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 개정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8
김주희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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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매력의 여행지,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이 책 한 권으로 든든한 말레이시아 맞춤형 가이드북!

 

 

 

   말레이시아에 관심이 가지게 된 것은 현지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건으로 인한 뉴스 때문이지만, 텔레비전 화면 속에 스쳐지나가는 말레이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에 묘한 매력을 느껴 찾아보기 시작했다. 두 번 정도 다녀왔던 태국과 인접한 나라여서 이와 유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질 뿐 어떠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나로서는 동서양의 발전된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도시의 세련된 분위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아이가 점점 성장해 감에 따라 함께 가보고 싶은 해외 여행지 리스트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결혼 전 신혼 여행지로 마음에 두었던 코타 키나발루가 말레이시아 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크게 반가웠다. 수도인 쿠알라 룸푸르의 세련된 도시 관광과 더불어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코타 키나발루에서의 휴양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신판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은 아이가 있다 보니 사전에 더욱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는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책이 되었다.

 

 

 

당신의 꿈꾸는 여행지 리스트에 ‘말레이시아’를 올려야 하는 이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도시 쿠알라 룸푸르는 물론 서구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요지이자 주석 생산지로 서구 열강의 치열한 쟁탈전을 겪은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공존하며 독특한 문화적 특색을 가진 나라다. 열대의 정글과 바다를 품은 보르네오 섬과 말레이반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또한 말레이시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 40p

 

 

   말레이시아는 북으로는 태국, 남으로는 싱가포르와 국경이 닿아 있으며 서쪽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인접하여 곳곳에 다채로운 여행지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과의 시차가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아서 부담이 없으며 아시아 최고의 국제 도시 환경과 <정글의 법칙>에 단골로 등장하는 열대 정글이 있어 천혜의 자연이 주는 매력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나라이다. 무엇보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의 종교와 문화는 물론, 식민지를 거치면서 유입된 유럽의 문화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발산하니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고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인 말레이시아 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 하니 금상첨화이다.

 

 

  감히 아시아 국가 중 쇼핑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고 싶다는 저자의 말은 유독 관심을 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13가지’는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정보를 담고 있다. 이처럼 책은 말레이시아의 주요 도시와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나라의 역사, 정치구조, 교통, 숙박 정보, 자유 여행 일정 가이드 등 여행 시 유의할 점과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을 매우 꼼꼼하게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달언니’ 김주희 작가는 무려 7년 동안 틈날 때마다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검색할 만큼 변함없이 좋아하고 있다고 하니, 나도 얼른 떠나고픈 생각이 간절해진다.

 

 

 

 

진화하는 메트로폴리스, 쿠알라 룸푸르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의 표지에는 아주 멋진 트윈 타워가 돋보이는 도시 야경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만 보아도 수도 쿠알라 룸푸르의 역동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단번에 느껴진다. 쿠알라 룸푸르는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6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을 마치면 도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처럼 최첨단 시설의 공항과 저가항공의 발달로 여행 허브도시로써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특급 호텔들이 곳곳에 들어서있으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을 만하다. 책에는 다양한 교통 편의 시설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법, 노선도 등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어서 이 책 한 권으로 낯선 말레이시아에서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듯하다.

 

 

   주요 관광지는 높이 451.9m, 지상 88층의 위용을 자랑하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타워 앞에 펼쳐진 도심 속 휴식처 KLCC 공원, 5,000여 마리 이상의 바다 생물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아쿠아리아 KLCC, 다양한 체험과 시뮬레이션 기구들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과학체험관 페트로사인스 등등이 있다. 이외에도 쿠알라 룸푸르의 대표적인 상업지구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호텔,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부킷 빈탕과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청담동으로 불리는 거리인 창캇 부킷 빈탕, KL 센트럴&차이나타운, 반딧불이 투어와 같은 스페셜한 장소도 소개하고 있어 예비 여행자들의 흥미를 이끈다. 책에는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들도 함께 수록하였는데, 그 중 고려원이라는 인기 높은 고급 한식당도 있다 하니 왠지 반가울 듯하다. 더불어 5성급 호텔에서부터 다양한 숙박업소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숙소 선택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저자가 쇼핑하기에 좋은 곳으로 추천했을 만큼 최대 70% 할인의 기회를 즐길 수 있는 때도 있다고 하니 여기에서 나의 눈의 크게 반짝거렸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상 최대의 낙원, 코타 키나발루

 

 

