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본 세계사 - 솔론의 개혁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천위루.양천 지음, 하진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원체 역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TV프로그램을 보거나 할 때마다 주목해서 보는 편이다. 작년부터 알기 시작한 역사 팟캐스트 방송은 출퇴근 시, 운동 시 이어폰을 꽂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집중해서 듣는다. 이 책 「금융으로 본 세계사」는 신선한 접근의 역사 해설서다. 걸출한 역사의 길목마다 어떤 정치적인 흐름이나 문화·사회적 변화에 주목하기보다 자본 혹은 돈의 흐름과 그 돈의 창출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낸 책이다. 어찌 보면 ‘아이~ 무슨 돈을 가지고 거대 역사 담론을 들여다본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돈 말고 그 거대 역사 담론을 움직인 돈 보다 더 추동력을 가진 요인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학자 이자 역사학자인 저자의 시도와 분석은 신선함을 넘어선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그처럼 인구가 많고 시장이 발달했던 중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과학을 발달시키고 현대신 기업 경영인 자본주의를 개발하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 이후 서양에 추월당하고 점차 뒤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p.220)

 

사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물음이다. 왜 중국은 서구보다 뒤져있는가?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왜 중국은 미국을 아직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가? 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를 한 중국 경제학자가 본인의 내셔널리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독하리만큼 국가주의적·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책을 풀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현재, 미국이 이전 시대처럼 마음대로 세계를 주무를 수는 없는 현실이다. 예전에는 미국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남미의 어느 국가,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 아시아의 어느 국가를 지정해서 자신들(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대가로 무기와 돈을 지원해 그들의 뒤를 봐줄 수 있는 정권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손바닥 주무르듯이 주무르던 국가들의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했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1등 국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이 바로 턱 밑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헤게모니 다툼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데, 중국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렇지 않은 가 보다.

 

 

“유로화 환율은 미국의 코소보 공습과 함께 폭락했다. 유럽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이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이 함께 손을 잡고 폭락 추세를 막아야 한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미국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p.450)

 

코소보 사태를 위시한 발칸반도에서의 끔찍한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극렬하게 열강이 부딪힌 사건이다. 그 전쟁을 둘러싼 정치·경제·인종·종교·역사적 원인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책들이 쏟아졌고 학자들의 연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나는 저자의 해석 같은 접근은 처음 들어봤다. 미국의 코소보 공습 이후 유로화로 상징된 유럽 연합의 느슨한 고리가 점차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다. 더군다나 그것을 둘러싼 나토와 유럽연합, 미국과 일본의 헤게모니 다툼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미국의 공습에 의해 모든 코소보 사태가 발단한 것처럼 읽혀 다소 불편했다. 책의 서두에서도 분명히 밝혔던 것처럼

 

 

“우리도 금융의 왕좌를 차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거 왕좌를 차지했던 이들의 금융사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p.8)

 

속 시원하게 혹은 솔직하게 우리 중국이 이미 전 세계의 제조업을 손에 쥐고 있고 미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데, 왜 너희 세계인들은 우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느냐? 라고 한다면 ‘뭐~ 그럴 만도 하네~’ 생각해줄 수 있겠는데, 좀 과하다 싶다.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치고 들어온 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쨌든 책의 처음과 중간, 끝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중점은 ‘왜 중국이 미국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나?’이다. 책의 중반부에는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미국의 출발지이기도 한 유럽은 지정학적 요인과 인종·종교적 요인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국경선이 정해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복잡하고 치열한 역사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영주가 바뀌어 있고, 자고 일어나면 인종과 민족이 달라지는 역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종교혁명도 일어나고 왕의 목을 베는 시민혁명도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기는 했지만 중국 대륙 내에서의 문제였다. 정화의 원정을 포함한 대규모의 선박을 동원해 신대륙 혹은 새로운 국가를 향한 도전을 감행하기는 했지만 거대한 중국 대륙에 파문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물론 중국대륙 내에서도 한족과는 전혀 다른 몽골족과 만주족에 의한 왕조가 수백 년 이어지기는 했지만 유럽의 그것처럼 역동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발전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유럽과 같은 산업혁명도, 사회주의도 태동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견 동의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에서는 저자의 주장과 논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이전까지 관심을 가지고 주목했던 역사의 다른 부분을 소개받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금융은 본래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이자 일희일비다. 인성은 금융으로 인해 더욱 풍성해지고, 금융은 인성으로 한층 고상해진다.” (p.7)

