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임사체험을 믿지 않는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 현세를 넘어선 내세가 있다는 믿음은 있지만 TV에 나오거나 책으로 펴낸 임사체험 이야기들은 믿지 않는다. 내가 가진 신앙에 대해서는 대학 때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성경을 5번 읽고 독일 신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이성과 논리로 정립을 한 후 얻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영적인 것에 대해서 강조하거나 그것만을 주요하게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임사체험이라니……. 전적으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체험에 의한 증언이 전부인 것이 아닌가? 임사체험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모르겠지만 죽음에 근접한 체험을 하고 다시 살아난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임사체험을 키워드로 검색해 봤는데 깜짝 놀랐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되거나 공증이 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 체험을 증언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내세를 믿는 신앙이기도 하고 몇 해 전 아버지께서 죽음 직전의 병환을 겪으셨던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아버지께서 대장암 환자가 아니셨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뭐야~ 이거 또~ 의사가 무슨 이런 책이야~’ 라며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가족의 입장이다 보니 그 전과는 좀 다르게 보였다.

 

 

“임사체험 세 가지 주요 진영. 임사체험을 믿는 사람들. 확고한 불신자들. 임사체험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온갖 종류의 사람들. 임사체험을 경험한 의사로서, 나는 이와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또한 생각하면 할수록 이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p.189)

 

이 책은 신경외과 의사가 썼다. 신경외과 분야에서도 뇌를 연구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다. 의학의 그 어떤 분야보다 과학적이고 첨단의 학문을 다루는 박사학위를 가진 의사가 쓴 자신의 임사체험에 대한 기록이다.

 

“집에서 아이들한테는 잠 자기 전 기도를 하게끔 시켰지만 영적인 리더는 결코 아니었다. 영적인 일들이 과연 얼마나 사실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성장하면서 하느님과 천국과 사후세계를 믿고 싶었지만, 수십 년을 신경외과 학계의 엄격한 과학적 세계 속에서 보내면서는 영적인 세계가 정말로 실재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p.52)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기는 하지만 남부의 보수적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매주 교회를 출석하는 수는 적다고 알고 있다. 저자 자신도 보수적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저자는 어린 시절 입양되었다) 우리가 흔히 미국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이 할 거 다하고 시늉만 기독교인인 그런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상에서 신앙과 영적인 담론은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저자의 말대로 수십 년 동안 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제로 환자를 만나 진단하고 치료한 의학박사, 의사의 입장에서 자신이 겪은 임사체험은 그야말로 혼돈이었을 것이다. 그가 겪은 임사체험으로 그가 잊고 있었던 신앙이 더 돈독해지고 이전까지는 등한시하던 천국, 영적세계 같은 것들에 특별히 정성을 쏟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그의 말대로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에 대해 말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사실 이런 말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임사체험에 대해서 아예 관심이 없고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않는 사람들. 종교를 가졌었지만 지금은 안티종교인이 된 사람들에게는 아주 조금도 귀에 들리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

아마 저자도 한동안 그런 혼돈과 고민 속에 허우적거렸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의학 중에서도 가장 첨단을 다루는 사람이고 병원에서도 잘 나가는 의사인데 말도 안 되는 임사체험 이야기를 하고 책까지 낸다면 분명 주변의 시선이 그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었다. 이 책은 이미 미국에서 히트를 쳤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세에 대한 희망이 비록 기독교를 시늉으로만 입고 있을지라도 없어지지는 않았던 것일까. 이런 임사체험을 다룬 책이 미국에서 많이 팔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희귀한 질병에 걸려 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동안에 나의 대뇌 신피질 즉, 우리를 인간이게끔 해주는 뇌의 겉 표면이 기능을 멈춰버렸다. 그것이 작동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뇌가 부재하는 상태였다.” (p.18)

 

성인에게는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발병한다는 대장균성 박테리아 뇌막염 판정을 받은 저자는 7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저자가 쉽게 설명하고 있듯이 외부 바이러스의 침투로 인해 뇌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이다. 뇌가 멈추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의 표현대로 뇌가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사람이 혼수상태에 있는 것만큼 좌절감을 주는 경험은 없다. 돕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을 뜨길 바라지만 그 사람은 눈을 뜨지 못한다.” (p.126)

 

앞서 말한 것처럼 아버지는 대장암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으셨다. 그런 대형 외과 수술을 가족이 받은 것은 처음이라 공포 그 자체였다. 차가운 수술대기실에서 6시간 동안을 기다렸다.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전혀 아버지라고 생각되지 않는 물체 하나가 온갖 기괴한 호스와 전선과 같은 것들로 휘감겨져 있는 그 모습. 무섭고 낯설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후 바로 의식이 회복되었지만 그 짧은 순간이 참 길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보다 더 심각한 혼수상태가 7일간 이어졌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절망이다.

책은 저자가 쓰러져 입원한 후 그의 임사체험과 가족들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실려 있다. 마치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일기를 각자 쓰고 있는 것과 같았다.

 

 

“나는 나비 날개 위에 있는 나의 수호천사와 함께 아주 긴 시간을 보냈고 중심근원 깊은 곳에서 창조주와 빛의 구체로부터 영원한 시간 동안 배움을 받았다.” (p.140)

 

책에 실린 저자의 임사체험에 대한 묘사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저자의 기억 속에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하고 실제적인 체험이었겠지만 그의 분류대로라면 임사체험에 대해 중간자적 입장인 내게는 낯설기만 할 뿐이었다.

저자에게는 그 영적인 체험이 7일이라는 시간적 개념과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초월한 실제였다고 한다.

반대로 7일 동안 죽은 것과 똑같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저자를 보는 가족들의 상실과 슬픔, 절망도 실제다.

두 개의 실제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서로 상존할 수 없는 세계다. 영적인 세계와 그 영역에 대해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실 어리석을 일이다. 믿음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이 엄연히 다른 것은 그 두 영역이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앙은, 믿음은 과학적이지 않아서 믿지 못하겠다는 것과 신앙도, 믿음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논리가 맞지 않고 이치에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저자가 직접 겪었다고 하는 임사체험이 실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조금 임사체험에 대한 마음이 열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사건이 진실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일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알리는 것에 대해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p.193)

 

저자는 7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한 달 정도라 지나서야 혼수상태 이전의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가 가져 온 기억과 지식 같은 것들 말이다. 적어도 책을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책 팔기 위해서 과정하거나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저자도 특별히 신앙적으로 더 월등한 사람이 되었다거나 확고한 내세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기 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하는 것 같다. 이게 핵심으로 보인다.

같은 문제와 사건을 두고 화만 내거나 당황만 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진지하고 성의 있게 고려하는 태도. 그래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가지게 되는 자세.

뭐,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각자 다른 느낌과 반응을 가질 것이다. 임사체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질 수도, 더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잠시만 진지하고 성의 있게 고려하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만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어디에도 없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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