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시대 - 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들
바이하이진 엮음, 김문주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진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이다. 물론, 고대 신라시대에는 3명의 여왕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없었다. 민주공화국 수립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의 힘은 절대적이다. 6공화국 헌법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는 한국 내에서도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가 많았고 헌법 개정 및 4년 중임제에 대한 말도 많았다. 어쨌거나 6공화국 헌법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고 대통령은 한국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해서 국가 전체의 여권이 신장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오바마가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미국 내 인권 문제가 모조리 해결되는 것을 바라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에 최임하고 8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여전히 지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문제들로 시끄럽고 사회는 극도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으며 앞으로 남은 4년 몇 개월의 임기도 그다지 평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5년의 기간 동안 한국이라는 배를 끌고 나가야 할 선장이 되었기 때문에 잘하셨으면 좋겠다. 아직 5년 중 1년도 지나지 않았고 남은 4년이 쉽지는 않겠지만 잘하셨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퇴임하는 첫 여성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진심이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제왕과 황제와 지도자가 탄생하고 사라졌다. 전체 통계를 내보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겠지만 특출한 역사의 방점을 찍은 여성 제왕, 황제, 지도자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 「여왕의 시대」는 그런 여성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다.

 

 

<엘리자베스 2세>

“당시 사람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고귀한 꽃병’처럼 대접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민중들은 더 이상 고리타분한 왕실의 격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왕실 스캔들에 열광하고 있다.” (p.551)

 

책에서는 순서 상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었는데 그나마 얼굴을 TV를 통해 직접 본 엘리자베스 2세 현 영연방 여왕 부분이 가장 관심이 갔다. 책은 역사적 흐름 순서로 여왕 들을 소개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즐겨 보는 오리지널 탑기어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들(특히 제이미 클락슨)이 자주 영국의 왕실과 여왕을 조롱한다. 그래도 BBC라는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인데 여왕과 왕실에 대해서 저렇게 비아냥거려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아마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유명한 섹스 피스톨즈라는 펑키록그룹은 아예 자신들의 노래에서 여왕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여왕과 왕실을 한 번에 우스개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영국의 왕실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일 것이다. 파격적이고 신선한 행보로 인해 왕실(과 엘리자베스 여왕에게는)에서는 골칫덩어리였지만 다양한 구호활동과 대외활동으로 많은 세계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다이애나 이었다. 그녀의 파란만장 했던 삶만큼이나 죽음 또한 극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지금도 음모론을 펴는 일각에서는 영국 왕실의 교묘한 살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뭐 그런 건 관심 없고 다이애나비로 인해 영국 왕실의 이미지는 영국 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실추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손자인 윌리엄 왕자가 2011년 결혼을 했는데 그것이 전 세계로 방영이 되었다. 대단한 결혼식이 거행되었는데 한쪽에서는 영국 왕실을 규탄하는 시위도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애초에 영국의 방송과 왕실이 기대했던 것보다 결혼식 방송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도 들렸었다.

아무튼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도 건재하다. 몇 년 전에는 한국을 방문해 배우 류시원을 만나고 가기도 했고 여전히 영연방 여러 나라에서는 그녀를 향한 기도와 응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왕조가 100여 년 전에 이미 무너진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왕실, 여왕 뭐 이런 단어들 자체가 구리고 지루하지만 그들을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만큼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여전히 영국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엘리자베스는 반세기가 넘는 집정기간 동안 열한 명의 수상을 경험했고 그들 모두를 절친한 친구로 만들었다.” (p.550)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인데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을 쓰는 사람이 다소 자신의 의견을 단정하는 듯한 느낌을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받게 되는데 위의 부분도 그렇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반세기가 넘는 오랜 집정 동안 열한 명의 수상과 모두 절친했다는 사실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궁금했다.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11명의 수상모두가 그 왕을 지지하거나 나아가서 절친한 친구가 되었을 리 만무한데 말이다. 이런 좀 의아한 서술은 다른 여왕에 대한 파트에서도 몇 차례 보인다. 그냥 역사를 소재로 한 픽션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 어디에서도 ‘이 책은 픽션입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소한 부분이라도 짚고 넘어가고 쉽게 단정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아니, 영국의 왕실에서 각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사람에게 기사 작위를 주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은 세상에 무슨 열한 명 수상 모두가 여왕과 절친이 된다는 말인지... 웃음이 나온다.