 

이 책에서 금융으로 표현되는 것은 돈이다. 돈은 너무 중요하다. 모두가 돈을 많이 가지기를 원하고 많이 가져서 마음껏 쓰고 싶어 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IMF를 겪은 한국은 더욱 그렇다. 국가가 부도 상태가 된 이후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을 깊이 생각해 보면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

 

 

“거품경제가 붕괴된 날짜의 기록은 정확하게 남겨져 있지만 도대체 왜 갑작스레 튤립 가격이 폭락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거품경제의 최종 종착지는 폭락이었는지도 모른다.” (p.151)

 

이 책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돈의 역사, 돈이 당시 세계를 주무르던 국가의 흥망성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서술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돈의 팽창, 즉 경제와 금융의 발달 이후에는 반드시 거품의 붕괴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의 시대 이후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른 네덜란드는 튤립 경제의 부상과 붕괴가 한꺼번에 일어난 좋은 예다. 최상품 품종의 튤립 구근 하나로 암스테르담 운하 근처에 위치한 호화 저택 한 채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자 튤립은 하나의 거대한 화폐가 되었다. 너도나도 튤립을 재배하고 유통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결국 튤립거품은 붕괴했다. 단 한번에.

그 이전 스페인은 대항해 시대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했다. 신대륙에서 유입된 금과 음은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통화를 팽창시켰다. 더 나아가 스페인과의 무역을 통해 서유럽의 화폐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것은 또 자연스레 유럽 전체의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책에서는 이런 신대륙의 금과은의 유입으로 16세기 스페인의 일상 생활용품 가격이 단기간에 네 배가 뛰었고, 농산품의 가격은 다섯 배나 뛰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기타 유럽 지역의 두 배를 넘어서는 가격이었다. 단 1세기 만에 물가가 수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인 경제성장이 아니다. 부자연스러운 경제팽창일 뿐이었다.

 

“이처럼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주된 요인은 단 하나였다. 로마 제국이 통치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화폐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통치 기반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 (p.62)

 

로마제국도 마찬가지였다.

 

 

“1차 세계대전은 영국과 독일 두 나라의 금융전쟁이었다. 유럽의 경제자원을 모두 소모하고 나서야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으로 승리의 왕관을 차지한 것은 미국이었다.” (p.301)

“1차 세계대전의 가장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누가 전쟁에서 승리했느냐가 아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계획경제가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p.317)

 

1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저자의 접근도 마찬가지다. 물론 1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접근도 달라지고 분석도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이 책에서는 금융, 돈이 주된 요인이다.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고 패전국 독일은 천문학적인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상식적으로 지킬 수 없는 수준의 배당금을 말이다. 이것이 유럽 각 국가, 민족 간 분열과 적개심을 조장하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결국 이득을 본 것은 미국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계획경제는 유럽과 다른 대륙의 국가들의 경제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은 2015년까지 미국 우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1만억 달러를 예산으로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p.387)

 

저자의 분석은 레이거니즘으로 후대에 기록되고 있는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최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까지 도달한다. 기실 1차 세계대전 이후로부터 세계의 공장이자 중심이 된 미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금융 헤게모니를 쥔 주체들의 탐욕과 자만심으로 인해 벌어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에도 일견 동의를 한다.

 

 

“인류는 어떻게 해야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있을까? 위기는 영원히 피할 수 없으며,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p.490)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결국 모호하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거품은 늘 있어왔고 그것의 흥망성쇠에 따라 국가 간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전 세계적인 위기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신이 아닌 이상 단번에 전 세계가 함께 구렁텅이도 빠지고 있는 경제침체와 경제정책의 실패에 대해 뾰족한 대답을 할 수 없겠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서구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대안과 함께 미국과 더불어 전 세계 경제를 함께 동반 상승시킬 묘책을 기대했지만, 끝은 애매모호했다. 서구와 미국의 경제를 통시적으로 분석한 것만큼 중국의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는 경제도 서술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다음 책에서 이런 문제를 다룰지 모르겠다.

 

 

“중국인은 부지런하고 용감하며 지혜롭다. 미국인들도 게으르거나 어리석거나 겁쟁이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일개 국가, 일개 산업도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창조다.” (p.482)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생각 나 실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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