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과학 -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1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움직이는 실제적인 힘은 무엇이 있을까? 자본, 권력, 군사력, 정의, 사랑, 희망, 공감, 연대, 역사 등등.

가장 실제적 힘을 미치는 요소는 과학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 분야인지라 기본 상식조차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에 의해 문명이 발전되어 왔고 역사가 쓰이기도 했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엣지’라는 과학자들의 집단이 있었나 보다. 나와 같은 사람은 전혀 알 턱이 없는 이름이다. 과학에도 수많은 종류와 분파, 분야에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학설을 발표하고 논문을 소개하기도 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단순히 사교모임이나 ‘나는 이만큼 잘 났소~’ 자랑하려는 모임이 아니라 <과학과 인문의 단절도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 ‘제3의 문화’를 추구한다>는 모임의 정체성이 흥미를 끈다. 첨단의 시대를 살지만 그것이 반드시 인간다운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고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보고 듣고 겪었기 때문에 ‘엣지’의 선언은 반갑다.

사실 이들의 선언만큼 책에 소개된 내용도 반가웠으면 좋으련만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첨단을 달리는 이론심리학자, 인지과학자, 신경과학자, 신경생물학자, 언어학자, 행동유전학자, 도덕심리학자가 ‘마음’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p.10)

 

이 책 「마음의 과학」은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 특히 이전에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었던 새로운 과학의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과학자들의 글이 실려 있다. 모두 18편이 실려 있는데 엣지 온라인 지면에 실리기도 했고 편집한 인터뷰 내용이나 의뢰한 기고문, 강연문으로 채워져 있다. 딱딱한 연구 논문은 아니어서 읽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18편의 글 중 내게 인상 깊었고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글은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당신은 식초 통에 든 단 오이가 될 수 없다]와 신경과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뇌인지센터 소장인 V.S.라마찬드란 교수의 [자기인식의 신경학]이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글 ‘당신은 식초 통에 든 단 오이가 될 수 없다.’는 몇 해 전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일어난 죄수 학대 사건에 대한 단상에서 시작된다.

 

 

“미 국방부와 군대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의 죄수 학대 사건이 여러 모로 보나 좋은 통에 나쁜 사과가 몇 개 들어간 탓이라고 말한다. 그 분석은 잘못되었다. 선량한 사람들을 망치는 것은 나쁜 사과가 아니라 나쁜 통이다.” (p.82)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있었던 죄수 학대 사건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내용이다. 그만큼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었고 자극적이었다. 세계를 호령하고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며 세계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 자임하는 미국 군인이 저지른 일이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당시 학대를 가하던 미군들이 서로 사진을 찍었는데 앳된 미여군이 이라크 죄수들이 발가벗겨져 피라미드처럼 쌓여진 뒷배경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다른 많은 사진들에서도 미군들은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수감자들을 갖고 놀았다. ‘갖고 놀았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사실 이 책의 필자도 은근히 ‘죄수’라는 표현을 기정사실화 해 놓고 있는데 나는 이것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죄수가 아니라 수감자였다. 번역을 잘못 했는지 애초에 이런 단어를 썼는지 원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이런 표현하나가 굉장히 세심하고 주의 깊게 쓰였어야 했다.

어쨌든 학대 사건은 당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미국은 즉각 사과하고 처벌과 보상을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트 국방장관이 혈안이 되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이었다. 찾으려 했던 생화학 무기와 후세인은 잡히지 않고 지리멸렬한 공방과 물 먹는 하마보다 더 빨리 돈 먹는 전쟁에 지쳐가던 시기였다. 국내외 언론 또한 그랬다. 그런 와중에 이라크 수감자에 대한 미군 병사들의 학대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왜 선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를까?” (p.83)

 

