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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잘나가는 여자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신지원 옮김 / 이지북 / 2013년 3월
평점 :
잘나가는 여자가 되어야 하나? 싶다. 모두가 잘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잘 나갈 수는 있어도 잘나가기는 어렵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낙타의 미션 임파서블한 모양이 그대로 우리네 삶에 투영된다. 아내도 결혼 후 직장을 그만 뒀다. 한 동안은 너무 좋아했다. 십 년 정도 일을 하면서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가씨 때보다 씀씀이도 줄어들고 사고 싶은 만큼 마음껏 사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너무 좋아했다.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진작부터 하고 싶었으나 짬이 나지 않아 미루어 두었던 것들을 하면서 행복해 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예전 직장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단순히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는 자신을 통해 삶의 의욕을 더 발견하고 성취를 느꼈던 기억을 곱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럴 때면 ‘다시 일 할까?’, ‘다시 일 하고 싶어’라는 말을 했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 왔던 일을 멈춘 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초조함과 불안함이 지금의 편안함과 여유를 잡아먹기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여자들이 잘나가고 싶어 하는 것 이상으로 남자들도 잘나가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잘나가고 싶고 가끔 가정에서 잘 나가고 싶어 한다.ㅎㅎ
총각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마음껏 꿈만 꿀 수 있었던 대학 시절과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한다.
역사에서 가장 하지 않아야 할 가정이 만약 ∼했으면, ∼했다면 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개인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후회하거나 마냥 추억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것도 한 치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잠시 추억하다가 후다닥 정신을 차려보면 지금의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서 선택은 제각각이에요. 어떤 선택이라도 좋으니 자기답게 솔직하게 선택해나가면 됩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부 지금까지 자신이 선택해온 것들의 결과입니다.” (p.241)
이 책 「잘나가는 여자」는 선택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저자인 아리카와 마유미씨는 지금까지 50개 정도의 일을 하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평생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다녀온다. 세계여행을 다녀와서도 멋지고 연봉 많이 주는 좋은 회사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글쓰기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마유미씨는 책에서 계속 강조한다. 선택은 결국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지금 일어난 일은 모두 내가 선택해서 일어난 결과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상에서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를 추억하며 지금의 현실을 잠시나마 잊어보려 하지만 불필요한 일이다. 한심한 지금의 현실이 내가 한 과거의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남의 눈치보고 가까운 사람들 조언 들어가면서 우유부단하게 삶을 대할 수는 없다. 내 삶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고 대신 감당해 주지 않는다. 결국 내가 또 다시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날부터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질문을 했어요. ‘진심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일단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생각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러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심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싶어.’ 여기에는 나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p.90)
마유미씨가 세계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실은 그녀의 내부에서 오랫동안 쌓아 온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뜬금없이 든 생각에 모든 현실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세계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지친 현실과 일상으로 인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뭘까?’,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같은 철학적인 것 같지만 가장 현실적인 고민들을 잊고 산다. 당장 닥친 업무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고 반복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무게에 두 어깨를 짓눌리다 보면 그런 고민들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주 잠시라도 그런 고민에 진지하게 온전히 나를 던져 보지 않으면 결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심들이 드러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TV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마음 한 켠에 고이 쟁여 오던 진심이다. 마유미씨처럼 현실을 벗어나는 용기를 갖는 것이 잘나가는 여자와 잘나가고 싶은 남자들이 가장 먼저 선행해야 할 삶의 자세다.
사실 그 용기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마음 속 진심이 천양지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꽃은 꼭 필 거야.’ 그런 마음으로 매일매일 살고, 당신 안에서 가장 멋진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은 당신이 믿어주는 만큼만 주어지니까요.” (p.27)
“확실하지 않은 일을 환영해보세요. 무리하게 선을 긋고 스스로를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에 밀어 넣어서는 안 돼요.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고, 발견하고, 그레이존을 즐길 수 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잘나가는 여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p.189)
저자는 매일의 삶 속에서, 그 일상 속에서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를 강조한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 말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꽃이 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주는 활력과 희망으로 매일을 살고 그 속에서 꾸미지 않아도, 내 존재 자체로 멋진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강조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늘 확실한 것을 강조 받는다. 우유부단한 사람은 뒤쳐진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떨어지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책에서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기를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너무 철두철미하고 매사에 정확하고 맺고 끊는 것이 칼과 같은 사람은 되지 않기를 강조 한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실 나는 남에게는 철저하고 나에게는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다. (이미 나는 저자가 말하는 잘나가는 축에 속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에 있어서는...^^;;) 하지만 이런 나도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내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흑이면 흑 백이면 백 정확한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도 관계에서도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그렇게 훈련 되어 온 듯하다.
“잘나가는 여자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먼저 사과합니다.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대부분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응어리가 남거나 불편한 분위기가 계속돼요. 그럴 때에는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 봅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가볍게 ‘미안합니다., ‘죄송해요’라고 말이에요.” (p.53)
“대부분의 경우 먼저 사과하면 일은 쉽게 풀립니다. 쓸데없는 프라이드를 지키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기분 좋게 풀어버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p.59)
처음 책에서 이 부분을 읽었을 때에는 ‘나는 뭐 사과를 먼저 잘 하지~’ 생각했다. 리뷰를 쓰다 보니 나 혼자 만의 생각이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사과를 하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거의 응어리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는 게 아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너는 모르지? 내가 이긴 거야~.’ 사과를 하면서 매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잘나가는 여자가 되기 위해서, 잘나가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내 프라이드를 접어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이것 또한 용기라고 본다. 세상 어느 누구가 먼저 사과하고 싶겠나. 누구의 잘못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 하나가 먼저 비켜주지 않으면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 마주한 두 자동차와 같이 그런 상황 말이다. 더군다나 가까운 관계에서는 사과하기가 더욱 어렵다. 차라리 이해관계나 계약관계, 계급관계에서는 사과하기 쉽다. 나처럼 말이다. 너무 사과를 남발하는 것은 그 진심이 의심받게 되지만 가벼운 사과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가까운 관계. 이를테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의 관계에서 먼저 사과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가까운 시기에 친구나 가족에게 사과한 일이 있는지 돌아보시라. 과연 그게 언제였는지를.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이 결국 잘나가는 사람이이라 생각된다. 앞서 말한 이해관계나 계약관계, 계급관계에서 만약 고집을 부려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사과 받기를 바란다면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약속이 깨지거나 계약이 취소되거나 한데로 내쳐질 수도 있다. 반대로 가족과 가까운 친구관계 속에서는 끝까지 고집을 부려도 말 안하면 그만이다. 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진심을 담은 사과가 더욱 어렵다.
결혼 전 아내와 10년을 연애했다. 장수 연애의 비결을 묻는 친구나 동생들에게 늘 말했다. ‘저 주라고’ 이 책을 읽기 10여 년 전에 홀로 터득한 비결이다.ㅎㅎ ‘저 주면’ 안다고. 사실이었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면 큰 싸움이 나겠다. 라고 발견되는 타이밍이 있다. 거기서 참지 않고 내뱉으면 싸움이 되는 것이고, 참으면 거기서 끝날 때가 많았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지금의 아내가 내가 언제 참았고 저 줬는지 모두 알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한 선택부터 시작해야 한다. 굳이 잘나가기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나와 마주하고 현실에 닿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