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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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과 같이 살았던 시간은 좋았던 기억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다. 대학 입학 후 동아리 형들 3명과 함께 지금으로 따지자면 투룸에서 살았다. 재미있는 동아리고 형들도 너무 좋아서 온갖 기대로 시작했다. 내 기대는 불과 며칠 만에 산산이 깨졌다. 나를 제외한 3명의 형들은 이미 2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고 이전에 함께 살던 선배가 졸업하면서 그 빈자리를 내가 메운 것이었다. 함께 산지 며칠이 지난 아침 내 방으로 들어온 형들이 내가 누워있는 머리 위를 타 넘으며 지나가고 내 베개와 이부자리를 밟고 지나다니는 것이었다. ‘아침에 바빠서 그러려니’ 했다. 다음날에도 나를 타고 넘고 내 이부자리를 밟고 다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장 나와 내 동생을 가장 많이 혼재시던 것 중 하나가 집안예절이었다. 문턱에 올라 서 있거나, 형제끼리라도 이부자리나 베개를 밟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고 있는 사람을 타 넘거나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어른들에게는 더 엄격했다. 그렇다고 우리 집안이 뭐 대단하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어머니도 할머니로부터 그렇게 교육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가족과 살다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사는 데 이부자리 에티켓부터 이건 뭐 너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 같았다.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나는 일주일 정도 지나 형들에게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예의를 지켜 달라. 이런이런 것은 하지 말아 달라. 형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몇 년 동안 함께 살며 한 번도 문제시 되지 않았던 것을 신입생 한 녀석이 들어와 제기하니, 퍽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후에 형들의 행동이 조금 조심스러워지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불편했고 1년 동안 살기로 한 형들과의 동거는 6개월에 그치게 되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친한 친구 둘이 유럽 배낭여행을 가서 ‘철천지원수가 되었다더라.’라는 우스개는 흔하다. 20몇 년, 30몇 년을 개인으로 살다가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부부가 가장 많이 다투는 문제도 아주 사소한 문제다. 청소하는 패턴, 세탁물을 처리하는 방법, 소파에 누워있는 모양 등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사람은 함께 살아야 한다. 혼자서 아주 즐거운 삶을 향유하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함께 사는 즐거움보다 크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 「함께 살아서 좋아」의 제목처럼 “함께 살아서 좋은” 사람과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는 10년을 연애하고 4년째 그 분과 살고 있다. 친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장기간 연애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아주 모범적인 부부다. 크크크... 뭐, 내 자랑같이 들리겠지만 나는 아내를 무척 사랑한다. 자타공인 애처가다. 밖에서 내 모습을 아는 친한 친구 녀석들은 이것을 가지고 매번 나를 놀린다. 하지만 내 아내만은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한 것이 아닌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남편의 부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아내 핀잔을 주거나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인간이다. 나는 그런 인간들은 쓰레기 취급한다. 그 사람이 밖에서 아무리 사람들에게 잘하고 친절하고 사회생활을 기똥차게 해도 자기 아내에게 하는 꼴을 보면 그 사람의 원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의 차이는 셰어하우스에서 반드시 부딪치는 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벽에 직면했을 때 충돌하여 싸우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화를 통하여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셰어하우스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 된다.” (p.33)

 

결혼생활도 일종의 셰어하우스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10년 동안 연애를 해서 정말 서로의 부모님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연애와 결혼은 물과 기름, 하늘과 땅처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10년의 연애는 땡! 결혼 0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장기간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대화였다. 아내와 나는 말이 잘 통한다. 기질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비슷하다. 물론, 아내가 나보다 훨씬 좋고 착하다. 이것은 결혼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연애 때는 잘 모를 수밖에 없었던 ‘돈에 대한 가치관’이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 나절 동안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늘 그런 식으로 문제나 어려움을 풀었다. 꼭 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만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내와 나는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카톡도 정말 많이 한다. ㅎㅎ 그만해야겠다. 너무 자랑하는 것 같아서.

아무튼 대화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긴 학창시절에 셰어하우스를 했으면 오히려 매일 같이 너무 붙어 있어서 지금처럼 좋은 관계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지금은 직장인이 되어서 모두 주중에는 각자 회사에 가니까, 이렇게 느슨하게 연결된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p.79)

 

나의 대학 1학년 셰어하우스가 실패로 끝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책에 설명되어 있었다. 다들 학생이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았다. 동아리 방에서 매일 모여 있고 같이 밥 먹고 같이 농구하고 같이 목욕탕가고 같이 집으로 돌아와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다 보니 너무 거슬리는 것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형들 중 한명이라도 박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거나 조기 졸업해 직장인이 된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6개월이 아닌 1년, 그보다 더 긴 시간 형들과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느슨하게 연결된’ 이것이 성공적인 셰어하우스를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이다. 일본 사회와 한국 사회를 단선으로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일본 사람들이 유별나게 개인주의인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유별나게 우리(함께 모여, 함께 하자, 함께 뭐뭐뭐 같은)주의인 것도 아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만약 대학 1학년 때 함께 살다 실패한 형들과 졸업 후 결혼 전 함께 모여 살았다면 학생 때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독립되고 각자 삶의 영역이 있었다면 더 나은 관계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지금 다들 결혼한 후에 누가 이것을 제안한다면 넙죽 받아들이고 좋아할 사람도 일부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아니다. 크크크.

 

“도시에서 ‘마을 공동체’ 만들기는 불가능한가?” (p.154)

 

책에는 셰어하우스의 여러 가지 형태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나는 결혼한 상태이다 보니 독식 셰어하우스보다는 책의 뒷부분에 소개된 ‘마을 공동체’형태의 셰어하우스에 더 관심이 갔다. 사실 친한 지인 몇 가정과 함께 진지하게 ‘공동체 삶’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살고 있는 큰 도시의 삶이 아니라 농촌 지역으로 이주해 사는 삶이다. 구체화 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임에서 이런 논의를 할 때 너무 행복하다. 이미 그런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기도 하고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듣기도 했다.

나는 ‘마을 공동체’ 만들기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도시가 아니라 농촌지역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지만 집의 형태와 마을 공동체 운영의 모습은 나와 지인들이 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책에 소개된 셰어하우스 중 하나가 같은 건물 안에서 각 가정의 삶이 완전히 독립된 채 공동생활을 하는 형태가 소개되는데, 바로 그것이다. 함께 살지만 각자 사는 형태다. 이런 형태라면 ‘마을 공동체’, ‘공동체 삶’은 가능하다고 본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했는데, 공동체로 살다보면 당연히 갈등과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대화해야 한다.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충분한 관계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함께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대화하는 지인들과는 일정 정도의 합의가 되어 있다. ‘충분히 친해지고 충분히 독립된 후 착수하자.’ 라는 정도.

 

“함께 살아서 좋아”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 살아서 좋아”도 성립해야 한다.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외롭고 불행하고 싫어서 함께 산다면 비극의 씨앗을 심은 채로 출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충분히 독립된 “함께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언제쯤 나와 지인들이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체 삶’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꼭 해보고 싶다. 차근차근 준비해 실수하지 않도록 더 깊은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혹시 아나? 10년 후 쯤. 내가 「함께 사니 너무 좋아」라는 책을 쓰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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