짐바르도 교수의 표현처럼 ‘왜 선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당시 아부그라이브 학대 사건은 주로 밤에 일어났다고 한다. 신경 쓰고 주의해야 할 눈이 많은 낮이 아니라 제 세상이 되는 밤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유명한 ‘밀그램 실험’을 소개한다. 선하고 도덕적이고 상식적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유명한 실험이다. 대다수가 아는 실험이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 ‘밀그램 실험’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뜻이나 의지가 아니라 옆에서 부추기는 감독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것이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눈치 봐야 하는 상사도 없고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수감자들에 비해 무기를 가지고 있고 힘을 가지고 있는 자신들은 왕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밤이 되면 자기들 세상이 된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짓을 저질러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나 말고도 많은 동료들이 함께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익명성 또한 보장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약하고 의지라는 것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방치의 악(evil of inaction)'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지켜보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어떠한가?’이건 잘못된 일이야! 당장 그만둬! 너무 끔찍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p.99)

 

‘밀그램 실험’이나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 솔직하게.

‘나도 저럴 수 있겠지~. 아니야~ 저 정도는 아닐 거야~.’ 생각할 것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자신은 아닌 척 하면서 그것에 자위하는 방치자들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이전 연구만큼은 진행되지 않아서 책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만 않지만 흥미로운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가하는 전기 충격에 고통 받는 피실험자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보지 않거나, 나 외에도 많은 선량하고 친절하며 일 잘하는 동료들 모두가 동참한 학대 게임에 나 하나 거든다고 큰 탈이 날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당신의 의지 또한 쉽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생활을 하면서 ‘암묵적 동의’를 할 경우가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직장 상사의 거듭되는 어이없는 언행에도 한 마디 할 수 없고, 유별나게 한 사람을 싫어하는 그 사람에게도 ‘그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나만 그런가? 나만 쓰레긴가? ㅎㅎ

결정적인 것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식초 통에서 단 오이가 될 수 없듯이 똑같은 그 상황 한 가운데 나도 들어가 있다면 과연 나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다.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 사건이 일어나고 미 당국은 엄중한 처벌과 분명한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처벌과 보상은 없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명확한 피해자 숫자 파악도 없었고 학대의 주모자를 비롯해 재판에 회부된 미군은 모두 11명이었는데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 직접적인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근무태만’으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강력한 처벌을 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을 구할 생각도 없었고 식초를 부어낼 의지도 없었다. 식초가 들어 있는 통에 오이를 넣든지 사과를 넣든지 감을 넣든지 해도 결국 단 오이, 사과, 감은 될 수 없다.

 

 

 

“전측 대상회(anterior cingulate)에 있는 뉴런들은 환자를 바늘로 찌르면 반응할 것이다. 이 뉴런들은 감각 통증(sensory pain) 뉴런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토론토대학교의 연구자들은 그 뉴런들 중 일부는 타인이 찔리는 것을 지켜보는 환자에게서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발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공감뉴런(empathy neuron)’ 또는 ‘달라이라마 뉴런’이라고 부른다.” (p.266)

 

신경과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뇌인지센터 소장인 V.S.라마찬드란 교수의 [자기인식의 신경학]이라는 글도 흥미로웠다.

언젠가 범죄심리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가 주된 내용이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에 대해 프로파일링을 하고 범죄심리학과 가정사를 분석하는 것이 기존의 주된 연구였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뇌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전두엽 부분의 손상이 사이코패스가 된 주요 원인이라는 추정이 기억났다.

라마찬드란 교수의 글을 보면서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쉽게 말하면 우리 뇌의 특정 부분에 있는 뉴런은 내 손가락이 바늘에 찔렸을 때 통증을 느끼도록 감각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감각 통증 뉴런이 만일 손상되었다면 제대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나의 통증만이 아니라 타인이 찔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똑같은 통증을 느끼는 뉴런이 있다는 것이다. 라마찬드란 교수는 그것을 ‘공감뉴런’, ‘달라이라마 뉴런’이라 정의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달라이라마 뉴런’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고 쉽게 이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달라이라마 뉴런’이 손상된다면 타인에 대한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내용과 굉장히 비슷했다. 그때 그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사람이 라마찬드란 교수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사이코패스 범죄가 많아지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소통의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유아·청소년이 많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었기에 흥미가 갔던 내용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