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구글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자! 신의 직장, 어른들의 놀이터 구글에 입사하세요. 라고 하면? 당장 출근하세요. 라면 더 좋을 텐데, 입사하세요. 라는 카피만 봐도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구글 직원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착각은 쉽고 간편하다. 상상은 자유니까.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라는 글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LGBT들의 천국이라는 글도 본 적이 있다.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에서 활약하는 관계로 류현진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 대부분은 LA다저스를 좋아할 것이다. LA다저스의 가장 큰 라이벌은 같은 지구에 속해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두 팀이다. LA다저스는 돈이 만은 구단이다. 많은 돈을 들여 선수를 사들이는 팀이다. 그런데 최근 성적은 샌프란시스코가 더 뛰어나다. 샌프란시스코의 팬들 중 일부는 돈만 무지하게 쓰고 성적은 자신들 보다 못한 LA다저스를 향해 비아냥거림을 담은 피켓을 들고 응원하기도 했다. TV를 통해서 보여주는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두 팀의 차이는 명확하다. 일단 유니폼 색깔부터 팀 분위기, 플레이 스타일까지 완전히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팬들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열광적인 홈응원을 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LA다저스 홈팬들은 가장 조용한 홈응원을 하는 팬들 중 하나다. 그런 것들만 보면 LA가 더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며 자유로운 도시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미국을 넘어선 세계IT의 중심이다. 미국의 재정혼란을 겪으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현대 IT계를 이끌어가는 유수의 기업들이 자리한 곳이다. 나와 같은 문과출신 인물들은 한 번도 ‘구글에 입사하고 싶다.’ ‘입사할 수 있을까?’생각도 안 해 봤지만 만약 내가 이과출신이고 IT를 전공했다면, 정말 구글 입사 내지는 실리콘밸리에 내 회사를 창업한다는 것은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그 곳은 실패의 땅이기 때문이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도 불어 닥친 IT버블은 당장 무슨 일을 낼 것만 같았다. 다행히 김대중 정부에서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전국화 시킨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일상화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 등장했던 수많은 IT업체는 지금 사라진 상태다. 대학마다 창업을 붐업 시키는 문구가 가득했다. TV드라마나 광고에서도 그랬다. IT창업을 하면 당장 내 사업을 하고 사장님이 될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주역이 된다는 장밋빛 환상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IT로 쏟아졌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성공하고 살아남은 창업인은 손에 꼽을 만했다. IT버블이 한꺼번에 꺼진 것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사람이 모두 순풍에 돛 달 듯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아무 문제없이 잘되는 예는 학생 1천 명에 한 명 꼴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하면 다음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 (p.98)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땅이다.

실리콘밸리와 인근에 위치한 학교들과 기업은 산학협력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부터 실패를 이야기 하고, 실패 이후를 이야기 한다고 한다. 우리들에게는 낯선 문화다. 그렇게 IT산업과 창업을 권유하더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실패자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국의 IT버블과 그 붕괴를 직면한 후세대는 이공계를 멀리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국가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별다른 지원이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니 이 양상은 더욱 가시화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우리나라에는 구글과 페이스북같은 기업이 없는지 궁금해 했다는 것은 코미디다. 정부 부처 중 과학부 앞에 미래창조가 붙는 기괴한 국가이다 보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미국인을 상대로 일할 수 있을까?”

“영어 실력도 충분하지 않은데....” (p.35)

 

 

혹시 IT를 전공하고 공부한 후 자격증을 취득해 실리콘밸리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고민일 거라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한다 해도 하게 되는 가장 큰 고민이다.

 

 

 

“구글 사내만 해도 인종이 정말 다양한데, 그 다양성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어요. 충돌이 있지만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죠.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쉽게 느낄 수 없는 거예요.” (p.23)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20년 넘게 사업을 해온 일본인 사업가로서 하는 저자의 말은 들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얽혀 산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버려도 된다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 동료가 아메리칸 미국인이라면 공포는 배가 되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다인종, 다국가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네이티브 스피커 정도의 영어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용기와 적극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메일로 쏟아지는 각종 지시와 규정, 계약을 이해할 수 있는 독해능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하지만 회화 실력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딪혀 보라는 것이다. 부딪혀 보라는 말조차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면 실리콘밸리? 구글?에 대한 꿈은 바로 접어야 할 것이다.

 

 

 

“우발적인 상황을 자신의 커리어, 성장으로 바꿔가는 것은 ‘일단 뭐든지 하자’는 성실한 사람이 훨씬 잘한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일본인의 성실함은 미국 직장인이 경이로워할 정도다.” (p.49)

“내가 (일본에서) 벤처를 했을 때도 그랬는데, 일본에서는 벤처라고 하면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협력자는커녕 주위의 이해를 얻기도 힘들죠. 그런데 미국은 벤처에 대한 사고방식이 일본과 완전히 달라서 벤처 기업가는 주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요.” (p.72)

 

 

일본인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한국인도 어디 가서 성실함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일본인 실리콘밸리 창업 사장님의 눈에는 미국 직장인이 경이로워할 정도의 성실함을 가진 ‘일본인’이지만 우리라고 따라가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벤처와 창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도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다. IT붕괴 이후 창업은 도박으로 인식되는 정도다. 한 번 실패하면 도저히 일어날 기회가 없는 사회가 한국이니까 말이다. 적극적인 사업 마인드가 있고 용기가 있는 IT전문가라면 정말 실리콘밸리로 당장 달려갔으면 좋겠다. IT나 실리콘밸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크흐흐

 

 

 

“물론 전부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기회를 잡는 것이 최선이다.” (p.176)

“개인 차원에서 연결되는 ‘생태계’가 아니라 견고한 종적 사회가 세력을 떨치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봤을 때는 낯선 환경이다.” (p.125)

 

 

개인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저자의 주장은 분명하다. 일본과 한국 사회처럼 수직적인 사회가 아니라 수평적인 사회인 실리콘밸리에서도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적 네트워크를 ‘생태계’로 표현한다. 각종 파티와 모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언젠가는 내 상사가 될 수도 있고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 만나거나 전화나 이메일로만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소극적이라고 낯을 가린다고 몇 개월 후에, 며칠 후에 내게 사업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지 못하는 창업가는 아예 창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실리콘밸리에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준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전문적인 능력을 기른 후에 있을 일이다. 최소한 한 번 실패한다고 바로 실패자가 되어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큰 회사에 입사한다고 해서 언제까지 자신의 자리가 안정적일지 모르는 한국사회에서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과 각종 고시에 매달리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실리콘밸리처럼 기회가 열려 있는 사회라면 고시촌은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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