 수학이 상호작용하는 동안같거나 다른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경로는 바뀌게 된다수학 친구라면 당신이 수학을 이해할 때까지 함께 있어줄 것이다친구와 함께 공부할 때는 두 사람의 수학 경로를 비교하지 말자그저 카오스 이론이 작동하게 하자. / 74p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어떤 속도로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낙하하는 물체를 생각해보자당신은 친구들과는 다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저항을 받을 것이다그러니까 자기 속도대로 나가야 한다앞으로 나가는 힘과 저항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자신만의 종단 속도를 찾자. / 130p

 

 

 




 

 

 

 

  수학을 공부할 때나 살아가면서 왠지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를 만난다면 리만 합을 떠올려봐야겠다리만 합이란 일종의 분할 정복 기술로물방울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처럼 공식이 없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면적을 구할 수 있는 형태로 물방울을 작게 쪼개 근삿값이라도 구해보는 방법이다문제를 분할해서 해결하는 방법이다저자는 복잡한 고급 기술을 알지 못하니까 문제를 풀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리만이 했던 것처럼 어려운 문제는 좀 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로 나누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보라고 조언한다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쪼개서 해결하고또 해결하다보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어느 순간에는 할 만한 것’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박테리오파지가 정이십면체의 대칭성을 활용하는 방식은 수학을 공부할 때도인생을 살아갈 때도 명심해야 할 귀중한 교훈을 알려준다바로 필요 없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발전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작업 습관을 찾았다면 그 방법을 살아가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볼 때보다 직접 할 때’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면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방법을 찾을 때마다 그 방법을 복제해서 활용해보자. / 234p

 

 

피지 논리의 잠재력은 실용적인 것 이상이다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절대적인 그렇다와 절대적인 아니다가 최선의 결정이 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만난다그럴 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인생에 적용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퍼지 집합을 만들고 퍼지 규칙을 세워보는 것이다. / 254p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은 내 취약함을 받아들이고상식에 반론을 던지고솔직하게 질문하고인내를 가지고 고민하고경계를 넘어 모험을 하게 하는인생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수학=공식이라는 정해진 답 안에 갇혀 있었던 걸까이것이 수학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법을 길러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특별히 권해주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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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1 : 고대 문명의 탄생 - 4대 문명과 아메리카 고대 문명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1
이희건 외 지음, 이우일 그림, 김경진, 김병준 외 감수, 박기종 삽화, 정지윤 구성 / 사회평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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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용선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지요?

우리 아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고퀄리티 세계사책!

 

 

 

  우연히 중등 역사 교재를 살펴보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중등 역사 1의 1단원이 한국사가 아니라 세계사였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지금의 중학생들은 세계사를 우선으로 익히고 한국사를 공부하는 셈이다이러한 교육과정은 세계사에 대한 이해와 역사 소양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다시 말해세계사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이 한국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과목을 공부하고 심화·확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그러고 보니 초등학생일 때부터 세계사 관련 책을 많이 읽혀두라는 주변 학부모들의 조언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부동의 베스트셀러 <용선생 한국사>에 이어 세계사까지!

 

 

 

  책 읽는 아이들 사이에서 한국사하면 용선생’ 시리즈가 많이 언급된다궁금한 마음에 아이에게 학교 도서관에서 <용선생 교과서 한국사>를 빌려와달라고 부탁했는데아니나 다를까 풍부한 삽화와 쉬운 설명 그리고 완성도 높은 구성에 왜 다들 용선생용선생” 하는지 알 것 같았다마침 세계사 시리즈까지 개정 출간되었다 하니 이를 어떻게 놓칠 수 있을까재미와 유익함에 만족하고알차고 섬세한 구성에 또 한번 반하게 되는 용선생 세계사 시리즈를 만나보자.

 

 

 

왜 인류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출현했던 걸까?

