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사꾼들 - 출신과 스펙은 필요없다, 바닥에서 富를 이룬 그들만의 성공비법
신동일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가까이 알고 지내는 형님이 시내 중심가에서 장사를 하신다. 이미 십여 년 동안 장사를 해 왔다. 10여 년 전에 ‘지오다노’라는 브랜드가 한창 유행할 때 그 형님이 하시던 매장이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매출이 높았다고 한다. 업종은 2-3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것 같다. 그 형님이 하는 장사는 거의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 업종이 의류, 화장품, 신발 등으로 다양했을 뿐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고 만날 때마다 앓는 소리를 하시는 걸 보면 ‘어렵긴 어려운 가 보다.’싶은데 장사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온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 「한국의 장사꾼들」은 신동일씨가 직접 장사꾼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먼저 저자인 신동일씨의 집념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기 돈, 시간 들이며 장사꾼들을 찾아다니는 열정이 대단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장사꾼들 중에는 획기적인 TV광고를 통해 전 국민들에게 알려진 천호식품의 김영식회장에서부터 유명한 떡집 사장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의 슈퍼리치>라는 책을 쓰면서 맨손으로 100억 부자로 자수성가한 분들을 만난 인터뷰해보니 그들은 한결 같이 탁월한 장사꾼이었다. 지금은 거대한 기업의 소유주이거나 수백억 부를 이루었지만, 그들의 출발점을 면밀히 파헤쳐보니 작은 구멍가게에서 장사꾼으로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p.17)

 

저자 신동일씨는 은행 PB센터에서 VVIP고객의 재무설계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비슷한 직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내가 보기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런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다. 일단 신동일씨가 하는 일은 엄청나게 바쁜 일이다. 매일매일 경제 지표에서부터 경제관련 뉴스, 고객의 전반적인 상황과 계획, 고객관리에 이르기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직업이다. 더군다나 VVIP고객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휴일도 없이 그들을 응대하고 상담해야 한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서 짧게는 몇 주 동안 길게는 몇 개월 동안 공을 들여 연락하고 기다리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 저자의 끈기로 만들어진 책이다. 웬만한 대기업 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그가 왜 그런 고생을 하면서 이런 책을 썼을지 궁금했는데 답은 책의 앞부분에 분명하게 나와 있었다.

 

 

“하루 이틀밖에 가지 않는 단순한 힐링멘토가 아닌 동시에 먼 나라 사람 같은 수백억대 부자도 아닌, 좀 더 가깝고 실제적인 롤모델을 찾고자 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러면서도 잘나가는 멋진 장사꾼들을 찾아 그들의 성공비법을 듣는 작업은 40대 가장인 나에게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p.362)

 

지금은 잘나가는 직장인이지만 40대 가장인 자신에게 문득문득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직장에서 만난 자산가들이나 이전 책을 쓰기 위해 만난 슈퍼리치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직장에서 퇴직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매순간 경험하는 공포와 두려움이기도 하다. 몇몇 재벌의 2세와 3세, 4세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장인들이 겪는 일이다. 당장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마음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롤모델을 찾고자 했다. 그가 말했듯이 이전 책에서 만난 슈퍼리치들은 좀 먼 나라 이야기이고 ‘동네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러면서도 잘나가는 멋진 장사꾼’들을 만나려고 했다.

성공한 장사꾼, 성공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바쁠지는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에 이르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절박함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각 장사꾼들이 자신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무턱대고 찾아가서 “장사로 성공하게 된 비법을 알려 주세요.”라고 한다면 내가 장사꾼이라도 그런 사람과는 절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장사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저자 신동일씨만의 비법이 나름대로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귀중한 시간을 뺏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는 그것이 더 궁금하다.

아마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절박함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 같아요. 절박한 심정이 들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잖아요. 의지도 강해지고요.” (p.35), 엄마손반찬, 주범수&강금례 사장

“성공의 필수 요소는 절박함과 간절함입니다. 절박하지도 않고 간절함도 없는 사람은 자본금이 많고 좋은 아이템을 가졌다 해도 성공하기 힘들어요.” (p.143)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대표

 

책에 등장하는 성공한 장사꾼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절박함이다.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난 후 받은 퇴직금과 모아 온 돈에 융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한 사람 중에 절박함 없이 시작한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6개월 이내에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한다. 열이면 아홉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한 장사와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절박함의 정도라고 한다. 아마 성공한 장사꾼들의 말이니 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모두가 처음부터 재벌의 백그라운드나 엄청난 자산가의 자녀로 태어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공통점인데, 이것은 절박함을 낳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된다. 실패한 사람도 많다. 책에 등장하는 청년사업가들은 주위의 친구들이나 다른 청년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나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때 그 길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90년대 말 200년대 초 IT버블이 꺼지면서 청년창업, 청년사업에 대한 환상이 공포로 각인되었다.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한다는 교훈이 칼로 새긴 것처럼 한국의 청년들에게 DNA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청년 시절 창업을 하거나 장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다른 세대보다 더 큰 위험과 불확실성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청년사업가들에게도 그들만의 절박함이 있었다.

