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건강한 부모,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 - 헐크맘 탈출 프로젝트 : 버럭버럭 소리치지 않고 정서가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정철민.안은정 지음 / 스트랭스임팩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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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이였던 초롱양 하나 케어하기도 힘든 시점에 설상가상 코로나가 터지고 똘망군이 학교 대신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받게 되면서 하루 세끼 식사에 간식 챙겨주고 자칫 허물어지기 쉬운 생활습관까지 챙기다보니 아이와 수시로 부딪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아이에게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도 하면 안된다 생각하면서 애지중지 키웠다면 코로나 3년간 수시로 헐크맘이 되어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퇴근 후 족구를 차면서 직장 스트레스를 풀던 남편 역시 코로나로 집에만 매여있게되니 자꾸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같은 콘솔게임에 빠졌고,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역시 게임에 빠지니 집에서 유일하게 게임을 즐기지 않는 나의 잔소리만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예전보다 일이 많이 줄다보니 남편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남편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자꾸 아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게 되서 매일 자책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들 앞에선 늘 헐크맘이 되어 버려도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감정 대신 '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라는 배신감이 먼저 드는 심각한 상황까지 오니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나봐라는 슬픔이 몰려왔다.


그러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부모,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만났는데,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자책하며 우울해하는 딱 나 같은 부모들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와 실제 사례를 통해 자녀양육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길래 시간을 쪼개서 읽어봤다.


추천 육아서적 <정서적으로 건강한 부모,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CSIS국제학교 부모학교를 운영하고 12년째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강의를 진행하는 아빠 정철민코치와 11년째 미국 대학 진로 지도 및 기독교육 전문가로 부모와 학생을 돕는 엄마 안은정 코치가 함께 작성한 글이다.

두 분이 부부로 사춘기 두 아들을 실제 키우셨으니 좀 더 현실감있는 글이라는 판단하에 읽어봤는데 실제 아이들을 직접 키우면서 겪었던 실화들도 실어서 더 감정적으로 이해가 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일단, 헐크맘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헐크와 맘의 합성어로 육아 스트레스로 순간적으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버럭 화내는 엄마를 일컫는 말이다.

사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헐크맘이 될 수 있다는 것부터 시작하니 다른 육아서처럼 읽으면서 죄인되는 기분은 덜 들었다.


헐크맘 단계는 크게 5단계로 나뉘는데 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자책하는 생활이 반복되는 2단계는 주로 4~7세 아이를 둔 엄마들, 점점 소리치고 화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엄마도 체념하게 되는 경우가 3단계로 8~13세 초등학생 엄마들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4단계인데, 지금까지 엄마 힘에 눌러 순응하던 아이가 이젠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데 주로 사춘기 아이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말수가 줄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엄마가 아이의 변한 모습에 놀라고 당황한다는데 딱 나와 똘망군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유독 대한민국에서 헐크맘이 많은 이유로 대부분의 엄마들이 제대로 엄마 교육을 받아본 적 없다는 점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경험하는 체력적 한계, 독박육아라 불리는 홀로육아의 어려움,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가정문화 역시 대대로 인정과 수용을 경험한 사람이 적은 편이라는 것도 헐크맘 현상을 부추긴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부부간의 좋은관계가 행복한 자녀 양육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는 말도 나오는데 고개가 저절로 끄덕끄덕...

사실 코로나 3년 동안 나도 많이 힘들었지만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의 관계회복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코로나 초반에는 계속된 독박육아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남편과 싸우거나 아이들에게 대신 화살이 돌려져 화를 많이 냈는데 당시 읽었던 육아서적에서 무엇보다 엄마 행복이 가장 먼저이고, 이 과정에서 남편과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고 해서 남편과 가급적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니 지금은 코로나 전보다 더 사이가 끈끈해진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다른 엄마들보다 엄마의 동일시 현상(엄마와 아이의 운명을 동일시 여기는 것)이 심해서 이 동일시 현상 때문에 수시로 헐크맘 버튼이 눌러지는 것 같다. 

