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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수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의문들을 수학적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책!
“3000만큼 사랑해.”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대사를 알고 있을 것이다. 토니 스타크의 딸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숫자인 3천만큼 아빠를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장면이다. 자, 이제 우리는 사랑스러운 딸 또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종이를 43번 접은 두께만큼 사랑해.” 종이를 43번 접은 만큼의 두께란, 놀랍게도 대략 73만 7288킬로미터다. 이는 우리가 달에도 충분히 이를 수 있는 거리다(42번 접으면 아쉽게도 36만 8644미터로 달에 조금 못 미친다). 실제로 공책만 한 크기의 종이를 접어보면 6번 이상 접는 것조차 힘들다는 걸 알 수 있지만, ‘0.008382(종이 한 장 두께)×2ⁿ’이라는 수학적 논리만 활용할 수 있어도 이처럼 우리는 꽤 흥미롭고 근사한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 모두 수학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다.”
“인간 세상에 나를 위로해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면 수학과 별이 나를 위로해준다.”
- 버트런드 러셀 9p
수전 다고스티노의 『다정한 수학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수학의 속성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수학 교양서다. 프랙털 구조, 벤포드 법칙, 퍼지 논리, 오일러 이론, 매듭 이론, 쌍둥이 소수, 위상 수학, 게임 이론 등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수학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이론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 ‘수학 이야기’에 가깝다. 무엇보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의문들을 수학적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다정하고도 따뜻한 책이다.
피보나치수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보나치수열은 덧셈이라는 간단한 수학 알고리듬으로 만들어져 있다. 피보나치 수열을 생성하는 기본 규칙은 처음 두 항은 1이고, 세 번째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항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 항은 첫 번째 항 1과 두 번째 항 1을 더한 값인 2가 된다. 그리고 네 번째 항은 두 번째 항 1과 세 번째 항 2를 더한 값인 3이 된다(1 1 2 3 5 8 13 21 34…).
저자는 피보나치수열이 그 자체로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 곳곳에서 무수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해바라기 홑꽃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13개의 나선과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21개의 나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13과 21은 피보나치수열에서 나란히 놓이는 두 수이다. 선인장에서도 시계 방향 나선이 8개, 반시계 방향 나선이 13개인 피보나치수열의 나란한 두 수를 찾아볼 수 있다. 솔방울도 마찬가지다. 별 거 아닌 듯 보이는 피보나치수열에서 자연의 이치와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이중 진자가 흔들리는 경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경로도 사람마다 모두 독특하고 초기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처음 수학을 공부할 때는 당신과 당신 친구의 수학 실력이 비슷했을 수도 있다. 수학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수학 책의 첫 부분을 공부할 때는 특히 그럴 것이다. 바로 그것이 초기 조건이다. 하지만 살아온 인생 경험과 수학이 상호작용하는 동안, 같거나 다른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경로는 바뀌게 된다. 수학 친구라면 당신이 수학을 이해할 때까지 함께 있어줄 것이다. 친구와 함께 공부할 때는 두 사람의 수학 경로를 비교하지 말자. 그저 카오스 이론이 작동하게 하자. / 74p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어떤 속도로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낙하하는 물체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친구들과는 다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속도대로 나가야 한다. 앞으로 나가는 힘과 저항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자신만의 종단 속도를 찾자. / 130p



수학을 공부할 때나 살아가면서 왠지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를 만난다면 ‘리만 합’을 떠올려봐야겠다. 리만 합이란 일종의 분할 정복 기술로, 물방울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처럼 공식이 없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면적을 구할 수 있는 형태로 물방울을 작게 쪼개 근삿값이라도 구해보는 방법이다. 즉, 문제를 분할해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복잡한 고급 기술을 알지 못하니까 문제를 풀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리만이 했던 것처럼 어려운 문제는 좀 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로 나누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보라고 조언한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쪼개서 해결하고, 또 해결하다보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어느 순간에는 ‘할 만한 것’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박테리오파지가 정이십면체의 대칭성을 활용하는 방식은 수학을 공부할 때도, 인생을 살아갈 때도 명심해야 할 귀중한 교훈을 알려준다. 바로 필요 없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발전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작업 습관을 찾았다면 그 방법을 살아가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볼 때’보다 직접 ‘할 때’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면,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방법을 찾을 때마다 그 방법을 복제해서 활용해보자. / 234p
피지 논리의 잠재력은 실용적인 것 이상이다.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절대적인 ‘그렇다’와 절대적인 ‘아니다’가 최선의 결정이 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만난다. 그럴 때는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인생에 적용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퍼지 집합을 만들고 퍼지 규칙을 세워보는 것이다. / 254p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은 내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상식에 반론을 던지고, 솔직하게 질문하고, 인내를 가지고 고민하고, 경계를 넘어 모험을 하게 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수학=공식’이라는 정해진 답 안에 갇혀 있었던 걸까. 이것이 수학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법을 길러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특별히 권해주고 싶은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