우리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어그 공통 조상은 아프리카의 적도 부근 숲속에서 살던 유인원이었지약 600만 년 전부터 지구의 기온이 뚝 떨어져 아프리카의 숲이 줄어들고 초원 지대가 늘기 시작한 거야인류는 어쩔 수 없이 숲을 떠나 초원에서 살게 되었어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살아가기에 알맞도록 진화했지인류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처음 출현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 11p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정리한 책이다. 1권인 고대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15권 현대 질서의 수립에 이르기까지고대사와 현대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구성에 전권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그 중 1권인 고대 문명의 탄생’ 편에서는 인류의 탄생을 비롯해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탄생하는 순간과 그 내용을 짚어본다세계 4대 문명으로 꼽히는 메소포타미아이집트인도동아시아 문명에 아메리카 고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각 문명의 특징을 매우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전 연령을 막론하고 단 한 권의 든든한 문명 백과사전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신석기 시대에 접어든 뒤에 우리 조상들은 강가나 해안에 정착하기 시작했어먹을 것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지우리 조상은 강가나 바다에서 작살과 그물그리고 낚싯바늘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고조개를 채취하고날카로운 화살로 작은 동물을 사냥했어또 강가 풀숲에서 자라는 야생 곡물을 채취했지큰 토기를 비롯한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었어큰 토기에는 식량을 저장해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철에 대비했지이렇게 해서 우리 조상들은 완전히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거야.” / 32p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쉽고 재미있는 설명과 풍부한 시각 자료가 아닐까드넓은 자연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여느 책보다 지도 활용이 높다는 점사진 자료와 삽화를 활용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떤 문화를 이루었는지 세밀하게 비교·분석한 점이 눈에 띈다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각 고대 문명이 오늘날 지역 문화권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 점도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이다이 외에 친절한 용어 설명과 상식 퀴즈로 세계사가 낯선 초등학생까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점도 인상적이다.

 

 

 

근데 왜 멀쩡한 초원이 갑자기 사막으로 변한 거죠?”

사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어많은 학자들은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 게 원인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지물론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야적어도 7,00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일이지사하라 지역의 온도가 올라가며 사막으로 변하자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은 나일강 유역밖에 남지 않았어그래서 사하라 초원에 살던 동무로가 그 동물을 사냥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일강 주변으로 모여들었던 거야.” / 129p

 

 

인더스 문명의 고대 도시들은 대부분 계획적으로 건설된 도시야모든 길과 건물을 일정한 규격의 돌과 진흙 벽돌을 이용해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지었지넓은 길은 폭이 10미터나 되어서 황소가 끄는 달구지나 덩치 큰 코끼리도 아무런 불편 없이 교차할 수 있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뚫려 있었어길을 따라선 하수도 시설이 들어서 있었지.” / 193p

 

 

 

  초등학생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세계사 책이다특히 중학교 입학 전인 우리 아이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세계사 책을 찾는다면 단연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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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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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소름 끼치고또 소름이 끼쳤다!

폭발하는 지성과 광기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의 시대를 마주한 격변의 순간들!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솔베이 회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지성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0세기 과학계가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이 맞부딪치는 격변을 맞이한 순간이기도 했다한 쪽에는 우연성불확정성확률불확실성이 양자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에 드리운 무게를 증오하던 아인슈타인이 있었고다른 한 쪽에는 원자물리학의 창시자인 닐스 보어가 있었다그 사이에서 이들을 중재하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파울 에렌페스트였다.

 

 

 

  파울은 그가 몸담은 소중한 학문이 기이한 방향으로 치달아 어느덧 논리적인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버린 것에 괴로워했다당시 유럽은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히틀러 청소년단의 무지성적 구호와전쟁을 도발하는 정치인들의 장광설과무한 진보를 무턱대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들끓던 때였고이것은 물리학의 산업화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실로 사악한 이 힘은논리적인 동시에 지독하게 비이성적이었고아직은 다 자라지 않아 잠잠했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던 매니악』 속 묘사처럼파울이 감지한 이 힘은 마침내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한 사람에 의해 완성되었다바로 현대 컴퓨터를 탄생시키고양자역학의 수학적 토대를 놓고원자폭탄의 내파 방정식을 쓰고게임이론과 경제 행동 이론을 창시하고디지털 생명과 자기 증식 기계인공지능기술적 특이점의 도래를 예고한 그는존 폰 노이만이었다.

 

 

 



 

 

 

 

그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다.

우리와 다른 외계인.

대개 수학자들은 자신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폰 노이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증명한다.

