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학교급식 여행 - 더 공평하게 더 건강하게 내인생의책 인문학 놀이터 3
안드레아 커티스.오진희 지음, 박준식 옮김, 소피 캐손 그림, 이본 데이핀푸어딘 사진 / 내인생의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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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에 도시락을 싸 갔다. 점심, 저녁 도시락 2개에다가 동생 도시락까지 매일 아침 싸야했던 어머니의 고단함을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도시락 하면 딱 두 가지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같이 반찬을 섞어서 비벼 먹는 그 맛. 비벼 놓고 보면 개밥 같아 보이지만 밥통에 각종 반찬을 넣은 후 뚜껑을 닿고 수차례 아래위로 흔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비빔밥이 되었었다. 특이한 것은 친구들이 싸온 반찬의 종류가 달라져도 맛은 늘 비슷했다는 것이다. 2학년 때는 학교에 식당이 생겨서 급식을 시작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초등학교 때 도시락 반찬이다. 그때는 급식 이런 개념이 없었고 전교생이 도시락을 싸갔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은 흔한 햄이나 참치, 고기 같은 반찬을 싸오는 아이들이 드물었다. 나는 바다에 위치한 해안도시에 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생선 반찬과 젓갈 반찬이 많았다. 나의 부모님은 사면이 내륙으로 둘러싸인 충청북도 시골 출신이신데 아버지가 해안도시 쪽 회사에 취직을 하시면서 물설고 사람 낯선 도시에 정착하시게 되었다. 부모님 식성에 나도 맞춰지다 보니 어린 시절 밥상에는 나물 종류가 많았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고들삐짠지가 가장 맛있었다. 쌉싸름하면서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고들삐짠지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반찬으로도 자주 싸갔다. 그런데 내가 싸온 고들삐짠지를 친구들이 한 번 맛보고는 다시 먹지 않았다. 그 아이들 입에는 도저히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친구들이 싸 온 젓갈을 먹지 못했던 것처럼 친구들도 내가 싸온 고들삐짠지를 먹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 「세계 학교 급식 여행」은 각 나라의 점심 식사를 그대로 찍은 사진을 삽입하기도 하고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의미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가령 어떤 어린이들의 집에는 먹을 것이 전혀 없을 수도 있어요. 전쟁, 이주, 가난, 자연재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매일 6.6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빈 배를 움켜쥐고 학교에 가지요. 이런 어린이들에게는 무상 급식이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p.10)

 

지난 주말 로봇처럼 습관화된 분리수거와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해 아파트 내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는 데 4통이나 되는 음식물쓰레기 수거 통이 모두 가득차 있었다. 한창 더울 때라 냄새도 고약했고 제대로 물기를 제거하지 않은 탓인지 수거통 아래로 물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부랴부랴 경비실 아저씨를 불러 다른 통을 비치하고 우리 집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었다. 경비실 아저씨께서 꼭 들으라는 듯이 아주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셨다.

 

“으이구~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 없이 버려서야~!! 일주일에 한 번 수거해 가는데 3일이면 가득 차 버리는데 참나!!”

 

아저씨의 아주 큰 넋두리를 정확하게 들었지만 마치 안 들렸던 것처럼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 나왔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가 정말 많다. 관리하고 조심하면서 처리한다 하지만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성가셔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썩어버린 냉장고 속 음식물들을 처리하기 바쁘다.

모든 가정에 냉장고를 없애지 않는 이상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이유로 밥을 굶은 채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매일 6,6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어른인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한국의 전체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아이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학교에 등교한다는 사실. 한국의 엄마들은 자기 아이 밥 안 먹는 것이 가장 안쓰럽다나……. 그래서 밥공기를 들고 밥을 떠서 아이를 쫓아가며 밥을 억지로 억지로 먹이는데...

