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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지 못하는 - 나는 보통 아이에요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132
돌로레스 바탈리아 지음, 신시아 알론소 그림, 이혜경 옮김 / 내인생의책 / 2025년 9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부산스러운 아이들을 보고 ADHD를 의심하고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권하며 행동 반경이 좀 더 크고 문제까지 일으키면 '금쪽이'라는 호칭으로 아이들을 부르죠.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나 다수의 아동심리학자들은 ADHD 아이들을 장애나 결함으로 보지 않고 인간 뇌의 자연스러운 다양성으로 보라고 권고하고 있대요.
초롱양은 어릴 때 전반적인 발달지연으로 오래 언어치료와 사회성치료를 받았는데 언어가 트이고 초등학교 갈 시기쯤 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너무 부산스러워서 ADHD 또는 ADD가 의심이 되더라고요.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앉아서도 계속 손이나 발을 꼼지락거리거나 멍하니 딴 생각에 빠져서 수업 종이 쳤는데도 책도 안 꺼내고 있는다거나~ 반대로 연습장에 낙서하는데 몰두해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거나 (빠르게 주의전환이 안됨) 하는 식이라서 검사도 받아봤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ADHD 또는 ADD를 고쳐야할 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꼭 약을 처방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더라고요.
사실 초롱양처럼 그 정도가 애매한 경우는 부작용이 큰 약보다는 비약물식 처방(지금 하고 있는 상황인지 수업이나 사회성 훈련 등)으로 꾸준히 가르치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오늘 소개하려는 내인생의책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보통 아이에요>는 초롱양처럼 어린 시절 부산스러움 때문에 ADHD로 의심받거나 실제 ADHD인 아이들의 내면을 좀 더 이해하고 주변 어른으로써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유아책이라서 추천해봅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보통 아이에요>는 2025년 독일 후케팍(Huchepack) 그림책상 수상, 2023년 쿠아트로가토스(Cuatrogatos) 추천도서 리스트 선정, 뉴욕 공공도서관 선정 2020년 최고의 스페인어 아동도서로 선정된 유아책 추천도서인데요!
지은이 돌로레스 바탈리아는 단순히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심리학과 아동청소년 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일반적인 유아책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스러운 아이들을 위한 심리학자로서의 시선을 반영한 책을 쓰셨더라고요.
그림을 그린 신시아 알론소는 대표작 <Aquarium>이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 글자 없는 그림책 부문에서 특별언급 작품으로 선정되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화가로 감각적인 색채와 따듯한 감성이 살아 있는 그림체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 둘이 만나서 쓴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보통 아이에요>는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가 폴폴 풍겨요!!
빨간색 곱슬머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풀어 제친 여자아이의 모습만 봐도 산만하다, 부산스럽다, 정돈되지 못하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저를 강타하는데요.
초롱양은 같은 그림을 보고도 굉장히 자유로워보인다, 행복해보인다, 편안하다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걸 보니 그림만 봐도 뭔가 통하는 느낌이 있나봐요.
이 책은 (ADHD로 의심되는) 행동이 굉장히 부산스럽고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학교에서는 위험하다고 학교 운동장에 있던 벤치랑 화분 거치대들을 몽땅 치우고~
수업시간에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보니 교장실 호출도 잦아요.
교장선생님과 엄마는 주인공 때문에 힘들어서 항상 안 좋은 표정이고, 결국 엄마에겐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 보통아이처럼 평범하게 지내는 거 말이야."라는 말까지 듣죠.
그러다 엄마가 바빠지면서 이네 이모랑 같이 집에 가는데 이네 이모는 주인공을 '보통 아이'처럼 취급을 해요.
늘 주인공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길에서 깡총깡총 뛰어가도 싫어하지 않고, 심지어 늘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해요.
심지어 아무 골목에서나 꺾어 모르는 길로 가기도 하면서 한번도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 않고 늘 주인공을 기다려주죠.
"무언가를 해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언제나 많은 방법이 있어."라고 따듯한 말을 전해주면서 주인공을 웃음짓게 하는 이네 이모인데요.
어느날 집으로 가던 길에 무용학원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멈춰버린 주인공을 위해 체험수업을 신청해줘요.
아이는 일주일을 기다려 그 날만 기대하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잘 따라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춤을 춰버리죠.
자신만의 춤에 사로잡힌 아이 때문에 수업은 중단되고 모두가 비웃지만 이네 이모만큼은 벌떡 일어나 길게 박수를 쳐줘요.
그 박수 덕분에 아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요.
이 책은 부산스러운 아이들에게는 '나는 보통 아이다.'라는 마음의 안식을 주면서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는 내 육아 방식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에 아이의 엄마 같은 모습으로 초롱양을 타박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학교 수업 시간에 멍~ 때리긴 해도 돌아다니면서 수업 방해는 없어서 호출은 없었지만!) 이네 이모처럼 항상 초롱양을 웃게 만드려고 노력해온게 맞나 같은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무조건 안돼~보다는 초롱양에게 신체적 위험이 없는 선에서는 대부분 허용해줬던 것 같은데 초롱양은 이 책을 보면서 왜 나한테는 이네 이모 같은 사람이 없냐고 하는 걸 보면 엄마만의 착각인 듯!!
암튼 이 책에서는 이네 이모를 통해서 ADHD가 고장 난 뇌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뇌이므로 장애로만 본다면 아이의 잠재력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아요.
아이를 문제아로 낙인찍어 격리하지 말고 이 책의 이네 이모처럼 "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거야."라고 보는 게 더 건설적이라고 하네요~
저 역시 이네 이모만큼은 안되지만 초롱양에게 최소한의 학습 (학교 수업은 따라갈 정도)만 공부를 시키고 그외 시간에는 초롱양이 좋아하는 미술활동과 독서(역시 책 제한 없이 원하는 모든 책으로)를 통해서 감정을 편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요.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초롱양의 방식대로, 초롱양만의 속도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