코타 키나발루는 ‘섬’이라는 뜻의 ‘코타’와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 세계 산악인이 몰려드는 키나발루 산과 보르네오의 열대우림,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는 휴양지로서의 매력을 충족시키고 있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도 거의 없고 치안도 안정적이며 여러 민족의 문화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관광은 물론 문화적으로 흥미를 끈다. / 304p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코타 키나발루는 한국과는 비행기로 5시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인천공항과 코타 키나발루 국제공항 간 직항 노선인데다,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함께 가기에 무리가 없을 듯한 비행시간이라 만족스럽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급 리조트가 있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으며 유명 관광지임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언제나 유쾌하고 정 많은 현지인 등으로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고 한다.

 

 

   주요 명소는 남아시아의 최고봉이라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키나발루 산,보르네오 지역에 살고 있는 다섯 부족의 전통가옥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리 마리 민속마을, 코나 키나발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첫손에 꼽히는 툰쿠 압둘 라만 해양국립공원 섬 투어,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폰툰 아일랜드 투어, 맹그로브 숲으로 둘러싸인 강을 따라 그곳에 서식하는 코주부원숭이와 반딧불이를 만나는 투어, 잔잔한 해변에서 조용한 휴식과 수영을 즐기거나 강을 따라 바나나보트나 카야킹을 즐길 수 있는 켈리베이 투어, 골프 마니아라면 아주 만족스러워 할 만한 골프 클럽도 여럿 갖추어져 있으니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할 수 있는 휴양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특히 다양한 로컬 레스토랑과 다국적 메뉴를 갖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가야 스트리트에 들러 맛있는 식사를 먹고, 힐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마사지와 스파를 경험하고 싶다.

 

 

 

가고 싶다, 말레이시아!

 

  이 외에도 말라카, 푸트라자야, 카메론 하일랜드, 페낭, 랑카위, 쿠칭과 같은 주요 관광지는 어디 한군데 안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곳인 듯하다. 책에 적힌 추천 일정 그대로만 따라 해도 완성될 멋진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외에도 휴대용 미니 맵북과 지역별 상세지도, 여행 준비에 필요한 기본 정보들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이 책이 톡톡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으로 충족되지 않는 정보들이나 궁금한 점은 저자의 블로그와 메일이 항상 열린 상태로 대기 중이라 하니 주저 하지 않고 물어보면 될 것이다. 한동안 육아 생활에만 전념하느라 몸도 마음도 피로한 상태인데 기회가 닿을 때 꼭 말레이시아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다. 기다려라,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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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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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쓰다!

민감한 사람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들어 줄 책!

 

 

  민감함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데가 있다’ 이다. 즉, 민감한 사람이란 남들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외부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며 내적 동요가 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혹은 극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이들에게 흔히들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다. 아마도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걱정하지 마”, “더 강해져야지.”, “남들과 어울려서 더 활달하게 생활해봐”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외향적이고 활기 넘치는 이미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그러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부족한 면에만 점점 집착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고립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센서티브>의 저자 일자 샌드는 민감함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민감함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민감함을 단점으로 여기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좌절하기보다 ‘내가 갖고 있는 자원’으로 초점을 옮기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인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민감성을 스스로를 인정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센서티브>는 민감한 성격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응원의 책이 될 것이다.

 

 

민감함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 자세

 

  인간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듯이 민감한 사람들 역시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특별히 예민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들은 더 많이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있을 때 너무 많은 인풋을 받아들여야 하는 탓에 금방 지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쉬워서 자신의 민감성을 반드시 고쳐야 할 단점으로 간주하게 된다. 또한 불쾌한 소음이나 냄새 등과 같이 신경 시스템의 균형을 깨트리는 인풋 때문에 자주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스러워지는 경험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감한 사람들은 남에게 고통이나 불편을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툼이 있을 만한 상황 속에 섞이거나 그것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일에 극도로 민감한 성향을 보이는 나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1장에서는 민감한 사람들의 다양한 특징들을 나열함으로써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 또한 얼마나 민감한지 스스로를 체크해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향들을 문제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내향적인 성격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데, 오히려 이들은 많은 외적인 자극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사고와 상상에 의해 자양분을 공급받아 풍부한 내면의 삶을 이룰 수 있다. 비록 느리긴 하여도 긍정적인 가능성과 부정적인 가능성까지도 대비하는 치밀함을 지니고 있기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민감한 사람들이 반드시 내향적인 것이 아니며, 외향적이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면서도 내향적인 깊이가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을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특정한 범주에 맞추어 동일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외면하고 제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고, 남은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도 내향적인 파트너가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유형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많은 커플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58p

