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람이다 -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뜨거운 이야기
고상만 지음 / 책담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상만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나는 꼼수다>였다.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발견되어 그간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장준하 선생의 타살여부가 대선과 맞물려 첨예한 이슈가 되던 때였다. 그런데 그 방송을 들으며 나는 이미 고상만씨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책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판문점 김훈 중위 자살 사건에 대한 의혹을 조사한 인권운동가의 책이었다. 책을 읽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상만씨가 출연한 <나는 꼼수다> 에피소드는 이전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재미있고 충격적이었다. 박정희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과 그 의혹을 풀기 위해 노력했던 인권운동가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한계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대선이 끝나고 한참 뒤 또 다른 팟캐스트에서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고상만의 수사반장>이라는 방송이었는데, 단지 판문점 김훈 중위 사건만이 아니라 군 인권과 다른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관여하고 활동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상만씨는 방송에서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의 말은 디테일하고 꼼꼼하다. 그리고 정확하다. <나는 꼼수다>에서는 진행자들이 중간에 고상만씨의 말을 끊을 정도였다. <고상만의 수사반장>이라는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그가 얼마나 해당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고 열정적이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 때문이다. 고상만씨의 노력만큼 사건들이 하나하나 해결되었다면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수많은 진상조사가 이뤄졌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정치권력은 바뀌었지만 그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권력은 여전히 저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도 당시의 결론은 ‘진상규명 불능’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후 이미 사두었던 고상만씨의 책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를 읽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군의 결론은 이해되지 않았다.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공중파에서도 여러 번 방송을 했지만 군의 결론은 뒤집히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아무리 진상을 규명하려 해도 번번이 실패한다면 누구라도 힘이 빠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으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사회의 정의와 공익을 위해 전심을 다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인 생활의 문제는 함께 하는 가족들에게 온전히 전가된다.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가까운 친구를 보면 더욱 암담해진다. 돈이 되지도 않고, 힘을 가질 수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 「다시 사람이다」는 고상만씨의 인간과 정의에 대한 고백이다.

 

 

“「다시 사람이다」역시 이전에 냈던 책처럼 누군가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 중 일부다. 내가 인권 운동 현장에서, 또는 그 언저리에서 일하며 만난 누군가의 울분과 서러움을 대신하여 쓴 글이 대부분이다.” (p.8)

“나는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준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제도나 이념도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p.10)

 

방송에서 듣는 투박한 말투가 그대로 전해진다. 흥분해서 말을 쏟아내면 쇳소리가 나기도 하는 그의 진심도 함께 전해진다. 단지 인권 운동 현장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에 대한 비인간적인 공격은 도를 넘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가할 수 없는 폭력이다. 사람이 아닌 자들이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단지 특정한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40일을 단식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나? 정도를 넘어선 몰염치다. 사람이 사람을 향하지 못하고 함께 있지만 살이 닿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람의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정의와 인권과 상식은 공염불이 된다.

 

 

“함께 학생운동을 하다가 죽은 김용갑 형과 그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며 분신 항거한 친구 정연석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괴로웠다.” (p.297)

 

계란으로 바위치기, 공염불로 보이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고상만씨만의 이유가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을 겪은 모든 이가 고상만씨처럼 살지는 않는다. 내놓으라하는 학생·노동운동가가 변절해서 살고 있는 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26일, 당시 나는 공무원이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 감사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때, 나는 사표와 함께 감사 조사관증과 공무원증을 반납했다.” (p.275)

“말은 쉽게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이전 몇 달간 나를 괴롭힌 고민과 갈등은 지옥보다도 깊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운동가·활동가들에게도 현실은, 생활은 괴로운 것이다. 고상만씨를 처음 알게 된 <나는 꼼수다>에 출연할 당시, 그가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현실과 생활의 문제에서 괴로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나? 없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당시 그가 출연한 <나는 꼼수다>에서 두루뭉술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애썼다는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신랄하게 비판하고 디테일하게 파헤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꼼수다>출연 이후 그가 겪은 고민과 갈등이 “지옥보다도 깊었다.”고 한다. 나는 가늠할 수 없다. 딸아이를 품에 안고 밤새 잠들지 못하고 ‘잘 키울 수 있을까?’걱정했던 것의 몇 배는 될 것 같다. 아내가 있고 두 아이가 있는 가장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 고상만씨는 거의 모든 사람이 피해갈 결론을 내렸다. 이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괜찮아, 선배.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면 되지 뭐.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아. 죽을 때 후회할 일은 하면 안 되잖아.” (p.302)

 

그의 결정에는 부인 장경희씨의 신뢰와 지지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알게 된 지금의 부인이 고상만씨보다 더 대단한 활동가요, 인권운동가다.

이 책을 읽기 전, 그의 전작과 방송을 들으면서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더 확실하게 굳어졌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위해 안정적인 삶과 가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용기다. 어렵고 어려운 태도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학생인권, 성소수자 이야기, 군 의문사 등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어떤 주제보다 책의 저자, 고상만씨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자꾸만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와 오버랩 되기도 하고 ‘이런 사람도 있는데, 왜 이 사회는 이 따위이지?’라는 절망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고 내가 나설 수 없는 미안함을 한꺼번에 어깨에 짊어지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나 또한 생활인으로 산다. 처자식이 있고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돈벌이가 있다. 지난 7년 동안은 자체검열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이런 서평 하나 쓰면서도 닥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한다. 그저 이런 책을 사서 판매부수 ‘1’을 더하고 응원을 담은 서평 작성하는 것으로 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솔직한 심정이다. 매번 지는 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지치고,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서평에서 주저리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매일 밤 딸아이를 재우며 그 자그마한 귀에 대고 하는 말이 있다. 내 다짐이기도 하다. 그것 하나 붙들고 살아야겠다.

그러니 고상만씨!!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저처럼 고상만씨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고상만씨의 열정과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 간다고 믿습니다. 저처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힘이 보태질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