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적 같은 일 - 바닷가 새 터를 만나고 사람의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송성영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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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두가 기적 같은 일」의 저자 송성영씨의 글을 처음 보게 된 곳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였다. 글로도 그대로 전해지는 푸근한 충청도 사투리의 아저씨의 마음이 좋았다. 한 번씩 그의 기사를 봤지만 책이 출간된 소식은 모르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낯선 땅, 고흥으로 이사 오기 위해 준비할 무렵 사람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랬습니다. 거기 가서 뭘 해 먹고살 거냐고요. 저 자신에게도 물었습니다. ‘뭘 하고 살지?’ 늘 그래왔듯이 답은 빤했습니다.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물며 네 발 달린 짐승도, 하늘을 나는 새도 모두 제 먹고살 구멍이 있는데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 (p.361)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산골로 들어가 움막 같은 집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있는 대로 바람이 들고 비가 새고, 벌레와 쥐와 살다가 쭉쭉 뻗는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쫓겨났다. 저자와 그의 아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터전을 찾았다. 어떤 사람들처럼 멋진 외제차를 타고 썬글라스를 끼고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살 집이 없어서 구하러 다녔다. 더 심각한 것은 돈도 없는 사람들이 말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기적 같은 일로 가득하다. 어떻게 어떻게 전라도 땅 끝 고흥 바닷가에서 부부가 원하던 땅을 찾고 어떻게 어떻게 알음알음하여 목수를 구하고 말도 안 되는 인건비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또 어떻게 어떻게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자재를 구하고 집을 완성해 갔다. 집을 짓고 또 작은 건물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을 채울 책들도 어떻게 어떻게 기적 같은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로 넘칠 정도로 채워졌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헌 집을 팔고 새집을 완성해가고 있었지만, 제 마음은 갈수록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찝찝했습니다. 그것이 딱히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우리 가족이 그동안 소박하게 살아오며 가슴속에 간직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도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76)

 

분에 넘치는 것이 아닐까. 과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겸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어떻게 더 가질 것은 없을까?’ 굶주린 승냥이 마냥 두리번거리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 부부의 소박하고 겸손한 삶에 대한 자세가 오히려 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애초에 산골로 들어오며 가졌던 작고 간소한 삶에 대한 이상은 조금 망가졌지만 오히려 채워진 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은 삶의 기적이다. 그렇다. 그것이 삶의 기적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등지고 시골에서 혼자서만 잘 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p.224)

 

산골에만 틀어박혀 글 질이나 하는 그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투쟁에 불타 비판하기도 했다. 혼자 숨어서 고고한 척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아들 친구가 가출해 저자의 집에서 며칠을 머물게 되는데 그 아이와의 일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다.

 

 

“녀석은 집을 나서며 몇 번이고 돌아서서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저만치 떠나는 녀석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절 찾아와줘서, 제게 친구처럼 속마음을 털어놔줘서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p.319)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 ‘우리 때는 안 저랬는데~!’라는 몇 마디 말로 아이들을 좁고 차가운 창살 안에 가두는 것이 어른들이다. 이 시대이다. 당연히 내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버릇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해 볼까?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의 고매한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침이 튀도록 외쳐대지만 정작 자기 집 자식에게는 여전히 영어 학원을 강요하고 좋은 대학을 주입한다. 87년과 노무현을 겪은 50대가 이번 대선에서 보여 준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차라리 저자처럼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아들 친구 녀석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진보다. 개혁이다.

도시에서 좋은 말을 쏟아내고 휘황찬란한 글을 써 갈겨도 아들 친구놈 하나와 친구는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가 쌓은 것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가장 진보적이다. 개혁적이다. 소통의 달인이다.

책에서 소개된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도서관을 짓는 과정이 모두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나는 저자가 가출한 아들 친구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가장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하는 내게 있어서 저자의 기적은 그대로 닮고 싶은 기적이다.

나는 적어도 저렇지는 않을 거야~. 누구나 자신한다. 그런데 차차 기성세대가 되면서 사고는 경직되고 판단은 유보되며 가치는 실종된다. 지난 현대사가 그랬다. 아무리 투쟁적이고 호전적인 운동가라도 막상 기성세대가 되면 그가 욕하던 세대가 하던 것대로 따라 산다. 그들을 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 또한 동일한 세대가 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끊임없이 나를 단련하고 성찰하며 가열차게 삶을 진단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내 삶에도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날거라 확신한다.

 

 

“세상살이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한쪽에서 필요 이상으로 누리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만큼 고통당하게 됩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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