 

 

높은 기준을 버리고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라

 

  애석하게도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다.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 약점을 보지 못하게 노력해야 하며, 내가 원하는 걸 요구하지 않고 타인을 항상 배려함으로써 이기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행동 규칙이나 스스로의 원칙을 매우 높은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규칙이 너무 낡아서 이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융통성 없는 행동 규칙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원치 않았거나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모든 일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탓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않는 경우이다. 이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즉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낮은 자존감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때도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높은 기준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유년 시절의 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기대감을 받고 자랐고 항상 바르고 착하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타인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했다. 누구에게도 화를 내본 적이 없었고,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으며 반드시 내 입장보다 타인을 먼저 고려하고 이해해야했다. 여러모로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이렇게 행동해야만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좋은 이미지로 바라볼 것이라는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것들 때문에 그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책에서는 모든 관계에 에너지를 쏟으려 하지 말고, 나에게 채널을 맞출 것을 조언한다. 때로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직접 물어봄으로써 남들이 보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시도도 좋다. 나의 경우처럼 분노가 생기면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중립적으로라도 표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때 새롭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사람들이 당신을 그룹이나 공동체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여전히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 그대로 살아갈 용기를 얻고, 다른 사람들과 더 오랜 시간 즐겁게 어울리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이다. / 79p

 

 

자신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마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민감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지나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상황을 조정해야 한다. 그런 방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많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전보다 더 편하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 186p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민감한 성향의 사람들에게 애써 자신을 바꾸거나 불편한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간혹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민감하지 않은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았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심리치료사들은 그들에게 “한계를 벗어나라”,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라”, “더 자발적으로 행동하라” 등의 충고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해질 수 있는 방법을 권유한다. 하지만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신을 그곳에 내몰고, 억지로 바꾸려 하다보면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성실하고, 창의적이고, 직관적이고, 남의 영향을 받기 쉽고, 감정 이입 능력이 있고, 예민한 감각과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그들의 삶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만 한편으로는 창의성, 존재감, 공감 능력의 근원이 된다. 바로 이러한 점을 동력으로 삼아 저자는 스스로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한결같은 응원자가 되어 결함을 특별한 능력으로 삼는 데 더욱 주목하기를 바란다.

 

 

  나는 평소에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민감한 쪽에 보다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민해지는 상황으로 나를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그간 부단히 노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내면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 끝에 민감하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외부 자극에 무던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에 마찬가지로 외부의 자극을 줄이면서 내면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법을 소개하는데 나와 이 책을 찾은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 여기며 사랑하는 데 있는 듯하다.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를 응원해줄 수 있는 변함없는 최고의 응원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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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에오스 클래식 EOS Classic 24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선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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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의 모든 것!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는 로맨스 소설의 고전!

 

 

  높은 언덕 위 아름다운 대저택에서 열리는 화려한 무도회. 그 속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연주곡과 능숙한 사교 솜씨를 뽐내는 남녀들이 은근히 주고받는 눈길들. 스무 살 이전, 한창 로맨스 소설을 읽는 데 빠져 있었던 나에게 있어 <오만과 편견>은 단순히 영국 특유의 고전미를 앞세운 외국 로맨스 소설에 불과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인 오스틴 특유의 문체가 낯설어서 그저 부잣집 남자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에 집중한, 할리퀸 로맨스 같은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이후 나를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에 빠져들게 한 것은 뜻밖에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였다.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었으나 다아시 역할의 매튜 맥퍼딘으로 하여금 영화를 몇 번이나 보게 만들었고, 남녀가 사랑하기 시작할 때 빠지기 쉬운 오해와 편견들을 딛고 끝내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꿈결 같은 이야기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 다시 읽는 <오만과 편견>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틀림없이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인정된 진리다.

