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받는 자유무역 - 명쾌하게 풀어 쓴 자유무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더글러스 어윈 지음, 최낙일.최용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무역(貿易) -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서로 물품을 매매하는 일.

 

무역은 인류의 오랜 문화였다. 처음에는 물품과 물품을 교환하던 것이 발전하여 사고파는 것으로 대체되었을 뿐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양쪽의 물품에 대해 1대1로 맞교환을 하던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풍족한 물품이지만 상대에게는 부족한 물품이고 상대에게는 풍족한 물품이지만 나에게는 부족한 물품이라면 양자가 만족하는 무역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교환경제를 넘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최대한 싼 가격에 저쪽의 물품을 사고 싶고 저쪽에게는 최대한 비싼 가격에 나의 물품을 팔려고 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너무 기계적으로 단순 정리를 한 것 같기는 하지만 요약해보자면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한쪽의 경제력이 한쪽보다 월등할 경우에는 갈등이라기보다 차별이 생긴다. 말이 무역이지 뺏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경제에 대한 수많은 담론과 이론과 실례가 있어 왔고 한때 전 세계 경제를 풍미했던 이론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또 수많은 이론들이 쏟아지는 것을 봐왔다. 아직까지 정답은 없는 문제라고 보는 것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대경제에서 무역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고대사회로 돌아가 ‘자급자족만으로 살아가겠다.’ 라고 하지 않는 이상 국가 간, 지역 간, 도시 간 무역은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을 무역(수출)에 올인 해왔다.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기에는 활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세계 경제라는 것 또한 진화하고 다중화하며 블록화 되면서 단지 낮은 생산단가로만 경쟁할 수 없게 되었다.

 

재벌 위주 경제로 이제껏 버텨왔지만 앞으로 어떤 경제 정책이 세워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외환위기를 겪고 신자유주의의 종말의 끄트머리에 있는 지금이 위기의 시기임은 분명하다.

이 책 「공격받는 자유무역」은 자유무역에 대한 변호가 주된 내용이다. 자유무역이라는 것은 국가 간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경제주체 간 자유로운 수출입을 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한바 경제력의 우위가 점해지고 국가들 간 경제체제가 블록화 되면서 자유무역이라 말하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은 무역이 이루어졌다.

 

“세계무역의 성장은 성장 전망을 밝게 하여 빈곤퇴치에 기여할 수 있고, 경쟁 촉진을 통해 기업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고, 새로운 청정기술의 보급을 통해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칠레, 멕시코, 한국, 대만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민주주의의 확산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p.358)

 

무역의 성장이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규모와 실질적 경제성장을 가져왔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성장이 제대로 된 균형 있는 분배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저자가 도입부에서 여러 번 말한 것은 자유무역 자체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없는.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자유무역이라 피력한다.

그러나 무역의 발전과 진화, 경제규모의 확장과 성장에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제대로 된 국가 내 성장일 텐데 그것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저자는 그것까지 언급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인해 자유무역 체제까지 싸잡아 비판받고 비난받는 것에 대해 해명하고자 했다면 그 반대급부도 조금은 생각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과 인도가 각각 1978년과 1991년에 대외 개방을 통해 경제개혁을 실시한 이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했다.” (p.247)

“인도와 중국의 사례가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높은 경제성장과 빈곤 감소를 저해하는 것은 다른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p.287)

 

그래서 이런 언급들은 다소 위험한 일반화라 생각한다. 중국과 인도가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실제로 폭발적인 경제규모의 확장과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개혁과 개방, 즉 자유무역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중산층이 되었고 빈곤 감소가 되었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지의 소치 내지는 성의 없는 분석의 자세라 생각한다. 인도와 중국의 부정부패와 부정축재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좀 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사례를 소개했더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말이다. 하긴 그런 사례가 있기는 있는 걸까?

나도 자유무역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여러 번 말한 것처럼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생각한다. 하지만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듯이 세계 경제는 일부 국가와 일부 경제블럭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빙하기로 돌려놓은 기억이 있지 않나? 분명한 힘의 우위가 있다는 것이다. 힘의 우위에 있지 못한 국가나 경제블럭은 결코 자유롭지 못한 무역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FTA 아닌가? 어떻게 체결되었는지 어떤 내용인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국회에 앉아 계신 분들조차 제대로 된 내용숙지가 없는 채로 으쌰으쌰 해서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리고 나서 부랴부랴 독소조항이니 뭐니 하며 야단을 떨었지 않나!!!

자유무역에서 힘의 균형은 결코 맞추어질 수 없다.

 

“수출은 생산성이 높은 고임금 산업의 고용자 수를 증가시키는 반면, 수입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산업의 고용자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무역이 미국에 미치는 전반적 효과는 평균 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p.161)

 

저자가 미국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미국에 대한 얘기가 많이 소개되었다. 미국은 미국 내 불평·불만을 해소하는 데 전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차피 다른 국가경제나 경제블럭에는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까.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미국의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했었다. 한미FTA체결되어 한국산 저렴한 자동차가 미국에 쏟아져도 당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요지다. 미국도 남아도는 농산물과 축산물, 항공·기계·군수산업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 국내의 생산단가보다 낮은 제품(신발·의류·자동차 등)을 수입하는 것이다.

 

“즉, 무역은 미국이 수출하는 고임금 산업(항공기, 기계 등)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국이 수입하는 저임금 산업(의류, 신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p.163)

 

자유무역이라서 미국이 고임금 산업, 다시 말하면 생산단가가 높고 제품가격이 높은 산업을 수출하고 저임금 산업의 제품을 수입한다.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자유무역이다.

 

“철강 가격의 상승은 철강 산업의 고용을 증가시키지만, 철강사용 산업의 고용을 감소시킨다.” (p.119)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논거 중 일반 대중과 정치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으로 수입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논리가 있다.” (p.141)

“무역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는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도 일자리 상실의 원인은 수입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노동의 대체나 신기술의 도입과 같은 기술 변화 때문이다.” (p.153)

 

그런데 저자도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버거운지 비슷한 말을 계속 반복한다. 자유무역 체제에서 미국의 수출로 인해 얻는 성장과 수익의 반대급부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답이 없는 듯하다. 결국 미국도 제대로 된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모든 국가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역이 ‘대단히 좋거나’, ‘다소 좋은’ 것으로 믿고 있다. 세계화가 가장 덜 진행된 지역의 사람들의 무역을 더 많이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p.32)

“자유무역만이 한 국가가 번영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하거나 또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니다.” (p.89)

 

자유무역만이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방법이 아니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별다른 대안이 없으니 이대로 가는 것은 차선이 아니라 차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오랜 기간 이어 온 자유무역을 단번에 폐기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국제적 금융기구와 체제가 국가 간 무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불평등하고 잘못된 관행으로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실제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구나 체제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금처럼 제일 힘이 강해서 가장 우위에 있는 국가와 경제블럭만을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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