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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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별로 무섭지 않다. 좀비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B급 호러물 정도로 보인다. 우리가 귀신을 무서워하고 중국 사람들이 강시를 무서워하듯이 미국 사람들은 좀비를 무서워하나 보다.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썩은 채로 두 팔을 벌리고 어기적거리며 걷는 좀비는 무섭기보다 기괴하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런 좀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어~ 하며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귀신이나 강시의 주된 활동은 보통 밤에 이루어지는데 이놈의 좀비들은 낮밤 구분도 없는 모양이다.

얼마 전 영화 [연가시]가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는데,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재하는 연가시에 대한 공포를 스크린을 통해 체험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좀비가 이역만리 미합중국의 얘기로만 들리지만 이놈의 좀비들이 우리에게 실제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3년 2월 프리덤 워치 본부에서 발표한 2012년도 대한민국의 좀비사태 발생 위험도는 91%로 나와 있다. 이는 미국 서부와 아이티를 제외한 가장 높은 수치인데, 급격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삼면이 바다로 막혀 있는 상태에 북쪽은 휴전선이 있어서 실질적인 고립지역으로 보기 때문이다. 프리덤 워치 본부에서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고립된 지역이 좀비사태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p.218)

 

소설을 다큐로 보는 것은 참 멍청한 일이지만 그 멍청한 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는 실재하는 로봇생명체들과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있다. [맨인블랙]에서도, 그리고 무수한 음모론 중에서도 이 책에 등장하는 프리덤워치와 비슷한 비밀 조직이 등장 한다. 이런 비밀 조직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처럼 내가 모르는 이면의 세계 바로 그곳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흐르고 있고 그들만의 일상이 영위되고 있다는 사실. 좀비사태 발생 위험도라는 것도 사실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해 질 것이다. 책에서처럼 인구밀도와 지리적 요인으로만 따지면 정말 좀비의 본고장 미합중국과 부두교의 원천 아이티를 제외하고 한국이 가장 위험한 곳인 것 같다. 프리덤워치가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베라는 좀비들이 이미 한국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헉!! 프리덤워치가 미리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기도 전에 좀비들이 온라인 판을 점령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식은땀이 나는구나…….

아니다. 책에서 좀비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고 했는데 일베라는 곳의 좀비로 추정되는 것들은 얼마 전 모 광역시장의 법적대응 발언에 대규모로 삭제요청을 했다고 하니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공포에는 즉각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좀비는 아닌 것이 분명한데……. 그럼 도대체 너네들 정체가 뭐야?

 


“이 책은 좀비사태의 발생 직후부터 이동 과정, 이동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합하는지, 그리고 안전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 대해서 필요한 장비들과 행동요령이 들어 있다. 따라서 좀비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5)

“명심해야 할 것은 좀비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좀비 자체보다는 혼란스러운 상황 자체가 더 위험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p.36)

 

몇 달 전 본가에 내려갔는데 그 지역에 큰 산불이 났었다. 시커먼 구름이 듬성듬성 베란다 창문으로 보여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생각했는데 삽시간에 온 하늘에 시커멓게 변하더니 아파트 바로 뒷산에서 시뻘건 불이 올라오고 있었다. 단 30분 만에 온 아파트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1500세대가 사는 대단지인 본가는 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당시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고 대기가 건조해 불똥이 산을 넘어 옮겨 붙는 지경이었다. 산과 마주한 아파트 동에 사는 주민은 빨리 대피하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고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헬기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워낙 바람이 많이 불어 지상에 주차된 차량에 불이 옮겨 붙을까봐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옮기라는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자마자 코와 눈을 찌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어지러웠다. 후끈한 열기로 가득 했고 재가 하늘에서 떨어져 마치 약한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차량을 지하로 옮기고 지상으로 올라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중요한 물건을 챙겨 피신하려는 주민들의 차량으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누구를 부르는 소리, 싸이렌 소리, 뭔지 모를 폭발음……. 나중에 불길이 잡히고 보니 아파트 단지를 둘러 싼 산의 면에는 불이 전혀 붙지 않았다. 미리 겁먹고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였다.

최소한 그런 산불 상황보다 더 심각하고 무서운 상황이 좀비 사태일 것이다. 책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한 한국 프리덤워치의 좀비 사태 대응 매뉴얼 따위가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 현재 서울 시내에 신종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공기 중에 전파되기 때문에 외출을 삼가시고 집에 계시기 바랍니다. 다시 알려 드립니다…….” (p.49)

“방송에서 얘기한 거점이 이 모양이 된 걸 보면 결국 대한민국 정부와 군대는 좀비사태를 진압하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망연자실해진 나는 거리를 활개치고 다니는 좀비들을 내려다봤다.” (p.164)

 

여전히 나라는 제 할 일을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못할 것으로 사료 된다. 어느 대통령인가 국민들에게 곧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니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하라고 해놓고 서는 자신은 다리를 끊고 대전으로 도망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늘 그런 식이다.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최소한의 대응책 없이 바로 알렸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 연가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한강의 괴물에게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던 경험은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쳇, 좀비들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나?

 


“행정부는 세종 신도시로 내려갔습니다. 미군이 곧 평택과 오산에 들어올 계획이고 우리도 평택으로 갈 겁니다. 그 외에도 군대가 장악한 지여들이 몇 군데 있어 피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p.166)

 

결국 구원자는 미군인가?

그렇게 난리를 치며 서울에 남으려 하던 행정부가 좀비 사태에 직면하고서야 세종 신도시로 내려갔네? 이건 뭔 코미디? 흐흐

 


“우리는 똑같이 탐욕스럽고, 집요했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지극히 잔인한 점도 같았어. 어쩌면 우리와 너희들의 차이점은 아주 작거나 거의 없을지도 몰라. 인간의 내면이 가지고 있는 잔인한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어쩌면 너희, 좀비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p.198)

 

책에서 말하는 자세한 좀비 사태 대응 매뉴얼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우리 스스로 좀비가 되지 않는 것일 테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 씻고 하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한 번 물리거나 체액으로 인해 좀비가 될 수 있는 허망함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좀비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뭐 정부가 군대가 미국이 알아서 좀비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이미 내가 누군가에게는 좀비가 아닌 지 가만히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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