이런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터라, 그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아무리 알려진 것이 없다 해도 동네 사람들은 그를 자기네 딸들 중 누군가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간주한다. / 9p

 

 

   <오만과 편견>은 딸들을 둔 부모라면 당연히 마음에 두는 만고의 진리를 시작부터 펼쳐놓는다. 특히 다섯 딸들을 둔 베넷 가의 부모라면 네더필드 파크에 입주한 빙리라는 부유한 남자의 등장에 자연스레 흑심을 품게 마련이다. 좋은 신랑감에게 딸을 시집보내려 안달이 난 베넷 부인의 바람대로 아름답고 선량한 맏딸 제인은 빙리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지성미와 재치가 넘치는 발랄한 성격의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인 다아시와 묘한 감정을 주고받지만 높은 신분과 고압적인 분위기의 그를 보고 오만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두 딸을 항상 부끄럽게 만드는 베넷 부인과 동생들의 경솔한 행동, 어울릴 수 없는 신분과 부의 장벽이 낳은 오해와 편견들로 인해 그들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소설은 이들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게 되는 우여곡절의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마침내 두 커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한 인물과 감정 묘사를 통해 담아낸다.

 

 

   소설의 줄거리만 보면 역시 흔한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나는 다시 읽기 전만 하더라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왜 고전으로 읽히는 것인지 내내 이해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잘 쓴 로맨스 소설은 아닐까. 여성 작가로서는 성공하기 힘들었던 문학적 현실을 딛고 후대에 어찌되었던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들이 마치 인생의 종착지가 결혼인 듯 그것이 환상처럼 아름다운 세계인 듯 그리며 오직 그것을 향한 결말로 맹렬하게 나아가는데, 여기에 제인 오스틴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탓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읽어보니 <오만과 편견>은 전형적인 로맨스의 구조적 황홀경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콜린스 씨는 똑똑한 사람도, 호감을 주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루했고, 그녀에 대한 콜린스 씨의 애정은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의 남편이 될 것이다. 샬럿은 남자나 결혼 생활 자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혼은 항상 그녀의 목표였다.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별로 없는 여성에게 남은 유일한 생활 대비책이었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가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방책이었다. / 189p

"저는 한정 상속에 대해서는 어느 것에도 절대 감사할 수가 없어요. 여보. 양심도 없지, 대체 왜 우리 딸들에게서 재산을 빼앗아 가도록 정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거기다 그걸 전부 콜린스 씨에게 주다니! 왜 그 사람이 우리 재산을 다른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가져야 하는데요?" / 201p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냉정한 현실과 날카로운 유머 속에 담긴 시대 풍자가 이 소설에 담긴 진정한 메시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왜 여성들이 자신과 가족 전체의 신분 상승의 욕망을 결혼을 통해서 실현하려 했던 것인가, 답은 사회의 모순된 구조 속에 있었다. 딸들에게는 재산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는 비정상적인 현실이 그들을 남편의 수입에 목매달게 만들었고, 제인 오스틴은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돈과 계층 간의 상관관계를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유머를 곁들어 위트 있게 담아낸 것이다. 상류 사회를 지향하는 속물 근성의 여성들로 가득한 당대의 세계관을, 은근히 풍자의 형식을 빌려 사회 전체를 비판한 그녀의 글쓰기를 단순히 로맨스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런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나에게 있어 <오만과 편견>은 정말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음에 또 다시 읽을 때면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일까. 역시 고전은 몇 번이고 읽어도 새롭고 다시 읽히게끔 하는 힘이 있기에, ‘고전’이라 불리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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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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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인의 사상가들이 펼치는 토론 한판!

사상가들의 뜨거운 논쟁을 관전하다보면 어느새 철학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적나라한 민낯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서 누적되어 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단번에 뒤집어엎어질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청년 실업에 후진국형 재난과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회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훈련이 미흡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두를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한다. 오늘날 인문학적 사고, 즉 철학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철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고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헤쳐 나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시중에는 많은 교양철학서적들이 쏟아져 나와 있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없거나 학문으로의 접근에 치중된 나머지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대논쟁! 철학 배틀』은 누구나 쉽게 철학적 사고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사유하도록 해줄 좋은 철학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일단 『대논쟁! 철학 배틀』은 여타의 철학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표지로 시선을 끈다. 주요 사상가들이 만화 캐릭터로 등장하여 제목처럼 뜨거운 격론의 한 판 싸움을 펼칠 기세이다. 책에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동양의 공자와 니체, 석가모니 등에 이르기까지 총 37인의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오늘날의 시사 문제부터 철학의 주요 논제에 이르는 15가지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한다.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주제에 부합하는 대표 사상가들이 나와 찬반의 토론을 펼치는 것인데, 이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제기했던 사상들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근거로 제시한다. 소크라테스는 사회자가 되어 토론의 주제를 제기하고 각 사상가들의 주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격렬하게 토론이 진행될 때면 중제를 하고, 또 분위기를 달아오르게도 함으로써 사상가들이 냉철하고 치열하게 대화하여 철학이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돕는다. 이는 철학이 생각하고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음미하는 데 있음을 역설한 소크라테스의 뜻이자 저자의 집필 의도와도 같다.

