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권력을! - 대한민국 부모들에 권하는 역할 교환 프로젝트
요한 메츠거 지음, 엄양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져 본 권력을 생각해 보니 장교 생활을 했던 군대 시절 보다 반장이었던 초등학교 시절이 더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선생님 대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칠판에 떠드는 아이의 이름을 적고 수업 시작과 끝에 대표로 일어나 인사를 하는 것 등은 그때에는 꿀맛같은 권력이었다.

 

아직 부모가 아니라 이 책 「아이에게 권력을」의 설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껏 살아오며 가장 달콤하게 누렸던 권력을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반장 시절이었다.

저자는 독일의 자유기고가 겸 저널리스트이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한 탁구시합 도중 ‘아이에게 부모의 권력을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한 달 동안 부모와 자녀의 관계와 지위를 바꿔 생활해 본 재미있는 사람이다.

 

독일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달라 사실 한국의 부모들은 별로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자식을 부양할 수 없고 당연히 가정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여러 문제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정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교사 1명이 도대체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겠나!!

최소한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것은 독일의 부모나 한국의 부모가 동일하기 때문에 ‘경제권의 위임’ 면에서만 책을 이해해야 했다.

 

“아빠, 지금 아빠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정중한 말투로 나를 대하는 어른은 본 적이 없었어. 되게 기분이 좋았어.” (p.16)

 

저자의 아들 조니로부터 듣게 된 말이다.

이 말이 ‘아이에게 권력을’ 위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몇 주 동안 너희가 집안일을 모두 결정하는 거야. 너희가 대장이 되고, 엄마와 나는 너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구호는 ‘아이들에게 모든 권력을’이야.” (p.19)

 

단순히 역할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한 달 동안의 총 생활비 700유로를 큰딸 라라와 막내아들 조니에게 주고 가정의 전 경제권을 위임했다. 그리고 저자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완벽한 권력 위임이었다.

 

“그래. 나는 아이 역할을 더 많이 했으면 싶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일은 잘됐는데, 어른이 아이가 되는 일은 잘 안 됐어. 우리가 진짜 어린아이인 것처럼 행동해야겠어.” (p.132)

“보답이 고작 이거냐? 내가 저를 위해 어떻게 했는데!” (p.184)

 

‘아이에게 권력을’이라는 말이 듣기에는 얼마나 좋은 말인가?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무척이나 걱정이 되고 두려움이 생기는 일임은 분명하다.

물론 실험 기간 내내 완벽하게 부모 역할을 마스터해 내는 아이들과는 달리 여전히 어른의 때(?)를 벗어던지지 못한 부모는 더욱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이들과도 갈등을 겪게 된다.

 

“실험을 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아주 대단한 경험을 안겨줄 거라고 믿었다. 한 달 동안 집에서 놀이공원에서나 할 수 있는 모험을 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나는 모험은커녕 좌절과 부담만 안겨주고 말았다.”(p.259)

 

실험 초반에 가졌던 장밋빛 전망과 예상은 보기 좋게 날아가 버렸다. 큰 딸 라라는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여전히 철없는 아이에 불과한 남동생 조니와 여전한 잔소리꾼인 엄마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막내 조니는 제대로 된 대장노릇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엄마와 아빠가 불만이다. 엄마와 아빠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점에서는 나나 누나가 엄마와 아빠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엄마가 짜증을 낼 때가 있잖아. 이제 엄마가 어떤 기분인지 알겠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데 도움이 되었어. 내게 자식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p.363)

 

그래도 결국은 더 나은 형태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결코 길다고만 할 수도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평소에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던 가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의구심이 계속 생겼다.

 

 

‘과연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대답은

‘결코 아니다’

였다.

 

 

저자와 아내처럼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거니와 라라와 조니처럼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다. 한국의 부모와 자식들은 너~무~!! 바쁘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최소한 반 이상 줄이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권력을!’이라는 배부른 역할 바꾸기 실험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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