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힘 -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박찬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가깝게 지내는 형님 첫째 딸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난겨울부터 형님과 형수님은 함께 모일 때마다 첫째 딸의 입학과 교육문제 이야기를 했었다. 형수님이 현역 중학교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고민과 걱정을 토로하며 딸아이를 위해 육아휴직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이 정도로 해야 하나?’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형님의 딸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SNS를 통해 아이의 입학식 사진과 가족이 함께 교실에 앉아 찍은 사진을 볼 수도 있었다. 형수님은 이미 공언했듯이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 뒷바라지에 매진하고 계신다. 입학 이후 다시 만난 형님은 이런저런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먼저 형수님과 딸아이 교육에 대한 목표나 방법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문제는 형님네 부부 말고도 주위에서 여러 건을 접한 터라 자연스러운 현상 같았다. 두 번째는 왼손잡이인 아이에 대한 담임교사의 지도였다. 입학이후 왼손으로 필기하는 형님의 딸아이를 보고 담임교사는 “할 수 있으면 오른손으로 해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늘 왼손으로 쓰고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인형을 쥐고 놀았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그건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담임교사에게 그런 말을 듣고 온 이후 며칠 동안 학교에 가기 싫다고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싫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곱게 키운 딸아이가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한 것 자체가 감격적이기도 하고 온갖 걱정과 염려에 입학 초기를 보내던 형님네 부부에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 번째 더 충격적인 사실은 딸 아이 학급 전체 학생수가 17명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 「작은 학교의 힘」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학생 수다. 가장 적절한 초등학교 한 학급의 학생 수를 10∼12명으로 보고 있는데, 17명은 그보다는 조금 더 많다. 하지만 예전의 학생 수나 현재 다른 지역 초등학교의 학생 수를 알아보면 이상적인 숫자다. 그런데 17명밖에 안 되는 초등학교 1학년 반을 맡고 있는 담임교사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것이 정말 놀랍다. 그 사람의 인식에는 여전히 ‘오른손잡이가 당연한 것이고 왼손잡이는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그 교사의 나이가 40대 중반이라고 하는데, 생물학적인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50대 중후반 교사라도 여덟 살, 아홉 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나 교육방식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여러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계신 교사들 중 50대를 훌쩍 넘기셨지만 젊은 교사들 못지않게 어린 아이들과 함께 동화하여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교육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니, 정말 나이 자체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도시지만 다른 구에 있는 초등학교는 또 사정이 다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수가 한 학급에 30명이 넘는 학교도 있었다.

언뜻 생각해도 학생 수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좋은 일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60명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지기도 했었다.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었다. 한 교실에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질문이 있을 리 없고, 교사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미칠 리 없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도심의 큰 학교를 선택하는데, 학교 사정에 훤한 교사들은 왜 변두리의 작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일까? 나는 이 책에 그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고 싶었다.”

 

학교 사정에 훤한 교사들이 변두리의 작은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고 싶었다는 저자의 진심이 전해진다. 저자 또한 일선 교사다. 가장 잘 알 것이다. 한번씩 TV교양프로그램에서 방영하는 대안학교나 시골학교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왜 작은 학교의 형태로 바뀌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선택이 아니라 왜 필수인지도 알게 되었다.

 

 

“일단 큰 학교는 한 반에 학생 수가 30여 명이나 된다.” (p.12)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게 이끌어가는 교육은 분명 작은 학교가 큰 학교보다 훨씬 뛰어나다. 학생 모두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왕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작은 학교” (p.121)

 

일단 요즘 학생 수가 많은 기준은 한 반에 30명이라고 한다. 짧게 생각하기에 ‘30명? 그게 뭐가 많아?’생각하지만 이상적인 기준은 30명의 1/3수준이다. 한 반의 학생수가 30명만 되어도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이렇게 설명을 하니 이해하기가 쉬었다. 예전 우리 때처럼 그저 달달 외우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 방식에서는 30명의 학생 수가 이상적이겠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작은 학교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교사가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학교라면 크게 뒤처지거나 아이들 사이의 비교의식은 사라질 것이다. 책에서는 그에 대한 자세한 사례를 여러 건 소개한다. 읽다보면 꿈같은 이야기도 많다. 정말 이런 곳이 있을까? 이런 학생들과 교사가 있을까? 싶다.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부활한 일제고사는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초등학생들조차 시험을 쳐서 등급을 매기고 서열의 목걸이를 걸어야 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서열과 성적, 경쟁과 비교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이 구조화된 패턴은 성장하면서 고착화되고 당연시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8명이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44.7퍼센트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p.30)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리는 데 있다. 자존감은 자존심이나 우월감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월감은 있어도 자존감은 없는 아이가 많다. 우월감에는 다른 대상과의 비교가 전재되어 있다.” (p.109)

