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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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설적이다.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싫어하고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사람은 가만 두지 않는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은 인간 취급을 하지 않기도 한다. 나의 이런 성격과 기질이 좋은 점이 있다.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고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지적과 일갈을 미리 하기 때문에 꼭 은밀히 다가온 사람에게 ‘아이고~ 말 잘 했다. 내가 다 속이 시원하더라~’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급랭 시킨다. 대다수가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굳이 말 할 필요 있어?’, ‘말해봤자 나만 피곤해~ 그냥 넘어가~’ 이런 생각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나는 얘기 한다. 대놓고. 그러면 분위기는 급격하게 냉각된다. 그리고 내게 직설적인 지적이나 비판을 받은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나중에 은밀히 다가와 ‘그 이야기 들었을 때는 너무 밉고 화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내 기질과 성격은 어머니에게서 80%, 아버지에게서 20%정도를 닮은 것 같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이야기다.

밖에서는 철두철미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불같고 칼같은 성격이 본가에만 내려가면 흐물흐물 무뎌진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 다른 사람들의 듣기 싫은 한마디를 흘려들을 수 없는 건,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결국 그런 거다. 자격지심 . 나 자신도 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p.271)

 

 

본가에 내려가기 전 차안에서 나는 꼭 다짐한다. ‘이번에는 절대로 어른들께 짜증내지 않고 오겠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늘, 어김없이 후회와 죄송함으로 몸 둘 바를 모르며 올라온다.

어머니는 나를 가장 잘 아신다. 그래서 아들이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이 가장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되고 염려가 되시나 보다. 어머니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고 또 하시고, 말을 가리고 또 가려서 몇 마디 하시는 건데, 막상 들을 때는 왜 그렇게 짜증이 나고 귀찮고 하는 지…….

그런데 이 책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보며 그 원인을 발견 했다.

 

“나 자신도 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충격이었다. 나는 불필요한 걱정과 염려를 하고 계신 것으로만 생각 했다. 이제는 어른인데 그만 좀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만 했다. 나이를 드실수록 잔소리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 가는 것으로만 생각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보는 것이 겁났던 것’이다.

어머니보다 내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는 내가, ‘나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직면하는 것을 피해온 것이다. 그것을 숨겨 오고 회피해 오다가 어머니를 통해 재발견하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되레 짜증내는 것이다. 나만 알고 있던 속마음을 들켜 버리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양세형씨는 너무 솔직하게 글을 썼다. 나는 원래 이런 종류의 책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글에 공감이 가는 것이 내 스스로 놀라웠다.

책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헤어진 옛 애인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그 사람을 잊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내용에 오히려 마음이 갔다. 굳이 이런 이야기책에 쓰지 않아도 된다. 좀 더 좋은 이야기. 자랑할 거 넣으면 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염려, 부끄러움, 반응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녀의 전작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오래 알고 지낸 동생 이야기 듣는 것 같았다. 자주 만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두런두런 솔직한 얘기 나눌 있는 그런 편한 친구 같았다.

 

 

 

“도시락을 먹을 때 유독 어떤 한 반찬에 선뜻 먼저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너무 싫어서 혹은 너무 좋아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반찬이라 아껴뒀다 마지막에 먹으려고 넘겨두는 경우도 있으니까. 무언가를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것이 꼭 싫어서만은 아니란 말이다.” (p.118)

 

 

글이 어렵지 않아 더 좋았다. 요즘은 에세이도 현학적이거나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과도하게 문학적인 것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쉽거나 가볍지도 않다. 한 시간 두 시간, 하루 이틀 생각해서 두서없이 적은 글이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몇 페이지만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다. 학교 급식을 초등학교 때부터 한 세대는 도시락 반찬 비유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1년 정도 만이라도 도시락을 싸 갔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도시락 비유에 ‘맞아!’했을 것이다.

자꾸만 미루게 되는 일, 머뭇거리는 일이 꼭 싫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아끼고 아껴 두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설레고 짜릿한 것일 지도 모른다. 고백하고 싶은 사람,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사람……. 멀리서 손에 닿지 않을 때 더 아름답고 나를 애타게 만드는 그 것. 당장 손만 뻗으면 움켜쥘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인생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런 저자의 비유와 생각과 고민이 좋았다.

 

 

 

“너 그 책 봤어?”

“국문과를 졸업한 한 친구는 이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싫다고 했다. 그 책을 안 봤다고 대답했을 때”

“너 국문과 나왔잖아?”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

“국문과 출신은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을 다 봤을 것 같다는 편견이 너무 싫다는 거였다.” (p.100)

 

 

 

이 책은 청춘들만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이 부분.

나는 경북 포항이 고향이다. 대학, 군대, 직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해안도시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바로 하는 질문은 몇 가지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야~ 그럼 너 수영 잘 하겠다~.”

“너 회 많이 먹어 봤지?”

 

 

나는 수영을 못한다. 4살 무렵 어머니와 함께 간 대중목욕탕에 빠진 뒤로 물 공포증이 생겼다. 물을 무서워한다.

나는 오징어, 한치, 문어회를 제외하고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충북 산골 출신이시라 어려서부터 시골 나물을 많이 먹었다. 부모님이 회를 좋아하시지 않으니 나도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반복해서 질문을 받다 보면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늘어놓는 일도 귀찮다. 그래서 그냥 “예..예..”하고 어물쩍 넘겨버릴 때가 많았다.

편견. 참 무서운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한다. “나는 편견이 없어. 없을 거야. 없을걸…….” 그런데 누구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걷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굳이 자세히 알려고 노력하거나 애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쉽게 판단하고 가볍게 선을 그으면 그만큼 편해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편견에 의해 판단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혹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노발대발 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철저함의 반만이라도 나에게 할 수 있다면 편견의 벽은 많이 무너질 것이다.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고민일지라도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어쨌든 내 눈에 보이는 내 세상뿐.” (p.18)

 

 

군대에 다녀 온 남자들은 군대 얘기하는 것을 좋아 한다. 일단 군대 얘기를 하는 사람이 내 군대 생활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이 샘솟는다. 어차피 나도 상대방 군대 생활을 모른다. 어느 정도 허풍을 인정하고 나누는 대화다. 어쨌든 예비역 모두 자신의 군 생활이 가장 힘들었다. 사실 군대생활이 다 그렇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군 생활은 90%는 거짓말이다. 계급 구분 없이 그렇게 훈련하고 생활하는 것은 캠프와 다름없다. 그런데 실제 군 생활은 그렇지 않다. 병사들 군 생활은 물론 간부들 군 생활도 그렇다.

나는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을 했다. 군 생활 초반에는 해안소초에서 소초장으로 복무했다. 아주 친한 소대원과의 대화 도중 “소초장님은 그래도 월급을 저희 보다 몇 배를 더 받으시잖아요.”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러면 니가 소초장해.” 소대원이 바로 대답했다. “그건 싫어요.” 소초장은 병사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지만 병사가 감당하지 않는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가까이서 나를 지켜 본 그 소대원은 내가 대대장에게 중대장에게 다른 높은 계급의 간부에게 깨지는 모습을 알고 있었다. 각종 사고로 스트레스 받고 검열과 훈련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을 알고 있었다.

군 생활은 다 힘들다. 내가 한 군 생활이 가장 힘들다. 아무도 나만큼 내 군 생활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다른 사람이 겪어 온 삶에 대한 생각 없는 판단은 곤란하다.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에게만이 아니라 너에게도 관대하고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이고,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생각해 본 것이다.

그것만으로 가치 있는 책이다. 여유로운 시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고, 바쁜 출

퇴근 시간을 쪼개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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