 

 

소크라테스: 과연 인간은 애초부터 자유로웠을까? 입장의 차이에 따라 루소와 장자의 입장도 될 수 있고, 홉스의 입장도 될 수 있겠지. 또한 긴급사태 때에는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카를 슈미트 군의 위임독재론은 대단히 날카로웠네. 마지막에 등장한 사르트르 군은 자유와 구속의 관계를 훌륭하게 해명했다고 생각해. 무한정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것과 책임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 자체를 창조해간다는 관점은 자유와 구속이 실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관점을 제시해주었지. 그러고 보면 어떤 책임을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창조하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일지도 모르겠군. / 181p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철학서가 반가웠던 이유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복잡하게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철학 배틀에 참가하는 이들의 명단과 함께 계보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사상 지도를 함께 보여주니,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던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역대 왕의 계보를 쭉 외우면서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듯, 이들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을 때 이 지도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소크라테스와 석가모니, 공자가 기원전 5세기의 동시대 인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어떠한 저작도 남기지 않았으나 사후에 제자들이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남겼다는 공통점까지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사실 사상을 정리해 전파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 얻는 진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15가지의 주제들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과 직면해있다. 빈부의 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소년범죄를 엄벌로 다스려야 하나,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등등의 주제들은 현재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첫 장의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를 보면 격차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공동체는 각각 자신의 능력에 맞게 부를 분배받는 배분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와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한 애덤 스미스가 대표자로 등장한다. 이와 반대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의 아버지’인 카를 마르크스와 ‘사회적 약자를 소회시키지 않는 복지 사회를 위한 격차시정의 원리’를 주장한 존 롤스가 자신의 뜻을 피력한다. 여기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살펴보며,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볼 수 있다.

 

 

   여러 논쟁 중 스승과 제자가 논쟁을 벌이는 부분은 특히 흥미진진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 제레미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를 주창하였고, 그의 제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질이라는 독자적인 관점을 부여함으로써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킨 바가 있는데 이들은 ‘소년 범죄, 엄벌로 다스려야 할까?’를 주제로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한 것이다. 세계를 둘러싼 일원론과 이원론의 싸움에서도 세계는 하나라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그의 스승인 플라톤은 현상계와 이데아라는 이원론을 주장한다. 이처럼 스승의 사상에 마땅히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참된 진리를 깨우치려는 철학자들의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칸트: 잘못된 현실을 시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이 진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는 인간의 행동 규범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원칙인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똑똑히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철학자의 역할입니다. / 238p

 

 

   이렇듯 『대논쟁! 철학 배틀』은 대화와 토론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철학적 대립과 주장을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는 듯하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늘날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장에서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 변증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전화를 예로 든다. 집 전화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끼리 대화할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사용할 수 없음으로 이런 점에서 집 전화를 테제(정)라고 하면, 바깥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안티테제(반)로, 두 가지 다른 입장을 발전시키면 진테제(합)인 공중전화가 된다는 논리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자유를 향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부정함으로써 더욱 더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설명한다. 변증법이라는 철학 사상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듦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을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덕분에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주제만 보아도 논의를 펼칠 철학가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철학은 꽤 어려운 난제와도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이 가볍게 철학 훈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책을 쓴 저자가 전문 철학자가 아니라 일본의 입시학원에서 윤리와 정치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유명 강사라는 점에서 한 몫을 한 듯하다.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사상들을 풀어쓰려 애쓰지 않고 강사로써의 경험을 통해 친숙하고 어렵지 않은 단어로 설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각 페이지의 하단마다 해당 용어를 쉽게 풀이한 주석을 달아놓았고, 꼭 알아두어야 할 점들은 별도로 표시까지 해두어서 요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에 tvn에서 방영하는 대학토론배틀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데, 대학에서조차 많은 청년들에게 생각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 있게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세상의 논리에 그저 따라가지 않으며 자신만의 원칙과 진리를 이 책을 통해서나마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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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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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뻗어나가는 지식의 향연!

일본 대표 지성의 서재를 통해 ‘책’이 있는 삶의 의미를 읽다!