작년과 재작년 무상급식이라는 화두가 한 나라의 국민이자 가장 큰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로 당연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수싸움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어이가 없고 신물이 났다. 당연히 누려야 할 작은 권리가 왜 어른들의 싸움터에서 무기로 활용되어야 했는지 말이다. 한국의 학교에는 아직도 무상급식이 전체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온갖 이유로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

그런데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 보면 열의 아홉은 맛이 없다고 했다. 체계적으로 짜여진 식단과 나이대에 따른 고른 영양소 섭취를 고려한 급식이 제공되는 데 대부분 맛이 없다고 했다. 내가 고등학교 2년 동안 먹었던 급식은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왜 요즘 아이들은 맛이 없다고 할까? 아마도 집에서도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런 듯 하다. 김치나 채소를 아예 먹지 않는 아이들도 많고 하루에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아이가 많다는 것을 며칠 전 TV에서 본 적도 있다. 그러니 집에서도 먹지 않는 밥을 학교에서 맛있게 먹을 리 만무하다.

매일 6,600만 명의 아이들이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밥을 일부러 먹지 않거나 무상급식의 혜택이 있음에도 음식물을 남기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토론토처럼 부유한 도시에서조차 어린이 4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어요. 또한 어린이 9,000명 정도가 무상 급식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요. 하지만 무상 급식은 지방 정부, 교육청, 기업체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야만 가능하지요.” (p.36)

 

한국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인 캐나다의 부유한 도시에서조차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무상급식은 지자체나 정부의 예산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무상급식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들도 밥을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프랑스 아이들이 먹는 급식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매일은 불가능하겠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라도 빵을 주면 좋을 것 같았다.

 

“학교급식에서는 물만 마실 수 있어요. 학생들이 달콤한 주스만 마시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2005년에 프랑스 정부는 학교 안에 탄산음료와 스낵류를 파는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시켰어요.” (p.23)

 

이 부분은 며칠 전 본 TV에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최근 10여 년 간 아동 비만율이 가공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아동 비만율은 낮추기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해 비만율을 실제로 크게 낮췄다는 내용이었다. 술과 담배 못지않게 몸에 좋지 않은 것이 탄산음료라는 전문의의 소견도 포함되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프랑스 전역의 학교에 탄산음료를 파는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끼니때마다 적정량의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권장했다고 한다. TV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자신의 이름이 쓰인 개인컵을 가지고 물을 계속 섭취하게 했다.

실제로 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한국의 중학생과 초등학생, 일반인 몇 명에게 물 대신 마시던 탄산음료를 끊게 하고 일정 기간 동안 물을 섭취하게 했을 때 체지방률은 물론 체중 자체도 감소하는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었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아이들은 물을 먹지 않고 있었다. 굳이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더라도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물 섭취는 필수불가결한 데 한국의 아이들의 물 섭취량은 평균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연간 1인당 159리터의 탄산음료를 마셔요. 이는 석유 드럼통 하나를 채울 수 있는 양이에요. 2006년에는 탄산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p.31)

“세계 어느 나라나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이 천연식품보다 값이 쌉니다.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먹거리는 빨리 상해서 보관과 운송에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에요.” (p.31)

 

커다란 석유 드럼통 하나를 채우는 양의 탄산음료를 1년 동안 마신다니... 책에서의 지적대로 가동되지 않은 천연식품은 비싸다. 결국 여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에 따른 극과극의 현상이 두드러진다.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천연식품을 사서 먹지만 돈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가공식품을 사 먹을 수밖에 없다. 탄산음료가 지금 가격의 5배 정도가 된다면 지금처럼 많은 아이들이 탄산음료를 사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싸고 손쉽게 사 먹을 수 있고 오랜 기간 먹으면 맛에 중독되기 때문에 그 유혹을 쉽게 벗어낼 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요. 만약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배우게 된다면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좀 더 잘 알게 될 거예요. 그때 비로소 우리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지요.” (p.84)

 

맞는 말이다. 이제는 원산지 확인은 구매자들이 꼭 하지만 구매하는 음식이 로컬푸드인지의 여부는 잘 확인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로컬푸드가 아닌 음식은 장기간의 이동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재처리가 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는 그런 재처리 과정이 없기 때문에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음식, 식품을 구매할 때 하나하나 따져보고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좋지만 그러기가 또 쉽지 않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의 대형마트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 똑같은 종류의 식품에도 브랜드가 여러 가지라 하나하나 들고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몸에 좋은 음식이나 식품, 더 안전한 것을 찾으려 한다면 그런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책의 말미에 이 책을 읽은 아이와 청소년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소개가 삽입되어 있는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본다면 생각하지 못했던 관심과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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