 

작은 학교에 이것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책의 제목인 「작은 학교의 힘」인 것이다. 아이들,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리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과 성적의 맹신에 사로잡힌 아이들에게 자존감의 고취는 불가능하다. 옆에 있는 친구들은 경쟁자들일 뿐이다.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과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역에서 학교문제가 잉태된다. 교실 내 문맹이 발생하고 왕따와 폭력,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는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학생 10명 중 8명이 이미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경험한다고 하고 그 중 절반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하니,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내 옆, 뒤, 앞에 앉은 아이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라는 인식이 되지 않고, 교탁에 서 있는 선생이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만 잘해준다. 라고 단정 짓고 나면 그 열패감은 다른 곳으로 분출된다.

 

 

“교사는 절대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p.97)

“작은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온다.” (p.110)

 

논산 도산초등학교에서 작은 학교의 힘을 발견한 저자는 그 곳에서 만난 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평소 숙제를 거의 해오지 않는 아이 남식이의 이야기다. 매번 숙제를 해오지 않는 남식이의 가정 형편과 평소 학업태도를 관찰한 교사는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을 파악한다. 그래서 방과 후에도 저녁밥을 함께 먹으며 그날 있는 숙제를 남식이와 함께 했다. 몇 달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남식이에게도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고 숙제를 거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례가 실제로 일어난 곳이 작은 학교다. 지금의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에서 남식이의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절대로 없다고 장담한다. 교사는 남식이 같은 아이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아이들이 너무 많다. 교무실에 가면 해야 할 공무도 쌓여 있다. “작은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온다.”라는 표현이 작은 학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입장에서도 ‘이 선생님이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이 내게 관심이 있으면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진다. 잘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작은 학교는 학년 당 학급이 한 개씩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 학년 아이들이 모두 어울려 논다고 한다. 저자는 처음 작은 학교에 전근 가서 가장 놀란 것이 ‘하루에 세 번 등교하는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등교하고 일과가 끝나고 하교하자마자 부리나케 다시 학교로 와서 숙제를 하고 나서 다시 운동장으로 나가 전교생이 어울려 노는 모습. 도시의 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교 후 학원으로 과외로 쫓아다니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저자는 작은 학교의 힘을 체험했다. 아이들 자체가 밝고 건강하며 왕따와 학교폭력같은 것은 발붙이지 못하는 학교, 성적과 우열이 없는 학교,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아이들 각자가 가진 역량과 재능, 은사를 발견해 주는 학교, 그래서 각종 도대회에 나가 도시의 큰 학교 학생들을 제치고 입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런 학교, 교사가 절대로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좋으면 다들 몰릴 텐데…….’라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미리 알고 있었는지 적절한 대책도 언급한다.

 

 

“그렇다고 절대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학교들의 학구 제한을 풀면 된다.” (p.207)

“시골의 면 단위 학교나 전교생이 60명 미만인 초등학교의 경우 자유학구제 운영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해당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기존 학구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후 학교가 정상화되어 학생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고 대기자가 많아지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에게 입학·전학 우선권을 주고, 그 나머지 학생을 공동학구제로 충당하는 방법” (p.210)

 

초등학교들은 학구 제한이 있다. 당연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학구가 좋거나 교육 환경이 좋으면 학생이 몰려드는 도시의 학교들을 보면 자연스럽다. 그런데 도시의 큰 학교들을 제외하고 시골이나 변두리의 작은 학교들 중 폐교를 앞두거나 분교가 되기 직전인 학교가 많다고 한다. 뜻 있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그런 학교로 전학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아예 전 가족이 이사를 가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일터나 직장을 바로 그만두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작은 학교의 좋은 이상과 방향에 동의하고 그런 교육을 시키고자 무리하게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자의 제안대로 학구 제한을 풀고 적절한 제한사항을 두면 지혜롭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전교생이 60명 미만인 초등학교에서부터 자유학구제를 운영하고 적정한 규모를 넘어서고 대기자가 많아지면 우선권 제도를 마련하는 것.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태도와 관리를 약속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제도라 생각된다. 이런 탄력적인 제안마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면 작은 학교의 이상도 제대로 관철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대안학교가 생기고 그것이 사회적인 파장과 영향을 준 후 대안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너도나도 모여들어 대안학교를 보냈고 종국에는 말이 대안학교지 돈 있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도 무수하게 많이 생겼다. 제대로 제도와 규칙, 제한사항이 마련되지 않고 인기와 시류에 영합한다면 이상을 달성할 수 없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는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당연히 조금 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기를 원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기적을 이뤄낸 작은 학교에 다들 보내고 싶어 할 것이다(물론, 학군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거들떠보지 않겠지만) 더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틀부터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작은 학교는 한낱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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