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행복 플러스 - 행복 지수를 높이는 시크릿
댄 해리스 지음, 정경호 옮김 / 이지북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 내 삶의 행복 지수에서 10%가 플러스 된다면 나는 행복할까? 장담할 수 없다. 지난 해 연말부터 시작된 골치 아픈 일은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하나가 터지고 힘들게 봉합해 놓은 또 다른 하나가 불쑥 터져 버리는 통에 괴로운 연초다. 세상 일, 다른 사람 일 같은 것들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그나마 지금처럼 근근이 버티고 있는 힘은 오로지 주변 사람들 덕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빠진 나를 향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고 자기 일인 것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보고 생각했다. ‘정말 사람밖에 없다’라고. 기왕 자극적인 제목을 찾을 바에야 10%정도가 아니라 50%정도 플러스로 뻥튀기를 했으면 기분이라도 좋았을 테지만, 그건 거짓말이니까 어차피 없을 일이다.

이 책의 저자도 온갖 어려움과 고통, 고민과 갈등, 불안과 좌절 속에 있었다.

 

 

 

“‘항암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직후,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면서 틱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p.17)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노이로제, 그리고 약물에 의존하려는 마음과 싸워가면서도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p.75)

 

 

그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 위한 분투로 넘치는 TV방송, 그 중에서도 보도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늘 그런 것들과 싸웠다. 열심히 한 덕분에 지역 방송국에서 전국 방송국까지 스카우트 되고 주말 간판 프로그램 공동 진행자로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부러운 일이다. 매주 주말 TV를 틀면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거의 동일할 것이다. ‘우와~ 저 사람 성공한 사람이네~ 잘 나가는 사람이네~’ 그런데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의 모델이 되었고, 그에 따른 부와 명예가 뒤따랐지만 내면적으로는 계속해서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내 머릿속 목소리는 개망나니’로 할까 한동안 망설였다.” (p.7)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내 머릿속 목소리는 개망나니’로 할까 망설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해결할 수 없고 떨쳐낼 수 없는 불안과 고민, 좌절과 갈등은 단지 마음속에서만 머문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반응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방송 중에! 생방송 중에 TV간판 리포터의 ‘틱 반응’을 본다는 것은 방송 사고다. 말끔하게 차려 입고 화장하고 머리를 만진 방송인이 갑자기 생방송 중에 틱을 한다?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다.

저자는 자수성가 한 사람이다. 자수성가라는 단어가 보통 스스로 장사를 해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저자에게도 적용된다. 지역 방송국에 입사해 좋은 특종 보도를 터뜨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전국 방송국에 입사한 후에도 특종 보도는 물론 분쟁 지역 곳곳에도 파견되는 성공을 누리기도 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 대다수는 자존심이 세고 자기 의지가 강하다. 무언가에 의지하거나 도움을 받아서 성공한 삶의 궤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는 종교에도 의지하지 않았다. 종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니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그의 표현처럼 ‘머릿속 개망나니 목소리’가 도저히 신체적·정신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때, 그는 약물에 의존한다. 약물에 취해 무아지경에 빠지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니까.

 

 

“메타 수련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영적인 눈을 뜬 것도 아니고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게 된 것뿐이었다.”

“직장에서는 특히 뒷담화 자리에 끼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p.309)

 

저자는 명상을 소개 받는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명상 전문가들 (조 비테일, 디팩 초프라, 에크하르트 톨레, 마크 엡스타인, 조지프 골드스타인)의 책과 조언에 따라 명상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조 비테일부터 톨레까지는 이상한 명상 전문가들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거리를 두고 마크 엡스타인과 조지프 골드스타인을 만난 이후에야 비로소 명상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며칠 동안 자신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곳에 들어가 오직 명상과 수련만을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이 책의 장점을 발견했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 “나는 명상에 관한 일반의 오해를 불식하고 나아가 명상 수련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면이 책의 여러 곳에서 보인다. 단지 “명상은 정말 좋습니다. 명상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손쉽게 명상의 깊은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위의 거짓말은 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수련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매번 자세를 잡고 눈을 감는 즉시, 여기저기가 근질거렸다.” (p.175)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든다. 저들은 모범생, 나는 낙제생.” (p.212)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하루만 뒤쳐져도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지도 모르는 그 소중한 일상을 뒤로 한 채 떠난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들어간 명상센터에서 그는 줄곧 명상센터 입소 이전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개망나니 생각’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사소한 좌절에 크게 절망하고 자신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솔직하다고 생각되었다. 며칠 만에 몇 십 년 동안 자신을 지배하던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개망나니 생각’을 비워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책이 많다. 이 책은 그런 거짓말은 최소한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점이다.

 

 

“그처럼 극적이지는 않더라도 삶의 행로를 바꿔놓는 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 경우에는 어느 바닷가 펜션의 마룻바닥에 앉아 있을 때 찾아왔다.” (p.173)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점이 다를 것이다. 나는 저자와 비슷한 영적인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신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판단이기 때문에 타인을 설득할 수 없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영역이라 그렇다. 만약 나와 이 책의 저자처럼 뭔가 인생에서 극적인 영적 체험을 한 사람이라면 ‘아! 그런 거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혹은 그런 영적인 영역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다. 뭐,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와 같은 영적인 체험을 한 터라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트라인>과 <굿모닝 아메리카> 둘 중 어느 것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시 머릿속 목소리가 준동하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자꾸만 연상되어서 마음이 부대끼기 시작한 것이다.” (p.186)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저자는 명상센터의 수련을 통해 어떤 극적인 체험을 했고 명상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뭔가 대단한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주변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했다면 ‘에이~ 과장하고 있네~’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은 끝까지 솔직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이후 여전히 그 이전의 고민과 ‘개망나니 생각’과 싸우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이전 같으면 사무실 집기를 집어 던지거나 바로 상사를 찾아가 따지고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명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이다. 어렵게 자리를 잡은 명상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을 다스리고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당신은 절대로 그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에고가 만든 허상일 뿐이다.” (p.114)

“최소한 10%는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p.386)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하는 ‘개망나니 생각들’은 정말 저자의 말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 천지다.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다. 다만 그 허상이 실제적이고 당장 내게 불어 닥칠 쓰나미로 느껴지기 때문에 골치 아픈 것이다. 하지만 정말 해결할 방법은 없다.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것은 이미 ‘개망나니 생각’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은 없다. 또 다시 ‘개망나니 생각’에 사로잡혀 잠 못 자고 스트레스 받을 내가 뻔 하니까.

저자는 무조건 명상을 해야 10% 행복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명상거리가 있을 것이다. 기도가 될 수도 있고 취미 생활이 될 수도 있고 등등. 어느 순간 ‘아~ 내가 별 거 아닌 일에 이렇게 목을 매고 있었구나~’깨닫는 순간이 있다. 분명 있다. 그럴 때 툴툴 털어버리는 경험이 필요하다. 물론, 내일이 되면 또 다시 털어버린 그것을 주워 들고 목을 매고 있을 것도 뻔하지만 그 이후에 또 다시 툴툴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소한 10% 더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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