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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고 김근태 고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유일한 기자. MBC김재철 사장에게 “명백한 언론탄압 아니냐고요!!.”라며 울부짖으며 소리친 기자. KBS슈퍼탈랜트 출신 기자.
입법·사법·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권력 삼성에 대한 X파일 취재와 폭로로 삼성이 가장 싫어하는 기자.
그가 바로 이상호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쌍벽을 이루는 국내 탐사보도의 전문가다.
부끄럽지만 이상호 기자를 몰랐다. 이상호 기자가 MBC에서 쫓겨나고 나서 손바닥 뉴스라고 이상한 미디어를 만들어 탐사·취재·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은 쫓겨났는데 무슨 깡으로 저러는 거지?’ 싶었다. 손바닥 뉴스마저 하지 못하게 되자 발뉴스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래서 고 김근태 고문 서거 후 전두환 사저에 찾아가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상호라는 이름을 나는 몰랐다. 대학 때 언론을 전공했다는 것이 내 부끄러움을 배가 되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던 또 다른 책은 김용철씨의 「삼성을 생각한다」였다. 김용철씨가 삼성의 비자금의 용처를 낱낱이 내부 고발하고 세상에 내던졌을 때 나는 무척 놀랐다. 이제껏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원보다 더 강력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삼성인데 내부 고발자가 나오다니……. 삼성의 돈을 받아 나중에 옷을 벗게 되더라도 더 좋은 삼성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그 집단에서 내부 고발자라니…….
나는 적어도 이건희가 대국민 사과쯤은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유야무야. 계란으로는 절대 바위를 쪼개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X파일을 언론인 중에서는 거의 최초로 보도했고 끝까지 보도했으며 지금도 싸우고 있는 기자일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정치권력이 주도가 되어 독재를 하던 경제 개발을 하든지 해왔는데 사실 한국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 권력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것이다.
‘한국의 주인은 경제권력’ 즉 재벌. 삼성.
김용철씨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삼성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국가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국가가 자신들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중세 유럽의 절대 왕정과 똑같은 심리구조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한국의 현대사를 통해 중첩 경험·유지 되어 왔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수백억, 수천억, 몇 조를 뒷구멍으로 챙기고 회사의 계열사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 아들에게 불법으로 상속하고 사건이 터져 쉽게 덮을 수 없으면 휠체어 타고 언론플레이 좀 해주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병원 병실에서 좀 쉬다가 예정에도 없던 단독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다시금 기어 나올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무서워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을 먹여 살린다.’라는 일정 부분 메시아 의식 또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니 이상호 기자가 이 책 「이상호 기자의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에서 목이 터져라 이야기하는 삼성에 관한 일들이 근거가 있는 탐사이고 주장인 것이다.
삼성이 아우르는 힘의 손아귀에는 이 나라의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들어가 있다. 특히 검찰 집단. 삼성의 큰 일이 터지고 나서 수사를 맡은 일선 검사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대충 마무리 짓고 옷 벗으면 삼성의 중요한 자리로 들어간다. 수배나 많은 연봉을 받으며 호의호식 한다. 그래서 법이나 정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자기도 삼성 돈 받고 들어와 있는데 자기가 관여하던 후배 검사들에게는 무슨 말을 하겠나? 안 봐도 뻔하다.
더 얘기해봐야 나 혼자 열 받을 것이고. 나 혼자 열 받아 봐야 해결되는 것 없으니 그만 해야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상호 기자 같은 기자가 아직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언론인들의 온갖 행패와 악행. 온갖 협박과 공격. 일상을 무너뜨리는 치졸한 목조임이 계속되었지만 이상호. 이 사람은 어떻게 된 게 더 발악을 한다.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면 더 하는 사람이다. 이상한 뉴스를 만들고 조그마한 골방 같은 곳에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보도를 한다.
말릴 수 없다.
그래서 이상호 기자 같은 사람은 국민들이 시민들이 지켜줘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지만 이 책도 그렇게 흥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책을 좀 많이 읽어야 할 텐데 매번 베스트셀러 1위하는 책들을 보면…….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은 사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진짜 기자. 제대로 된 기자. 이상호 기자를 열렬히 응원한다. 지금은 MBC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안 당한 것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가운데서도 저 정도로 맹렬한 미디어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언론 환경에서는 얼마나 더 대단한 미디어 행위를 쏟아내고 그것이 이 사회를 얼마나 더 정의롭게 상식적인 사회가 되는 데 도움이 될지 상상해보니 씩 웃음이 난다.
그때까지 몸 다치지 않고 잘 계셨으면 하는 바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