 

 

 

  『매니악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저자인 벵하민 라바투트의 신작이다이 책은 폭발하는 지성과 광기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의 시대에 도래하기까지과학사와 세계사를 뿌리째 뒤흔든 천재들의 격돌과 고뇌를 추적한 작품이다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물리학계의 대심문관으로 양자역학의 위험성을 감지한 파울 에렌페스트원자폭탄의 내파 방정식을 완성하고 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개념을 앞당긴 폰 노이만인공지능의 시대를 연 알파고의 허사비스와 이에 대적한 천재바둑기사 이세돌에 이르기까지이 책은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 탄생한 위대한 천재들이 인간 사고의 모든 영역을 변혁하고 무한한 계산의 힘을 세상에 풀어 과학의 목덜미를 움켜쥐겠다는 꿈을 어떻게 실현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천재인가광기인가유토피아인가아포칼립스인가벵하민 라바투트는 천재들의 놀라운 지성을 소름끼치도록 매혹적으로 그려내면서도이들의 지성이 동시에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지닐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누구라도 압도적인 전율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믿기지 않았다내가 연구에 매달렸던 수많은 세월이 한순간에 스쳐지나갔다그리고 그의 증명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무나도 우아했다나는 스스로 물었다이게 다 뭐지이 아이는…… 이 아이는 대체 어떤 별종이길래아직도 모르겠다확실한 건그날 이후 내가 폰 노이만을 경외하게 됐다는 것이다. / 89p

 

 

그런데 우리는 지금이 1.5미터밖에 되지 않고 6킬로그램의 조그마한 플루토늄 코어가 들어 있는 작은 금속 구체 내부에다 핵분열을 성공시켰다우리가 그런 일을 해냈다는 게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그건 단순히 나치를(나중에는 러시아였고 중국이었으며 세상이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적을이기려는 광란의 경쟁이 아니었다우리가 그 일을 한 건 프로메테우스가 준 선물을 극한으로 작열시킴으로써 인간의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 179p

 

 

그러니까 그 저주받은 폭탄은 우리네 세상에서 폭발하기 전 컴퓨터의 디지털 회로에서 먼저 생명을 얻은 것이다폰 노이만의 발명품이 아니었다면 열핵무기는 사실상 만들어질 수 없었다컴퓨터의 운명은 애초부터 열핵무기와 단단히 얽혀 있었다폭탄 제조 경쟁은 컴퓨터에 대한 조니의 열망으로 더욱 가속화되었고반대로 매니악을 만들려는 노력은 핵무기 경쟁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게나 소름이 끼친다인간 발명품 중 가장 독창적인 물건과 가장 파괴적인 물건이 정확히 동시에 탄생하다니. / 207p

 

 

 




 

 

 

 

  “0.0001.”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제4차 대국에서 승패의 운명을 가른 78수는 만분의 일의 확률을 지닌 신의 한 수였다그것은 2차 대국에서 알파고가 획기적인 37수로 바둑계를 술렁이게 했을 때 자신의 수에 부여한 확률과 정확히 똑같았다양자역학은 핵무기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위험을 낳았고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이 보여준 신의 한 수’ 같은 묘수처럼알파고 시대 이후 바둑계가 AI를 활용해 또 다른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는 것처럼또 다른 우리 안의 가능성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을 믿는다이것이 이 책이 놀랍도록 무서우면서도 놀랍도록 희망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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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1.2 - no.52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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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들여다본 나의 갓생일지!

다양한 문학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문예지의 참매력을 즐기는 시간!

 

 

 

  『Axt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문예지가 이렇게 세련되고 감각적일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편견일 수도 있겠지만한때는 문예지를 열심히 읽는 문학도였던 나조차도 대중과는 쉬이 교류할 수 없는 일종의 벽 같은 것이 느껴지곤 했는데이처럼 자유롭게 즐기고 문학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문예지라니 참 반가웠다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던 카프카의 말처럼잔뜩 벼린 도끼 한 자루를 손에 쥔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쓰는 이들의 글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건 역시 문예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하나의 주제로 문학의 안과 밖을 연결하다

 

 

 

  새롭게 변화된 Axt』 52호의 주제는 갓생((God+)’이다부지런하게 시간을 활용하고 생산적인 일을 많이 하는 삶의 태도를 일컬어 우리는 갓생이라 부른다Axt는 바로 이 갓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문학의 안팎을 연결하여 갓생을 부르짖는 오늘의 현주소를 읽어낸다그 중에서도 곽재식 공학 박사의 글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어느 광고에서처럼 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라는 주문을 반복해서 힘껏 외쳐야 할 만큼 불행을 보다 가까이 느끼는 이 시대 속에서그의 글은 진정한 갓생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오늘 내가 아침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자기 전에 매일 일기를 쓰고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새로운 악기나 외국어를 배우는 모든 일들이이런 수고로움을 감내하다보면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는 또 하나의 절박한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과 불행을 갓생으로 메워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갓생의 성공도갓생의 실패도 전부 에게로말하자면 모든 성패가 한 개인의 능력과 실천의지로 수렴된다이는 집단과 소속을 우선시했던 시절에 비하면 개인의 가치와 의미가 성장했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취약해진 탓은 아닐까또 반려동물이든금쪽이든배우자든 타자와의 관계에 능숙한 이들이 가장 존경받는 멘토가 되는 요즘의 세태를 보면이미 오래전부터 타인은 지옥이었던 것은 아닐까어쩌면 갓생은 타인이라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떨어질수록그렇게 와는 거리를 두고 비대면을 유지하고 싶을수록 더욱 커지는 나만의 꿈은 아닐는지. / 갓생과 스토리커버스토리 중에서 64p

