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다. 나는 미니밴 종류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미니밴이라면 카니발이나 쌍용자동차의 로디우스가 전부라 선택 폭이 너무 작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미니밴 정도의 크기가 아니다. 사진의 차는 혼다의 프리드다. 소형차로 분류되는 배기량이지만 박스카 형태로 7인승이다. 다양한 수납공간과 넓은 실내공간이 자랑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는 많이 팔리는 자동차인데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는다. 만약 한국에 수입된다면 분명 잘 팔릴 것 같은데, 수입되지 않는다. 아! 그래서 수입되지 않나?

 

 

이 책은 귀엽다. 그림책이라 금방 읽는다. 그림이 너무 귀엽다. 저자가 그린 미니밴이 뭔지는 모르겠다. 대우에서 생산되던 다마스라고 하면 비슷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말그대로 미니밴을 많이 찾아 보는 나도 처음보는 차량이다.

결혼 후 아내가 처제와 일주일 정도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일본에 다녀와 아내가 내게 처음 한 말은 이것이다.

“자기가 좋아할 차 진짜 많아~~~!!!!”

진짜 예쁜 차, 귀여운 차, 작은 차가 정말 많더라는 것이다. 오래된 클래식 차량도 거리에 넘쳐 나고 아무튼 길거리에 서 있거나 카페에 앉아서 하루종일 차 구경해도 재밌겠다고 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저자가 그려내는 그림은 파스텔톤이라 귀엽고 따뜻하다.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기도 한데, 캐리커쳐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페달을 밟고 그림을 그렸어도 도쿄의 모든 거리를 볼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묘사된 도쿄는 내 일상과 내 기분에 따른 단편적인 모습이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나의 시선은 여행자들의 수많은 시선 중 하나일 뿐이다.” (p.6)

프랑스인인 저자는 여자친구의 인턴십 기간 동안 도쿄에 머문다. 6개월 동안 이다. 6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다른 서평에서 여러 번 말한 바대로 나의 첫 해외여행인 몽골여행은 1달이었다. 그 1달이 엄청난 사고의 전환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6개월이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러니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처음부터 만화 작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도쿄 시내를 돌아 다닌다. 돌아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 장면이 있으면 의자를 펼쳐 내 앉아 그림을 그린다.

나는 무엇보다 저자의 자세가 좋다. 자기가 그리는 그림, 사진도 아니고 그림이다. 그림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순간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친구 몇 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좋은 장면이 있어서 멈췄다. 일단, 함께 자전거를 타던 다른 사람에게 그 장면은 딱히 좋거나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시선, 그림이 단지 한 여행자의 시선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짧게 다녀 온 외국 생활을 두고 두고 이야기 하는 사람. 마치 그 사람만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한다. 얘기하는 사람이야 자기가 재미있었던 것을 다시 생각해 내니까 재미있겠지만 듣는 사람은 고역이다.

 

 

저자의 그림은 아마추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자폐를 가졌지만 한 번 본 장면을 그대로 캔버스에 스캔하듯 그려내는 사람 정도의 능력은 물론 아니지만 말이다. 그와 함께 한 자전거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친절하게 도움말까지 덧붙여 그림에서 표현된 묘사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 책을 읽는 묘미다. 거리풍경도 마찬가지다. 그 시각, 그 순간 저자의 눈에 비친 도쿄의 거리의 모습은 디테일하다. 쉽게 사람과 사건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이나 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오늘 내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저자의 자전거와 도쿄의 복잡한 거리 모습을 보여줬다면 저자와는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그림은 단순한 캐릭터같은 그림에서부터 위 그림과 같이 정밀한 묘사도 많다. 또 하나,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장이 시작될 때 마다 일본 파출소와 그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귀엽고 유쾌한 장면이다. 실제로 자전거를 탄 프랑스인에게 늘 친절했던 경찰들이라고 한다. 또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이 많다.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특정한 거리나 창을 통해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하고 있는 악세사리에 대한 묘사까지 자세하고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으로 생각까지 유추해 낸다. 물론, 정말 그 순간 그 사람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저자의 손에서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은 재미있다. 우리도 그러지 않나. 출·퇴근길 꽉 막힌 자동차 안에서, 내 옆·앞·뒤에 있는 차들은 도대체 어디에서와서 어디로가는 것일까? 저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들을 하는 걸까? 복잡한 상점이나 거리에서도 문득 저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저 사람은 왜 찡그리고 있을까?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저렇게 박장대소 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 구경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고도 하지 않나.

아무튼,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면 저자가 사람에게 정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서 배어난다.

 

 

저자가 일본에 있던 시절,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있었나 보다. 우리야 바로 북한과 직면해 있고 늘 상존하는 위협인데,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꽤나 걱정되고 무서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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