'~'엄마의 동일시'라는 빙산의 아랫부분은 결국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과는 다르다.'를 읽는데 살짝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하면 내 기대와 기준에 우리 아이를 맞출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헐크맘이 되었던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변화가 없는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오늘이라도 정말 헐크맘 발사 버튼이 눌러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책에서 헐크맘 발사 레드버튼으로 무례함, 불순종, 무책임, 분노, 신경질, 자녀들간의 싸움, 떼쓰기, 말대꾸, 협박, 낮은 자존감을 보이는 행동을 언급했는데 사실 아들 행동은 이 중 4가지나 해당되서 헐크맘 변신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나도 완벽한 엄마가 아닌데 아이도 완벽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아이와 나 모두 아직 그 수준이 아닐 뿐이다라면서 책에서 배운 성장 사고방식을 떠올리면서 평소와 다르게 행동을 보였다.​



책에서는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엄마의 동일시를 멈추려면 '내 배로 내가 낳은 아이지만 인격적으로는 이 아이가 '나'는 아니다.'를 인정하고 희생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엄마의 동일시가 끊어질 수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늘 아는 이야기지만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운 전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부모와 달리 어떤 기준이나 조건을 따지지않고 부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존재가 아이들이라는 말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노력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chapter7. 감정의 주인으로 사는 법에서 다른 자녀육아서에서도 자주 나오는 '내면아이'의 개념이 다뤄진다.

내면아이가 단지 미숙한 내 어렸을 때의 감정과 생각이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아이는 아이 나름의 감정과 생각이 있는 존재이것만 나는 늘 과거의 내 삶에 사로잡혀 '너는 이런 우수한 환경이 주어졌는데도 왜 이것 밖에 못하는거니!'라고 아들이 노력하지 않는 것을 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감정의 기준점 역시 명확히 모르기에 더 감정조절이 안되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는게 아닐까 싶다.

감정의 기준점을 정하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서 생각해두면 빠르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책에서는 언급한다. 

헐크맘이 아예 안되는 것은 불가능해도 헐크맘이 되는 감정의 기준선에 도달하기 전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전환한다면 헐크맘이 되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이야기에 극히 공감한다.


참, 책 중간중간 '생각하고 적용하기' 코너가 있어서 앞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도록 유도한다. 


나의 경우 현재 감정 기준점은 10점 만점에 6점으로 굉장히 평범한 상태이지만 가끔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 오를 때마다 화를 내기 전에 물을 천천히 마시거나 잠시 집에서 3분 거리의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마시면서 화를 가라앉히거나 집을 청소하거나 90초 동안 심호흡을 하는 등 이 책에서 예시로 든 기분전환법 중 일부로 나 역시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쓴다. 


말로만 많이 들어본 감정조절법에 대해서 책에서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주니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이해가 된다고 100% 나에게 맞춰나가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싶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은 좋은 것 같다.


각 가정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사건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 다르다. 

아이의 성격과 기질, 부모의 성격과 수용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꼭 맞는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는 '마음은 받아주고 행동을 고쳐준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일단  아이가 부정적인 행동이나 감정 표현 시 아이와 함께 감정을 인식하고 이유를 찾고 조절하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소극적 경청과 적극적 경청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잘못된 행동을 아이메시지를 통해서 바로 잡아주거나 다른 대체 행동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과정을 예시와 함께 제시해주니 특히 도움이 된다.


특히 내 고민인 사춘기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모드(MODE)전환이라는 방법을 예시로 드는데, 아이 메시지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아들에게 도움이 더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디까지 아이의 마음을 수용해줘야하나 기준을 정하는게 조금 어려웠는데, 다른 엄마들도 같은 고민이 많았는지 수용이 100% 동의가 아니라는 것, 아이의 마음은 공감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법에 대한 강연을 들을 때도 나왔던 '자녀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서도 나온다.

강연을 들을 때 자녀의 독립 시기를 언제로 생각하느냐고 하길래 나는 대학교에 입학할 시기 또는 군대갈 시기라고 대답했는데, 짧으면 6년, 길어야 10년도 안 남은 시간인데 독립할 때까지 공부 외에 다른 생활습관이나 경제적 습관 등에서도 독립을 시키고 있는지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책에서도 단순히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내면적 독립, 영적 독립까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자녀의 독립을 제시하는데, 고 이어령 교수가 어미 곰이 새끼 곰을 떠나듯 자녀를 떠나보내라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다.


참, 여러 육아서적을 읽었지만 여전히 나는 헐크맘을 탈출할 수 없다는 엄마들을 위해서 정서적으로 건강한 엄마 챌린지 줄여서 정건맘 챌린지를 오픈카톡방에서 진행 중이라고 한다.

30일챌린지로 화내는 엄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슈퍼맘으로 살도록 함께 도움을 준다고 하니 도움이 필요한 분은 정건맘 챌린지를 통해서 헐크맘을 탈출하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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