 

 

책에서는 총 12명의 여왕에 대해 소개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얼굴도 알고 가장 친숙한 여왕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었고 가장 흥미로웠던 여왕은 로마제국의 아그리파나 여왕이었다. 그녀는 그녀보다 더 유명한 네로 황제의 어머니다. 여러 번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이름을 들어봤는데 네로를 더 기억하는 특성 상 그녀의 정확한 정체를 기억하고 있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더 알게 되었다.

 

<아그리파나>

“윤리적으로 보아 남매지간인 옥타비아와 네로는 결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 세대에서 이미 그 윤리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도덕이란 신민의 발목을 죄는 수단일 뿐, 황족들에게 있어서는 권력이 첫 번째 생존수단이었다.” (p.83)

 

책에서의 소개만 놓고 보자면 아그리파나는 악독한 여왕이자 무시무시한 여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팩트가 얼마만큼 확인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 책에서의 서술만 보면 정말 이런 못된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비천한 신분과 불안하게 붙어 있는 촛불만큼이나 희미한 존재로 연명하던 그녀가 권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비열하고 악독하며 고약한 짓을 저질렀는지 책에서는 자세하게 그려진다. 더욱이 한국 정치사의 가장 큰 해악인 기회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이라도 힘이 세고 아그리파나 그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배신과 반목을 반복했다. 악전고투 끝에 권력을 쟁취한 후에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그녀의 유일한 아들이자 미래에 제국의 권력을 거머쥘지도 모를 네로를 방치하다가 필요할 때 이용한 것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권력이라면 아들이고 뭐고 없이 모조리 자신을 위해 이용한 사람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히려 네로가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역사에 존재하는 무수한 왕 중에서 가장 악독한 최악의 왕이 네로인데도 말이다. 얼마나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엄마 사랑 받지 못하고 유년시절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엄마가 저 지경이니 어린 네로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 되었다.

네로는 그 엄마를 닮아 악독의 악독을 저지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짓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었다. 아그리파나는 아들에 의해 죽게 된다.

 

“네로는 세 차례나 독약으로 살해를 기도했으나 아그리파나는 번번이 해독약을 먹고 깨어났다. 그녀 역시 모든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p.100)

 

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사용했다. 더 황당한 것은 아그리파나도 ‘아~ 아들놈이 나를 죽이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아들의 모든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슨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것인지. 독약으로 살해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건물을 일부러 무너뜨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빨리 어머니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네로였다. 결국 자객을 통해 어머니를 죽인다. 이후 아그리파나의 섭정에서 벗어난 네로는 예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보다 더 악독하고 악랄하게 로마를 다스린다. 그리고 후대에 가장 최악의 왕으로 불리게 된다.

애초에 처음부터 악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순수 그자체로 가득찬 아주 어린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아그리파나도 그녀의 인생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다. 책에서는 그녀의 유년시절이나 집안 배경에 대해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모르지만 분명히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그녀의 결혼 생활이 불행했고 그 불행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분노와 권력욕으로 분출시킨 것으로 묘사하는데 그 고통이 얼마나 그녀 개인에게 절대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떤 개인도 처음부터 악하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그녀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네로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가득 심어줬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 그러면 아그리파나에게 권력욕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네로도 황제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구나~ 그래서 역사에는 'IF'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아그리파나를 제외한 10명의 여왕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 <측천무후>, <이사벨 1세>, <엘리자베스 1세>, <효장문황후>, <크리스티나 여왕>, <마리아 테제리아>, <예카테리나 2세>, <빅토리아 여왕>, <서태후>

 

측천무후가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총 564명의 황제 중 유일한 여황제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청나라의 여황제였던 효장문황후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또 하나 저자의 실수를 지적하고 싶은데, 몽골을 몽고로 표현한 것이다. 몽고는 중국이 몽골을 복속하면서 몽골과 몽골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쓴 것이다. 그것이 다른 나라에도 그래도 전해져서 아직도 TV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몽골을 ‘몽고’라고 표현하는 실수를 범한다. 저자의 실수인지 중국 사람이라 몽고로 표현하는 것이 당연해서 아무렇지 않게 표현한 것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원 저작에 몽고라고 표현되어 있었다면 출판사에서 번역을 하고 편집을 할 때 수정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몽골 사람들은 자신들을 몽고인이라 지칭하고 자신들의 국가를 몽고라고 표현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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