결국 그 절박함의 정도가 성공한 장사꾼이 되느냐, 6개월 안에 가게 문을 닫는 실패한 장사꾼이 되느냐를 결정짓는다.

 

 

“고 사장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갓 퇴직해서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마인드 자체도 문제라고 했다. 한마디로 준비 부족. 철저하게 준비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알량한 퇴직금을 모두 쏟아 붓고 프랜차이즈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열중쉬어 자세를 취한다면 100이면 100 다 실패한다는 것이 고 사랑의 지론이다.” (p.99) 플라워카페, 고인규 사장

 

연예인들이 하는 사업장도 흑백이 가려지게 마련이다. 어느 중견 코미디언이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사업 실패담과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말의 요지는 이런 것이다. 자신이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가게에 한 달에 2,3번 갔었다. 그래서 망했다. 지금은 매일 가게에 출근한다. 손님들께 밝게 인사하고 신발 정리도 하고 계산도 한다. 그래서 성공했다.

장사꾼으로서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으흠~ 대기업 부장 출신인데 말이야~ 으흠’ 하고 뒷짐 지고 있으면 장사가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친절하게 서비스 받으면 더 기분 좋고 음식도 더 맛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하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돼요. 가난한 사람이 신세타령이나 하고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사이 성공하는 사람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p.65) 청년떡볶이, 이성연 대표

“하루 15시간 일할 수 있는 끈기를 갖고, 1만 개의 버거를 만들 수 있는 집중력을 키우고, 하루 4번 물청소를 할 정도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면 됩니다. 그리고 항상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지요. 그게 장사의 전부예요.” (p.253) 영철버거, 이영철 대표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개선점을 찾으려 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아주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렇게 장사를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씨는 다른 TV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대학교 주변에서 싸게 햄버거를 팔면서도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써서 다른 프랜차이즈 햄버거 보다 더 맛있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장사꾼이다. 더군다나 학생들과 끈끈한 인간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어서 졸업 후에도 햄버거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가 고려대학교에서 강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자신의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두 대학생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 대기가 빠듯해 힘들다는 대화였다. 그는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해 재정적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매년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사업의 위기 순간에도 2,000만원 장학금 기부만큼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는 그의 신념을 사람들이 알아준 것이다. 그래서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백 명의 손님과 학생들이 격려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성공한 장사꾼 이영철씨 나름의 비법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좀 더 손님을 끌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또한 아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장사가 아니라 더불어 잘 살고,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이 좀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개선점을 찾으려 하거나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뒤로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오백집왕족발의 강훈 사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제 꿈은 여기서 20년 넘게 족발을 썰어온 이모님들에게 실버타운을 만들어드리고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드리는 것이에요.” (p.356)

“천일상사에 입사해 동대문에서 일을 시작할 때 그는 남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당시는 퇴직금은 고사하고 직원에게 제대로 밥만 먹여줘도 고마워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부터 정우현 회장은 직원을 그저 일을 시키는 아랫사람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한 것이다.” (p.329)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또 하나 성공한 장사꾼들의 공통점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술자리에서 매번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상사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돈 벌기 위해 만난 사람이지만 그 인연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이 대접 받고자 하는 것만큼 상대방을 대접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장사꾼 혹은 성공한 직장 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도 벌써 누군가들의 뒷담화 대상이 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오백집왕족발의 강훈 사장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랐다. 너무나 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인터뷰용 발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인터뷰용 거짓 발언을 할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라면 진작 망했을 것이다. 20년 넘게 족발을 썰어 온 이모님들께 실버타운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사장의 꿈이다. 더군다나 그에 더해 행복한 노후를 보장하겠단다. 당장 달려가 족발을 썰고 싶다. 나는 장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강훈 사장의 저 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단순히 생각해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족발을 써는 이모님들께 월급을 주지 않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도 챙겨줄 것이 뻔한데 열심히 일해주신 것이 고맙고 좀 더 마음 편하게 일하실 수 있도록 노후를 보장해 준다니... 차라리 인터뷰용 발언이라면 믿기 더 쉬울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직원들에게 잘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잘하는 사장과 상사 밑에는 사람들이 많다. 책에 등장하는 장사꾼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 중 하나는 직원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그저 부려먹기만 하는 사장 밑에서는 오래 일하기 싫다. 일할 수 없다. 10년, 20년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믿는다는 것이다. 가족도 아니고 친인척도 아닌데 가족과 친인척보다 더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성공한 사람들, 성공한 장사꾼들에게서는 공통점이 여러 가지 발견된다. 그 공통점들 모두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장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흔히 알고 있는 성공의 요소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그들에게 특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남다른 마음자세와 실천의지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만의 특별한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내 가게, 내 사업, 내 장사로 성공하고 싶다.’라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반드시 가져봤을 환상이다. 하지만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들은 극소수다. 단순히 장사나 사업뿐만 아니라 꿈을 이루는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은 직장인들에게도 청년들에게도 청소년들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있다. 이들의 장사 수완과 삶에 대한 자세가 100%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과 의지와 행동으로 이루어낸 각자의 성공은 또 누군가에게 삶의 의지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노하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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