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수의 가격은 1병 당 200원이다. 동일한 용량의 타 생수 가격의 40∼50%정도이다. 2L짜리 생수도 마찬가지다.
1시간을 미친 듯이 달리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들이키는 생수는 천국의 맛이다. 식도와 위, 소장과 대장을 훑어 내려가며 온 몸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
어?
그런데 언제부터 돈을 주고 물을 사 마셨을까?
「보틀마니아」는 생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탐사보고서다.
미국에서 벌어진 생수업체와 지역주민 일부·환경단체들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총과 칼이 없을 뿐이지 물고 먹히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등 온갖 전략이 난무한다.
“나는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의 게으름과 참을성 없는 성미에 생수가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한 가지 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p.58)
“전 세계적으로 생수는 연간 6백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p.8)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가 끝나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놀았다. 아니면 동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보면 땀도 나고 목이 말랐다. 그러면 운동장에 있는 수도꼭지로 달려가 세수도 하고 물도 마셨다. 다들 그렇게 했다. 중학교 때도 그랬던 것 같고.... 정확하게 언제부터 생수를 사서 마시게 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991년 낙동강 페놀유입 사태가 있었다. 당시 낙동강 취수원까지 오염이 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짐작해 보건대 아마 그 이후로 해서 생수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수돗물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것이 생수일 테니 말이다.
하긴 초등학교 때도 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수돗물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배탈 난다~~.”
1. 수돗물
수돗물을 마시면 배탈이 날까?
조금만 마시면 괜찮을까?
“‘수돗물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계십니까?’ 라는 설문조사를 해나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p.127)
아마 한국에서 유사한 설문조사를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책에서도 여러 번, 국내 TV방송이나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도 수돗물이 결코 생수보다 위험하지 않음을 피력한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들은 생수를 사 마신다.
각 가정의 싱크대와 세면대, 좌변기 등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정수필터를 통해 수돗물을 마시는 가정은 꽤 많겠지만 수돗물 그대로를 컵에 받아 마시는 가정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걸까?
배탈 날까봐?
“수돗물에 대한 비판은 쉽게 들을 수 있다. 환경 단체, 학계, 생수와 정수필터를 파는 회사, 심지어 수자원을 보호해야 할 규제 기관에서도 수돗물을 비판한다.” (p.176)
사실, 더 쉽게 들을 수 있는 수돗물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비판적인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사람들이 이미 20년이나 지난 91년 낙동강 페놀사태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것을 보면 한 번의 강렬했던 기억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씩 식수 내지는 수돗물에 대한 기사가 TV뉴스에 보도될 때면 꼭 자료화면으로 지역의 취수장이 나온다. 그런데 그 취수장 화면이 대부분 외부로 노출된 취수시설이다. 지붕도 없고 특별한 보호 장치도 없는 그런 취수장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당연히 수돗물을 마시고 싶지 않게 된다. 은연중에 각인되는 것이다.
“잘 관리된 식수대 찾기란 고장 나지 않은 공중전화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p.271)
또 하나, 저자의 지적처럼 집밖에 있는 한 돈을 주고 생수를 사 먹지 않으면 물을 마실 길이 없다. 물론 회사나 은행, 공공기관이나 거의 모든 건물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수돗물이라 볼 수 없다.
분명 물은 공공재인데, 그런 공공재를 마음껏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홍보도, 제도도, 설비도 미흡하다.
그러니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생수 가격은 더 오르지 않을까?”
2. 생수
생수는 수돗물의 대용물인가?
생수는 믿을 만한가?
생수업체의 광고는 흥미를 유발한다.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이 나와서 그 회사의 생수를 마신다. 나도 마시고 싶다. 나도 쟤처럼 저 생수를 마시면 더 잘 생겨지지 않을까?
“1990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무작위로 페리에 병을 골라 검사를 한 결과 벤젠이 검출된 것이다.” (p.48)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가 벌어지기 1년 전 저 멀리 미국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생수 ‘페리에’에서 벤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21년 전 이름도 어려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페리에 병에 벤젠이 검출되었었다는 것에 대해 페리에를 사 마시는 한국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아니, 알지도 못한다. 초록빛 병에 담긴 비싼 페리에를 사 들고 다니면 폼이 나서인지 굳이 그렇게들 산다.
낙동강 페놀사태가 수돗물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게 끔 했다면 페리에 벤젠검출 사태로 생수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게끔 하는 결과를 나았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의 무수한 커피 전문점에서 무수한 페리에가 지금도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팔기 위한 물병을 만드는 데는 매년 1천7백만 배럴(석유 1배럴은 158.9리터)의 석유가 든다. 이것은 130만대의 차를 1년간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다.” (p.183)
“생수병을 생산하고 채우는 데는 병에 담기는 물의 두 배에 달하는 물이 쓰이게 되는데, 그중 일부는 병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식히는 데 쓰인다.” (p.184)
생수를 담을 물병을 만들고 그 물병을 만들기 위한 기계를 식히는 데 엄청난 양의 물과 석유가 쓰인다는 현실.
이러한 현실을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직은 저렴한 가격대인 생수를 별 생각 없이 사 마시기 때문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독점적 폐해 내지는 생수의 원료가 되는 수자원(주로 담수호) 확보를 위한 환경파괴, 자원고갈, 지역주민과의 갈등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인식조차 부족하다.
“식수대용이 아니라 모든 실생활에서 생수를 써야 한다면?”
3. 걱정되는 불확실성
지금은 식수대용으로 생수를 사 마시고 있다. 그런데 밥을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생수를 사용해야 된다면??
“2025년이 되면 세계 인구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깨끗한 물을 얻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p.26)
2025년... 불과 십여 년 남짓이다. 닥친 현실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국제 원조의 다양한 분야 중 아프리카에 우물을 만들어 주는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결코 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만큼 ‘물을 물 쓰듯’ 하는 곳이 있을 까 싶다.
생수를 비단 식수대용으로만이 아니라 모든 실생활에서 써야 한다면 지금의 생수 값에서 몇 배가 인상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말 그대로 물이 금이 되는 것이다.
더 늦어지기 전에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고 교육도 해서 물 부족이 아니라 물 기근에 대비해야 하는데 리뷰를 쓰면서도 걱정이 되고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네슬레 생수회사는 풀무원 샘물과의 합작을 통해 국내에 진출해 있고, 코카콜라는 ‘순수’라는 이름의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p.293)
생수 산업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최소한 거대 다국적 기업의 시장 점유를 적정한 수준에서 견제해야 할 텐데, 네슬레와 코카콜라가 이미 들어와 있단다. 이것도 전혀 모르던 사실이다.
이런……. 걱정만 한 가득이다