 

 

 

   오래된 책 냄새, 가로 나열된 장서의 낡은 책등, 그 고유의 존재감을 교교하게 빛내던 동네 도서관이 문득 떠오른다. 나는 해가 질 무렵이면 서가 속으로 숨어들어가 꼭 그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했다. 마치 이야기의 질감을 느끼듯 한 장과 한 장, 그 낱낱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좋았고 한손에 받치고 있던 책의 묵직한 무게감에 행복했다. 무엇보다 빼곡하게 책으로 채워진 서가 그 자체가 좋아서 책을 더욱 가까이 했는지도 모르겠다. 단발의 소녀였던 나는 도서관 속에서 자연스레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재라고 할 만한 공간도 없고 상당한 양도 아니지만, 거실 한 면을 채우고 있는 책장을 쭉 둘러보니 여기에 추억의 한 단면까지 함께 꽂아놓았음에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이 책이 좋아서 구매를 하고 또 읽고, 책장에 꽂히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고, 그것이 나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하나의 증명이 된 셈이었다. 그래서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보인다’ 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장이 낯설지 않다. 이 작은 책장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하물며 무려 20만 권에 이르는 장서를 보유한 그의 서재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을까. 이것이 내가 압도적인 지적미를 발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게 된 이유이다.

 

 

 

서가는 소유자의 지적 편력의 단편이다

 

 

   엄청난 독서광이자 애서가로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는 건물 전체가 서가로 이뤄져 잇는 ‘고양이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실제로 검색창에 그의 건물을 검색하면 삼각형 구조의 빌딩 외벽에 그려진 고양이 한 마리를 볼 수 있다. 지하 1층과 2층을 포함하여 지상 3층에 이르는 높이의 건물 내부는 온통 서가로 이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계단과 옥상에도 책이 가득하며, 별도의 산초메 서고와 릿쿄 대학 연구실도 상당한 양을 이룬다. 책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에는 서가의 한 단면과 단면을 빠짐없이 촬영한 사진들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가히 압도적이다. 20만권이라 추정하나 실제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하니, 단순히 독서광이라 하기에는 그의 이력이 자못 궁금해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불문과 출신으로 다나카 수상의 비자금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폭로하면서 일약 스타 저널리스트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면서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에 의해 폭넓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확립했다”는 평을 들었으며 또한 높은 수상 경력을 통해 그 공이 인정되는 바,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의 서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특정 영역을 넘어서는 다양한 학문으로의 접근과 끝없는 탐구에의 의지이다. 종교학, 수학, 과학, 심리학, 철학, 역사학, 정치학, 미술사, 음악 등을 불문하고 그는 마치 의식을 흐름을 쫓듯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무한한 확장으로의 책읽기를 서슴지 않는다. 지식의 외연을 끊임없이 확장해가면서도 그 깊이가 또한 깊으니, 오늘날 단편적인 정보 습득에만 그치는 현대인들에게는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것이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어느 한 개인의 지적 세계관을 넘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지적 호기심의 향연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다.

 

 

서가라는 것은 재미있는 물건이다. 하나하나의 블록이 특정한 생각 하에 형성되어 있다는 게 잘 드러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블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때그때 생각에 이끌려서 일군의 서적을 모은 결과가 각각의 블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8p

 

 

 

 

지(知)의 확장과 확장을 거듭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서가를 둘러보면서 책에 대해 해설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고양이 빌딩을 이루는 서가들을 구역별로 이동하며 설명한다. 일부를 제외하고 층별마다 분류는 꽤 체계적이다. 일단 1층에는 약학, 병리학 등의 의학과 인지과학, 우주, 뇌 과학 등의 과학 서적들이 주를 이룬다. 불문과 출신의 그가 과학 서적에 조예가 깊은 것은 상당히 의외이다. 이는 내시경 검사를 받은 계기로 그것이 어떤 것인가 조사를 하기 위해 사사로이 접근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가 몸담았던 잡지사 혹은 방송사에 기고 및 영상 매체 제작자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미리 사전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가 꽤 전문적인 지식에 이른 것이 더욱 많다. 그는 초심자용 책만 넘쳐나는 과학 분야의 경우 고집 있고, 전문적이며, 수준 높은 도서들이 계속 출간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나아가 원숭이학처럼 인간 연구와도 관련이 깊은 분야는 각 기관에서의 지원 역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원숭이학 코스를 밟은 사람들, 특히 원숭이에서 인간에 이르는 유인원의 진화 같은 주제로 연구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역시나 인간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름은 원숭이학이라고 붙어 있지만, 필연적으로 인간학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일 돈을 대는 쪽이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 어떤 놈이 원숭이한테 돈을 뿌린단 말인가!’ 하는 이유로 연구비를 쳐내난다든가 했다면, 그건 아주 큰 착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 74p

