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 소통형 리더가 되는 잡스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마크 밀리안 지음, 권오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스티브 잡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복합적인 인간유형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 책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는 한 시대를 풍미한 혁신의 정형,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을 들여다본다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보다 슬로우 어답터이고 기계 쪽엔 관심이 없는 내게 스티브 잡스는 별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후줄근한 터틀넥 티셔츠와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그리고 너무나도 앙상하게 말라버린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 건 아이패드 발표회였다. 투병으로 인해 지친 몸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고독한 천재’, ‘죽음을 앞둔 시대의 혁명가’, ‘신의 질투를 야기한 창조자’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아무리 IT쪽 CEO라지만 한국의 어떤 CEO가 그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올 수 있을까 싶었다.

뭐 물론 이후에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바로 구입하거나 잡스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책이나 정보로부터 스티브 잡스가 성격유형으로 따지자면 독불장군 유형이었고 특히 직원들과의 소통의 부재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는 점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 차에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제는 인터넷 게시판과 이메일의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든 추세이지만 중요한 정보 전달이나 의사소통을 필요로 할 때에는 다소 열린 공간인 SNS보다 이메일이 아직은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모든 제품에 관련된 소비자, 구매자의 요구·불만·불평 등에 답했다는 것에 일단 놀랐다. 물론, 전체 받은 메일 중 몇%정도 답신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특정 메일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나마 답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비난까지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CEO는 거의 없으며, 이것은 스티브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인내심을 발휘한 애플의 비즈니스의 일부였다.” (p.159)

 

회사의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 답해도 충분할 정도의 사안임에도 선별하여 소비자와 소통하려 했다. 또한 자신의 고객에 대한 응대를 회사의 전체 이미지로 굳혀 나가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였다.

 

실제로 내가 한글과컴퓨터나 예전 안랩에 문의사항이나 불만사항을 남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찬진씨와 안철수씨로부터 이메일 답신을 받는다면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불만사항은 절반쯤은 상쇄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100% 서비스 차원에서만 고객의 이메일에 응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유의 냉소와 조롱 섞인 말투가 이메일 문장과 단어에서도 그대로 들어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시중에 나와 있는 안드로이드폰의 성능과 비교해서 아이폰의 성능도 업그레이드 해 줄 것을 요구하면 “그냥 안드로이드 쓰세요~~”로 답했다.

 

“실제의 잡스는 인간적인 면이 가득한 완벽하지 않기에 매력은 더 돋보이는 존재였다.” (p.8)

“많은 직원들이 스티브를 싫어했고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가 같은 보스라고 불평했다. 이사들은 스티브가 성숙한 기업을 이끌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판단했다.” (p.23)

 

또한 언론이나 경쟁사, 국가기관에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메일의 내용이 날아 왔을 때는 가차 없이 맞받아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실, 애플 창립 초기와 쫓겨나고 난 뒤 다시 복귀했을 초기에는 굉장히 다혈질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고 한다.

많은 부하 직원들이 그를 싫어하고 때로는 무서워했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사회생활을 돌이켜 볼 때 아무리 인간적인 성품이 훌륭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잘 해주는 상사일지라도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면 결국 부서 전체 혹은 부하직원들에게 피해가 올 수 밖에 없었다. 다소 인격적인 면은 부족하고 매일매일 부하직원들의 뒷담화 대상이 되는 상사이지만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면 뭐 참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의 탁월함이 그가 가진 인격적·관계적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았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해석일 것 같다.

 

“정치적 우파는 진보적인 성향의 기업인 애플을 비판할 만한 이유가 있고, 좌파는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제품을 값싸게 제조하는 중국 근로자들을 착취하며 특정 경쟁자와 언론매체를 차단하려는 애플의 시도에 날을 세울 만한 자체의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p.128)

“모든 자살은 비극적이지만, 폭스콘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에 비하면 훨씬 낮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p.152)

 

업계를 주도하고 창조적 동력으로 움직인 애플이기에 수많은 비판과 지적에 시달렸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떻게든 따라잡으려 혈안이 되어 덤벼드는 경쟁사와 언론의 술수에 스티브 잡스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책에서는 소개한다.

그럼에도 중국 공장에서 일어난 연쇄적인 자살사건에 대해 처신한 그의 모습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말마따나 어떤 글로벌 기업이나 자본들도 제3세계 공장에서는 노동력을 착취하고 개선되지 않은 작업환경일 수밖에 없다. 굵직한 재벌 기업들의 횡포는 더욱 심하다.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애플을 사랑하고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든지 싫어하든지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대하는 바가 있다. 여느 심술궂고 못된 기업들과는 다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제3세계 공장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애플과 잡스가 제품을 출시하며 보여 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해결책이 나왔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기존 기업들이 하는 행태. 그대로 답습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스콧은 스티브에게 컴퓨터 수리를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후 전화를 받았다.”

“안녕 스콧, 나 스티브예요.”

“스티브 잡스라고요?” (p.163)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스티브 잡스가 노력했다는 데 있다.

온갖 공격과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집중되었을 때 피하거나 숨지 않고 되받아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소비자·구매자의 소소한 문의나 불만에 일일이 답하지는 못했지만 선별하여 소통하려는 노력 또한 분명히 했다. 그리고 해당 회사의 CEO가 불만에 가득 찬 소비자에게 직접 전화하는 파격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어떤 CEO가 그렇게 할 수 있나.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고도 책을 읽기 전 잡스에 대해 가졌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를 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대를 움직이고 트렌드를 창조해 낸 그의 업적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에 소비한다.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우선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 준 자유롭고 창조적인 이미지는 단지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 만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이미지를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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