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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야 ㅣ 웅진 우리그림책 21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1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는 두 명이다. 윤태호 작가와 강풀 작가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와 강풀 작가의 「26년」은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두 작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더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강풀의「안녕, 친구야」를 봤다. 작가의 외모만 생각해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예쁘고 귀여운 작품이다. 딸의 태명이 ‘은총’이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 아기도 이름이 ‘은총’이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만든 작품인 듯싶다.
이런 예쁘고 귀여운 작품은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의미를 갖다 붙이고 싶은 것은 다른 속내로 가득 찬 어른의 주책이다.
은총이는 어느 날 잠이 깬다. 일어나 방을 나서는 데 방문턱에 발가락을 찧는다. 으아아아~ 내성발톱으로 고생을 했던 내게 이제껏 가장 큰 고통은 내성발톱으로 곪은 엄지발가락을 방문턱에 찧은 일이었다. 조그만 은총이가 발가락을 찧었다. 아파서 울었지만 엄마, 아빠는 쿨~~쿨~~~.
“울지 마.”
창문 밖 담벼락에 은총이 같은 아기 고양이가 말했다. 하얀 눈송이가 쏟아지는 작은 담벼락.
은총이는 아기 고양이에게 말은 건다. 아기 고양이는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돌아갈 집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은총이는 그 조그만 발로 담을 넘어 아기 고양이와 함께 친구의 엄마, 아빠, 그리고 집을 찾아 나선다.
어른이 되면 더 겁이 많아진다. 이것저것 재느라 먼저 손 내밀지도, 손 내밀어 달라고 말하지 못한다. 친구는 점점 줄어들고 사람과 사귀는 것은 이해관계 아래에 놓이게 된다. 은총이가 들어 갈 학교에서는 경쟁만을 가르친다. 표 나게 말하지는 않지만 옆에 앉아 있는 아이보다 잘해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되는 건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은총이와 아기 고양이는 단번에 친구가 된다. ‘우리 친구할래? 친구하자~!’도 아니었다. 울고 있는 은총이와 엄마, 아빠와 집을 잃어버린 아기 고양이는 그대로 친구가 되었다. 아무 것도 재지 않고 따지지 않고 묻지도 않고.
우리는 얼마나 겁을 먹고 살아가는지…….
친구가 된 아기 고양이의 집을 찾아 나선 은총이는 이웃집의 큰 개와 담벼락의 쥐와 쓰레기통위의 무서운 동네 터줏대감 고양이에게 친구의 집을 묻는다.
큰 개와 쥐와 무서운 고양이는 어의가 없었다. 고양이를 보면 무조건 짖었던 큰 개, 고양이를 보면 무조건 숨었던 쥐, 다른 고양이를 보면 온 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공격태세를 갖추었던 무서운 동네 터줏대감 고양이는 겁(?) 없는 은총이의 물음에 무장해제 된다.
명확한 이유 없이 그렇게 들어 왔던 것에 의해 행동하는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단번에 무장해제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며 공격하고 비난하며 편을 가르고 벽을 쌓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건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내편이 아니면 네 편이 아니라 나쁜 편이 된다. 나와 다른 것일 뿐인데 틀리다고 얘기한다. 혹시 내 약점이 들킬까봐 먼저 상대방의 약점을 들춘다. 내가 공격 받지 않기 위해서 먼저 공격한다. 내가 비난 받지 않기 위해서 먼저 비난한다. 그러면서 나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은총이와 아기 고양이는 ‘은총상회’ 앞에서 헤어진다. 아기 고양이 스스로 자기 집을 찾아 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친구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뿔싸!! 펑펑 내리는 함박눈으로 두 친구가 걸어온 발자국이 모두 덮여 버렸다. 온통 흰 눈 천지다. 이제는 은총이가 엄마, 아빠가 쿨쿨 잠들어 있는 집을 찾아가는 일이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은총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그리고 갑자기 무장해제 되어버린 이웃집 큰 개와 담벼락 쥐와 무서운 동네 터줏대감 고양이를 만난다.
두 번째 만날 때는 은총이와 서로 친구가 되어 버렸다. 큰 개와 쥐와 터줏대감 고양이가 있어 은총이는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순진무구와 겁(?)없음이 이들을 친구로 만들었다. 이 새로운 친구들이 없었다면 은총이는 엄마, 아빠가 쿨쿨 잠자고 있는 집을 찾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큰 개가 아이를 다시 불렀습니다.
“아까 그 아기 고양이는 집을 찾았니?”
아이가 돌아보며 대답했습니다.
“아직! 더 먼 곳으로 찾으러 갔어.”
“찾으면 좋겠구나.”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싫어해. 하지만 아까처럼 말을 걸면 대답은 할 수 있지.”
“혹시 그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면 우리 집을 알려 줄래?”
“글쎄, 그 고양이가 먼저 내게 말을 걸면 생각해 볼게.”
은총이의 새로운 친구들은 아기 고양이와도 친구가 되려 한다. 이유 없이 공격하고 피하고 으르렁 대던 이들이 모두 함께 은총이와 친구가 되었다.
큰 개는 다음에 아기 고양이를 본다면 은총이에게 그랬듯 멋쩍게 먼저 말을 걸 것 같다.
편견 없이 무조건 싫어하지 말고 비판하지 말고 은총이처럼 그렇게 우리 어른들도 살아볼 수는 없을까? 아니 그렇게 살고 싶을 거다. 어른들도 다들 은총이 같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순수함과 겁 없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강풀 작가의 딸은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 동화책을 만든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나도 한 번 도전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