 

 

   1층에는 과학 분야 외에도 심리학과 정신의학, 각종 사전들, 핵 발전 관련 서적도 보관되어 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이론을 픽션으로 보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로써 우려를 넘어서서 핵 발전 기술의 미래를 안전하게 바라보는 견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전 세계가 핵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일본 내에서도 이제 부정적인 여론을 딛고 연구의 자율성을 강조해야만 한다는 입장 역시 재고해 볼 여지가 있는 듯하다. 1층과 달리 2층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종교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특히 파라과이의 성립에는 그리스도교의 수도회, 그중에서도 예수회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학이나 그리스도교 관련 서적이 모여 있다. 유럽의 전설을 담은「황금전설」이라는 책에서 시작해 그리스도교의 토착색이 라틴아메리카에 끼친 영향을 알아 나가다보면 어느새 종교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종교라는 것은 흥미롭게도 어떤 곳에서 태어나 그것이 주변 문화권으로 확산되며 전파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그 땅에 옛적부터 있던 다른 종교와 격렬하게 충돌하고, 그 충돌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상대를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자신도 변화해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접촉과 변용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 149p

 

 

   계속해서 3층에서도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는 물론, 서양 문명 이해를 돕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저자는 서양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서, 아서왕의 전설 등을 든다. 무엇보다 성서에 대한 이해가 필수며 스스로도 성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히 들이팠다고 말한다. 구약성서를 원어로 읽기 위해 히브리어를 익히는 열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그의 노력은 그 외 다양한 곳에서 엿보인다. 코란을 읽고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주석서를 옆에 끼고 원문을 읽는 집요함과 한 글자 한 구절의 의미를 곱씹는 독서 습관이 있었기에 이토록 많은 서적들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3층에서는 이슬람, 신비주의 관련 서적,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과학의 본질을 훌륭하게 전하는 「파인먼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소개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그의 다양한 견해와 아울러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지(知)의 건축물을 이루다

 

 

   이어 지하 1층과 2층에는 메이지유신, 잡지, 생태학, 임사체험 등과 관련된 책이 진열되어 있다. 중동 관련 서적을 설명하며 그가 한 때 내부 깊숙이 들어갔다가 스파이로 오해 받아 죽을 수도 있었던 일화가 나오는데, 현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원인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으로 매우 흥미롭다. 이 외에도 비행기 관련 서적, 경찰 간행물 및 공안경찰이나 공안조사청 관련 서적도 살펴볼 수 있는데, 스파이 이야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관에 연정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속해 있었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다음으로 계단을 살펴보면, 넓은 의미에서 서양사를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책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부르고뉴 공국의 대공들」을 언급하면서, 이 책 읽느냐 읽지 않느냐에 따라 유럽을 파악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니 꼭 찾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언어학, 암호관련, 수학 전문가이자 철학가인 화이트헤드와 괴델의 서적, 미국의 흑인, 인종, 종교, 여성문제를 다룬 책들도 소개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얼마 전부터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를 견실하게 쓴 교과서적인 책이 있으나 행방불명되었다며 애석해한다. 제 아무리 구역별로 엄격하게 정리했다한들 20만권에 이르는 책들 중 원하는 단 한 권의 책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러다가도 책을 찾다 생각지 못한 책을 발견하는 놀라운 재미가 있으니, 이 또한 애서가의 즐거움이라며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렇게 많은 책을 지니고 있는 데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 욕심이란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그 와중에 책마다 옥석이 마구 뒤섞여 있으니 작가의 마음에 차는 옥은 지극히 드물다는 평가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같은 고전조차 반드시 고전이 모두 옥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하는 지성의 냉철함에 내심 놀라게 된다. ‘현실에 대해 평소 생활과는 다른 시간축과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 저는 그런 행위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촉구하는 책이야 말로 하나의 작업이 끝난 후에도 반드시 남겨두어야 할, 오래도록 도움이 되는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고전을 읽는 경우 이미 그에 대한 정형화된 평가에 치우친 채 작품을 바라보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어려운 것은 모은 책들 중에 장래에도 도움이 되는 책과, 그 일 외에는 쓸모가 없는 책이 있다는 점입니다. 책은 그 책이 쓰인 시대배경에 따라, 의미나 가치가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 빌딩에 있는 책들도 정말이지 옥석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경험에 입각해서 말해보자면, 정치나 경제에 관한 책들은 ‘석’에 해당하는 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옥’은 지극히 적지요. / 424p

