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소개된 주요 건축물들이 서울이군요.
저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전 자취를 했었는데요. 행정구역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두산동이었습니다. ˝수성구˝는 대구에 사시는 분이 아니시더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행정구역일 겁니다. 강남만큼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죠. 이른 바 돈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저도 그곳에 있는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수성구라도 어떤 동에 사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입니다.
제가 살았던 두산동은 강남 학군 뺨 치는 학부모들이 모여 사는 알짜배기 수성구에 비하면 거의 ˝슬럼가˝ 가깝습니다.
아주 유명한 나이트 클럽과 유흥주점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모텔이 엄청나게 많고요. 원룸이나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유흥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두산동과 ˝알짜배기 수성구인 범물동˝ 사이에 수성못이 있는데요. 수성못을 사이에 두고 양 옆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수성구의 슬럼가인 두산동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대우 트럼프 월드˝와 ˝SK리더스뷰˝라는 메이커의 초고층 아파트였습니다. 50층 가까운 높이로 지어지는 두 아파트를 2층 빌라의 원룸 창문으로 바라보는 일은 기괴했습니다. 몇 년 안에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이곳은 또 돈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수성못에서 보면 주택이나 빌라로 가득했던 두산동 쪽에 마천루 두 채가 우뚝 솟아있습니다. 너무 어울리지 않는 풍광이었습니다.
같은 수성구지만 범물동이 될 수 없는 두산동 주민들에게 더 큰 위화감을 조성한 위악스러운 건축이었습니다.
물론, 초고층 아파트 지하에 대형할인마트가 입점하면서 두산동에 사는 사람들도 편하게 장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멋진 초고층 아파트의 입구를 나서면서 내가 살고 있는 몇 평 남짓한 원룸으로 돌아가는 속내는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