 

 

 




 

 

 

 

  내가 생각하는 문예지의 가장 큰 매력은 신예 작가를 비롯해 평소 단행본으로는 접해보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그 중에서도 무제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송섬 작가의 작품이 상당히 인상적이다주인공은 매일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K직장인이다어김없이 시간 단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하루 일과를 꼼꼼히 달력에 기록하던 중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도대체 어제 내가 뭘 했더라어제는 3월 13금요일과 일요일 사이의 토요일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머릿속이 달력의 빈칸처럼 텅 비어있다마치 하루를 통째로 덜어낸 것처럼 어제의 일과가 기억나지 않는다문제는 매년 3월 13일이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하루가 날아버렸다는 데에서 오는 상실감과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막막함그 기분이 자신을 조금씩 좀먹고 있는 듯한 느낌어쩌면 주인공의 기억 상실은 시간 단위분 단위로 자신의 일과를 설정하고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무력감을 느끼곤 하는 현대인의 표상은 아닐까.

 

 

 

손해죠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하루가 날아가는 거잖아요.”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식이라면 매일 담배를 피우며 날리는 10분은 연간 단위로는 무려 60시간이나 되는데요.”

그 10분 사이에는 담배를 피우잖아요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쨌든 생산성 없이 날린다는 점에서는 같죠.” / 무제」 (송섬중에서 164p

 

 

 

  이 외에도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리뷰한 고명재 시인소유정 문학평론가와 권벼리 온라인서점 알라딘 MD의 카톡 좌담도 재미있었다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이 책을 이제 꺼내야할 때가 된 듯하다향을 한다는 행위는 애초에 죽은 것들을 다루는 일이라던 김태형 조향사의 에세이도 흥미로웠다또 다음호를 궁금하게 만드는 3편의 연재작들도 모두 인상적이었다특히 김나현의 소설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에서 배우 데뷔를 앞둔 나을의 숨겨진 과거란 게 과연 무엇일지 무척 기대된다.

 

 

 




 

 

 

 

  ‘읽고 쓰는 우리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격월간 문학잡지를 표방하는 문예지답게다양한 기획과 구성으로 독자와 소통하려는 Axt』 편집부의 고심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다음 호는 또 어떤 주제로 문학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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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우리돌의 들녘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러시아, 네덜란드 편 뭉우리돌 2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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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는 현대사다!

그것이 우리가 이 역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책을 한창 읽고 있을 즈음일본 군마현에 세워진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 추모비가 강제 철거된다는 기사를 접했다이 추모비의 뒷면에는 조선인에 대해 크나큰 손해와 고통을 입힌 역사 사실을 깊이 새기고 진심으로 반성하며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상호 이해와 우호를 바란다.’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일본 우익 단체들은 이 추모비가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 끊임없이 주장했고일본 대법원은 이들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추모비는 산산조각이 났고일본의 한 우익 성향 정치가는 다른 추모비도 철거해야 한다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건만우리 외교부의 입장 표명이란 것은 그저 방관에 가까울 따름이다뭉우리돌의 들녘에서 저자 김동우는 이렇게 말한다. “기억은 희미해진 과거를 물질로 받쳐주는 현장에서 더욱 또렷해진다어떤 사건이 있던 곳에 세워진 기념비추모비비석 등은 망각에 갇혀 보이지 않던 역사를 무대 위로 안내하는 장치다.” 우리가 기념비와 추모비 그리고 비석을 세우는 이유는그것이 공간을 강력한 회상의 장소로 탈바꿈시키고그리하여 사람들을 역사 앞으로 불러 모으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그렇게 엄혹한 역사를 딛고 쌓아올린 기억의 연대가 이토록 허무하게 바스라졌는데우리는 어째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인가애통하고 또 애통한 일이다.