 

 

   옥상은 지하 1층의 연속이라고 보면 될 만큼 중국, 한국, 북조선 관련 서적들이 있으며 프리메이슨, UFO, 공산당, 심지어 화염병 제조법의 책도 진열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매우 관심을 끄는 인물을 소개하는데 바로「아웃사이더」의 저자 콜린 윌슨이다. 콜린 윌슨은 문예평론, 성, 살인, 그리고 오컬트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저작을 남긴 멀티 평론가이다. 여러모로 저자와 닮은 구석이 많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아웃사이더」직후에 쓰인 「종교와 반항아」쪽이 더 흥미롭다며 이를 추천한다. 여기에는 여러 아웃사이더 종교인들이 등장한다. 그 중 20세기 후반의 철학 세계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비트겐슈타인을 설명하면서 저자 역시 그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고 또 인생까지 크게 바뀌었다하니, 나 역시 조만간 그와 관련된 서적을 탐독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콜린 윌슨은 대단히 다면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느 면을 보더라도 재미있습니다. 그의 집에 가보니 그야말로 이 고양이 빌딩의 옥상 같은 작은 방들이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방 하나하나에 특정한 장르의 책들이 가득차 있었어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도 대단히 독특한 포지션에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었고,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그 역시 방대한 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흥미를 끄는 것을 조서해 자료를 모아가면, 결국 저서 한 권 당 작은 방 하나를 건축하게 된다……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455p

 

 

   이제 고양이 빌딩에서 벗어나 마지막으로 산초메 서고와 릿쿄 대학 연구실로 이동한다. 특히 릿쿄 대학 연구실은 책으로 둘러싸인 은둔처 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한때 나의 전공 교수님의 연구실을 떠올리게 한다. 책이 너무나 많아서 두텁게 담장을 쌓은 나머지, 연구실 문을 두드리면 교수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형국이었으니 그야말로 책에 파묻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은 소방법 때문에 책을 거의 둘 수 없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저자의 연구실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는 미술, 음악, 영화, 음향학 관련 등의 예술 서적들이 다수 보관되어 있다. 인간의 애욕을 담은 외설적인 책에서 비롯하여 각종 현대사 관련 서적도 눈에 띈다. 그 중 관심을 끄는 쪽은 옴진리교 관련 부분이었는데,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언더그라운드」, 「약속된 장소에서」가 생각이 나 그 내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는 실제 옴진리교의 아난다 대사가 주동하여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을 담은 책이다. 이 때 나는 화학병기에 의한 테러와, 이단 종교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책으로나마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의 일본 청년들은 이를 알지도 못할 만큼 지난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세(勢)를 이루며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집단에 대한 경계를 잊지 말아야 필요가 있겠다.

 

 

   이렇듯 서재를 쭉 둘러보다보니 과연 저자가 일본의 대표 지성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만한 듯하다. 그저 책등만 보아도 책의 내용과 그 속에 담긴 진리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니, 책에 대한 애정과 앎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간 책을 접근하는 데 있어서의 자세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편, 이 책에 소개된 상당한 양의 책들이 고서인 점은 다만 아쉽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보려고 해도 알 수 없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서적이나 일본 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점도 애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우리에게 주는 존재감과 나의 서재가 얼마나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충분히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며칠 전, 누렇게 변색이 된 책들은 헌책방에 팔고 몇 년을 꽂아두었어도 읽지 않았던 책들은 모아서 도서관에 기증할까 했는데 아무래도 그대로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조차 나에게는 어느 한 때를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의 한 장소이며, 또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종이책에는 뭐니뭐니 해도 존재감이 있습니다. 손에 닿는 감촉, 질감, 중량감. 게다가 디자인, 책의 만듦새, 종이, 인쇄 등등 종이책이기에 느껴지는 감각질적인 요소들은 정말이지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시한 책은 전자책이어도 좋고 종이책이어도 상관없지만, 내용이 좋은 책! 그런 것만은 종이책으로 읽고 싶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좋은 책일수록 텍스트나 콘텐츠 이상의 요소가 의미를 갖게 되고, 그 요소들이 모두 독자적인 자기표현을 하는 종합 미디어가 됩니다. /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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