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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팔아요 ㅣ 길벗스쿨 그림책 1
미카엘 에스코피에 지음, 마티외 모데 그림, 박선주 옮김 / 길벗스쿨 / 2017년 3월
평점 :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우리나라 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에요.
예전에는 그림책하면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되기 쉬웠는데, 요즘은 초등동화책 추천도서나 아예 성인을 위한 그림책으로 따로 나오는 책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사실 그림을 즐기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림책을 보는 연령을 따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도 있지만, 마음의 여운이 많이 남는 책들은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게 좀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마트에 가면 흔히 보이는 카트 위에 앉은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길벗스쿨 <완벽한 아이 팔아요>!
사실 제목을 보지 않았다면 똘망군도 마트에서 저렇게 카트 위에 앉아 쇼핑을 즐기는 터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완벽한 아이를 판다는 제목에 이 책 내용이 도대체 뭘까 엄청 궁금해지네요!
첫 장을 펼치자마자 펼쳐지는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마트와 넓은 주차장이네요~
앗, 그런데 광고판을 꼼꼼히 살펴보면 '쌍둥이 특가 세일 둘째는 단돈 1유로', '5명 구입시 무료 배송 혜택!','우리나라 1등 아이 할인점' 같은 글귀에 저절로 '헉~'하는 소리가 나오네요.
어느 화창한 날, 뒤프레 부부가 찾은 곳은 다름아닌 아이를 파는 마트였어요!
아이 마트 안에 들어서니 애완동물샵에 온 듯, 커다란 쇼윈도우에 다양한 아이들이 들어가 있어요.
운동 천재, 동물조련사, 음악특기생, 쌍둥이, 타고난 천재 등 다양한 나이의 여러 모델이 준비되어 있다고 점원은 자랑하네요.
뒤프레 부부는 이곳저곳 둘러보다 완벽한 아이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네요!
완벽한 아이라니, 글을 읽으면서도 어떤 아이일까 쉽게 머릿 속으로 상상이 되지 않아요.
워낙 인기있는 모델이라 딱 하나 남아있다는 점원의 설명에~ 뒤프레부부는 보자마자 아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요.
완벽한 아이의 이름은 '바티스트'!
그야말로 부모님들이 원하는 엄친아,엄친딸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아이였네요!
솜사탕 사준다는 말에 단거 먹으면 이에 좋지 않다고 정중히 거절하고, 반찬투정도 안하고 밥도 흘리지 않고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놀고, 잠도 일찍 들고~
뭐, 이 정도의 모습이야 모범생 아이를 떠올리면 되는 내용이라 드물긴 하지만 내 주변에도 있긴 해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바티스트는 말 그대로 '완벽한 아이'이기에 모든 상황 속에서 완벽하게 굴려고 하죠!
아빠가 데리러 오는 시간을 깜박 잊었다는 말에도 숫자를 13752까지 셌다면서 오히려 아빠를 안심시키는 아이라니!
냉장고가 텅 비어 있어도 밥은 내일 먹으면 된다고 쿨하게 굶는 아이, 심지어 책 읽어주다 잠든 아빠에게 전혀 조르지 않고 굳나잇 인사를 하는 의젓한(?) 바티스트에요.
처음에는 완벽한 아이 모습에서, 엄친아,엄친딸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 이상으로 너무 무리하는 바티스트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아요.
왠지 자신을 사준 부모라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처절하게 애쓰는 모습이 투영되어 보인다고 할까~ 눈칫밥 먹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바티스트의 등교시간에 뒤프레 부부는 늦잠을 자다 깨서 단체사진 찍는 날을 학교 축제날로 착각해서 벌꿀옷을 입혀서 학교에 보내죠.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은 바티스트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는지 완벽한 아이라면 절대 보여서는 안되는 짜증을 부리죠.
다음날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뒤프레 부부는 바티스트를 끌고 마트로 향해요.
그리고 마트의 점원에게 완벽한 아이가 아니었다고 항의를 하네요.
점원은 수리를 하시겠냐고 물어보고, 그 말에 아이가 보고 싶을 것 같다고 망설이는 뒤프레 부인이에요.
점원은 아이에게 새가족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놀랍게도 아이는 허를 찌르는 말을 남기네요.
"혹시 저한테도 완벽한 부모님을 찾아 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바티스트처럼 완벽한 아이로 크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비교하면서 책을 읽다가, 마지막 허를 찌르는 말에 옆에 앉은 아들에게 내 부끄러운 모습을 들킨 양 허겁지겁 책을 덮게 되더라고요.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존재하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투성이에, 단점 많은 부모님으로 보일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나는 왜 우리 아이들은 나를 닮지 않고 완벽한 엄친아,엄친딸로 크길 바랬던걸까 반성의 시간이 저절로 되는 동화책인 듯 싶어요.
처음에는 초등동화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는데, 읽다보니 똘망군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내 아이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무조건 엄친아,엄친딸처럼 다 완벽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욕심많은 저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이었던거죠!
똘망군은 아직 아이라서 그런가 쓱 읽어보더니 "엄마!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그쵸~ 엄마가 늘 나에게 하는 말이쟎아!" 라면서 쿨하게 책을 덮고 다른 놀이를 하더라고요.
평소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는 똘망군이 걱정되서 "이 세상에 다 잘하는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할 수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어. 다 잘하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자주 이야기해줬는데, 엄마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똘망군이 완벽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남아 있었나봐요.
열린 결말의 책이라서 바티스트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요.
다만 뒤면지에 솜사탕을 맛있게 먹으면서 걸어가는 뒤프레부부와 바티스트의 모습이 보이네요!
분명 바티스트를 처음 만난 날, 솜사탕은 이에 좋지 않아서 안 먹겠다고 했었는데 말이죠~
가족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 싶어서 꽉 막힌 속이 사이다라도 마신 듯 조금은 편안해지네요.
분명 소중한 아이를 임신했을 때만 해도 팔,다리 정상적으로 잘 붙어 있는지 어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지만 열달 내내 고민했던 것 같은데~ 아이가 커갈수록 밥도 잘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는 거 같아요.
좀 더 크면 남들보다 조금 더 예쁘게 생기고, 남들보다 공부도 잘 하고 책도 잘 읽고, 게다가 옆집 사람들보면 인사도 잘하는 바른어린이로 크길 바라고~ 점점 부모의 마음 속에는 크던 작던 욕심덩어리가 하나씩 생기는 것 같네요.
이런 부모들에게 동화책 추천한다면 더도 덜도 말고 길벗스쿨 <완벽한 아이 팔아요>를 소개하고 싶네요.
내가 아이에게 이런 기대를 하듯, 아이 역시 나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한번 더 생각하고 조심할 것 같아요.
똘망군에게 보여주는 초등동화책으로도 괜챦지만, 책장에 넣어두고 아이에게 자꾸 기대만 하게 되는 제 모습이 느껴질 때마다 응급처방약으로 한번씩 읽어보면 딱 좋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