 

 

 

기억은 한번 끊어지면 절대 회복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다무리하게 복구를 시도하면 미화 내지는 왜곡 또는 변질돼 버리기 일쑤다그래서 기억의 단절은 그걸로 진실의 소멸을 의미한다그 사라짐은 결과적으로 동감을 가로막는다이것이 망각의 무서움이다. / 13p

 

 

 

다시 요동칠 기억의 연대를 꿈꾸며

 

 

 

  『뭉우리돌의 들녘은 러시아와 네덜란드에 남겨진 우리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여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책이다앞서 출간된 뭉우리돌의 바다가 인도멕시코쿠바미국에서 활동한 국외운동가들과 사적지를 추적했다면이번에는 러시아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그 흔적을 쫓는다우리에겐 연해주와 헤이그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억되고 있는 그곳안중근 의사와 이준 열사가 활동했던 장소라 더 특별했던 바로 그곳으로.

 

 

 

우리는 전후에 일을 이룬 것이 전혀 없었으니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만약 특별한 단체가 없다면 어떤 일을 막론하고 목적을 이루기 어려울 것입니다오늘 우리가 손가락을 끊어 맹세를 같이하여 자취를 표시하여 기록한 뒤에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목적을 이루기를 기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리가 모두 승낙하고 말을 따랐다. / 83p

 

 

 




 

 

 

 

  여정은 우리 조상들이 연추라 이름 지은 크라스키노로 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1908년 봄최재형이범윤이위종 등이 독립운동 단체 동의회를 조직하고그해 여름 안중근이 동의회 의병으로 국내 진공작전에 나선 곳이다그리고 1909태극 모양이 그려진 천 사방에 대한독립이라고 혈서를 쓴 뒤 열 두 명의 동지가 단지로 혈맹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안중근 단지동맹 기념비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나 있었을까우뚝 솟은 검푸른 단지동맹비와 안중근이 법정에서 열거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의미하는 열다섯 개의 돌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크라스키노 전망대를 보자자마 눈물이 울컥 치민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데손가락을 끊어내는 회맹을 통해 나라의 존립을 우선했던 이들의 고귀한 희생 앞에서 한낱 나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연해주 최초 한인 마을 지신허는 작은 강을 따라 남북 12킬로미터동서 2킬로미터 규모였다위치는 크라스키노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자리다현재 이곳에는 한인이주기념비가 서 있다이 비는 가수 서태지가 지난 2004년 블라디보스토크 공연 뒤 자비로 세운 것인데그의 외증조부는 3·1혁명으로 옥고를 치르고 상해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이성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05p

 

 

당시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거리에 시체가 쌓이고온전한 집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사망자는 러시아인 포함 5,000명 이상이었다이 야만적 행위는 연해주 한인 사회 기반을 뿌리째 뽑아 근본적으로 독립운동의 싹을 잘라 버리려는 의도였다. 4월 참변은 같은 해 가을 서북간도를 짓밟은 간도 참변과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다이들 사건은 일본이 국외에서 저지른 ‘3대 한인 학살로 불린다. / 131p

 

 

 



 

 

 

 

  책을 읽으며 네덜란드 덴 하그(헤이그)에서 이준열사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기항·송창주 부부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그들은 손수 자비로 드 용 호텔 건물을 사들여 1995년부터 이준열사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사재 20만 달러를 털어 건물을 구매하긴 했지만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고박물관을 만들려면 관련 자료도 수집해야했다 했기에 네덜란드러시아일본 등에서 발품을 팔며 하나씩 자료를 모았다던 그들독립이라는 거룩한 역사를 자신들의 미약한 힘으로나마 지키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과거 없는 지금이 없듯기록 없는 역사도 없다역사는 무엇인가를 남겨놓고자 한 투쟁의 결과라던 저자의 글귀가 가슴 깊이 와 박힌다.

 

 

 

땅이 크고 사람이 많은 나라가 큰 나라가 아니고

땅이 작고 사람이 적어도

위대한 인물이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 이준 / 199p

 

 

 

  『몽우리돌의 들녘』 속엔 황량한 듯 차가운 느낌의 사진들이 많다내 집내 땅내 나라가 없어 떠돌아다녀야 했던울타리가 없어 사무치는 울분을 내내 참아야했던 조상들의 엄혹한 현실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하필 저 들녘은 왜 아직도 저토록 거칠고 메마른 땅인가땅에 묻혀버린이름을 남기지 못한 서사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이 책이 없었다면 나는 그 흔적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국외 독립운동가와 재외동포자들의 역사를 전하는 기억의 매개자로서계속해서 진정성이 담긴 사진과 묻혀진 기록들을 전하고자 하는 김동우 작가에게 멀리서나마 응원의 마음을 보태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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