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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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동엽 신부의 이전 베스트셀러도 읽지 않았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던 스님 한분의 책과 김난도씨의 책도 읽지 않았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책을 싫어한다. 어쭙잖은 희망, 힐링, 청춘 타령으로 오히려 독자들을 더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구조적 모순과 한계,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 주고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 선배, 스승, 어른의 권면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생각이다. 대학 시절 가치관과 신앙관을 정립하면서부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존경하고 배울만한 어른이 주위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책을 통해 스승과 어른을 만들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신앙에 있어서는 더욱 심각했다. 나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더 속물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원래 돈과 명예,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지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에 나온 교회에서는 ‘안 그런 척’을 한다. 깨끗한 척, 거룩한 척, 고상한 척, 순수한 척……. 그런데 월요일부터 토요일 심지어 일요일 교회에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이 산다.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더 꼼수를 부린다. 교회 안에서도 엄청난 정치적 다툼이 일어난다. 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직업이 좋은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도 인정받는다. 교회 밖 세상과 아무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서로 ‘안 그런 척’ 한다.

나는 이런 힐링 내지는 희망을 얘기하는 서적들도 그런 교회의 속살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맥락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 분들이 이런 책을 쓰면서 정말 희망만으로 아픔이 오히려 청춘을 청춘답게 한다는……. 이런 말을 믿고 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에서 차동엽 신부는 그의 책이나 강연, 글로 인해 상처가 치유되고 돌이킬 수 없었던 선택을 돌이킨 실제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인정한다.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정말 이 시대를 관통하고 시대를 아우르는 진통제 내지는 영양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포인트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금의 아픔과 상처와 생채기는 아물지도 낳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아! 나도 이제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어떤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희망만 부르짖으며 살아야지. 그러면 언젠가 그 희망이 실제가 되겠지’ 부푼 가슴을 안고 얼마간을 살 수 있을까? 여전히 일자리는 없고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 좁고 갚아야 할 대출금은 산더미고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무섭기만 하고 부모님의 노후에 대한 대책은 생각할 겨를도 없고 언제 자리를 비워야 할지 모를 사무실은 가시방석이고…….

아무도 없는 밤 혼자 하루의 모든 짐을 잠시나마 이 책을 읽으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그렇게 잠든 후 다시 시작되는 내일의 아침은 또 새로운 아비규환의 세계인데 말이다.


희망의 뻥쟁이가 되라.

꿈의 허풍을 떨어라.

꿈을 떠벌리고 다녀라.

언젠가는 스스로 놀라는 일이 생기리라! (p.141)

 

“나도 희망한다.” (Spero)

“너도 희망하라.” (Spera)

 

“목표를 알고 희망을 가지고 살면, 난관도 난관이 아니다. 반면 목표도 모르고 희망도 없이 살면, 똑같은 난관이 스트레스를 팍 주게 된다. ‘아우, 이놈의 스트레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이들은 그것이 결국 목표와 희망이 없기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p.129)

 


차동엽 신부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희망예찬이 내 귀에 들어와 앉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말들이 얼마나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주위 사람 중 이런 책을 읽고 실제 삶에서 희망을 얻고 진정한 위로와 힐링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경우도 없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와 모순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가지고 비판해봤자 어차피 해결할 수 없으니 차라리 이런 책을 읽고 잠시지만 마음의 위안을 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라면 계속해서 이런 책을 찾아야 한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과 출간하는 출판사는 ‘야호~~!!’ 하겠지. 몇몇 이런 책의 작가들이 시차를 두고 책을 출간한다면 책의 약발의 떨어질 때쯤 다시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비슷한 말이지만 그것으로 다시 자기를 위안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회의 구조와 싸워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무조건 맞서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리 겁먹고 포기한 채 골방에 틀어 박혀 ‘다행이야~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 내가 변해야 해. 내가 문제야’ 천착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슬퍼해야 할 것은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절망을 학습시킨다는 사실이다. 거침없고 씩씩했던 청춘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먼저 배우는 것이 절망이 아닐까.” (p.75)

절망을 파는 사람들

부추겨진 절망

상대적 박탈감


 

결국 나도 차동엽 신부의 말에는 100% 동의하고 공감한다. 왜냐면 그의 말이 전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배우고 꿈꾸지 전에 경쟁을 배우고 절망을 배우는 아이들이 자란 사회는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희망만을 얘기해도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절망으로 가득할 것이 뻔할 텐데 미리 앞서서 절망을 체험하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폭력이다. 그런 절망을 파는 사람들도 흥건하고 그런 절망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널렸다. 이해, 배려, 희망을 얘기하면 뜬구름 잡는다고 나무란다. 어린이집에서부터 경쟁을 배운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본격적인 경쟁모드로 트랜스폼 한다.

최소한 이런 뒤틀려져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어렵고 힘든 세상이라고 많은 어른들이 말하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들의 청춘의 그때보다 강하지 못하고 변변치 못하며 쉽게 포기해 버리는 지금의 청춘들을 한심해 한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구조에 대한 반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며 의지가 박약한 청춘을 볼모로 삼는다. 내 얘기가 과한가? 나는 거르고 걸러 표현하고 있다. 현실은 더 냉혹하다.

얼마 전 모 교회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점심시간에 미리 들어 와 오후 업무를 준비하며 퇴근을 늦게 하고 야근을 즐거워하며 지원하라는 말이었다. 그건 교회 다니는 교인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성경적이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목사가 단 한 번도 직장 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들을 당해보지 않은 비직장인(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출신 목사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 목사의 설교에 ‘아멘’하는 사람들이 나는 더 무서웠다. 실제로 당장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그렇게 살지도 않을 거면서 어떻게 그렇게 단호하게 ‘아멘’ 외칠 수 있는지…….

같은 맥락에서 넘쳐나는 힐링과 희망예찬은 자칫 무책임한 진정제가 될 수 있다. 일단 진정은 시켜 놓지만 다른 대안이나 책임감 있는 방향설정이 없는 것이다. 또 다시 표류하면서 또 다른 책, 강의를 찾는다.

이곳저곳 떠다니며 셀프 충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떻게 사회와 맞서야 하는지, 구조에 대응해야 하는지,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는 실정에서 셀프 충전은 당연하다. 잠시 효과를 보는 진정제라 하더라도 일단 맞아보고 싶다. 잠깐이지만 힐링되고 싶고 위안을 얻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으며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이다.

청춘들이, 지친 사람들이 특출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잘한다, 힘내라.’ 이런 한 마디를 듣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단 한사람이라도 위안을 얻고 결코 흔들리거나 뽑히지 않을 희망을 마음속에 싹 틔울 수 있다면 이런 책의 출간과 구매, 독서는 유의미한 일이다.

나의 개인적 호불호는 무의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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